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사성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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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동열의 고사성어 읽기
見蚊拔劍 (견문발검)
▶한자풀이見: 볼 견蚊: 모기 문拔: 뽑을 발劍: 칼 검모기를 보고 칼을 뽑아든다사소한 일에 과민하게 대응함 - <위략(魏略)><위략(魏略)>은 중국 삼국시대 위나라 역사를 기록한 책이다. 위나라 사람 어환(魚)이 지은 이 책 ‘기리전’에는 한 노인의 얘기가 전해온다.조조에게 인정받아 대사농(大司農: 재정을 담당하는 관리)까지 지낸 왕사(王思)라는 사람이 있었다. 노년에는 성질 고약한 고집불통으로 변해 사소한 일에도 화를 내는 탓에 ‘가혹한 관리(苛吏)’로 불렸다. 성미가 급해서 글을 쓰는 데 파리(蠅)가 붓끝에 앉자 두세 번 쫓은 뒤 또 날아오니 화를 내며 일어나 쫓아냈고, 그래도 다시 오자 붓을 땅에 던지고 밟아 망가뜨렸다.이 고사는 조선에도 전해졌다. 세종의 명으로 만들어진 <운부군옥>을 비롯해 19세기 <송남잡지> <이담속찬> 등의 사전류와 속담집에도 나온다. 다만 왕사의 고사를 밝히되 이야기가 전해지면서 ‘모기를 쫓아내느라 칼을 뽑아 든다’는 견문발검(見蚊拔劍)으로 바뀌었다. 별것 아닌 일에 화를 내거나 사소한 일에 지나치게 대응하는 것, 작은 일을 하는 데 지나치게 큰 수단을 쓰는 것 등을 비유한다. 노승발검(怒蠅拔劍)으로도 쓴다.견문발검은 <논어>에 나오는 우도할계(牛刀割鷄)와 뜻이 닿는다. 우도할계는 닭을 잡는 데 소 잡는 칼을 쓴다는 의미로, 작은 일을 처리하는 데 지나치게 큰 수단을 사용함을 빗댄 말이다. 공자가 제자 자유(子遊)가 다스리는 무성에 와 보니 마을 곳곳에서 거문고 소리에 맞춰 노래하는 소리가 들렸다. 자유가 예악(禮樂)으로 그곳 백성들을 교화하는 것을 본 공자가 흐뭇한 마음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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姑息之計 (고식지계)
▶한자풀이姑: 시어미 고息: 아이 식之: 갈 지計: 셈할 계부녀자나 어린아이가 꾸미는 계책근본책이 아닌 임시변통을 이름 -<시자(尸子)> 등고식(姑息)은 두 가지 뜻이 있다. 하나는 ‘잠시 숨을 쉰다’는 의미로, 우선 당장에는 탈이 없고 편안히 지내는 것을 비유한다. 또 하나는 부녀자와 어린아이를 아울러 이르는 말로 쓴다.전국시대 시교(尸校)가 지은 <시자(尸子)>에는 “은나라 주왕은 노련한 사람의 말을 버리고 부녀자나 아이의 말만 사용했다(紂棄老之言 而用故息之語)”는 구절이 있다. 널리 보는 지혜가 아니라 눈앞의 이익만 좇는 사람들의 말을 들으면 화를 가져온다는 뜻이다.주왕은 은나라 마지막 임금으로 술을 좋아하고 음란했으며, 가혹하게 세금을 거둬 백성들의 원망을 산 인물이다. 시교는 진(秦)나라 재상 상앙의 스승으로, 유가(儒家)·묵가(墨家)·법가(法家) 사상을 두루 아울렀다.<예기(禮記)> 단궁편에는 “증자가 말하기를, 군자가 사람을 사랑할 때는 덕으로 하고 소인이 사람을 사랑할 때는 고식으로 한다(君子之愛人也以德 細人之愛人也以姑息)”는 구절이 있다. 군자는 덕으로 사랑하므로 오래가고 소인은 목전의 이익을 두고 사랑하기 때문에 오래가지 못한다는 뜻이다.고식지계(姑息之計)는 ‘부녀자나 어린아이의 계책’이란 뜻으로, 근본적 해결책이 아닌 임시방편이나 당장에 편한 것을 택하는 걸 비유한다. 남존여비(男尊女卑) 사상이 깔린 한자성어다.바늘로 꿰매듯 임시적으로 일을 처리하는 미봉책(彌縫策), 아랫돌을 빼서 윗돌을 괸다는 하석상대(下石上臺), 제 귀를 막고 방울을 훔친다는 엄이도령(掩耳盜鈴), 신발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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矯枉過正 (교왕과정)
