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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동열의 고사성어 읽기
遼東之豕(요동지시)
▶ 한자풀이遼 : 멀 요東 : 동녘 동之 : 갈 지豕 : 돼지 시요동 땅의 돼지라는 뜻으로하찮은 공을 자랑함을 비유 - <후한서(後漢書> 등후한(後漢) 건국 직후, 어양 태수 팽총(彭寵)이 논공행상에 불만을 품고 반란을 꾀하자 대장군 주부(朱浮)가 그를 꾸짖는 글을 보냈다.“그대는 이런 이야기를 들어 본 적이 있는가. 옛날에 요동 사람이 그의 돼지가 대가리가 흰 새끼를 낳자 이를 진귀하게 여겨 왕에게 바치려고 하동까지 갔더니, 그곳 돼지는 모두 대가리가 희므로 부끄러워 얼른 돌아갔다고 한다. 지금 조정에서 그대의 공을 논한다면 폐하의 개국에 공이 큰 군신 가운데 저 요동의 돼지에 불과함을 알 것이다.”팽총은 처음에 후한을 세운 광무제(光武帝) 유수(劉秀)가 반군을 토벌하기 위해 하북에 진을 치고 있을 때 보병 3000여 명을 이끌고 달려와 가세했다. 또 광무제가 옛 조나라의 도읍 한단을 포위 공격했을 때는 군량 보급의 중책을 맡아 차질 없이 임무를 수행했다. 이런 공을 인정받아 그는 좌명지신(佐命之臣: 천자를 도와 천하 평정의 대업을 이루게 한 공신)의 한 사람이 되었다. 그러나 팽총은 스스로 연왕(燕王)이라 일컫고 조정에 반기를 들었다가 2년 후 토벌당하고 말았다. <후한서> 등에 전해오는 얘기다.요동지시(遼東之豕)는 글자 그대로 ‘요동의 돼지’라는 뜻으로, 남이 보기에는 대단찮은 물건을 귀히 여기는 어리석은 태도를 일컫는다. 견문이 좁고 오만한 탓에 하찮은 공을 득의양양하여 으스대는 것을 비유한다. ‘자신의 공이 요동지시에 불과한 것도 모르고 입만 열면 공치사를 한다’는 식으로 쓰인다.군자는 바위만 한 공(功)을 조약돌만 하다 하고, 소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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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성호 기자의 열려라 우리말
"올해는 코로나가 물러났다지요?"
설날이 나흘 앞으로 다가왔다. ‘설’은 우리나라에서 음력 1월 1일, 즉 정월 초하룻날을 명절로 부르는 이름이다. 우리는 전통적으로 섣달 그믐날 밤 집 안 구석구석에 등불을 환하게 밝히고 밤을 새우는 풍습이 있었다. ‘섣달 그믐’은 살가운 순우리말인데, 요즘은 잘 안 써서 그런지 점차 말의 세력이 약해져 가는 것 같아 안타깝다. ‘새해 첫날’ 양력·음력 두 번 지내 ‘이중과세’‘섣달’은 음력으로 한 해의 맨 끝 달, 즉 12월을 가리킨다. ‘그믐’이란 음력으로 그달의 마지막 날을 뜻한다. 섣달 그믐 다음 날이 새해 첫날, 곧 설이다. 그 설을 조상들은 밤을 새워 맞았으니 해(歲·세)를 지킨 셈이다. 이를 ‘수세(守歲)’라 하며, 우리 고유어로는 ‘해지킴’이라 부른다.설날 아침에는 흔히 떡국을 먹고 웃어른께 문안 인사를 다닌다. 이를 ‘절인사’(절을 하여 드리는 인사)라고 하는데, 설에 드리는 절을 특히 ‘세배(歲拜)’라고 한다. 이때 아랫사람은 ‘절문안’(절을 하면서 웃어른께 안부를 여쭘)을 하고 웃어른은 ‘덕담’을 건넨다. 예전에는 절문안으로 “과세 안녕하십니까” “만수무강하십시오” 같은 게 많이 쓰였다. 요즘은 이런 격식 있는 말보다는 대개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건강하십시오” 정도를 쓰면 무난할 것 같다. 다만 ‘과세(過歲)’는 한자어라서 그런지 젊은 층에서 다소 낯설어 하는데, 설을 나타내는 대표적인 말이라 알아둘 만하다. ‘지날 과(過), 해 세(歲)’ 자다. ‘해를 보내다’란 뜻이다. 이를 우리는 “설을 쇤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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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철수 쌤의 국어 지문 읽기
사랑 이야기의 주 메뉴는 상사병과 조력자, 그리고 행복한 결말
