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교양 기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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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버스토리
고환율이 뉴노멀?…삶, 어떻게 바뀔까
요즘 환율이 큰 걱정입니다. 달러당 1300원대 중·후반까지 내려왔던 원화 환율이 지난 9월 하순 1400원대로 다시 오르더니 1400원대 후반에서 떨어질 기미가 보이지 않습니다.우리나라 경제가 역사상 가장 어려웠던 외환위기 당시에도 원·달러 환율은 연평균 1395원(1998년 기준)이었습니다. 지금은 국내의 정치적 혼란과 미국과의 관세협상 고비를 넘겼고, 수출도 잘돼 경상수지 흑자가 사상 최대를 기록하고 있습니다. 그런데도 환율은 국가 위기 상황 때보다 높은 수준입니다.환율이 올라가면 수출기업은 가격경쟁력이 높아진다고 하지만, 원·부자재를 수입·가공해 수출을 하는 국내 기업엔 큰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예상 환율을 토대로 경영하는 기업은 환(換)손실을 걱정해야 하고, 해외 유학 중인 자녀를 가진 부모들은 늘어나는 부담에 한숨을 내쉽니다. 미국에 갈 일이 없다면 원·달러 환율이 높아도 문제없을까요? 그렇지 않습니다. 원·달러 환율이 높아지면 원·엔 환율도 함께 상승합니다. 젊은이들이 이웃 나라 일본으로 많이 여행을 가는데요, 최근 부쩍 높아진 환율 때문에 친구 선물 사기도 팍팍해졌어요.지금의 고환율은 구조적 원인에 의한 것이어서 오랜 기간 지속될 가능성이 있습니다. 달러당 1500원을 넘을 수도 있다는군요. 무엇이 문제일까요? 또한 고환율 시대는 우리 삶을 어떻게 바꿔놓을까요? 이어지는 4·5면에서 살펴보겠습니다. 수출입·고용·물가·증시에 직접적 영향 고환율 일상화땐 경제생활 크게 바뀌죠환율(換率)이란 단어를 보면 여러분은 무슨 생각부터 떠오르나요? 많은 생글이들이 “헷갈린다”고 답할지 모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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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양 기타
'실낙원'의 밀턴이 눈 멀고 쓴 시 [고두현의 아침 시편]
내 눈의 빛이 사라진 걸 생각하니존 밀턴내 눈의 빛이 사라진 걸 생각하니,이 어둡고 광활한 세`상에서 반생도 살기 전에생명 같은 재능이 쓸모없어졌구나.비록 내 영혼은 창조주를 간절히 섬기길 원하나,그분이 훗날 탓할까 봐, 내 한 일을 설명하려 할 때,나는 어리석게 묻네,“내 눈을 멀게 하시고는 어찌 노동을 원하시는지요?”하지만 그 불평을 가로막고 신중한 대답이 들려오네,“신은 인간의 노동이나 재능을 필요로 하지 않네,그의 가벼운 멍에를 가장 잘 메는 자가그를 가장 잘 섬기나니.그는 왕과 같네. 그의 말 한마디에 수천의 무리가육지와 바다를 건너 쉬지 않고 달려올 테니.묵묵히 서서 기다리는 자들도 그를 섬기는 사람이네.”영국 시인 존 밀턴(1608~1674)이 44세 때 시력을 잃고 쓴 시입니다. 그의 실명 원인은 크게 두 가지로 전해집니다. 어릴 때부터 책을 너무 많이 읽으면서 눈을 혹사했고, 청교도혁명 때 크롬웰 정부의 라틴어 비서로 오랫동안 일하면서 과로했기 때문이라고 합니다.이 시의 제목은 원래 ‘소네트 19’였다가 훗날 편집 과정에서 ‘소네트 16’으로 바뀌었습니다. ‘실명(On his blindness)’이라는 제목으로도 알려져 있습니다. 시인은 생을 절반밖에 살지 못했는데 벌써 눈이 멀었다고 불평합니다. 이제 내 삶은 끝났다고 한탄하다가 신을 원망하기도 합니다.각자 타고난 재능 ‘달란트’이 대목에 등장하는 ‘생명 같은 재능(Talent)’은 성경 마태복음 25장에 나오는 ‘달란트의 비유’와 맞닿아 있다고 합니다. ‘달란트’는 옛날 화폐이기도 하고, 각자 타고난 재능이기도 합니다. 주인이 먼 타국으로 출타하면서 종 3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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숫자로 읽는 세상