▶한자풀이 矯: 바로잡을 교 枉: 굽을 왕 過: 지날 과 正: 바를 정구부러진 것을 펴려다 거꾸로 굽는다잘못을 고치려다 되레 더 나빠짐 -<후한서(後漢書)> 등후한의 원강이 지은 오나라 월나라 역사서 <월절서(越絶書)>에는 이런 구절이 있다. ‘원수를 갚고 적을 치는 것은 그 지성이 하늘에 통하지만 잘못을 고치려다가 오히려 정도가 지나친다(子之復仇 臣之討賊 至誠感天 矯枉過直).’<후한서(後漢書)>에도 뜻이 같은 문구가 있다. ‘나라가 잘 다스려지면, 사람들은 부정한 기풍과 혼란을 바로잡기를 바라는데 구부러진 것을 바로잡으면서 마땅한 정도를 지나치기도 한다(復入于矯枉過正之檢).’교왕과정(矯枉過正)은 굽은 것을 바로잡으려다 반대로 굽는다는 뜻이다. 흠을 고치려다 정도가 지나쳐 되레 나쁜 결과를 불러오는 것을 꼬집는 말이다. 교왕과직(矯枉過直)으로도 쓴다. ‘빈대 잡으려다 초가삼간 다 태운다’는 우리 속담과 뜻이 비슷하다. 작은 일에 힘쓰다 큰일을 그르친다는 소탐대실(小貪大失)과도 문맥이 닿는다.쇠뿔을 바로잡으려다 소를 죽인다는 교각살우(矯角殺牛)는 우리 귀에 더 익은 한자성어다. 중국에서는 예전에 종을 처음 만들 때 뿔이 곧게 나고 잘생긴 소의 피를 종에 바르고 제사를 지내는 풍습이 있었다. 한 농부가 제사에 올릴 쇠뿔이 조금 삐뚤어져 이를 바로 바로잡으려다 뿔이 뿌리째 빠져서 소가 죽었다는 고사에서 유래했다. 이 또한 작은 흠을 고치려다 수단이 지나쳐 일을 망치는 것을 비유한다.자공이 스승 공자에게 물었다.“자장과 자하는 누가 낫습니까.”“자장은 지나치고 자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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望雲之情 (망운지정)
▶ 한자풀이望: 바랄 망雲: 구름 운之: 갈 지情: 뜻 정구름을 바라보며 그리워하다타향에서 고향의 부모님을 생각함 - <당서(唐書)>측천무후(則天武后)는 당나라 고종의 황후로, 황태자들을 연이어 폐위시키고 자신이 황제가 된 여성이다. 스스로 주나라를 세워 15년간 다스린, 중국 역사상 전무후무한 여황제다. 그는 자신을 반대하는 사람들은 잔혹하게 제거했지만, 재능이 뛰어난 인물은 신분을 묻지 않고 파격적으로 기용했다. 이런 연유로 그의 주변에는 인재들이 모여들었는데, 적인걸(狄仁杰)도 그중 하나로 측천무후의 신임을 받아 재상에까지 올랐다. 군주의 곁에 가까이 가기 위한 모함은 어느 시대에나 있는 법. 그는 간신배 내준신(來俊臣)의 모함으로 옥고도 치렀다.적인걸이 병주 법조참군(法曹參軍)으로 있을 때, 그의 부모님은 하양(河陽) 땅 별업(別業)에 있었다. 그는 수시로 태행산에 올라 흰 구름이 외롭게 떠다니는 먼 곳을 바라보며 좌우 사람들에게 일러 말했다. “내 어버이가 저 구름이 나는 아래에 계신데, 멀리 바라만 보고 가서 뵙지 못하니 그 슬픔이 오래되었다.” 당나라 정사(正史)인 <당서(唐書)>에 전해오는 얘기다.망운지정(望雲之情)은 ‘구름을 바라보며 그리워하다’란 뜻으로, 타향에서 고향의 부모님을 그리는 마음을 이른다. 망운지회(望雲之懷)로도 쓴다. 백운고비(白雲孤飛) 역시 멀리 떠나온 자식이 부모님을 그리는 정을 일컫는다.짐승도 부모를 그리고, 고향을 그린다. 수구초심(首丘初心)은 여우가 죽을 때 구릉을 향해 머리를 둔다는 말이다. 근본을 잊지 않는다는 뜻, 죽어서라도 고향에 묻히고 싶어하는 마음을 함께 이른다. 호마의북풍(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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道不拾遺 (도불습유)
