허수와 실생활 ②
복소수 체계가 완성되었을 때, 세상을 바라보는 방식은 완전히 달라졌다. 전기의 흐름을 정확히 예측하고, 진동을 수식으로 설명하고, 신호를 정밀하게 분석하며, 보이지 않던 현상을 눈앞에 드러내는 데까지-복소수는 과학과 기술의 언어가 되었다. 허수는 상상의 수가 아니라 현실을 이해하기 위해 수학이 만든 가장 강력한 응답이었다. 이제 이 ‘세상에 없던 수’는, 오히려 세상을 가장 현실적으로 설명하는 수가 되었다.
복소수 체계가 완성되었을 때, 세상을 바라보는 방식은 완전히 달라졌다. 전기의 흐름을 정확히 예측하고, 진동을 수식으로 설명하고, 신호를 정밀하게 분석하며, 보이지 않던 현상을 눈앞에 드러내는 데까지-복소수는 과학과 기술의 언어가 되었다. 허수는 상상의 수가 아니라 현실을 이해하기 위해 수학이 만든 가장 강력한 응답이었다. 이제 이 ‘세상에 없던 수’는, 오히려 세상을 가장 현실적으로 설명하는 수가 되었다.

코일과 콘덴서가 복소평면의 반대 방향에 위치하게 되는 것은 단지 계산상 편의가 아니라 전류와 전압의 실제 시간차를 수학적으로 정확히 반영한 결과다. 복소평면은 단순한 좌표 공간이 아니다. 그것은 시간의 흐름, 에너지의 진동, 신호의 패턴을 하나의 수로 응축한, 수학의 가장 정교한 지도다.
복소수와 복소평면의 도입은 단지 수학적 표현의 변화가 아니라, 전기 기술 전반의 획기적인 도약을 이끌어냈다. 복소 임피던스를 이용한 회로 해석은 전력 손실을 줄이고, 안정적인 송전과 효율적인 설계를 가능하게 했다. 특히 대규모 송전망, 예를 들어 한전의 154kV 변전소와 같은 고전압 시스템에서는 각 부품의 위상 특성을 고려해 전체 회로의 동작을 해석해야 한다. 이때 복소수 기반의 임피던스 계산과 위상 분석은 전압 강하, 전력 손실, 공진 주파수 등을 정확히 예측하고 설계하는 데 핵심이 된다.
진동하는 소리나 전기 신호는 시간에 따라 변하는 파형으로 표현된다. 수학적으로는 사인 함수나 코사인 함수, 즉 삼각함수의 조합으로 나타난다. 그런데 이런 복잡한 파형을 더 간단하게 다루기 위해 수학자들은 놀라운 방법을 개발했다. 바로 푸리에 해석(Fourier Analysis)이다. 이 방법은 어떤 복잡한 신호도 단순한 주파수들의 합으로 쪼갤 수 있다는 원리다. 그런데 이 주파수 하나하나는 단지 진동수만 있는 것이 아니라, 위상(언제 시작되는가)과 진폭(얼마나 강하게 울리는가)도 함께 가진다. 예를 들어, 어떤 음파가 440Hz(피아노의 ‘라’음)에 해당하는 사인파로 구성되어 있다면, 그 신호는 시간에 따라
![[재미있는 수학] MRI·노이즈캔슬링 기술 뒤엔 복소수 작동하죠](https://img.hankyung.com/photo/202506/AA.40807458.1.jpg)
이렇게 복잡하게 얽힌 주파수 구성은 복소수를 이용하면 훨씬 간결하게 나타낼 수 있다. 사인파나 코사인파를 각각 따로 다룰 필요 없이, 하나의 복소 지수 함수
![[재미있는 수학] MRI·노이즈캔슬링 기술 뒤엔 복소수 작동하죠](https://img.hankyung.com/photo/202506/AA.40807459.1.jpg)
복소수는 결코 상상 속 수에 머물지 않는다. 전기회로뿐 아니라 음향공학과 통신 기술, 그리고 신호처리 전반에서 복소수는 핵심적인 역할을 해왔다. 우리가 듣는 소리, 전송되는 전파, 저장되는 음악 파일 속 신호들은 사인파와 코사인파로 이루어진 복잡한 파형이다. 이들을 푸리에 해석으로 분해하면, 각 주파수 성분은 복소수 하나로 표현된다. 진폭은 크기로, 위상은 각도로 담겨 있어 이 복소수 하나로 소리의 강도와 타이밍까지 정밀하게 제어할 수 있다. 덕분에 우리는 노이즈를 제거하고, 정보를 압축하고, 원하는 신호만 골라낼 수 있게 되었다.
그뿐 아니라 스마트폰의 통신시스템, 고속 무선 회로, 노이즈캔슬링 기술, MRI 영상 기술, 드론의 자동 균형 제어, 금융시장의 파동 분석 등 오늘날 우리가 사용하는 거의 모든 정밀 기술 안에는 복소수가 숨 쉬고 있다. 눈에 보이지 않지만, 빛의 떨림 속에도, 소리의 진동 속에도, 정보를 실어 나르는 전파 속에도, 복소수는 조용히 작동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