청년 취업난에…직업계고 졸업생 절반 대학 갔다
제조업의 신규 채용 일자리가 줄어드는 등 청년 취업난이 심화하면서 특성화고, 마이스터고, 일반고 직업반 등 직업계고 졸업생의 절반 가까이는 취업 대신 대학 진학을 선택한 것으로 나타났다. 졸업생 5명 중 1명은 취업도, 진학도 하지 않는 것으로 파악됐다.교육부와 한국교육개발원은 지난달 25일 이런 내용이 포함된 ‘2025년 직업계고 졸업자 취업통계’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정부는 매년 4월 1일 기준으로 고용보험, 건강보험 등 공공 데이터베이스와 연계해 직업계고 학생의 졸업 후 취업 상황을 파악하고 있다.조사 결과 올해 2월 전국 575개교 직업계고 졸업자 5만9661명 중 취업자는 1만5296명, 진학자는 2만9373명으로 집계됐다. 진학자와 입대자, 제외 인정자 등을 뺀 졸업자 대비 취업자를 의미하는 취업률은 55.2%로 전년보다 0.1%p 하락했다. 졸업자 대비 진학자 비율인 진학률은 49.2%로 이 기간 1.2%p 상승했다.입대 등 별다른 이유 없이 취업도, 진학도 하지 않은 미취업자 비율은 20.8%로 전년보다 0.5%p 떨어진 것으로 나타났다.교육부 관계자는 “직업계고는 주로 제조업에 취업하지만, 특히 제조업 분야의 고용 상황이 상당히 안 좋다”며 “진입하려는 일자리 사정이 녹록지 않고 첫 취업이 어려워지면서 자기 숙련도를 높이기 위해 대학 진학을 선택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그래도 대학은 가야 한다”는 부모의 인식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해석됐다.학교 유형별 취업률은 마이스터고가 73.1%로 직업계고 중 가장 높았다. 특성화고는 52.4%, 일반고 직업반은 38.2%로 나타났다. 취업자를 사업장 규모별로 보면 30∼300명 미만이 33.7%로 가장 높았으며, 1000명 이상(25.4%), 5&s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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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글기자
실천보다 구호만 앞세우는 'ESG 경영'
많은 기업이 ‘ESG 경영’을 내세우며 환경과 사회에 대한 책임을 강조하고 있다. 하지만 막상 ESG 캠페인의 실상을 들여다보면 실질적 효과에 대해 의문을 갖게 된다.국제 평가기관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의 2024년 자료에 따르면 EGS 등급이 높은 글로벌 100대 기업의 최근 3년간 주가 상승률은 평균 14%로 비 EGS 기업의 12%보다 높았다. 하지만 이 기업들의 탄소 배출량 감소율은 평균 3.5%에 그쳤다. ESG 경영이 투자 매력도는 높였지만, 실제 환경을 개선하는 효과는 크지 않은 것으로 볼 수 있다.국내에서도 비슷한 현상이 관찰된다. 환경부 통계에 따르면 ESG 보고서를 발간한 대기업 중 온실가스 배출량이 줄어든 곳은 43%에 불과했다. RE100(재생에너지 사용률 100%) 캠페인을 선언한 기업들의 평균 재생에너지 사용률은 20% 수준에 머물러 있다.이처럼 많은 기업이 지속가능경영을 외치지만, 실천보다는 기업 이미지 홍보 전략으로 활용하는 사례가 많다는 지적이 나온다. ESG 경영이 진정한 변화로 이어지려면 측정할 수 있는 데이터와 투명한 정보 공개가 필수다. 유럽연합(EU)은 기업 지속가능성 공시 지침(CSRD)을 통해 모든 대기업의 ESG 지표 공개를 의무화했다.기업의 지속가능경영은 우리 세대의 미래와 직결된 문제이기도 하다. 청소년들 또한 ‘착한 기업’이라는 식의 막연한 느낌이 아닌 객관적 데이터와 지표를 통해 기업들이 ESG 경영을 얼마나 잘 실천하고 있는지를 판단할 수 있어야 한다.권순민 생글기자(청심국제고 2학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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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기타
