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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시사·교양 기타

    170년 백화점 역사에 드리운 그늘… 변화의 바람에 쓰러진 향토 유통

    1853년 6월 1일 프랑스 파리에 의류 판매업자 아리스티드 부시코가 기존 의류·잡화점을 대대적으로 고쳐 봉마르셰(Bon Marche)라는 대형 종합 상가를 열었다. 화려하고 큰 건물에서 정찰제로 상품을 판 봉마르셰는 ‘소비의 궁전’으로 불렸다. 대량으로 물품을 들여온 덕에 일반 소매점보다 가격이 15~20% 저렴했고 반품도 자유로웠다. 지금의 백화점이 탄생한 순간이다.백화점은 빠르게 세계로 퍼져나갔다. 파리의 갤러리라파예트와 프랭탕, 런던의 해러즈와 셀프리지, 뉴욕의 메이시, 도쿄의 미쓰코시 같은 화려한 백화점은 도시를 대표하는 상징으로 자리 잡았다. 한국에도 1929년 미쓰코시백화점을 필두로 미나카이, 히라다, 조지야 등 일본계 백화점이 들어섰고 한국인이 처음 세운 화신백화점도 곧이어 문을 열며 성업했다.산업화 이후 백화점은 지방으로 빠르게 확산했다. 1980~1990년대 지방 거점도시 중심지에는 지역을 대표하는 백화점이 자리했다. 부산의 태화·미화당·세원·신화·리베라백화점, 울산의 주리원·황태자백화점, 대전의 대전·동양백화점, 전주의 전주코아·전풍백화점, 광주의 태산·화니백화점 등이 고객의 발걸음을 붙잡았다.좋은 시절은 오래가지 않았다. 지역 상권을 발판 삼아 거침없이 사업을 확장하던 향토 백화점 대다수는 갑작스럽게 닥친 외환위기의 충격에 힘없이 쓰러졌다. 백화점 업계는 대기업 중심으로 재편됐다. 살아남았어도 위기는 이어졌다. 대형마트와 복합쇼핑몰, 아울렛이란 버거운 경쟁자가 연이어 등장했다. 온라인 쇼핑 확산은 향토 백화점에 치명적인 일격을 가했다.82년 역사의 대구백화점이 기로에 섰다. 최근 10년

  • 시사·교양 기타

    대통령 SNS까지 초고속 베팅 대상...월가의 '1밀리초' 경쟁

    ‘째깍’하는 시계 초침 한 번에 1초가 흐른다. 일상에서는 더 쪼갤 필요 없는 짧은 시간이지만, 미국 월가는 이를 1000분의 1초로 나눠 베팅한다. 이른바 ‘밀리초’(ms·1000분의 1초)의 전쟁이다. 고성능 컴퓨터가 정보를 읽고 자동으로 거래하는 초단타매매(HFT·high frequency trading)는 초 단위 경쟁을 밀리초, 마이크로초의 세계로 끌고 갔다.뉴욕과 시카고 사이에는 광케이블과 마이크로파 통신망이 놓여 있다. 뉴욕 일대의 주식, 상장지수펀드(ETF) 시장과 시카고의 주가지수선물 시장 간 가격 정보를 조금이라도 빨리 전달하기 위해서다. 시카고에서 S&P500 선물이 먼저 오르면 뉴욕의 관련 ETF와 주식도 따라 움직인다. 두 시장에서 순간적으로 가격이 차이 날 때 싼 쪽을 사고 비싼 쪽을 팔면 이익이 생긴다.이 속도 경쟁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등장했다. 트루스소셜 SNS를 운영하는 트럼프미디어가 트럼프 대통령의 게시물을 일반 이용자보다 밀리초 단위로 먼저 확인할 수 있는 ‘트루스 API’ 유료 서비스를 다음달 출시하기로 결정하면서다. 가격은 월 최대 10만달러, 약 1억5000만원이다.트럼프의 SNS 게시물 하나에 원자재 가격이 춤추고, 증시가 폭락과 폭등을 오가는 점을 감안하면 월가로서는 거부할 수 없는 유혹이다. 펀드스트랫 분석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 취임 이후 S&P500 ‘최고의 날’과 ‘최악의 날’ 상위 다섯 거래일은 모두 트럼프의 발언과 게시물이 갈랐다. 전문기관이라면 개인이 SNS를 읽기도 전에 인공지능(AI) 알고리즘에 따라 정보를 분석한 뒤 주문을 체결할 수 있다. 뉴스가 대중에게 도달할 때는 이미 거래가 끝난 상태다.HFT의 밀리초 경