▶ 한자풀이 道: 길 도 不: 아닐 불 拾: 주울 습 遺: 잃을 유길에 떨어진 것을 줍지 않는다법이 잘 지켜져 나라가 태평함-<공자세가(孔子世家)> 등상군(商君)은 위(衛)나라 사람으로 이름은 앙(), 성은 공손(公孫)이다. 젊었을 때 형명학(刑名學)을 좋아해 정승 공숙좌를 섬겼다.형명학은 법으로 나라를 다스려야 한다는 학문으로, 전국시대 신불해, 상앙, 한비자 등이 주창했다. 상군은 공숙자가 죽은 뒤 위나라에서 쓰임이 없자 천하의 영재를 구한다는 소식을 듣고 진(秦)나라 효공을 찾아갔다.그는 효공을 설득해 연좌제와 신상필벌 등 변법(變法) 개혁을 단행했는데, 법 적용이 매우 엄중했다. 태자가 법을 범하자 태자의 보육관인 공자건과 사부 공손가를 처형했다. 그러자 10년쯤 뒤에는 ‘길에 떨어진 것을 줍는 자가 없고(道不拾遺)’, 백성들의 삶이 넉넉해졌으며, 군사의 사기도 높아져 싸우면 연전연승했다. <사기(史記)>에 나오는 얘기다.<한비자>에도 이와 유사한 얘기가 있다. 춘추시대 정(鄭)나라 재상 자산(子産)은 적재적소에 인재를 기용하면서 철저히 신상필벌 원칙을 지켰다. 그러니 5년 만에 도둑이 없고, 길에 물건이 떨어져도 주워 가지 않았으며, 길가에 과일이 열려도 따 가는 사람이 없었다.공자의 일대기를 담은 <공자세가>에도 비슷한 얘기가 전해온다. 노(魯)나라 정공(定公) 때 56세의 공자는 대사구(大司寇)가 돼 법 집행을 맡았다. 3개월이 지나자 거래에 속이는 일이 없어졌고, 남녀간에 음란함이 사라졌으며, 길에 떨어진 물건을 줍지 않아 관(官)의 도움 없이도 잃은 물건을 찾을 수 있었다.도불습유(道不拾遺)는 ‘길에 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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會者定離 (회자정리)
▶ 한자풀이 會: 만날 회者: 놈 자定: 반드시 정離: 헤어질 리만남에는 반드시 헤어짐이 있다인연의 무상함을 이르는 말 -<대반열반경(大般涅槃經)>부처의 열반(涅槃)이 다가오자 제자 아난자가 슬퍼했다. 부처가 아난자를 위로했다. “인연으로 맺어진 이 세상 모든 것은 덧없음으로 귀결되니, 은혜와 사랑으로 모인 것이라도 언젠가는 반드시 헤어지기 마련이다. 이 세상 모든 것이 그렇거늘 어찌 슬퍼하고 근심만 하랴.”아난자는 여전히 흐르는 눈물을 감추지 못했다. “하늘이나 땅에서 가장 거룩하신 스승님께서 머지않아 열반에 드신다니, 어찌 슬퍼하고 근심하지 않겠습니까. 저는 이 세상의 눈을 잃고, 중생은 자비하신 어버이를 잃나이다.”부처가 다시 아난자의 슬픔을 달랬다. “아난아, 슬퍼하지 마라. 내가 비록 한 겁을 머문다 해도 결국은 없어지리니, 인연으로 된 모든 것의 근본이 그러하니라.”석가모니의 열반을 중심으로 편찬한 <대반열반경(大般涅槃經)>에 나오는 얘기다.회자정리(會者定離)는 ‘만남에는 반드시 헤어짐이 있다’는 뜻으로, 불교의 윤회(輪廻)와 선이 닿는다. 떠남이 있으면 반드시 돌아옴이 있다는 거자필반(去者必返)과 대구로 많이 쓰인다. 태어난 자는 반드시 죽는다는 생자필멸(生者必滅)도 회자정리와 함의가 같다.불교와 관련된 사자성어는 많다. 아비규환(阿鼻叫喚)은 아비지옥과 규환지옥이라는 뜻으로, 여러 사람이 비참한 지경이나 고통에 처한 상황을 이른다. 일체유심조(一切唯心造)는 모든 것은 마음에 달렸다는 의미의 불교용어다. 마음에서 마음으로 전한다는 뜻의 염화미소(拈華微笑), 교리는 문자로 세우는 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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不恥下問 (불치하문)
