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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신동열의 고사성어 읽기

    莫逆之友(막역지우)

    ▶ 한자풀이莫 : 없을 막逆 : 거스릴 역之 : 어조사 지友 : 벗 우막역지우莫逆之友거리낌 없이 편하고 가까운 사이서로 뜻이 잘 맞는 아주 친밀한 벗 - 《장자(莊子)》장자(莊子)는 노자와 함께 도가(道家)를 대표하는 인물이다. 도가는 다스림이나 처세의 이치를 자연에서 배우라 한다. 자연의 순리에 어긋나지 않는 게 도가적 처세다. 유가는 인과 덕의 정치를 주장하고, 도가는 도의 정치를 칭송한다.도가 사상이 담긴 《장자》는 비유나 표현이 과장되지만 함의는 매우 깊다. 《장자》내편 대종사(大宗師)에는 바깥 사물에 얽매이지 말고 천리(天理)를 좇아 마음을 비우라는 얘기를 하기 위한 도입부로 가공인물을 등장시킨 두 내용의 대화가 나온다.자사·자여·자려·자래 네 사람이 서로 얘기를 나눈다. “누가 능히 없는 것으로 머리를 삼고, 삶으로 척추를 삼고, 죽음으로 엉덩이를 삼겠는가. 누가 생사존망(生死存亡)이 일체임을 알겠는가. 내 이런 사람과 벗이 되리라.” 네 사람이 서로 보며 웃고 마음에 거슬리는 게 없어서 마침내 서로 벗이 되었다(四人 相視而笑 莫逆於心 遂相與爲友).세 사람이 나누는 대화도 나온다. 자상호·맹자반·자금장 세 사람이 더불어 말했다. “누가 능히 서로 사귀는 게 아니면서도 서로 사귀고, 서로 돕는 것이 아니면서도 서로 도울 수 있을까. 누가 능히 하늘에 올라 안개 속에서 놀고 끝이 없는 곳(無極)에서 자유롭게 다니며, 서로 삶도 잊은 채 다함이 없을 수 있겠는가.” 세 사람이 서로 보며 웃고 마음에 거슬림이 없어 서로 벗이 되었다.막역지우(莫逆之友)는 본래 천지의 참된 도를 깨달아 사물에 얽매이지 않는 마음을 가진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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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安貧樂道(안빈낙도)

    ▶ 한자풀이安 : 편안할 안貧 : 가난할 빈樂 : 즐거울 락道 : 길 도가난을 편안히 여기고 도(道)를 즐기다재물에 욕심을 버린 삶의 태도를 일컬음 -《논어》안회(顔回)는 중국 춘추시대 노나라 사람으로 공자의 제자다. 자는 자연(子淵)이며, 자(字)를 따서 안연(顔淵)·안자연(顔子淵)이라고도 부른다. 그는 은군자적인 성격으로 “자기를 누르고 예(禮)로 돌아가는 것이 인(仁)이다”, “예가 아니면 보지도 말고, 듣지도 말고, 말하지도 말고, 행동하지도 말라”는 공자의 가르침을 지켰다. 공자는 “안회는 화를 남에게 옮기지 않고 같은 잘못을 두 번 되풀이하지 않는다(不遷怒 不貳過)”며 그를 특히 아꼈다.《논어》에는 안연과 관련한 대목이 많이 나온다. 술이(述而)편에는 “나물밥에 물을 마시고 팔을 베고 눕더라도 즐거움이 있으니, 떳떳하지 못한 부귀는 나에게 뜬구름과 같다(飯疏食飮水, 曲肱而枕之, 樂亦在其中矣, 不義而富且貴, 於我如浮雲)”고 하여 먹는 것이 하찮고, 누리는 것이 보잘것없어도 욕심 부리지 않고 만족하는 삶을 추구하는 공자의 말이 나온다. 이를 가장 잘 지킨 제자가 바로 안연이다. 옹야(雍也)편에는 다음과 같은 문장이 있다. “어질다, 안회여. 한 그릇의 밥과 한 표주박의 음료로 누추한 시골에 있는 것을 다른 사람들은 견디지 못하는데, 안회는 그 즐거움을 바꾸지 않으니, 어질다, 안회여(賢哉回也. 一簞食一瓢飮, 在陋巷, 人不堪其憂, 回也不改其樂, 賢哉回也)”라고 했다.안빈낙도(安貧樂道)는 구차(苟且)하고 가난한 생활에서도 그에 구속되지 않고 편안한 마음으로 도(道)를 즐기는 것을 일컫는다. 이는 옛 선비들의 생활신조이기도 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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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千篇一律(천편일률)

