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의 형태를 명사구(‘명사+명사’)의 형식으로 이어주는 역할을 하는 게 관형격 조사 ‘-의’이다. 이 말은 앞말을 관형어로 만들어, 뒤에 오는 명사를 이어줘 문법적 관계를 완성시킨다.
지난 10일 강원 평창군 도암댐. 환경부와 강릉시는 가뭄 해소를 위해 도암댐 물을 비상 방류해 생활용수로 쓰기로 했다. 뉴스1
지난 10일 강원 평창군 도암댐. 환경부와 강릉시는 가뭄 해소를 위해 도암댐 물을 비상 방류해 생활용수로 쓰기로 했다. 뉴스1
“환경부로 에너지정책 이관은 신중할 필요가 있다. 환경부로 ‘물관리 일원화’ 이후 현재까지도 전문성이 부족하다는 비판이 나온다. 에너지정책도 같은 비판에 직면하지 않으려면 ‘화학적 결합’을 단계적으로 추진해야 한다. 친환경 에너지로 전환도 중요하지만, 국가 기간산업인 발전산업도 그에 못지않게 중요하다. 통합이 에너지 정책의 전문성을 저해하는 결과가 돼선 안 된다.” ‘부사어+명사’ 사이엔 ‘의’ 꼭 넣어야이재명 정부가 출범 100일을 앞둔 9월 7일 정부 조직 개편안을 발표했다. 여당이 다수당이라 계획대로 조직개편이 이뤄질 것 같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하지만 비판 목소리도 많다. 인용한 부분은 그런 비판의 한 대목이다. 우리 관심은 이 대목에서 반복적으로 보이는, 같은 유형의 문장론적 오류에 있다. 십중팔구 흘려버리기 십상인 이 오류는 대체 무엇일까?

① “환경부로 에너지 정책 이관은”, ② “환경부로 ‘물관리 일원화’ 이후”, ③ “친환경 에너지로 전환도”, 이 세 곳에는 공통적 오류가 있다. 모두 관형격 조사 ‘의’를 생략해 비문이 됐다는 점이다. ① ‘환경부로~’ 뒤에는 서술어가 와야 한다는 것을 놓치면 안 된다. 부사어 뒤에 서술성 있는 동사나 형용사가 오는 게 당연하다. 그게 우리 문법이다. 근데 “환경부로~ 이관은”으로 연결됐다. 부사어를 받는 말로 용언이 아니라 명사가 옴으로써 서술성을 잃고 문장 흐름이 어색해졌다. 이 오류는 너무나 흔해 자칫 오류인 줄도 모르고 넘어가는 이도 많다. “환경부로 에너지 정책을 이관하는 것은” 식으로 동사(‘이관하는’)를 살려야 한다. 그래야 온전한 문장이 돼 전체 문장의 주어절 역할을 맡는다.

이것을 명사구로도 표현할 수 있다. 내용상 ‘환경부’ ‘에너지 정책’ ‘이관’이란 3개의 정보로 이뤄져 있다. 이를 가장 간결하게 연결하는 방식은 관형격 조사 ‘의’를 이용해 명사구로 만드는 것이다. ‘환경부로의 에너지 정책 이관’이 그것이다. 이때 ‘-로’는 움직임의 방향을 나타내는 격조사다. 그러니 이 말은 생략할 수 없는 필수 요소다. 이에 의해 ‘환경부로’는 부사어가 돼 ‘환경부로 어찌하다(동사)’ 형식의 문구를 취하게 된다. 따라서 ‘어찌하다’ 자리에 동사가 아닌, 명사가 오면 비문이 되는 것이다.

절의 형태를 명사구(‘명사+명사’)의 형식으로 이어주는 역할을 하는 게 관형격 조사 ‘-의’다. 이 말은 앞말을 관형어로 만들어, 뒤에 오는 명사를 이어줘 문법적 관계를 완성시킨다. 즉 “환경부로의 에너지 정책 이관은”이 온전한 표현의 명사구로서 주어부 역할을 하게 된다. 이때 처소격 ‘-로’와 관형격 조사 ‘-의’는 각각 필수 요소로 생략할 수 없다. 부사어 뒤엔 동사·형용사 이어져야나머지 ②와 ③의 사례도 같은 오류의 비문이다. ②는 “환경부로의 ‘물관리 일원화’ 이후” 또는 “환경부로 ‘물관리 일원화’를 한 이후” 또는 “환경부로 물관리를 일원화한 이후” 등 다양한 형식으로 정상문을 만들 수 있다. ③ 역시 “친환경 에너지로의 전환도” 또는 “친환경 에너지로 전환하는 것도” 등으로 써야 바른 문장이 된다. 요령은 관형격 조사 ‘의’를 써서 명사구로 만들거나, 부사어를 받는 동사를 살려 절의 형태를 갖추거나 하는 것이다.

홍성호 이투데이 여론독자부장·前 한국경제신문 기사심사부장
홍성호 이투데이 여론독자부장·前 한국경제신문 기사심사부장
우리말의 강점 중 하나는 명사만으로도 의미를 연결해 나타낼 수 있다는 점이다. 가령 요즘 증시 투자자 사이에 큰 화제가 되고 있는 “주식 양도소득세 대주주 기준 논란”이란 표현을 보자. 이를 풀어 쓰면 “주식 양도소득세의 대주주 기준에 대한 논란” 정도가 될 것이다. 이를 ‘의’와 ‘에 대한’을 빼고 명사만 나열한 것이 예시문이다. 마찬가지로 ‘인권의 존중’은 ‘인권 존중’으로, ‘꽃의 향기’는 ‘꽃향기’, ‘감소의 폭’은 ‘감소 폭’으로 쓰는 게 간결하고 우리말다운 표현이다. 이런 데까지 굳이 관형격 조사 ‘의’를 붙일 필요는 없다. 이런 용법은 굳이 문법적 설명을 하지 않아도 모국어 화자라면 누구나 공감한다. 앞의 표현은 늘어지고 뒤엣것이 긴밀한 구성이란 점을 직관적으로 느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