▶한자풀이不 : 아닐 불恥 : 부끄러울 치下 : 아래 하問 : 물을 문아랫사람에게 묻는 게 부끄럽지 않다모르면 누구에게도 물어야 한다는 뜻 -<논어(論語)>자공(子貢)이 스승 공자에게 위(衛)나라 대부인 공문자(孔文子)의 시호(諡號)가 어떻게 해서 ‘문(文)’이 되었는지를 물었다.공자가 답했다. “공문자는 민첩해서 배우기를 좋아하고, ‘아랫사람에게 묻는 것을 부끄럽게 여기지 않았다. 그런 까닭에 시호를 문이라 한 것이다(敏而好學 不恥下問 是以謂文也).” 공자의 학문 자세를 엿볼 수 있는 대목으로 <논어(論語)> 공야장편에 나오는 얘기다.불치하문(不恥下問)은 글자 그대로 ‘아랫사람에게 묻는 것을 부끄럽게 여기지 않는다’는 뜻이다. 아무리 지위가 낮거나 못난 사람일지라도 자기가 모르는 것을 알 수 있으니 묻는 것을 주저하고 수치스럽게 생각해서는 안 된다는 의미다.공자가 관직에 있을 때 종묘(宗廟)에서 제사를 모시는 일이 있었다. 공자는 제사를 지내면서 제물의 위치 등을 두루두루 종묘지기에게 물었다. 집에 돌아온 공자에게 제자들이 물었다.“예(禮)로 말하면 스승님을 따를 사람이 없는데 어찌 종묘지기에게 그리 물으셨는지요.”공자가 답했다. “종묘에서는 그게 예니라.” 공자가 왜 대인(大人)인지를 보여주는 장면이다.공자천주(孔子穿珠)라는 말이 있다. 공자가 구슬을 꿴다는 뜻으로, 자기보다 못한 사람에게 모르는 것을 묻는 게 부끄러운 일이 아니라는 의미다. 공자가 실에 구슬 꿰는 법을 몰라 바느질하는 아낙네에게 물었다는 데서 나온 말이다. 공자는 아낙네의 말을 듣고 개미 허리에 실을 맨 뒤 구슬 구멍 반대쪽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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寸陰是競 (촌음시경)
▶ 한자풀이 寸 : 마디 촌陰 : 그늘 음是 : 이 시競 : 다툴 경아주 짧은 시간이라도다투어 귀히 쓰라는 뜻 - 《천자문(千字文)》<천자문(千字文)>은 4언절구의 한시(漢詩)이자 한문 습자의 대표적 교본이다. 전해오는 최초의 <천자문>은 남북조시대 양무제 때 학자 주흥사(周興嗣)가 쓴 것이다. 조선시대에도 서예가 석봉 한호(韓濩)가 쓴 <천자문> 등이 있다. 이 책에 이런 글귀가 있다. “한 자의 벽옥이 보배가 아니요, 한 치의 시간이야말로 보배니, 분초를 다투며 공부하고 수양해야 한다. 이것은 성현에게만 국한되는 말이 아니다. 성공한 사람은 늘 시간을 아꼈다.”이에 해당하는 한자가 척벽비보 촌음시경(尺璧非寶 寸陰是競)이다. 한 자짜리 구슬이라도 보배가 아니니, 촌각(寸刻)을 다투어 아껴 쓰라는 뜻이다. 세상 최고로 귀한 게 시간이라는 거다. 이 글귀 뒤에는 <진서(晋書)>와 <회남자(淮南子)>에 나오는 말이 이어진다. “도간이 항상 말하기를, 대우(大禹)는 성인이면서도 촌음(寸陰)을 아꼈으니, 보통사람으로서는 한 푼의 짧은 시간도 마땅히 아껴야 한다. 우임금은 햇빛이 한 치쯤 옮겨가는 것도 아낄 정도였으니 참으로 부지런히 살았다. 해도 돌고 달도 돌아 시간은 사람과 같이 있으려 하지 않는다. 그러하기에 성인은 한 자나 되는 보배는 귀히 여기지 않으면서도 한 치의 시간은 중히 여긴다.”촌(寸)은 아주 짧거나 날카롭다는 뜻이다. 짧으면서도 날카롭게 상대의 허를 찌르는 문장을 촌철살인(寸鐵殺人)이라고 한다.미국 시인 칼 샌드버그는 시간을 동전에 비유한다. “시간은 인생의 동전이다. 시간은 네가 가진 유일한 동전이고, 그 동전을 어디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