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교양 기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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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버스토리
AI 빅뱅, 재정 위기…내년 경제 판 바뀐다
다사다난(多事多難)하던 2025년이 저물고 있습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미국 우선주의’ 정책이 심화하면서 일도 많고 탈도 많은 한 해가 된 것 같습니다.이는 어느 정도 예견되긴 했습니다. 많은 전문가는 올해 미국과 중국 간 무역전쟁이 전 세계로 확산할 것이라고 경고했습니다. 뚜껑을 열어본 결과, 미국 대 세계 각국의 관세전쟁으로 확전된 게 사실입니다. 세계경제 성장세와 관련해선 국제통화기금(IMF), 세계은행,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모두 “팬데믹 이전(3%대 중반)보다 낮은 저성장에 직면할 것”이라고 예상했습니다. 거의 들어맞는 분위기입니다. 경제위기급 돌출 변수는 없었기 때문입니다.예상 밖 사건과 현상도 있었습니다. 지금은 그 힘이 줄기는 했지만, 주식·암호화폐·금(金) 등 모든 자산의 가격이 급등한 에브리싱 랠리(Everything Rally)는 생각보다 파장이 컸습니다. 인공지능(AI)에 대한 투자와 기술개발이 대대적으로 일어나면서 거품 발생과 붕괴 우려 또한 커졌습니다.내년에는 세상과 세계경제가 어떻게 변화할까요? 적어도 ‘AI가 빚어내는 세상’은 우리 앞에 더욱 또렷한 모습을 드러낼 겁니다. 세계 각국이 저성장 속에서 재정적자 문제로 골머리를 앓을 것이란 전망도 많습니다. 주요 국제기구·언론과 전문가들이 내다보는 2026년 병오년(丙午年)의 모습을 4·5면에서 풀어보겠습니다. 미국·인도 경제 '견조', 유럽·일본 '저성장' "북극 자원 확보하라" 각국 선점경쟁 본격화 내년 세계 경제는 올해와 비슷한 저성장 국면을 이어갈 전망입니다. 미국 중앙은행(Fed)을 비롯한 주요국 중앙은행들이 기준금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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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 기타
향락에 빠졌던 명나라 상류층
전통 시대 중국의 경제는 어느 수준까지 발전했을까. 명나라 말·청나라 초 변혁기 인물인 장대(張岱)의 삶을 통해 그 시절 삶의 모습을 엿볼 수 있다. 명나라 말 만력(萬曆) 25년(1597년)에 태어나 청나라 초 강희(康熙) 23년(1684년)에 죽은 장대는 평범한 지식인이었다. 그는 명나라가 멸망한 이후 수필집인 <도암몽억(陶庵夢憶)>과 역사서 <석궤서(石匱書)>, <석궤서후집(石匱書後集)> 등을 썼다. 그가 쓴 책은 문학성이나 사상의 깊이보다는 당시 상류층의 생활상을 엿볼 수 있는 귀중한 자료로 주목받고 있다.저장(浙江)성 샤오싱(紹興)에서 손꼽는 명문가의 장손으로 태어난 장대는 풍요로운 유년기를 보냈다. 처음에 그가 관심을 가진 분야는 차(茶)였다. 그는 차의 미묘한 맛을 구분했다. “1614년 여름 반죽암을 지나다가 계천의 샘물을 길어 맛을 보았다. 인의 톡 쏘는 쓴맛에 깜짝 놀랐다. 유심히 물 빛깔을 살펴보았는데, 마치 찬 서리가 내린 가을날 순백의 달빛을 보는 것 같기도 하고 산을 휘감은 부드러운 안개가 소나무와 바위를 품고 있다가 막 사라지는 것 같기도 했다. ‘이 샘물로 차를 끓여 마시면 어떨까’ 하고 궁금해져서 실험을 거듭했다. 길어온 샘물을 사흘 동안 그대로 묵히면 돌의 비린내가 없어지며, 차의 향기가 더욱 진해지는 것을 알 수 있었다. 혀를 입천장으로 밀면서 물을 입안에서 좌우로 굴리면 샘물의 오묘한 맛을 확실히 느낄 수 있었다”라는 게 그의 설명이다.차에 대한 취미가 식은 뒤엔 고금(古琴)이라는 현악기에 푹 빠졌다. 1616년 마음이 맞는 젊은 친척과 친구 6명을 모아 이 악기의 연주법을 함께 공부했다. 고금에 대한 관심이 시들자 이번엔 &lsq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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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과 놀자