  • 시사·교양 기타

    '수능 샤프' 시대 가고 ‘스마트 안경’ 시대… 시험장 뒤흔드는 AI 커닝

    2004년 11월 17일 광주에서 발생한 대학수학능력시험 집단 부정행위 사건은 말 그대로 충격 그 자체였다. 중학교 동창 관계로 얽힌 159명이 가담한 조직적 범행은 당시로선 상상하기조차 어려운 규모였다. 범행의 핵심 도구는 ‘휴대폰’이었다. 성적이 좋은 학생들이 몸에 숨겨온 휴대폰 자판을 정답 번호에 맞춰 두드리면, 시험장 밖에 대기하던 후배들이 이를 취합해 다시 문자메시지로 정답을 전송하는 영화 같은 수법이었다. 전자기기 반입 확인에 비교적 느슨하던 교육당국은 이 사건을 계기로 수능 제도를 전면 손질했다. 이듬해부터 전자기기의 시험장 반입을 전면 금지했고, 개인 필기구 사용을 막기 위해 동일한 ‘수능 샤프’를 일괄 지급하기 시작했다. 커닝페이퍼를 숨기거나 필기구를 개조하는 아날로그식 부정행위까지 원천 차단하기 위한 고육지책이었다. 20여 년이 흐른 지금 국가자격 시험장마다 ‘스마트 안경 경계령’이 내려졌다고 한다. 최근 인공지능(AI) 스마트 안경을 쓰고 시험을 치르다가 적발되는 사례가 잇따르고 있어서다. 일반 뿔테 안경과 디자인이 비슷한 스마트 안경은 사진·영상 촬영, 정보 검색, 통화, 자동 번역 등이 가능하다. 지난 5월 스마트 안경을 쓴 채 소방설비기사 자격시험을 치른 40대 응시자가 감독관에게 적발돼 지난달 말 약식기소됐다는 보도다. 스마트 안경을 이용한 시험 부정행위가 사법 처리로 이어진 국내 첫 사례다. 같은 달 치러진 토익 시험에서도 비슷한 방식의 부정행위가 두 차례 적발됐다. 국가자격 시험 시행기관들은 AI 스마트 안경을 시험장 반입 금지 물품으로 명시하고, 적발 시 처벌 기준을 강화하

  • 시사·교양 기타

    닭강정보이와 핫도그걸...'규제개혁 홈런'이 바꿀 직관의 풍경

    스포츠 경기장을 찾아 직관하는 즐거움은 박진감 넘치는 승부 못지않게 색다르게 즐길 먹거리에도 있다. 하지만 우리나라 야구장과 축구장 등에서 음식을 사 먹으려면 매점 앞 긴 대기줄에서 한참을 기다려야 한다. 이 같은 불편함은 승부의 분수령이 되는 결정적 순간을 놓치는 결과를 낳기도 한다. 그동안 분명한 이유도 없이 관람석을 돌며 조리식품을 판매하는 것을 사실상 금지한 탓이다. 스포츠 경기장에서 이동하며 음식을 판매하는 문화는 꽤 오랜 역사를 갖고 있다. 미국 메이저리그(MLB)에는 100년 전부터 관람석 사이를 누비며 “핫도그”를 외치는 이동 판매원이 있다. 1910년대부터 선수로 뛴 ‘야구의 신’ 베이브 루스가 경기 휴식 시간 핫도그를 엄청나게 먹어 치웠다는 일화는 지금도 유명하다. 반면 국내에서는 2016년 관람석 생맥주 판매원인 ‘맥주보이’ 퇴출 소동이 벌어지기도 했다. 당시 야구팬들의 거센 반발을 부른 끝에 겨우 퇴출을 면했다. 이제 맥주보이에 이어 ‘닭강정보이’와 ‘핫도그걸’이 스탠드를 누비며 음식을 팔 수 있게 된다고 한다. 규제합리화위원회와 식품의약품안전처가 유권해석을 통해 야구장 등 체육시설의 조리식품 이동 판매를 허용하기로 해서다.앞으로 핫도그, 닭강정, 추로스는 물론이고 온도를 유지한 시원한 음료와 아이스크림까지 자리에 앉아 주문할 수 있게 된다. 요즘 같은 무더위에 경기 흐름을 놓치지 않고 편리하게 시원한 음식을 즐길 수 있게 된 것은 반가운 변화다. 이번 규제 완화는 단순히 관람객 입을 즐겁게 하는 데 그치지 않고 스포츠업계에도 도움을 줄 것으로 기대된다. 마침 지구촌을 뜨

