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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신동열의 고사성어 읽기

    彌縫策(미봉책)

    ▶ 한자풀이彌 : 두루 미縫 : 꿰맬 봉策 : 꾀 책터진 곳을 임시로 깁는다는 뜻으로잘못된 것을 임시변통으로 처리함-《춘추좌씨전》춘추시대 주나라 환왕(桓王) 13년(BC 707) 때의 일이다. 환왕은 제후국들의 패권 싸움으로 명목상의 천자국으로 전락한 주나라의 위상을 다시 세우고자 정나라를 치기로 했다. 당시 정나라 장공(莊公)은 나라가 날로 강성해지자 천자인 환왕을 노골적으로 무시했다. 환왕은 침공에 앞서 장공의 위세를 꺾고자 왕실 경사(卿士)로서의 정치적 실권을 박탈했다. 장공은 이런 조치에 분개해 조현(朝見: 신하가 조정에 들어가 임금을 배알하는 일)을 중단했고, 환왕은 이를 빌미로 징벌군을 일으키고 제후들에게도 참전을 명했다.왕명을 받고 진나라 위나라 등 여러 제후국의 군사가 모이자 환왕은 자신이 총사령관이 되어 정나라 정벌에 나섰다. 천자가 직접 자기 군사를 거느리고 싸움에 나가는 자장격지(自將擊之)는 춘추시대 240여 년 동안 전무후무한 일이다. 정나라 수갈에 도착한 왕의 군대는 장공의 군사와 마주했다. 정나라 공자인 원(元)이 장공에게 진언했다. “지금 좌군에 속한 진나라 군사는 국내 정세가 불안해 전의를 잃었습니다. 하오니 먼저 진나라 군사부터 공격하십시오. 그러면 진나라 군사들이 달아날 것이고, 환황이 지휘하는 중군은 혼란에 빠질 것입니다. 그럼 채나라의 우군도 맞서지 못하고 퇴각할 것입니다. 이때를 노려 중군을 치면 승리는 우리 것입니다.”원의 진언은 적중했다. 장공은 물고기들이 떼를 짓는 것처럼 촘촘한 원형의 진을 쳤고 전차와 전차 사이의 틈은 보병으로 미봉(彌縫:두루 메움)했다. 결국 왕군은 대패하고 환왕은 어깨에 화살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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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門外漢(문외한)

    ▶ 한자풀이門 : 문 문外 : 바깥 외漢 : 사내 한‘문 밖의 사람’이라는 뜻으로그 분야에 전문지식이 없는 사람을 이름 -《오등회원》소동파는 북송 시대 최고의 시인이다. “독서가 만 권에 달해도 율(律:당대 정치가 왕안석의 율법)은 읽지 않는다”고 해 초유의 필화사건을 일으키기도 했다. 당나라 시가 서정적인 데 비해 그의 시는 철학적 요소가 짙다. 그가 동림사에 묵을 때 시 한 수를 지었다.“물소리는 모두가 부처님의 설법이고/산 빛 또한 부처님의 청정 법신이로다/밤새들은 부처님의 팔만사천 법문을/이후 사람들에게 어떻게 다 전할까”어느 날 증오 선사가 암원 선사를 찾아가 얘기를 나누다가 소동파의 이 시를 언급하며 그의 경지를 높이 평가하자 암원 선사가 말했다. “그의 설법에는 길이 없으니, 어디에 도달하려는 것인지 모르겠지 않은가.” 증오 선사가 반박했다. “그가 ‘시냇물 소리는 부처의 설법이오, 산 빛은 청정한 부처의 몸일세’라고 읊지 않았습니까. 경지에 이른 것이 아니라면 어떻게 이런 말을 할 수 있었겠습니까.” 암원 선사가 다시 말을 받았다. “문외한일 뿐이다(是門外漢耳).” 이에 증오 선사가 “그렇다면 스님, 부디 설법을 베풀어 주십시오” 하니 암원 선사는 “지금 여기 앉아 참선하며 구하다보면 네가 어디서 왔는지 알게 될 것이다”라고 했다.암원 선사의 말을 듣고 밤새 잠을 못 이루던 증오 선사는 이튿날 동틀녘에 갑자기 의구심이 풀려 “동파거사는 하고픈 말이 너무 많아/소리와 빛의 울타리 속에서 도달하려 하네/계곡물이 소리라면 산은 빛이니/산과 물이 없어야 수심 깊은 이에게 좋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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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欲速不達(욕속부달)

