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사성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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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동열의 고사성어 읽기
병가상사 (兵家常事)
▶ 한자풀이兵 : 군사 병家 : 집 가常 : 항상 상事 : 일 사싸움에서 이기기도 하고 지는 것처럼모든 일에도 성공과 실패가 있다는 뜻 -《당서(唐書)》인생사에는 성공과 실패가 있고, 전쟁에는 승리와 패배가 있다. 오늘의 승자가 내일의 패자가 되고, 오늘의 패자가 내일의 승자가 되는 게 세상 이치다. 그러니 이겼다고 교만하지 말고, 졌다고 절망하지 말아야 한다.‘적을 알고 나를 알면 백 번을 싸워도 위태롭지 않다(지피지기 백전불태: 知彼知己 百戰不殆)’는 문장으로 대표되는 《손자병법》은 병서로뿐만 아니라 시대를 초월한 처세학으로도 널리 읽힌다. 다양한 중국 고사를 담고 있는 《손자병법》은 인간 사회의 근저를 날카롭게 파헤친 역서다.‘전쟁에서 이기려면 적을 교묘히 속이고, 다양한 작전을 펴라.’ ‘적을 궁지에 몰 때는 한쪽을 터줘라.’ ‘내가 처한 조건을 먼저 판단하라.’ ‘군대를 움직일 때는 질풍처럼 빠르게 하고, 멈출 때는 숲의 나무처럼 고요해야 하고, 공격할 때는 성난 불길처럼 맹렬해야 한다.’ ‘최악의 경우에는 줄행랑을 쳐라.’ 등은 전쟁터뿐만 아니라 세상살이의 처세이기도 하다.우리가 자주 쓰는 승패병가상사(勝敗兵家常事)는 《당서(唐書)》 배도전(裵度傳)에 나오는 말이다. 당서는 중국 당나라의 정사로, 이십오사의 하나다. 당고조의 건국(618년)에서부터 애제의 망국(907년)까지 290년 동안의 당나라 역사가 적혀 있다. 진사에 급제해 벼슬길에 올라 후에 진국공에 봉해진 배도는 정치적으로 번진(지방 절도사) 세력을 없애려 한 헌종의 정책을 지지했다. 전쟁에서 져 낙심한 그에게 왕이 “한 번 이기고 한 번 지는 것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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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동열의 고사성어 읽기
口禍之門 (구화지문)
▶ 한자풀이口 : 입 구禍 : 재앙 화之 : 갈 지門 : 문 문입은 재앙을 부르는 문이란 뜻으로말을 함부로 하면 화를 부른다는 의미 - 《전당서(全唐書)》“입은 곧 재앙의 문이요, 혀는 곧 몸을 자르는 칼이다. 입을 닫고 혀를 깊이 감추면 처신하는 곳마다 몸이 편하다(구시화지문 설시참신도 폐구심장설 안신처처뢰:口是禍之門 舌是斬身刀 閉口深藏舌 安身處處牢).”당나라 말기에 태어나 당나라가 망한 뒤 후당 때 재상을 지낸 풍도(馮道)의 《전당서(全唐書)》에 나오는 말이다. 말에 관한 글을 모은 설시(舌詩)에 실려 있다. 구화지문(口禍之門)은 ‘입은 재앙을 불러들이는 문’이란 뜻이다. 화(禍)의 근원이 바로 입이다. 재앙이 입으로부터 나오고 입으로부터 들어간다 하여 옛 성현들은 늘 입을 조심하라고 가르쳤다.《주희(朱熹)》 경재잠(敬齋箴)에는 ‘독에서 물이 새지 않는 것과 같이 입을 다물고 발언에 신중을 기하라(수구여병: 守口如甁)’는 구절이 있고, 《태평어람(太平御覽)》도 ‘입으로 인해 병도 생기고 화도 부른다(병종구입 화종구출: 病從口入 禍從口出)’고 했다.“화는 입으로부터 나오고 병은 입으로부터 들어간다.” “모든 중생의 화는 입 때문에 생긴다.” “혀 아래 도끼 들었다.” 등 입을 경계하는 우리말도 많다.중국 서진 시대 부현이 편찬한 저서 《부자(傅子)》에도 말을 조심하라는 구절이 나온다. “무릇, 말이 많음을 삼가야 한다. 개미가 뚫은 작은 구멍이 제방의 둑을 무너뜨리고, 작은 물방울이 떨어져 생긴 구멍이 산을 무너뜨린다. 병은 입을 거쳐 몸으로 들어오는 것이며, 재앙 또한 그 사람의 입을 통해 들어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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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동열의 고사성어 읽기
