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동열의 고사성어 읽기] 平地風波 (평지풍파)
▶한자풀이
平: 평평할 평
地: 땅 지
風: 바람 풍
波: 물결 파


평평한 땅에 파도가 일다
잘되던 일에 분쟁을 일으킴
- <죽지사(竹枝詞)>

유우석(劉禹錫)은 당나라 중엽의 대표적 시인이다. 학식이 깊고 글 잘하는 인재를 뽑는 박학굉사과(博學宏詞科)에 급제해 화이난 절도사 두우(杜佑)의 막료(정책을 조언하는 참모)가 되었으나 정치 개혁 실패로 변방으로 전직되는 등 중앙과 지방의 관직을 지냈다. 주요 저서로는 <유몽득문집(劉夢得文集)> <외집(外集)> 등이 있다.

그는 지방관으로 있으면서 농민의 생활 감정을 노래한 <죽지사(竹枝詞)> 9수 중 첫수에서 이렇게 읊고 있다.
구당은 시끄러이 열두 여울인데(懼塘十二灘)

사람들은 길이 예부터 어렵다고 말하네(人言道路古來難)

길게 한하는 사람의 마음은 물과 같지 않아서(長恨人心不如水)

예사로이 평지에 파란을 일으키네(等閑平地起波瀾)

칠언절구(한 구절이 일곱 글자로 된 절구)인 <죽지사>는 당시의 민가(民歌)를 바탕으로 지은 것으로, 유우석이 기주자사(夔州刺史)로 부임했을 때 민가에서 흥을 느껴 지은 시다. 구당이란 산은 양쯔강 상·중류에 있는 험하기로 유명한 삼협(三峽)의 하나로, 옛날부터 배로 여행하기가 몹시 어려운 곳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므로 <죽지사>는 세 산골의 어려운 뱃길을 오르내리던 뱃사람들 사이에서 불리던 비속한 뱃노래를 유우석이 점잖은 가사로 바꾼 것으로 보인다. 구당에는 여울을 지나면 다시 여울이 나타나 열두 개의 여울이 줄지어 있어 물소리가 시끄럽다.

작가/시인
'인문 고사성어' 저자
작가/시인 '인문 고사성어' 저자
그러나 이 빠른 여울보다 더 한이 서린 사람의 마음은 물과 같지 않아서, 평지에 파란을 일으켜 세상사를 어렵게 만든다는 것이다. 물은 바닥이 가파른 곳에서만 여울을 짓지만, 한이 있는 사람은 평지에서도 풍파를 일으켜 인생길을 어렵게 한다고 꼬집은 것이다. 평지풍파(平地風波)는 평평한 땅에 파도가 인다는 뜻으로, 잘되던 일을 일부러 어렵게 만들거나 분쟁을 일으키는 경우를 이른다. 원말은 평지기파란(平地起波瀾)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