    ▶ 한자풀이欲 : 하고자 할 욕速 : 빠를 속不 : 아닐 부達 : 통달할 달빨리 하고자 하면 도달하지 못함급하게 하면 도리어 이루지 못함-《논어(論語)》공자의 제자 자하(子夏)가 거보라는 고을의 장관이 되자, 공자를 찾아와 정치를 물었다. 공자가 다스리는 방법을 일러주었다. “작은 이익만 보고 일을 서두르면 되레 이루지 못한다. 작은 일을 취하려 하면 결코 큰일을 이루지 못한다(見小利 欲速則不達 見小利則大事不成).”《논어》 자로편에 나오는 욕속부달(欲速不達)은 ‘일을 속히 하려고 서두르면 도리어 이루지 못함’을 이른다. 같은 대목에서 나오는 ‘잘 만들려고 너무 기교를 부리면 도리어 졸렬하게 된다’는 욕교반졸(欲巧反拙)도 뜻이 같다. ‘천천히 서둘러라’는 로마 속담도 서로 맥이 닿는다. 고대 로마 첫 황제 옥타비아누스는 정치를 하면서 이 말을 늘 마음에 새겼다고 한다.‘급하다고 바늘허리에 실 매어 쓸까’ ‘우물에 가 숭늉 찾는다’ ‘사흘 길을 하루에 가 열흘 드러눕는다’ ‘번갯불에 콩 볶아 먹는다’ 등 우리말에도 서두름을 경계한 속담이 많다.일상에서 자주 쓰는 조장(助長) 역시 조급증을 경계하는 고사성어다. 《맹자》에는 이런 얘기가 있다. 옛날 중국의 어느 마을에 성질이 급한 농부가 있었다. 늦봄이 되어 논에다 벼를 심기는 했는데, 벼이삭이 달릴 때까지 기다려야 한다고 생각하니 한심한 생각이 들었다. 그러던 어느 날 논에 나가 보니 이웃집 논의 벼가 더 많이 자란 듯이 보였다. 조급한 마음에 머리를 굴렸다. 바짓가랑이를 걷어붙이고 논에 들어가 벼 포기를 하나하나 조금씩 뽑아올렸다.농부는 저녁에 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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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信賞必罰(신상필벌)

    ▶ 한자풀이信 : 믿을 신賞 : 상줄 상必 : 반드시 필罰 : 죄 벌공이 있는 사람에는 반드시 상을 주고죄지은 자에게는 반드시 벌을 준다는 뜻 - 《한비자(韓非子)》중국 춘추시대 진헌공(晉獻公)의 서자 중이(重耳)는 아버지의 애첩인 여희의 계략으로 긴 세월 망명생활을 했다. 19년 만에 귀국한 그는 진문공(晉文公)으로 등극했다. 62세라는 나이에 군주의 자리에 올랐지만 파란만장한 삶을 살면서 겪은 풍부한 경험이 있었고, 정치를 펼치는 데 주변 인재들에게 조언을 구할 줄 알았다.어느 날 진문공이 오랜 충신이자 장인인 호언(狐偃)에게 물었다. “내가 좋은 음식을 신하들에게 두루 내려주고 백성들의 집에도 술과 고기를 주려 하오. 병사들에게는 공납된 직물로 옷을 만들어 입히려 하오. 이리하면 백성들이 나를 위해 싸우게 하기에 충분하겠소?”호언이 답했다. “부족합니다.” 진문공이 다시 말했다. “백성들이 재산을 잃으면 관리를 보내 전후를 조사해 궁핍한 자에게는 은혜를 베풀어 주고 죄가 있는 사람은 사면해주겠소. 이러면 되겠소?” 호언이 다시 답했다. “그래도 부족합니다.” 문공이 재차 물었다. “그럼 어떻게 해야 백성들이 나를 위해 전장에 나서려 하겠소?”호언이 말했다. “공이 있는 이에게는 반드시 상을 주고, 죄를 지은 이에게는 반드시 벌을 내리면 됩니다. 그러면 전쟁에 나가지 않을 수 없을 것입니다(信賞必罰, 其足以戰).” 문공이 다시 물었다. “그럼 징벌의 경계는 어디까지 하면 좋겠소?” 호언이 답했다. “친근한 사람이나 존귀한 사람을 피해가지 않고, 잘못이 있다면 총애하는 사람에게도 형벌을 내려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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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蛇足(사족)