[앞부분의 줄거리] 명나라 효종 때 김생이라는 선비는 길가에서 영영을 보고 사랑에 빠진다. 영영을 만날 궁리를 하던 김생은 영영의 이모인 노파에게 가 자신의 사정을 말한다.노파는 김생보다 더 심각한 표정으로 말을 이었다.“도련님은 그 애를 만나는 것조차 어려울 것입니다.”“그건 무슨 말이요?”“그 애는 회산군(檜山君)의 시녀입니다. 궁중에서 나고 자라 문밖을 나서지 못합니다.” <중략>“영영은 자태가 곱고 음률이나 글에도 능통해 회산군께서 첩으로 삼으려 하신답니다. 다만 그 부인의 투기가 두려워 뜻대로 못할 뿐이랍니다.”김생은 크게 한숨을 내쉬며 탄식하였다.“결국 하늘이 나를 죽게 하는구나!”노파는 김생의 병이 깊은 것을 보고 안타까워했다. <중략>“단오가 한 달이 남았으니 그때 다시 작은 제사상을 벌이고 부인에게 영아를 보내 주십사고 청하면 그리될 수도 있습니다.”김생은 그 말을 듣고 뛸 듯이 기뻐했다.“할머니 말대로 된다면 인간의 오월 오일은 곧 천상의 칠석이오.”김생과 노파는 그렇게 서로 이야기를 하면서 영영을 불러낼 계획을 세웠다. <중략>영영을 그리는 마음은 예전보다 두 배나 더 간절하였다. 그러나 청조가 오지 않으니 소식을 전하기 어렵고, 흰기러기는 오래도록 끊기어 편지를 전할 길도 없었다. 끊어진 거문고 줄은 다시 맬 수가 없고 깨어진 거울은 다시 합칠 수가 없으니, 가슴을 졸이며 근심을 하고 이리저리 뒤척이며 잠 못 이룬들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가운데 부분의 줄거리] 병이 든 김생을 찾아온 친구, 이정자는 김생의 자초지종을 듣고 자신의 고모이기도 한 회산군의 부인을 찾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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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동열의 고사성어 읽기
移木之信(이목지신)
▶ 한자풀이移 : 옮길 이木 : 나무 목之 : 갈(어조사) 지信 : 믿을 신나무를 옮기기로 한 믿음이란 뜻으로약속을 지키는 신의와 신용을 일컬음 - <사기(史記)>상앙(商)은 전국시대 진나라 명재상으로 제자백가(諸子百家)의 한 사람으로 알려진 인물이다. 그는 법치주의를 바탕으로 한 부국강병책을 추진해 진나라가 천하를 통일하는 데 주춧돌을 놓은 정치가다. 그는 법의 제정과 시행에 매우 신중했는데, 한번은 법을 제정해 놓고도 즉시 공포하지 않고 뜸을 들였다. 그를 신임하던 효공이 그 까닭을 묻자 상앙이 답했다.“법을 세상에 내놓는 것이 능사가 아니라 백성이 조정을 믿고 잘 따라 주는 것이 중요합니다. 백성이 조정을 믿지 못해 법을 우습게 알면 무슨 의미가 있겠습니까. 저는 백성의 믿음을 어떻게 얻을까 그걸 고민하고 있습니다.”방안을 고심하던 상앙이 한 가지 생각을 냈다. 다음날 도성 남문 근처에 커다란 나무 기둥 하나를 세우고 그 옆에 방을 붙였다. “누구든지 이 기둥을 북문으로 옮겨 놓는 자에게는 십 금(十金)을 주겠노라.” 사람들의 반응은 시큰둥했다. 나무가 크고 무거워 보이기도 했거니와 그것을 옮긴들 상을 줄 것 같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튿날 상앙은 상금을 오십 금으로 올려 다시 방을 붙였다. 그러자 반응이 달라졌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힘 좀 쓰는 사람들이 달려들어 나무 기둥을 둘러매고 북문으로 옮겼고, 호기심이 생긴 사람들은 그 뒤를 따라갔다. 나무 기둥이 북문에 도착하자, 상앙은 약속대로 그 남자에게 오십 금을 내주었다. 그런 다음 법령을 공포하자 백성들은 조정을 믿고 법을 잘 지켰다.사마천이 쓴 사기(史記)의 상군열전(商君列傳)에 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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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습 길잡이 기타
long face는 '긴 얼굴' 아닌 '우울한 얼굴'입니다
