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동열의 고사성어 읽기] 치인설몽 (癡人說夢)
▶한자풀이
癡: 어리석을 치
人: 사람 인
說: 말씀 설
夢: 꿈 몽


바보에게 꿈 이야기를 들려주다
어리석은 사람이 허망한 말을 늘어놓음
- <냉재야화(冷齋夜話)>

고사성어는 세월이 흐르면서 원뜻이 바뀌는 경우가 잦다. 치인설몽(癡人說夢)도 그런 사례다.

남송(南宋)의 석혜홍(釋惠洪)이 지은 <냉재야화(冷齋夜話)>에는 다음과 같은 이야기가 실려 있다.

당나라 고승인 승가(僧伽)가 양쯔강과 화이허강 유역에 있는 지금의 안후이성 근처를 여행하고 있을 때의 일이다. 승가의 행동을 보고 어떤 사람이 이상히 여겨 “당신의 성이 무엇인가?”라고 묻자, 승가가 “성은 하씨다”라고 답했다. 다시 “어느 나라 사람인가?”라고 묻자 승가는 “하국 사람이다”라고 대답했다.

뒤에 승가가 죽은 뒤 당나라의 서도가 이옹(李邕)이 승가를 위해 비문을 썼는데, 승가가 장난삼아 한 대답인 줄 모르고 그의 전기에 ‘대사의 성은 하씨(何氏)이고, 하나라 사람(何國人)이다’라고 썼다. 승가가 농담으로 한 대답을 진실로 받아들이는 어리석음을 범한 것이다. 석혜홍은 이옹의 어리석음에 대해 <냉재야화>에서 이렇게 쓰고 있다.

“이는 곧 이른바 어리석은 사람에게 꿈을 이야기한 것이다(此正所謂對癡人說夢耳). 이옹은 결국 꿈을 참인 줄 믿고 말았으니 참으로 어리석은 사람이 아닐 수 없다.”

치인설몽(癡人說夢)은 어리석은 사람이 꿈 이야기를 한다는 뜻으로, 바보가 어떤 말을 하더라도 의미도 없고 아무 소용도 없음을 이르는 말이다. ‘라틴어로 말을 걸면 알아듣기나 하겠어? 완전 치인설몽이지’ 식으로 쓰면 된다. 하지만 오늘날에는 ‘바보가 종작없이 지껄인다’는 의미로 주로 사용한다. ‘그의 말은 거의 치인설몽 수준이야’ 식으로 쓴다.

작가/시인
'인문 고사성어' 저자
작가/시인 '인문 고사성어' 저자
치인설몽과 대비되는 촌철살인(寸鐵殺人)도 뜻이 바뀐 고사성어다. 본래는 ‘한 치 쇳조각으로 사람을 죽이듯 작은 것일지라도 한 가지에 집중해 참선하면 깨우치는 순간이 온다’는 뜻이지만 오늘날에는 아주 짧고 간결한 말로 핵심을 찌름을 이르는 말로 쓰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