    ▶ 한자풀이蛇 : 뱀 사足 : 발 족‘뱀의 발’이란 뜻으로쓸데없는 군더더기를 비유-《사기》 《전국책》초나라에 제사를 맡아보는 사람이 있었다. 어느 날 제사를 마친 뒤, 임금을 가까이에서 모시는 시종들에게 남은 술을 나눠주려고 했다. 한데 술을 마시려는 시종들은 많은데 술이 모자랐다. 이에 한 사람이 나서서 말했다. “어차피 부족한 술이니 나눠 마시지 말고 한 사람에게 몰아줍시다. 땅에 뱀을 가장 먼저 그린 사람에게 술을 전부 주는 것은 어떻겠소?”시종들이 모두 고개를 끄덕이고는 뱀을 그리기 시작했다. 얼마 후 한 사람이 그림을 내놓으며 말했다. “자, 내가 가장 먼저 그렸으니 술은 내 것이오.” 말을 마친 그가 술병을 잡으려는 순간 옆에 있던 시종이 술병을 가로채며 말했다. “그 술은 내 것이오. 당신은 뱀에 없는 다리까지 그렸으니 어찌 뱀 그림이라 할 수 있겠소.” 《사기》와 《전국책》에 나오는 얘기다.이 이야기에서 쓸데없이 덧붙인 일, 또는 군더더기를 사족(蛇足)이라 부르게 되었다. 사족은 화사첨족(畵蛇添足)의 준말이다. 뜻이 정확히 일치하지는 않지만 ‘지붕 위에 지붕을 또 씌운다’는 옥상가옥(屋上架屋)도 함의가 비슷하다.동진(東晉)의 유중초가 수도 남경의 아름다움을 묘사한 《양도부(揚都賦)》를 지었을 때 가장 먼저 이 글을 세도재상 유양에게 보였다. “그의 《양도부》는 좌태충이 지은 《삼도부(三都賦)》에 비해 전혀 손색이 없다.” 유양은 친척의 정리를 생각해서 과장된 평을 해 주었다. 사람들은 앞다퉈 그 글을 베꼈고 종이 값은 치솟았다. 그러나 이 같은 경박한 풍조를 당시 태부(太傅)로 있던 사안석은 이렇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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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牛刀割鷄(우도할계)

    ▶ 한자풀이牛 : 소 우刀 : 칼 도割 : 나눌 할鷄 : 닭 계소 잡는 칼로 닭을 잡는다는 뜻으로작은 일에 너무 큰 힘을 사용함을 비유 - 《논어(論語)》자유(子遊)는 중국 춘추시대 오(吳)나라 사람이다. 공문십철(孔門十哲: 공자 문하의 뛰어난 열 제자)에 속하며, 자하(子夏)와 더불어 문학에 뛰어난 재능을 보였다.자유가 노나라에서 읍재(邑宰)라는 벼슬에 올라 작은 읍인 무성을 다스릴 때의 일이다. 하루는 공자가 무성에 들렀는데 마을 곳곳에서 거문고 소리에 맞춰 노래하는 소리가 들려 왔다. 자유가 공자에게서 배운 예악(禮樂)을 가르쳐 백성을 교화하고 있었던 것이다. 공자는 흐뭇한 마음에 빙그레 웃으며, “닭을 잡는 데 어찌 소 잡는 칼을 쓰느냐(割鷄焉用牛刀)” 하고 물었다. 말뜻 그대로는 ‘이처럼 작은 고을을 다스리는데 무슨 예악이 필요하냐’는 의미지만, 실은 제자의 행함이 뿌듯해 농(弄)으로 던진 말이었다.이에 자유가 답했다. “예전에 선생님이 말씀하시기를 ‘군자가 도(道)를 배우면 사람을 사랑하고, 소인이 도를 배우면 부리기가 쉽다’고 하셨습니다.” 공자는 이 말을 듣고 수행하는 제자들을 불러모은 뒤 “제자들아, 자유의 말이 옳다. 조금 전에 내가 한 말은 농담이다”라고 했다. 여기서 공자가 “닭을 잡는 데 어찌 소 잡는 칼을 쓰겠는가”라고 한 것은 자유가 나라를 다스릴 만한 인재인데도 무성과 같은 작은 읍에서 성실하게 일하는 모습이 대견해 빗대 말한 것이다. 《논어》 양화편에 나오는 얘기다.이 이야기에서 유래한 우도할계(牛刀割鷄)는 ‘닭 잡는 데 소 잡는 칼을 쓴다’는 뜻으로, 작은 일에 지나치게 큰 힘을 사용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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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飛龍乘雲(비룡승운)