    ▶ 한자풀이千 : 일천 천篇 : 책 편一 : 한 일律 : 법 률천 가지 작품이 한 가지 율조라는 뜻으로어떤 것들이 특성 없이 엇비슷함을 일컬음 -《예원치언(藝苑言)》 등개성의 시대다. ‘누구나 할 수 있다’는 점차 낡은 구호가 되어가고 있다. 이 시대는 내가 무엇을 더 잘할 수 있을까를 고민해야 하는 시대다.일상에서 또는 신문기사 등에서 자주 쓰이는 천편일률(一律千篇)은 ‘천 가지 작품이 한 가지 율조’라는 뜻으로 여러 시문의 격조가 차별 없이 비슷비슷함을 이르는 말이다. 사물이 특성 없이 판에 박은 듯이 엇비슷함을 일컫는 데도 두루 쓰인다. 대동소이(大同小異)도 맥락은 비슷하다. 다만 대동소이가 가치중립적인 뜻을 내포하는 반면 천편일률은 부정적 의미가 강하다.천편일률이란 표현은 여러 곳에서 언급된다. 왕세정(王世貞)은 명나라 후기 고문사(古文辭)파의 지도자가 된 문학가로, 격조를 소중히 여기는 의고주의(擬古主義)를 주창했다. 그의 문학·예술론이 담긴 《예원치언》에는 “백낙천(白樂天)은 나이가 들어 족함을 알라는 글을 썼는데 모든 작품이 천편일률이었다.(白樂天晩更作知足語, 千篇一律)”라는 구절이 나온다.송나라 문호 소식(蘇軾)도 《답왕양서(答王庠書)》에서 “오늘날 시험에 제출한 문장들은 천 사람의 글이 하나의 격률이어서 시험관들도 역겨워한다(今程試文字, 千人一律, 考官亦厭之)”고 탄식했다. 허균은 《성소부부고》에서 “소식은 텅 빈 듯하면서도 한없이 넓은 마음으로 사람들과 경계를 다투지 않으셨다. 현명하거나 어리석거나, 귀하거나 천하거나를 막론하고 모두 즐겁게 어울렸으니 유하혜의 화광동진(和光同塵) 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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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千載一遇(천재일우)

    ▶ 한자풀이千 : 일천 천載 : 해 재, 실을 재一 : 한 일遇 : 만날 우천 년에 한 번 만난다는 뜻으로좀처럼 얻기 어려운 기회를 의미 -《삼국명신서찬》중국 동진시대에 원굉(袁)이라는 사람이 있었다. 글재주가 뛰어났지만 집안이 어려워 배에서 짐꾼으로 일하던 어느 가을밤, 강에 나가 시 한 수를 읊었다. 마침 사상이라는 귀족이 배를 띄우고 달구경을 하다 그 시를 듣고 원굉을 찾았다. 이 인연으로 원굉은 동양군 태수가 되었다. 그가 쓴 《삼국명신서찬(三國名臣序贊)》은 삼국지에 나오는 20명의 건국 명신에 대한 행장기(行狀記: 일생의 행적을 적은 기록)다. 위나라 9명, 촉나라 4명, 오나라 7명을 담고 있는데 제갈량·방통 등 잘 알려진 인물도 있지만 낯선 인물도 많다. 명신을 예찬하는 내용 중에 다음과 같은 구절이 있다.“만 년에 한 번 있는 기회는 이 세상의 공통된 법칙이며, 천 년에 한 번 오는 만남은 현군과 명신의 진귀한 해후다(夫萬歲一期, 有生之通途, 千載一遇, 賢智之嘉會).”원굉은 이어서 “이 같은 기회를 누구나 기뻐하지 않고는 못 견디니, 기회를 잃으면 어찌 개탄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라고 하면서 현명한 군주와 뛰어난 신하의 만남이 그만큼 이뤄지기 어려운 것임을 강조했다. 그는 또 “말을 알아보는 사람을 만나지 못하면 천 년이 지나도 천리마는 한 마리도 나오지 못한다”고 했다.《삼국명신서찬》에서 유래된 천재일우(千載一遇)는 좀처럼 만나기 힘든 기회를 의미하며 만세일기(萬歲一期), 천재일시(千載一時), 천재일회(千載一會), 천세일시(千歲一時)라고도 한다. 사공견관(司空見慣)은 반대로 자주 보아 신기하게 여기지 않는다는 뜻이다. 여기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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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동열의 고사성어 읽기