원거리 돌진, 근거리 연타…뱀 따라 사냥법 달라
자연 다큐멘터리에서 묘사되는 독사의 공격은 늘 비슷하다. 풀숲에 웅크린 채 혀를 날름거리며 기회를 노리다가 번개처럼 몸을 튕겨 사냥감을 물고 재빠르게 도망치는 식이다. 그런데 실제 독사의 공격은 우리가 보는 것보다 훨씬 복잡하고 정교하다. 선풍기 날개가 빠르게 회전하면 멈춰 보이는 것처럼 독사의 0.1초는 눈이 잡아내지 못하는 디테일로 가득하다.최근 호주 모나시 대학교(Monash University) 연구팀이 이를 과학적으로 규명해 국제 학술지 ‘실험생물학저널(Journal of Experimental Biology)’에 발표했다. 연구팀은 다양한 독사를 고속카메라로 촬영하고, 이를 3D 영상으로 만들어 공격 동작을 분석해 독사의 공격이 단순 돌진이 아니라 속도, 가속도, 각도 조절이 동시에 이뤄지는 고도의 생체역학적 행동이라는 점을 정량적으로 밝혀냈다.연구팀은 실험을 위해 살모사과(Viperidae), 코브라과(Elapidae), 뱀과(Colubridae)에 속하는 서로 다른 36종의 독사에게 의료용 젤로 만들어진 더미 모형을 물게 했다. 그리고 여러 각도에서 초당 1000프레임 이상의 고속카메라로 촬영한 후 3D 영상으로 재구성해 송곳니가 어디에 어떤 각도로, 어느 정도의 힘으로 박히는지 정밀하게 분석했다.그 결과 독사들은 몇 가지 공통된 기술을 사용했다. 먼저 몸을 S자로 접은 상태에서 순식간에 힘을 폭발시키며 초속 3m가 넘는 속도로 튀어나가고, 물기 직전에는 송곳니가 목표에 정확히 들어가도록 머리를 몇 도 단위로 미세하게 회전해 궤적을 조정한다.마지막으로 한번 문 것으로 끝내지 않고, 송곳니를 살짝 뺐다가 다시 찌르는 ‘재배치’ 동작을 통해 독이 더 깊고 효과적으로 퍼지도록 만든다. 이전까지는 빠르게 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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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양 기타
신달자문학관 울린 '핏줄' 낭독 [고두현의 아침 시편]
핏줄신달자핏줄 속에는큰 손이 있는기라보이지도 않으면서 화악 잡아당기는쇠스랑 같은 손이 있다캉께핏줄 속에는발자국도 없이저벅저벅 걸어와 기척 없이 몸 위에 드러눕는뭉클한 가슴이 있는기라그 뭉클한 가슴을 생으로 떼어 줘도 될 것 같은아니 떼어 준 그루터기에서 비집고 나오는새순 같은 그 질긴 생명력을몇 배로 키워 다시 핏줄 안으로쏴아 쏴아 내려 붓고 싶다캉께핏줄 속에는항시 몸비 마음비가 내려뚝 뚝 떨어져 내려뚝 뚝 떨어져 내릴 때마다 아파 아파 아파라에미는 입에 들어가는 밥을 꺼내뜨거운 화기로 뭉쳐 온몸 비비며핏줄을 보호하려모은 두 손이 다 닳았다 안 카드나그래, 핏줄은 축축한기라 끈적끈적한기라한순간도 멈추지 않는 징글징글한 기도인기라그래서 핏줄은 푸르른 가지 속에 붉은 생명이 들어 있능기라니 아나?고향도 아버지같이 핏줄인기라아무것도 없는 곳에서 생명으로 태어난 고향물이지만 쇠뭉치 같은 바위보다 더 무거운그 질긴 줄을 저릿저릿한 핏줄이라 안 카드나수세기를 흘러가는 줄끊을 수 없는 역사라 안 카드나지난 4일 오후 경남 거창에서 열린 신달자문학관 개관식에서 연극 배우 박정자 씨가 신달자 시인의 시 ‘핏줄’을 낭독하고 있다.갑작스레 한파가 닥친 4일 오후, 경남 거창 남하면 대야리 문화마을. 거창이 고향인 신달자(82) 시인의 이름을 딴 ‘신달자문학관’ 개관식에서 연극배우 박정자 씨가 이 시 ‘핏줄’을 낭독하자 곳곳에서 탄성이 터졌습니다.“핏줄 속에는/ 큰 손이 있는기라/ 보이지도 않으면서 화악 잡아당기는/ 쇠스랑 같은 손이 있다캉께”로 시작하는 이 시에는 경상도 사투리 특유의 강한 억양이 행간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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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기타