붕정만리 (鵬程萬里)
▶ 한자풀이鵬 : 붕새 붕程 : 법 정萬 : 일만 만里 : 마을 리붕새는 단번에 만 리를 난다는 뜻으로앞길이 매우 멀고도 큼을 일컬음 -《장자(莊子)》노자와 장자로 대표되는 도가(道家)는 무위자연(無爲自然) 네 글자로 압축된다. 순리를 인위적으로 거부하지 말고, 자연의 뜻을 거스르지 말라는 뜻이다. 장자의 사상이 고스란히 담긴 책이 《장자》다. 장자는 풍자적이고 비유적인 이야기로 도가 사상의 본질을 짚어준다. 그런 점에서 장자는 뛰어난 이야기꾼이다.《장자》 첫머리에 ‘붕(鵬)’이라는 새 이야기가 나온다. 북쪽 바다에 물고기가 있으니 그 이름이 곤(鯤)이다. 곤의 크기가 몇천 리인지는 알지 못한다. 곤이 변해 새가 되는데 그 이름이 붕(鵬)이다. 붕 또한 크기가 몇천 리인지는 알지 못한다. 한데, 이 새가 한번 힘을 써 날면 그 날개가 마치 하늘 전체를 뒤덮는 구름과 같고 바다를 뒤집을 만큼 큰바람이 인다. 붕은 그 바람을 타고 북쪽 바다 끝에서 남쪽 바다 끝까지 날아간다. 붕새가 남쪽 바다로 날아갈 때는 물결치는 것이 3000리다. 회오리바람을 타고 9만 리나 올라간 붕새는 6개월 동안 계속 난 다음에 비로소 날개를 쉰다.붕정만리(鵬程萬里)는 ‘붕새가 회오리바람을 타고 9만 리를 올라간다’는 글에서 유래했다. 붕새가 단번에 1만 리를 난다는 뜻으로, 앞길이 매우 멀고도 큼을 일컫는다. 대자연의 웅대함이 형용할 수 없다는 의미로도 쓰인다. 붕정(鵬程)은 붕새가 나는 것과 같이 지극히 먼 거리를 뜻한다. 붕새가 9만 리를 날 듯, 보통 사람들은 생각지도 못할 원대한 꿈이나 계획을 빗대어 붕정만리라는 표현을 쓴다. ‘참새가 어찌 대붕의 뜻을 알겠는가’라는 말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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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작홍곡 (燕雀鴻鵠)
▶ 한자풀이燕 : 제비 연 雀 : 참새 작 鴻 : 큰기러기 홍 鵠 : 고니 곡제비가 어찌 기러기의 마음을 알겠냐는 뜻으로소인은 대인의 뜻을 헤아리지 못한다는 의미 -《사기(史記)》진(秦)나라는 수백 년이나 지속된 전국시대에 종지부를 찍고 기원전 221년에 중국 천하를 통일했다. 하지만 폭정으로 민심을 잃어 15년 만에 망했다. 진 멸망의 첫 봉화는 양성(陽城)에서 남의 집 머슴살이를 하는 진승(陳勝)이라는 자가 올렸다. 그가 밭에서 일을 하다 잠시 쉬고 있는데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탄식이 새어 나왔다. “이놈의 세상, 뭔가 뒤집어 놓아야지. 이래가지고는 어디 살 수가 있겠나.” 주위의 머슴들이 일제히 비웃었다. “여보시게, 머슴 주제에 무엇을 하겠다고?” 진승이 탄식하듯이 말했다. “제비나 참새가 어찌 기러기와 고니의 뜻을 알리오(연작안지홍곡지지: 燕雀安知 鴻鵠之志).”진시왕이 죽고 아들 이세(二世)가 왕위를 이었지만 포악함과 사치는 아버지보다 더했다. 백성들은 삼족을 멸한다는 형벌이 두려워 불만조차 말할 수 없었다. 후에 진승은 오광(吳廣)과 함께 징발되어 일행 900여 명과 함께 장성(長城)을 수비하러 갔다. 한데 대택(大澤)이라는 곳에서 큰비를 만나 기일 내에 목적지까지 도달하기는 불가능했다. 늦게 도착하면 참형(斬刑)에 처해지니 차라리 반란을 일으키는 게 더 나을 것 같았다.진승·오광은 뜻을 같이하고 인솔자인 징병관을 죽인 뒤 군중을 모아 놓고 말했다. “어차피 늦었으므로 목적지에 도착해도 우리는 죽게 된다. 이렇게 죽을 바에는 사내대장부답게 이름이나 날리자, 왕후장상(王侯將相)이 어찌 씨가 있다더냐?”징집자들은 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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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죽지세(破竹之勢)