    千里眼 중국 위나라 광주 관청 앞이 사람들로 북새통을 이뤘다. 관원이 놀라 물었다. “대체 무슨 일로 이리 소란이오?” 사람들이 이구동성으로 답했다. “오늘 관청 창고를 열고 저장된 곡식을 나눠준다고 들었소. 연속된 흉년으로 가족들이 모두 굶어죽을 지경이오.” 관원이 말도 안 된다며 손사래를 쳤다. “관청의 창고를 연다고? 누가 그런 황당한 소리를 했소?” 그때 뒤에서 점잖은 목소리가 들려왔다. “내가 그랬네.” 얼마 전 광주 지사로 부임한 양일(楊逸)이었다. 양일이 관리들에게 명했다. “관청의 창고를 열어 식량을 나줘주게.” 관리들이 멈칫했다. “나리의 명이라도 나라의 창고는 함부로 열 수 없습니다. 조정에 보고부터 해야 합니다.” “백성이 저리 죽어가고 있는데 절차가 뭐 그리 중요한가. 어서 창고를 열게.” 창고가 열리고 줄지어 기다리던 사람들이 식량을 받아갔다. 이런 소문은 조정에까지 알려졌다. 조정 대신들은 절차를 무시한 양일에게 죄를 물어야 한다고 주장했지만 왕의 생각은 달랐다. “백성을 먼저 생각한 처신이 기특하구나. 광주의 관리들을 불러 요즘은 백성의 생활이 어떤지 알아보도록 하라.” 왕의 명에 따라 광주의 관리들이 불려왔지만 이상하게도 하나같이 도시락을 싸 들고 와 조사를 받았다. 조사를 마친 뒤 음식이라도 대접하려 하면 거듭 사양하고 서둘러 광주로 돌아갔다. “큰일 날 소립니다. 그런 일을 양사군께서 아시면 혼쭐이 납니다.” “여기서 광주가 얼마나 먼데 그걸 어찌 알겠는가.” “양사군께서는 천리 앞을 내다보는 능력이 있으신데, 어찌 이를 속일 수 있겠습니까(楊使君有千里眼 那可欺之).” 남북조시대 북제의 위수가 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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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盡人事待天命(진인사대천명)

    ▶ 한자풀이盡 : 다할 진人 : 사람 인事 : 일 사待 : 기다릴 대天 : 하늘 천命 : 목숨 명자신의 할 일에 최선을 다하고하늘의 명(命)을 기다린다는 뜻 《삼국지연의》《삼국지연의》는 명나라 때 나관중이 지은 장편 소설이다. 중국의 4대 기서 중 하나로 위·촉·오의 3국 정립을 거쳐 진(晉)나라 성립까지의 역사를 소설화했다. 진나라 진수가 편찬한 정사인 《삼국지》를 바탕으로 하면서도 위의 정통 왕조설을 일축하고, 촉나라를 후한의 정통을 잇는 나라로 내세우고 있다. 내용도 유비 관우 장비의 도원결의로 시작해 촉나라를 중심으로 서술되고 있으며, 여러 영웅 호걸의 활약상과 극적 장면의 연속으로 중국 역사 소설의 백미로 평가받는다.위나라와 초나라·오나라 연합군이 맞붙은 적벽대전에서 제갈량은 관우에게 화용도에서 기다리다 도주해 오는 조조를 죽이라고 했다. 하지만 관우는 옛정을 생각해 조조를 놓아주었고, 제갈량은 군령을 어긴 죄로 관우를 참하려 했다. 유비가 죄는 중해도 피로 결의한 형제를 죽일 수 없으니 살려 달라 간청했다. 이에 제갈량이 “제가 사람으로서 할 수 있는 방법을 모두 쓴다 해도 목숨은 하늘의 뜻에 달려 있으니 하늘의 명을 기다릴 뿐입니다(盡人事待天命)”라고 했다.진인사대천명(盡人事待天命)은 큰일을 앞두고 사람이 할 수 있는 일을 다 한 후에(盡人事) 하늘에 결과를 맡기고 기다린다(待天命)는 말로 좌우명으로도 많이 쓰인다.청나라 소설가 이여진이 쓴 《경화록》에는 진인사청천명(盡人事聽天命)이란 구절이 있는데 이 또한 의미가 같다.《삼국지》 《삼국지연의》는 고사성어의 보고다. 측근을 벌해 규율을 세운다는 읍참마속(泣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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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無爲而化(무위이화)