    ▶ 한자풀이飛 : 날 비龍 : 용 룡乘 : 탈 승雲 : 구름 운용이 구름을 타고 난다는 뜻으로영웅이 때를 만나 권세를 누림의 비유 - 《한비자》한비자(韓非子·기원전 약 280~233년)는 ‘동양의 마키아벨리’로 불리는 인물로, 중국 전국시대 말기 한(韓)나라 출신이다. 중국 고대의 이름난 사상가이자 법가 학파를 대표하는 인물이다. 최초로 중국을 통일한 진시황의 통치 기반에는 그의 사상이 깔려 있다.한비의 술(術)은 군주가 신하를 부리는 통치술이다. 교언영색(巧言令色·교묘한 말과 알랑거리는 얼굴빛)의 본 모습을 읽어내 엄격한 상과 벌로 신하를 다스려야 군주의 권위가 높아지고 나라가 바로선다는 것이 핵심이다. 균형 잡히고 엄격한 신상필벌(信賞必罰)은 그가 주창한 통치술의 핵심이다. 그는 인간의 욕망이 커지면서 덕(德)이 허물어진 공간을 엄격한 법치(法治)로 메워야 한다고 생각했다.《한비자》 ‘난세(難勢)편’에는 다음과 같은 구절이 있다. “하늘을 나는 용은 구름을 타고 오르고(飛龍乘雲), 뛰어오르는 뱀은 안개 속에 노닌다((騰蛇遊霧). 구름이 없어지고 안개가 걷히면 하늘을 나는 용이나 뛰어오르는 뱀도 지렁이나 개미와 같이 미미한 존재가 된다. 비록 현자(賢者)일지라도 권력이 약하고 지위가 낮으면 권력이 강하고 지위가 높은 우자(愚者)에게 머리를 숙이고 복종해야만 하는 것이다.”이 구절에서 유래한 비룡승운(飛龍乘雲)은 용이 구름을 타고 하늘을 난다는 뜻으로, 영웅호걸이 때를 만나고 권세를 얻는 것을 비유하는 고사성어다. 거꾸로 현명한 자도 권세가 약하고 지위가 낮으면 그 능력을 펴지 못함을 의미한다. 의지하고 부릴 수 있는 수단이 없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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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日暮途遠(일모도원)

    ▶ 한자풀이日 : 날 일暮 : 저물 모途 : 길 도遠 : 멀 원날은 저물고 갈 길은 멀다는 뜻으로할 일은 많지만 시간이 없음을 비유-<사기(史記)>오자서(伍子胥)는 춘추시대 초(楚)나라 사람이다. 그의 아버지 오사와 형 오상은 소부 비무기의 참언(讒言: 거짓으로 남을 헐뜯어 윗사람에게 고해바침)으로 평왕에게 죽임을 당했다. 이에 오자서는 오(吳)나라로 도망가 후일 복수를 기약했다.마침내 오나라의 행인(行人: 외교장관에 해당하는 관직)이 된 오자서는 오왕 합려를 설득해 초나라를 공격했다. 오자서가 직접 군사를 이끌고 초나라를 공격해 수도를 함락시켰지만, 원수인 평왕은 이미 죽고 없었다. 그 후계자 소왕(昭王)의 행방 또한 묘연해 잡을 수가 없었다. 분노를 삭일 수 없었던 오자서는 평왕의 무덤을 파헤치고 그 시신을 꺼내 300번이나 채찍질을 가한 후에야 그만두었다.산중으로 피한 친구 신포서가 “일찍이 평왕의 신하로서 왕을 섬겼던 그대가 지금 그 시신을 욕되게 하였으니, 이보다 더 천리(天理)에 어긋난 일이 또 있겠는가”하며 오자서를 꾸짖었다. 이 말을 들은 오자서는 다음과 같이 대꾸했다. “해는 지고 갈 길은 멀어, 도리에 어긋난 일을 할 수밖에 없었다(吾日暮途遠 故倒行而逆施之).” <사기> 오자서열전에 나오는 얘기다.일모도원(日暮途遠)은 ‘해는 저물고 갈 길은 멀다’는 뜻으로, 할 일은 많은데 날이 저물어(늙고 쇠락해) 목적을 이루지 못함을 비유한다. 시신을 꺼내 목을 베거나 채찍질을 가하는 일을 부관참시(剖棺斬屍)라고 한다. 흔히 죽은 뒤 죄가 드러난 사람의 시신을 꺼내 시체를 베거나 목을 자르는 행위를 말한다.“오늘 배우지 않으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