▶ 한자풀이破 : 깨뜨릴 파竹 : 대 죽之 : 갈 지勢 : 기세 세대나무를 쪼갤 때의 맹렬한 기세라는 뜻으로세력이 강대해 대적할 상대가 없음을 비유 -《진서(晉書)》사마염(司馬炎)은 조조가 세운 위(魏)나라를 없애고 스스로 제위에 올라 국호를 진(晉)으로 바꿨다. 그가 곧 무제(武帝)로, 서기 265년의 일이다. 이때는 유비가 세운 촉(蜀)나라도 이미 멸망한 뒤여서 삼국 중에서는 오찍 동쪽의 오(吳)나라만 남아서 버티고 있었다. 중국 천하를 놓고 진나라와 오나라가 대립하고 있는 형국이었다.나라 안을 정비한 무제는 오나라 정벌에 나섰다. 진남대장군 두예(杜預)가 파견 군대의 지휘관으로 사마염의 명을 받아 20만 군대를 거느리고 오나라를 침공했다. 힘들게 무창을 점령해 교두보를 확보한 두예는 휘하 장수들과 오나라군에 결정적 타격을 가할 작전 회의를 열었다. 한데 한 장수가 나서 엉뚱한 주장을 했다. “얼마 있으면 봄비로 강물이 범람하고, 장마에 전염병이 돌지 몰라 걱정입니다. 당장 오나라 도읍 점령이 어려우니 일단 회군한 뒤 가을철에 다시 오는 게 어떻겠습니까.”순간, 장수들이 술렁대고 그의 의견에 찬성하는 목소리가 하나 둘 나타났다. 그러자 두예가 단호히 말했다. “그 무슨 소린가. 지금 우리 군사들의 사기는 하늘을 찌를듯이 높아, 마치 대나무를 쪼갤 때의 맹렬한 기세(破竹之勢)와 같네. 대나무는 일단 쪼개지기만 하면 그 다음부터는 칼날을 대기만 해도 저절로 쪼개지는 법인데, 어찌 이런 절호의 기회를 놓칠 수 있단 말인가.”두예는 곧바로 군사를 재정비해 글자 그대로 파죽지세처럼 단숨에 오나라 수도 건업을 함락시켰다. 오왕 손호(孫晧)는 손을 뒤로 묶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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吮疽之仁(연저지인)
▶ 한자풀이吮 : 빨 연疽 : 종기 저之 : 어조사 지仁 : 어질 인144종기를 입으로 빨아주는 어짊이란 뜻으로부하를 극진히 아끼고 사랑함을 비유 - 《사기(史記)》연저지인오기(吳起)는 손자(孫子)와 더불어 중국 춘추전국시대를 대표하는 병법가다. 위(衛)나라 사람으로, 젊은 시절 벼슬자리를 얻기 위해 애썼지만 가산만 탕진했다. 그러다 자기를 비웃는 마을 사람 30여 명을 죽이고 노나라로 도망쳐 증자(曾子)의 문하에 들어갔다. 재상이 되기 전에는 고향에 돌아가지 않겠다는 맹세를 지키기 위해 어머니가 돌아가셨다는 소식을 듣고도 고향에 가지 않았다.이런 연유로 증자의 미움을 사 문하에서 쫓겨났고, 장수가 되기 위해 병법을 공부했다. 몇 년 뒤 제나라가 노나라를 침공하자 장수가 될 기회가 생겼지만, 부인이 제나라 출신인 것이 걸림돌이었다. 그러자 오기는 부인을 죽였고, 장수가 되어 제나라와의 싸움에서 큰 공을 세웠다. 하지만 노나라 왕은 오기의 성품이 잔인하고 위나라에서 큰 죄를 짓고 도망쳐온 탓에 양국 관계가 껄끄럽다는 이유로 오기의 병권을 몰수했다.낙심한 오기는 위나라의 문후(文侯)가 현명하다는 말을 듣고 위나라로 돌아가 뛰어난 지휘력과 용병술로 수많은 공을 세웠다. 오기는 병사들과 함께 먹고 자면서 노고를 나눠 병사들의 신망이 두터웠다. 어느 날, 심한 종기로 괴로워하는 병사의 고름을 오기가 직접 빨아줬다. 그 소식을 전해 들은 병사의 어머니가 통곡했다. 사람들이 연유를 물었다.“일개 병졸인 아드님의 종기 고름을 장군이 직접 빨아주었는데 어찌 그리 슬피 우는 거요?” 어머니가 슬픔을 억누르며 답했다. “내 말 좀 들어보시오. 작년에 그 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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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초경사(打草驚蛇)