    ▶ 한자풀이無 : 없을 무爲 : 할 위而 : 어조사 이化 : 될 화아무것도 하지 않음으로써 교화함꾸밈이 없어야 백성들이 따른다는 의미 -《노자》무위(無爲)는 도가(道家) 사상의 핵심이다. 무위는 아무것도 하지 않는다는 뜻이 아니라 자연의 이치를 거스르는 일을 인위적으로 하지 않는다는 의미다. 도가를 설명하면서 자주 언급되는 무위자연(無爲自然)은 바로 이를 뜻한다. 도가는 인위적으로 선을 긋지 말라 한다. 선을 그으면 피아가 구별되고 선과 악, 높고 낮음, 밝고 어둠이 갈라지면서 세상을 이분법으로 보게 된다는 것이다. 상선약수(上善若水)는 지극히 착한 것은 마치 물과 같다는 뜻으로 노자 사상에서 물은 만물을 이롭게 하면서도 다투지 아니하는, 이 세상에서 으뜸가는 선의 표본으로 여기어 이르던 말이다.《노자(老子)》 제57장 순풍(淳風)에는 다음과 같은 내용이 나온다. “나라는 바른 도리로 다스리고, 용병은 기발한 전술로 해야 하지만, 천하를 다스림에 있어서는 무위로 해야 한다.(중략) 그러므로 성인은 다음과 같이 말했다. ‘내가 아무것도 하지 않으니 백성들이 스스로 감화되고(我無爲 而民自化), 내가 고요하니 백성들이 스스로 바르게 되며(我好靜 而民自正), 내가 일을 만들지 않으니 백성들이 스스로 부유해지고(我無事 而民自富), 내가 욕심을 부리지 않으니 백성들이 스스로 소박해진다(我無欲 而民自樸).’”노자는 문화를 인류의 욕심이 낳은 산물로 본다. 문화가 인류의 생활을 편하게는 하였지만 인간의 본심 또한 잃게 만들었으니 학문과 지식을 버리라고까지 한다. 현대인의 시각과는 어긋나지만 함의는 깊다. 무위이화는 무위이민자화(無爲而民自化)를 줄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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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墨翟之守(묵적지수)

    ▶ 한자풀이墨 : 먹 묵翟 : 꿩 적之 : 갈 지守 : 지킬 수자신의 주의·주장·소신 등을융통성 없이 고집함을 비유 - <묵자>묵자(墨子)는 중국 전국시대 송나라 사람이다. 그는 생명이 있는 것을 두루 사랑하고 검소질박함을 숭상하는 묵가(墨家)의 시조다. 묵적(墨翟)은 묵자의 본이름이다.초나라가 성벽을 타넘을 수 있는 특수 사다리(운제계)를 개발하고 송나라를 치려 한다는 소식을 듣고 묵자가 급히 초나라로 갔다. 묵자는 먼저 초나라 실력자인 공수반을 만나 시치미를 떼고 말했다. “북쪽에 사는 어떤 자가 이 사람을 매우 모욕했습니다. 저는 힘이 없으니 상공께서 저를 대신해 그를 죽여주시지요.” 공수반은 불쾌한 듯 답했다. “나는 의(義)를 중히 여기는 사람이오. 남의 사사로운 원한에 개입해 살인할 사람으로 보지 마시오.” 이때다 싶어 묵자가 대꾸했다. “상공께서는 그토록 의를 중히 여기시면서 어찌하여 구름에 닿을 만큼 높은 사다리까지 만들어 아무 죄 없는 송나라 백성들을 죽이려 하시는지요?”대답이 궁해진 공수반은 묵자가 왕을 알현하도록 주선하고 한 발짝 물러났다. 묵자는 초왕을 설득하기 시작했다. “전하의 나라는 사방 5000리나 되고 송나라는 겨우 500리에 불과한데, 이처럼 명백한 우열에도 초나라가 송나라를 침공하는 것은 도적의 심보와 다를 바가 없다고 생각합니다.”변명이 궁색해진 왕이 우물쭈물했다. “과인은 공수반이 운제계를 개발해 실험해 볼까 했을 뿐이오.” “외람된 말이오나, 그 운제계가 실은 별로 쓸모 없는 물건인 줄 압니다.” 그 말에 발끈한 공수반이 왕 앞에서 모의전을 벌여 그 결과를 가지고 전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