자유화·통합화로 국경 장벽 사라져
금융 환경은 현실 경제에서 실제로 금융이 이뤄지는 방식이다. 일종의 금융 트렌드(trend)라고 할 수 있다.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세계 교역은 점점 더 증가하고 국가 사이의 자본 이동에 대한 규제도 점차 풀리면서 각국의 금융시장이 본격적으로 개방되기 시작했다. 이에 따라 1980년대부터 세계의 금융 환경에도 큰 변화가 생겼다. 이러한 추세는 금융 자유화, 금융 통합화, 금융 대형화와 겸업화, 금융 증권화, 금융 디지털화의 다섯 가지로 요약할 수 있다. 그러나 이러한 금융 환경은 2008년 미국에서 시작된 글로벌 금융위기로 인해 변화가 나타났다. 따라서 최근의 금융 환경을 살펴보려면 금융위기 전후로 나눠볼 필요가 있다. 이번 주는 글로벌 금융위기 이전부터 등장한 금융 환경에 관해 얘기하겠다. 다음 주에는 글로벌 금융위기가 무엇인지 알아보고, 위기 이후에 나타난 금융 환경에 대해 알아볼 것이다. 금융 자유화금융 자유화는 금융거래의 질서와 제도의 안정성을 유지하기 위해 금융 활동에 부과된 각종 규제 등을 폐지하거나 완화하는 것이다. 1980년대 이전만 해도 신용을 믿고 서로 돈을 빌려주는 거래에서 오는 위험을 줄이기 위해 금융시장이나 금융기관에 많은 제약을 가했다. 하지만 일반예금보다 높은 수익률을 추구하는 기업과 개인의 금융에 대한 다양한 요구가 생겨나면서 금융기관의 설립에 대한 규제가 완화되고, 금리가 시장에서 자유롭게 결정되는 금리 자유화와 같은 금융 자유화가 추진됐다. 금융 자유화는 경쟁 촉진과 가격 기능 제고를 통해 금융시장의 배분 효율성을 높였다. 하지만 금융시장의 변동성 확대, 금융기관의 과도한 위험부담, 금융의 경기 순응성 강화에 따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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숫자로 읽는 세상
미국 엔비디아 칩 'H200' 중국 수출 허용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엔비디아 H200 인공지능(AI) 칩의 중국 수출을 허용하겠다고 밝혔다.트럼프 대통령은 8일(현지 시간) SNS를 통해 “엔비디아가 H200 제품을 중국과 기타 국가의 승인된 고객에게 파는 것을 허용하겠다고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에게 통보했다”고 했다. 이어 “시 주석이 긍정적으로 반응했다”며 “(매출의) 25%는 미국(정부)에 지급될 것”이라고 밝혔다.트럼프 대통령은 “AMD와 인텔 등 다른 미국 기업에도 동일한 방식이 적용될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이번 조치가 일자리 창출과 국가 안보, AI 분야에서 미국이 선두 자리를 지키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했다. H200은 엔비디아의 최첨단 칩인 블랙웰과 내년 출시되는 루빈에 비하면 성능이 떨어지지만 기존에 중국 수출이 허용된 H20보다 성능이 6배나 좋은 고사양 칩이다.미국 정부는 그동안 중국에 강경 모드로 일관했다. 2020년 5월 화웨이 규제를 시작한 건 도널드 트럼프 정부 1기 때다. 조 바이든 정부 시절인 2022년 7월엔 중국 대상 14나노미터(nm, 1nm=10억분의 1m) 이하 공정용 반도체 장비 수출 통제를 시작했고, 석 달 뒤엔 최첨단 AI 가속기 공급 라인을 틀어막았다. 이후 성능을 낮춘 AI 가속기의 대중 수출이 일부 허용되긴 했지만, 트럼프 2기 들어서도 미국의 규제 강도는 점점 높아졌다.매출의 약 15%를 차지하는 중국 사업이 막힌 엔비디아, AMD 등 미국 AI 가속기 개발사와 램리서치 등 반도체 장비 업체들은 반발했다.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는 미국이 첨단 AI 칩의 중국 판매를 금지하면 중국 시장을 잃을 뿐 아니라 중국의 AI 칩 독립을 부추길 수 있다며 트럼프 행정부에 규제 완화를 설득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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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기타