  • 경제야 놀자

    고통 없는 물가 안정이 가능할까? 금리 인상과 희생 비율의 경제적 의미

    중앙은행이 금리 올리면물가는 떨어져도 실업률 상승장기적으론 임금 떨어지면서실업도 줄어드는 균형 달성인플레 기대 빨리 차단하면불안 심리 잠재울 수 있어그나마 부작용 줄일 방안한국은행이 지난달 16일 금융통화위원회에서 기준금리를 연 2.5%에서 연 2.75%로 0.25%포인트 올렸다. 한은이 기준금리를 인상한 것은 3년 6개월 만이다. 신현송 한은 총재는 국회에 출석해 “기준금리 인상 기조를 유지해 근원물가 상승을 잡는 것이 가장 합리적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경기 침체를 감수하더라도 물가를 잡는 데 정책의 초점을 맞추겠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경제에 공짜는 없다. 인플레이션을 억누르기 위한 정책에도 대가가 따른다.  물가 낮아지면 실업률 상승물가와 경기의 관계를 요약한 것이 필립스 곡선이다. 이에 따르면 물가 상승률과 실업률 사이에는 상충 관계가 있다. 필립스 곡선은 단기적으로 우하향한다. 물가가 오르면 가격이 오른 만큼 공급을 늘리기 위해 기업들이 고용도 늘린다는 의미다. 그러나 장기 필립스 곡선은 자연실업률 수준에서 수직이다. 장기적으로는 물가가 높아진 만큼 임금과 비용도 상승, 고용이 원래 수준으로 돌아간다는 것이다. 이를 바탕으로 금리 인상이 물가와 경기에 미칠 영향을 따져 보자. 그림에 나온 단기 필립스 곡선 1의 A에서 출발한다. 중앙은행이 금리를 올리면 물가와 실업의 균형점이 이 곡선을 따라 B로 이동한다. 물가 상승률은 낮아지고 실업률은 높아지는 것이다. 시간이 지나면 낮아진 물가 수준에 맞춰 임금 수준이 조정된다. 그러면 실업률도 낮아진다. 물가 상승률과 실업률이 함께 낮아지니 단기 필립스 곡선

  • 경제야 놀자

    손절 못하는 이유?…손실에 민감한 인간본성 때문이죠

    #주식투자로 1억원을 만드는 가장 쉬운 방법은? “2억원을 투자한다.”#주식투자를 소액으로 하는 이유는? “원래는 거액이었다.”최근 주가가 급등락을 거듭하자 주식투자자들 사이에서 자조적으로 나오는 얘기들이다. 주식시장은 인간이 합리적으로 행동한다는 경제학의 기본 전제를 의심하게 한다.요즘 같은 시장에서는 주가수익비율(PER)이니 주가순자산비율(PBR)이니 하는 기업가치 평가 기법도 무색해진다. 남들은 다 돈을 버는데 나만 못 버는 것 같은 불안, 그때 팔았어야 했다며 쓴맛을 다시는 뒤늦은 후회, 언젠가는 오르겠지 하는 막연한 기대. 투자는 경제나 금융이기보다는 심리의 문제로 다가올 때가 많다. 이익보다 손실에 민감한 인간 본성대니얼 카너먼 미국 프린스턴대 명예교수는 인간의 심리를 렌즈 삼아 경제를 들여다봤다.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이자 행동경제학의 창시자로 통하는 그가 한 유명한 실험이 있다. 그는 실험 참가자들에게 다음 두 가지 중 한 가지를 선택하게 했다.① 100% 확률로 450달러를 번다.② 50% 확률로 1000달러를 벌거나 50% 확률로 한 푼도 못 번다.대다수가 ①을 선택했다. 금액이 적더라도 확실하게 돈을 벌 수 있는 쪽으로 몰린 것이다. 실험은 계속됐다. 이번엔 돈을 잃는 상황을 가정했다.③ 100% 확률로 500달러를 잃는다.④ 50% 확률로 1000달러를 잃거나 50% 확률로 한 푼도 안 잃는다.이번엔 대다수가 ④를 택했다. 설령 더 큰돈을 잃을 위험이 있더라도 한 푼도 안 잃을 가능성에 베팅한 것이다.카너먼은 이런 실험 결과를 바탕으로 인간은 이익보다 손실에 더 민감하다는 결론을 내렸다. 똑같은 100만원이라도 100만원을 벌었을 때 느끼는 기쁨보다 100만

