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동열의 고사성어 읽기] 口蜜腹劍 (구밀복검)
▶한자풀이
口: 입 구
蜜: 꿀 밀
腹: 배 복
劍: 칼 검


입에는 꿀을 바르고 배 속에는 칼을 품다
친한 척하면서 속으로 나쁜 마음을 품음
- <십팔사략(十八史略 )>

당나라 현종(玄宗)은 45년 치세의 초기에는 정치를 잘한 인물로 칭송받았으나 시간이 흐르면서 양귀비를 총애하며 주색에 빠져들기 시작했다.

이임보(李林甫)라는 간신이 있었는데, 환관(宦官)에게 뇌물을 바친 인연으로 왕비에 들러붙어 현종의 환심을 사 재상까지 됐다. 그는 황제의 비위만 맞추면서 절개가 곧은 신하의 충언이나 백성들의 간언(諫言)이 황제의 귀에 들어가지 못하게 했다. 한번은 비리를 탄핵하는 어사(御使)에게 이렇게 말했다.

“폐하께서는 명군(名君)이시오. 그러니 우리 신하들이 무슨 말을 아뢸 필요가 있겠소. 저 궁전 앞에 서 있는 말을 보시오. 어사도 저렇게 잠자코 계시오. 만일 쓸데없는 말을 하면 가만두지 않겠소.”

그의 서슬이 퍼러니 설령 직언하려는 선비라 할지라도 황제에게 접근할 엄두조차 낼 수 없었다. 그가 야밤에 서재에서 장고하면 그다음 날은 예외 없이 누군가가 주살(誅殺)됐다. 이처럼 재상 지위 19년 동안 온갖 권세를 휘둘렀으나 현종은 눈치채지 못했다. 안녹산(安祿山)도 그의 술수가 두려워 반란을 일으키지 못했다. 뒤에서는 많은 선비가 그를 욕했다.

“임보는 현명한 사람을 미워하고, 능력 있는 사람을 질투하고 억누르는 음험한 사람이다. 사람들이 그를 보고 ‘입에는 꿀이 있고 배에는 칼이 있다(口蜜腹劍)’고 말한다.”

<십팔사략(十八史略 )>에 나오는 얘기로, 구밀복검(口蜜腹劍)은 겉으로는 친한 척하면서 속으로는 나쁜 마음을 품고 있음을 이르는 말이다.

작가/시인
'인문 고사성어' 저자
작가/시인 '인문 고사성어' 저자
이임보가 죽자 양귀비의 일족인 양국충(楊國忠)이 재상이 돼 이임보의 죄목을 조목조목 고했고, 현종은 그의 생전 관직을 모두 박탈하고 부관참시(剖棺斬屍)의 극형에 처했다. 안녹산이 반란을 일으킨 것은 이임보가 죽은 지 3년째 되던 해였다. 악(惡)은 뒤끝이 곱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