일할 사람 늘리고, 국가 재정 튼튼히 해주죠
"미국에 투자하는 한국 기업의 근로자 비자 발급을 지원하는 '한국 투자·여행 데스크'(KIT 데스크)가 주한미국대사관에 문을 열었다. 대기업 협력 업체 직원도 KIT 창구를 통해 원활하게 미국 비자를 받을 수 있게 됩니다." "일본 정부가 외국인 귀화 요건과 영주 자격 심사를 강화한다. 다카이치 사나에 내각이 내건 외국인 규제 강화 일환입니다." -2025년 12월6일자 한국경제신문-같은 날 미국과 일본에서 나온 뉴스입니다. 얼핏 미국은 이민을 반기고, 일본은 통제하려 드는 것처럼 보입니다. 하지만 속내를 들여다보면 두 국가는 같은 고민을 안고 있지요. 제조업의 몰락, 저출산·고령화로 두 나라 모두 인력 부족 문제가 심각합니다. 동시에 외국인 유입이 가져온 사회·문화적 갈등과 복지비용 증가가 정치적 이슈로 불거지고 있습니다. 두 뉴스엔 “일손은 필요하지만 아무나 받지는 않겠다”는 이들 정부의 속내가 담겨 있습니다.한국으로서도 이민은 남의 문제가 아닙니다. 인력 부족에 시달리는 농촌과 어촌을 비롯해 전국의 공장과 건설 현장에 100만 명이 넘는 외국인이 일하고 있습니다. 올해를 기점으로 전체 인구 중 외국인이 5%를 넘어서며 경제개발협력기구(OECD)가 정의하는 ‘다문화사회’로 진입하기도 했지요. 오늘은 이민이 우리 경제에 어떤 영향을 끼치는지 알아보겠습니다.이민이 경제에 미치는 영향은 크게 세 가지 측면에서 볼 수 있습니다.첫째, 노동시장에서 이민은 일할 사람(노동공급)을 늘립니다. 수요·공급 곡선으로 보면 공급곡선이 오른쪽으로 이동하면서 총고용은 증가하고, 임금은 하락합니다.내국인 입장에서 보면 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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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근미 작가의 BOOK STORY
크리스마스 이브 대소동 끝에 만난 사랑
크리스마스를 소재로 한 소설은 대개 이브에 대소동을 겪은 후 기적의 성탄절을 맞이하는 해피 엔딩으로 끝난다. 세 편의 이야기가 매혹적으로 얽혀 주인공들이 마지막에 다 함께 웃는 < 렛 잇 스노우>는 고교생 세 쌍이 사랑을 찾거나 회복하는 이야기로 기적에 로맨스까지 더한다.모린 존슨 <주빌레 익스프레스>, 존 그린 <크리스마스의 기적>, 로렌 미라클 <돼지들의 수호신> 세 편으로 구성된 베스트셀러 <렛 잇 스노우>는 유니버설 픽쳐스에서 영화로도 만들었다. 3명의 작가는 미국도서관협회 선정 최고의 청소년 작가이자 베스트셀러 작가로 명성을 떨치고 있다. 특히 존 그린은 세계적 베스트셀러이자 영화 <안녕, 헤이즐>의 원작 소설 <잘못은 우리 별에 있어>의 저자로, 마이클 L. 프린츠 상과 에드거 앨런 포 상 등 권위 있는 상을 다수 수상했다.새로운 사랑이 싹트는 크리스마스<렛 잇 스노우>는 50년 만의 폭설이 쏟아진 그레이스 타운을 배경으로 펼쳐진다. 첫 번째 이야기 <주빌레 익스프레스>는 플로비 산타 마을 모형을 사러 간 주빌레의 부모가 과열된 구매 열기로 인한 다툼으로 유치장에 갇히면서 시작된다. 부모는 이웃집 변호사에게 전화해 주빌레가 플로리다의 할아버지 댁에 가서 크리스마스를 보낼 수 있게 해달라고 당부한다.16세의 고교생 주빌레가 탄 기차는 폭설로 그레이스 타운에서 멈추고 만다. 힘들게 와플하우스로 이동한 주빌레는 처음 만난 스튜어트의 제안으로 그의 집으로 향한다. 개울에 빠지는 등 온갖 고생 끝에 도착한 두 사람을 스튜어트의 어머니가 따뜻하게 맞이한다.주빌레가 전화로 기막힌 상황을 남자친구 노아에게 털어놓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