한은 물가상승률 목표, 왜 0% 아닌 2%일까
한국은행을 포함해 각국 중앙은행의 최대 목표는 물가 안정이다. 2008년 발생한 글로벌 금융위기 후에는 고용 안정과 금융 안정도 함께 추구해야 한다는 인식이 확산했지만, 여전히 물가 안정은 중앙은행의 존재 이유라고 할 수 있다. 한은을 포함해 주요국 중앙은행은 보통 전년 대비 2%를 물가 상승률 목표치로 잡고 있다. 물가 상승률이 2%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도록 기준금리와 통화량 등을 관리하겠다는 것이다. 이름하여 ‘물가안정목표제(inflation targeting)’다. 통화량목표제 폐기·물가안정목표제 도입물가안정목표제는 중앙은행이 물가 상승률 목표치를 제시하고, 이를 달성하기 위한 방향으로 통화정책을 운용하는 것을 말한다. 의문이 제기된다. 중앙은행이 물가 안정을 목표로 하는 것은 당연한 일인데 굳이 물가안정목표제라는 제도가 필요한가.중앙은행이 통화정책을 운용하는 방식에는 여러 가지가 있다. 과거 한국은행은 통화량목표제를 채택했다. 협의통화(M1), 광의통화(M2) 등 통화량 증가율을 일정 수준으로 유지했다. 1980년대 이후 통화량과 물가의 관계가 약해지면서 이 제도의 유효성도 낮아졌다.환율목표제도 있었다. 환율을 특정한 범위에 고정해 물가 안정을 꾀하는 것이다. 그러나 환율 안정에 집중하다 보면 국내 경기에 대응하는 데 한계가 생긴다. 이 때문에 오늘날 많은 나라들이 통화량·환율 관리라는 ‘중간 목표’를 거치지 않고, 물가 상승률 자체를 타깃으로 삼는 물가안정목표제를 채택하고 있다.이 제도를 처음 시행한 나라는 뉴질랜드(1990년)다. 한국은 1998년 4월 채택했다. 일본 영국 호주 등 30여 개국이 물가안정목표제를 운영하고 있다. Fed는 물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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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 이슈 찬반토론
음식점에 반려동물 동반 허용해야 할까
현행 식품위생법상 일반음식점은 반려동물과 함께 입장하는 것이 원칙적으로 제한돼 있다. 영업장과 동물이 머무는 공간을 명확하게 분리해야 하기 때문이다. 다만 일부 카페나 야외 테라스, 펫 전용 식당 등은 업주 재량으로 반려동물 동반을 허용하는 경우도 있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규제를 완화해 2026년 상반기부터 일정한 시설 기준과 위생 수칙을 지키는 조건으로 음식점, 카페, 제과점 등에 반려동물이 출입할 수 있도록 법 개정을 추진 중이다. 우리 사회의 반려동물 양육 인구는 1500만 명을 넘어섰고, 전국 가구의 4분의 1가량이 반려동물을 기르고 있다고 한다. 반려동물을 가족처럼 여기는 ‘펫팸(Pet+Family)족’이 늘면서 외식할 때도 함께하고 싶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하지만 음식점은 불특정 다수가 이용하는 공공장소다. 위생과 안전, 비(非)반려인 고객의 불편 문제도 고려해야 한다. 반려동물의 식당 출입은 어디까지 허용하는 게 좋을까. [찬성] 반려동물도 가족…금지보다 관리, 시대 변화 맞는 공존의 제도화 필요반려동물과 함께 식당에 가려면 적지 않은 제약이 따른다. 특별히 허용된 펫 카페나 야외 테라스를 제외하면, 일반 음식점에서는 동반 출입이 불가능하다. 허용된 곳이 야외라면 여름 폭염이나 겨울 추위에 노출된 채 식사를 해야 하는 어려움과 불편도 크다. 반려동물 동반 음식점 허용은 단순한 규제 완화가 아니라 시대 변화에 맞춘 사회적 공존의 시도로 봐야 한다. 반려동물은 이제 ‘애완동물’이 아니라 가족구성원으로 인식되고 있다. 함께 생활하는 인구가 급격히 늘어난 만큼 외식, 여행 등 일상에서도 ‘함께할 권리’를 보장해야 한다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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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과 놀자
