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동열의 고사성어 읽기] 敗軍之將 (패군지장)
▶ 한자풀이
敗: 질 패
軍: 군사 군
之: 갈 지
將: 장수 장


싸움에서 진 장수를 뜻하며
패한 자는 구차한 변명을 하지 않음
- <사기(史記>)

한고조를 도와 천하 통일의 대업을 이룬 한신이 한창 세력을 넓혀갈 무렵의 일이다. 당시 조나라 군대는 세력이 강해 용장이자 지장인 한신에게도 부담스러운 존재였다. 하지만 천하 통일을 위해 조나라 정복은 필수였기에 한신은 위험을 무릅쓰고 조나라로 가는 통로인 정경을 지나가야 했다. 그곳은 폭이 좁은 길이어서 조나라의 기습을 받으면 꼼짝없이 당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한신은 첩자를 통해 조나라의 복병이 없음을 확인했고, 결국 협곡을 신속히 통과해 조나라와 싸워 대승을 거둘 수 있었다.

당시 조나라에서는 이좌거라는 장수가 정경에서 기습할 것을 주장했으나 대장군 진여가 그의 제안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기습은 군자가 할 도리가 아니라는 이유에서였다. 결국 진여는 패했고, 이좌거는 한신의 군사에게 사로잡히고 말았다. 이좌거가 뛰어난 명장임을 알고 있던 한신은 군사들에게 그를 사로잡으라고 명했다.

이좌거가 끌려오자 한신이 극진히 대접하며 말했다. “나는 북으로 연나라, 동으로 제나라를 공격하고자 합니다. 좋은 계책을 알려주시오.” 그러자 이좌거가 답했다. “예로부터 ‘패장은 용기를 말할 수 없고(敗軍之將 不可以言勇), 망한 나라의 대부는 국가의 보존을 꾀하지 않는다’고 했습니다. 어찌 포로가 나라의 계책을 말할 수 있겠습니까?” 그러자 한신이 다시 말했지요. “그건 그렇지 않소이다. 진여가 당신의 제안을 받아들였다면 지금 당신과 나는 자리를 바꾸어 앉았을 것이오. 사양 말고 계책을 말씀해 주십시오.”

결국 이좌거는 자신이 생각하는 계략을 이야기했고, 한신은 그의 책략에 따라 두 나라를 정복할 수 있었다.

작가/시인
'인문 고사성어' 저자
작가/시인 '인문 고사성어' 저자
<사기(史記)>에 나오는 얘기다. 패군지장(敗軍之將)은 싸움에 진 장수라는 말로, 패한 자는 구차한 변명을 늘어놓지 않는다는 뜻이다. 패배를 솔직히 받아들이고 상대를 인정하는 것이 진정한 용기다. 구차한 변명은 싸움에서 두 번 지는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