The long lower hall had not been lighted, and as she came downstairs, a last Trustee stood, on the point of departure, in the open door that led to the porte-cochere. Jerusha caught only a fleeting impression of the man--and the impression consisted entirely of tallness. He was waving his arm towards an automobile waiting in the curved drive. As it sprang into motion and approached, head on for an instant, the glaring headlights threw his shadow sharply against the wall inside. The shadow pictured grotesquely elongated legs and arms that ran along the floor and up the wall of the corridor. It looked, for all the world, like a huge, wavering daddy-long-legs.-진 웹스터, <키다리 아저씨>-아래층 기다란 복도는 아직 전등불을 안 켠 상태였고, 그녀가 계단을 내려갈 때 마지막 관리인 한 명이 문을 열고 밖으로 막 나서고 있었다. 주차장으로 나가는 문이었다. 제루사는 남자가 밖으로 나서는 뒷모습을 살짝 쳐다보았다. 아주 커다란 키가 인상적이었다. 그가 굽은 차도에서 기다리는 자동차한테 손짓했다. 그와 동시에 자동차가 부르릉거리며 다가오다가 그에게 전조등 불빛을 환하게 비춰서 건물 내벽에 또렷한 그림자를 드리웠다. 복도 바닥이랑 벽에 팔과 다리가 길게 늘어난 이상한 그림자였다. 키다리 장님거미가 거대한 모습을 자랑하며 휘적휘적 걸어가는 것처럼 보였다. Words & Phrases소설 《키다리 아저씨》의 원제는 《Daddy-long-legs》입니다. 다들 아시는 것처럼 long은 ‘길다’라는 뜻입니다. 하지만 이 단어에 ‘열망하다, 갈망하다’라는 뜻도 있기 때문에 He is longing to see you라고 하면 ‘그는 너를 만나고 싶어 한다’라는 뜻이랍니다. 그리고 힘들고 지친 날, 외국인 친구가 그런 나의 모습을 보고 “Hey, why the long fac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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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성호 기자의 열려라 우리말
'갈매깃살'은 왜 '갈매기살'에 밀렸나
지난해 하반기부터 이어진 원화 강세 흐름이 요즘은 오르락내리락 혼조세를 보이고 있다. 무역 의존도가 높은 우리나라는 원화 환율 움직임에 늘 촉각을 곤두세운다. 원화도 외환시장에서 사고파니 가격이 매겨진다. 그게 ‘원화값’이다. 이를 규범에 맞게 적으려면 ‘원홧값’이라고 해야 한다. 합성어(원화+값)이고, 뒷말이 된소리[원화깝]로 나므로 사이시옷을 넣을 음운론적 조건을 갖췄다. 그런데 이 표기는 낯설다. [갈매기쌀]이 아니라 [갈매기살]로 발음해사이시옷은 합성어에서 두 말이 결합할 때 발음상의 충돌을 보완하기 위한 장치이다. 우리말 적기의 양대 기둥인 소리적기와 형태적기를 동시에 충족시키는 게 불가능하다 보니 나온 현상이다. 가령 ‘원화+값’의 결합에서 소리 나는 대로 적자니 말의 원형이 사라지고(원화깝), 그렇다고 ‘원화값’으로 형태를 살리자니 실제 발음을 반영하지 못하는 문제가 생긴다. 그래서 대안으로 나온 게 사이시옷을 받쳐 적기로 한 것이다. 이는 사잇소리 현상의 원인이 옛 관형격 조사 ‘ㅅ’의 흔적이라는 점에 착안해 빌려온 방식이다.합성어에서 나는 사잇소리 현상을 표기에 반영한 것은 꽤 오래됐다. 조선어학회(한글학회 전신)에서 1933년 ‘한글맞춤법 통일안’을 발표할 때부터 규범으로 정해졌다. 하지만 맞춤법에서 사이시옷은 여전히 아킬레스건이다. 시각적으로 자칫 거부감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다 보니 쓰는 사람에 따라 표기가 들쭉날쭉이다. ‘원화값’ 역시 규범에 맞게 ‘원홧값’으로 적으면 대부분 불편해한다. ‘공부벌레’라고 쓰고 싶지만 사전은 ‘공붓벌레&r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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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습 길잡이 기타
pre · fore는 앞·예상이란 뜻 내포하고 있어