"나의 빨강이 곧 너의 빨강"…뇌 속의 '색깔 코드'
“내가 보는 빨간색과 네가 보는 빨간색, 과연 똑같을까?” 오랫동안 철학자와 과학자를 괴롭혀온 난제다. 이 질문에 최근 뇌과학이 해답을 내놓았다. 결론적으로 우리는 서로 같은 빨간색을 본다. 사람 눈의 물리적 구조는 제각각이지만, 뇌가 신호를 처리하는 방식은 생물학적으로 표준화돼 있기 때문이다.빨간 사과를 보면 입안에 침이 고이고, 특정 브랜드를 상징하는 노란 로고를 보면 당장이라도 물건을 사고 싶은 마음이 생긴다. 이처럼 색깔은 단순히 세상을 보는 것을 넘어 우리의 생각과 감정까지 움직이는 강력한 힘을 지녔다. 하지만 여기서 근본적인 의문이 생긴다. 과연 내가 보는 빨간색과 다른 사람이 보는 빨간색은 똑같을까? 최신 연구에 따르면 답은 ‘그렇다’다. 개인의 주관적 느낌과 별개로, 인간의 뇌는 보편적 패턴으로 색상 정보를 처리하기 때문이다.흔히 사람의 눈은 카메라에 비유된다. 하지만 우리 눈은 공장에서 찍어낸 균일한 센서와 다르다. 인간의 망막 구조는 근본적으로 불공평하다. 색을 감지하는 원뿔세포는 시야 정중앙인 황반에 빽빽하게 밀집해 있고, 주변부로 갈수록 그 숫자는 급격히 줄어든다. 정면의 물체는 선명하지만, 곁눈질로 본 물체의 색은 흐릿한 이유도 그래서다.세포의 분포도 지문처럼 사람마다 제각각이다. 마치 초코칩 쿠키 위에 박힌 초콜릿 위치가 쿠키마다 다른 것과 같다. 누군가는 빨간색 감지 세포가 시야 위쪽에, 누군가는 아래쪽에 더 많이 분포한다. 이처럼 똑같은 빨간 점을 보더라도, ‘하드웨어’인 망막 구조가 다르기에 눈이 뇌로 보내는 초기 신호(입력값)는 물리적으로 다를 수밖에 없다. 입력값이 상이한데도, 어떻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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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글기자
청소년 가출은 개인 일탈 아닌 사회 구조적 문제
청소년기는 가정과 학교의 보살핌을 받으며 성장해가야 하는 시기다. 하지만, 많은 청소년이 사회에서 소외돼 일탈의 길로 빠져든다. 이런 현상은 가출 통계를 통해 확인할 수 있다.경찰청과 성평등가족부 등의 자료에 따르면 2023년 기준 실종 신고되거나 가출 경험이 있는 청소년은 약 13만 명이다. 국가데이터처와 성평등가족부가 발표한 ‘2024년 청소년 통계’에선 가출을 경험한 청소년이 10만5665명이었다.국회입법조사처에 따르면 가출 청소년의 63%는 가족과의 갈등을 가출 이유로 꼽았다. 가출 청소년이 늘고 있지만, 이들을 보호할 수단은 마땅치 않다. 가출 청소년은 대부분 친구 집, 여관, 모텔, 월세방 등에 머문다. 청소년 쉼터에서 지내는 비율은 37.7%에 불과했다. 전국 청소년 쉼터는 135곳, 정원은 1350명으로 턱없이 부족하다. 게다가 수도권에 집중돼 있어 비수도권 청소년은 시설에 접근하기조차 어렵다.청소년 가출은 개인이 아닌 사회구조적 문제의 결과로 봐야 한다. 불우한 가정환경과 빈곤, 불평등이 청소년을 제도권 밖으로 밀어낸다. 이들은 새로운 집단을 형성해 더 깊은 일탈과 범죄의 길로 빠져들기도 한다. 일부는 성인 범죄자와 연결된다.가출 청소년을 제도권으로 다시 품어 안을 수 있는 종합적이고 체계적인 대책이 필요하다. 청소년 쉼터를 대폭 확충하고 지역별 격차도 줄여야 한다. 또한 쉼터가 단순히 머물 공간만 제공하는 데서 그치지 말고, 심리 상담과 학업 지원, 직업 훈련 등을 제공하는 재사회화 공간으로 발전해야 한다.조승민 생글기자(세종국제고 2학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