  • 시사·교양 기타

    출생시민권 논쟁, 19세기 식민지 기억을 소환하다

    19세기 말 아시아·아프리카 식민지에서 근무한 영국인 관리의 부인들은 아이를 낳을 때가 되면 줄줄이 영국으로 돌아갔다. 만삭의 여인들이 먼 길을 마다하지 않은 것은 식민지에서 태어난 아이는 영국 사회에서 제대로 대접받지 못했기 때문이다.최상층 귀족 가문 출신 러디어드 키플링이 제국주의 선전에 앞장선 배경에는 인도 봄베이(현 뭄바이) 출생이라는 콤플렉스가 자리 잡고 있다는 분석도 있다.‘뱃속 아이’는 모호한 존재다. 태아에 관한 정보는 극도로 제한된다. 초음파 기술이 등장하기 전까지 아이가 아들인지 딸인지는 낳아봐야 알았다. 인간 생명의 시작점을 두고 법학에서 ‘수정설’과 ‘착상설’ ‘태동설’ ‘분만설’이 대립한 것도 태중(胎中) 상황에 대해 아는 것이 부족한 탓이 컸다.임신·출산에 관해서는 모든 것이 조심스럽기도 하다. 동서양을 막론하고 임산부에겐 수많은 금기가 있다. 임신 사실을 거론하는 것조차 꺼리기도 했다. 독일에선 임신을 ‘심장 아래로 가져오다(Unter dem Herzen tragen)’라고 돌려 말했다. 일본어에선 임신 소식을 간접적으로 전하는 ‘오메데타(おめでた)’라는 단어가 따로 있다.이처럼 어머니 뱃속은 불분명한 것 투성이지만 태어날 아이의 국적만은 의심의 대상이 아니었다. 그런데 미국 독립과 프랑스 혁명이 명확하던 신생아 국적에 혼란을 일으켰다. ‘국왕을 향한 신민의 충성’이란 믿음이 흔들리면서 새로운 기준이 요구됐다. 1860년 프랑스 법학자 샤를 드몰롬은 국적 기준으로 속지주의(jus soli)와 혈통주의(jus sanguinis)를 제시했다.미국 정부가 임신한 외국인 여성의 입국을 차단하는 방

  • 시사·교양 기타

    소비자물가는 시대의 거울…1인 가구와 AI가 바꾼 풍경

    5년 전인 2021년 소비자물가지수 품목 개편안은 코로나19 팬데믹으로 바뀐 세상의 풍경을 그대로 보여줬다. 위생·가사노동과 관련한 마스크, 식기세척기, 의류건조기, 반창고 등이 대표 품목에 대거 편입됐다. 식기세척기와 의류건조기는 신혼부부의 필수 가전으로 꼽힐 만큼 인기가 높았다.반면 넥타이, 연탄, 사진기, 스키장 이용료, 프린터 등은 물가 조사 대상에서 빠졌다. 넥타이를 매지 않는 ‘노타이’가 대세로 자리 잡고, 스마트폰 보급으로 카메라 판매가 줄어든 시대 변화가 반영됐다. 넥타이와 연탄은 55년 만에 조사 품목에서 빠지며 한 시대의 종말을 알리는 듯했다.물가지수 품목의 세대교체 시기가 다시 다가왔다. 국가데이터처는 5년 주기인 소비자물가지수 품목 개편안을 공개했다. 올해 12월 및 연간 소비자물가 동향부터 새 기준을 적용해 공표할 계획이다.이번 품목 개편의 주인공은 단연 인공지능(AI)과 1인 가구다. 챗GPT 같은 소프트웨어 구독료, 디지털 콘텐츠 저장을 위한 클라우드 이용료, 쿠팡 와우멤버십 같은 온라인 쇼핑 구독료가 대표 품목에 편입됐다. 스마트워치, 전기자동차 충전료도 물가 지표에 포함됐다.배달 음식과 외식 문화 변화 또한 고스란히 반영됐다. 전체 가구의 36%를 넘어선 1인 가구의 식습관은 외식 지도를 새롭게 그리고 있다. 젊은 층의 소울푸드가 된 마라탕과 건강을 위한 샐러드, 간편식 대명사인 밀키트가 대표 품목에 이름을 올렸다.새로운 것이 들어오면 낡은 것은 자리를 양보한다. 소비가 크게 줄어든 부탄가스와 차량용 블랙박스, 싱크대는 물가 조사 대상에서 빠졌다. 명절 차례상과 비빔밥의 단골인 고사리와 도라지, 땅콩 같은 전통 식자재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