▶ 한자풀이打 : 칠 타草 : 풀 초驚 : 놀랄 경蛇 : 뱀 사풀을 두드려 뱀을 놀라게 한다는 뜻으로 을(乙)을 징계해 갑(甲)을 깨우침을 비유 - 《유양잡조(酉陽雜俎)》당나라의 한 현령(縣令)이 온갖 명목으로 세금을 거둬들여 사복을 채웠다. 견디다 못한 백성들은 일부러 현령에게 그 부하들의 부정부패 사실을 일일이 열거해 고발장을 올렸고, 이를 읽던 현령은 “너희는 비록 숲을 건드렸지만, 나는 이미 풀숲 속에 숨어 있던 뱀처럼 놀랐다 (여수타초 오이경사: 汝雖打草 吾已驚蛇)”고 했다. 백성들이 자기 부하들의 비리를 고발한 것은 곧 우회적으로 자신의 비리를 고발하는 것이라고 생각해 지레 겁을 먹은 것이다. 을(乙)을 징계해 갑(甲)을 깨우치게 하려 한 백성들의 의도가 달성된 것이다. 당나라 단성식(段成式)의 수필집인 《유양잡조(酉陽雜俎)》에 나오는 이야기다.중국의 병법서 《삼십육계》에도 타초경사(打草驚蛇)가 나온다. 뱀을 잡기 위해서는 스스로 놀라는 척하며 풀밭을 두드리라는 것이다. 즉, 변죽을 울려 적의 정체를 드러나게 함을 비유하는 말이다.《삼십육계》에 나오는 타초경사의 대표적 사례는 중국의 마오쩌둥(毛澤東)에서 찾아볼 수 있다. 마오쩌둥은 반공사조(反共思潮) 완화정책으로 명방운동(鳴放運動)을 펴 지식인과 학생들이 자신의 의견을 자유롭게 발표할 수 있도록 보장해 준다고 선포했다. 명방운동은 ‘온갖 꽃이 같이 피고 많은 사람이 각기 주장을 편다(백화제방 백가쟁명: 百花齊放 百家爭鳴)’는 구호로 표현되었다. 중국 공산당은 또 “말한 자는 죄가 없고 들은 자는 반성해야 한다”며 잘못이 있다고 생각되면 지위고하를 불문하고 과감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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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면피(鐵面皮)
▶ 한자풀이鐵 : 쇠 철面 : 낯 면皮 : 가죽 피철면피鐵面皮‘쇠처럼 두꺼운 낯가죽’이라는 뜻으로 뻔뻔스럽고 염치없는 사람을 이르는 말 - 《북몽쇄언(北夢言)》중국 오대 말기와 북송 시대 초기 학자 손광헌이 쓴 《북몽쇄언》에는 다음과 같은 얘기가 나온다.학식이 풍부하고 재능도 많아 진사(進士) 시험에 합격한 왕광원(王光遠)은 출세를 위해서는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인물이었다. 그는 세도가의 집을 수시로 드나들면서 온갖 아첨을 했다. “어찌 이리 시를 잘 지으시는지요.” “무엇을 입으셔도 이리 눈이 부시는지요.”사람들이 옆에서 지켜봐도 그는 개의치 않았다. 한번은 어떤 권세가가 술에 취해 매를 들고는 “내가 그대를 때린다면 어찌하겠는가?” 하고 물었다. 왕광원이 선뜻 대답했다. “내 저항하지 않겠소.”그러자 그 권세가는 마구 매질을 했다. 이를 지켜보던 사람들이 모두 비아냥거렸다. “그대는 어찌 수모를 모르는가. 많은 사람 앞에서 그런 모욕을 당하고도 가만히 있다는 게 말이 되는가.” 하지만 왕광원은 평소와 다름없는 얼굴로 말했다. “그런 사람에게 잘 보이면 나쁠 게 없지 않은가.”사람들은 “왕광원의 얼굴이 열 겹의 철갑(鐵甲)과 같이 두껍다(光遠顔厚如十重鐵甲)”고 했고, 여기에서 철면피(鐵面皮)라는 말이 생겼다.철면피(鐵面皮)는 말 그대로 ‘쇠로 만든 낯가죽’이라는 뜻으로, 지나치게 뻔뻔한 사람을 이르는 말이다. 낯가죽이 두꺼워 부끄러움을 모른다는 후안무치(厚顔無恥)도 뜻이 같다.수치를 알고 염치를 아는 게 인격이고 품격이다. 인간은 이익 앞에서 민낯이 드러나고 얼굴이 두꺼워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