My sister sliced the bread in her usual way, applied a scraping of butter, cut the bread in two and gave Joe and I each a half. I was very hungry, but I dared not eat it as I thought about the terrible man out on the marshes and his even more horrifying friend. I planned to find an opportunity to put the bread down my trouser leg, which I knew would be difficult. Usually Joe and I compared how we ate our bread and tonight, Joe encouraged me to eat up. He kept looking at me and wondered why I wasn’t eating. I finally grabbed a momentary chance to slip the bread down my leg. This immediately startled Joe. His face was full of wonder and my sister saw it in his face.-찰스 디킨스, <위대한 유산>-누나는 늘 하던 방식대로 빵을 잘라서 버터 조각을 바른 다음 그것을 반으로 갈라서 매형과 나에게 하나씩 주었다. 나는 배가 무척 고팠지만 늪지대에 있는 그 무서운 아저씨와 그 아저씨보다도 더 무서운 아저씨의 친구 생각 때문에 빵을 먹을 수 없었다. 나는 바짓가랑이 아래에다 빵을 넣을 기회를 찾으려고 했지만, 그것은 생각만큼 쉽지 않았다. 보통 매형이랑 나는 서로 빵을 얼마나 먹었는지 비교하곤 했는데, 이날 저녁 따라 매형이 내게 빵을 한 입에 다 먹어치워 보라고 부추기는 거였다. 매형은 계속 나를 쳐다보면서 왜 내가 빵을 안 먹는 것인지 궁금해했다. 마침내 나는 바짓가랑이 속에 빵을 몰래 넣을 수 있는 순간적인 기회를 포착할 수 있었다. 이것은 바로 매형을 깜짝 놀라게 했다. 매형의 얼굴에는 궁금증이 가득 번졌는데 누나가 이걸 매형의 얼굴에서 읽어버렸다. Words & Phrases이 소설의 제목인 [위대한 유산(great expectations)]은 ‘막대한 유산’으로도 볼 수 있습니다. expectation을 복수로 쓰면 ‘(앞으로의 좋은 일·유산 상속&mi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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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철수 쌤의 국어 지문 읽기
난해한 함수 관계, 국어 능력 신장을 위해 넘어야 할 산!
기업 입장에서 한계비용은 상품 생산량을 한 단위 증가시키는 데 추가로 드는 비용이며, 한계수입은 상품을 한 단위 더 생산해 판매할 때 추가로 얻는 수입이다. 완전경쟁시장에 있는 기업이라면 상품의 시장 가격 그 자체가 한계수입이 된다. <중략> 기업이나 소비자는 시장에서 결정된 상품 가격을 주어진 것으로 받아들이며 이 가격이 기업의 한계수입이 된다. 상품을 사려는 사람들이 많아져 시장 수요가 증가해 상품 가격이 오른다면, 한계수입도 그만큼 동일하게 오른다.생산을 계속할 때 손실이 발생하는 상황이 아니라면, 기업은 한계비용과 한계수입이 일치하도록 생산량을 조절해 이윤을 극대화할 수 있다. 한계비용이 한계수입보다 큰 경우에는 상품 생산량을 한 단위 더 줄일 때 그로 인해 추가로 절약되는 비용이 줄어들 수입보다 크므로 생산량을 줄여 이윤을 증가시킬 수 있다. 이와 반대로 한계수입이 한계비용보다 큰 경우에는 생산량을 늘려 이윤을 증가시킬 수 있다. <중략>이 기업은 평균비용을 상품의 시장 가격과 비교해 보고 만약 가격이 평균비용곡선의 최저점에도 미치지 못한다면, 생산량이 얼마이든 그 가격에 상품을 판매해 봤자 손실을 피할 수 없다고 판단할 것이다. 그렇다면 투입된 총비용을 전부 회수해 손실 발생을 막는 것이 이 기업에 합리적인 결정일 수 있다.2020학년도 09월 교육청 전국연합평가 …을 한 단위 증가시키는 데 추가로 드는 …을 한 단위 더 …할 때 추가로 얻는함수는 수학에서 다루는 개념이다. 그런데 우리는 일상생활에서 ‘국어를 잘하고 싶어? 그럼 책을 많이 읽어. 책을 많이 읽을수록 국어를 잘하게 돼’라고 말한다. 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