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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신동열의 고사성어 읽기

    공중누각(空中樓閣)

    ▶ 한자풀이空:빌 공中:가운데 중樓:다락 누(루)閣:집 각공중에 세워진 누각이란 뜻으로 근거가 없는 가공의 사물을 이름-<몽계필담>송나라 학자 심괄이 쓴 <몽계필담>에는 공중누각(空中樓閣)의 어원이 되는 대화가 나온다. 대화의 배경은 등주라는 고장으로, 사방으로 바다가 보이는 아름다운 지방이다. 경관이 뛰어나 사람들이 즐겨 찾았다. 두 사람이 대화를 나눈다.“여보시게, 저기 내 손가락 끝에 아물거리는 게 무엇인가?” “이 사람 참, 자네 손끝엔 앞산밖에 더 있나. 보이긴 뭐가 보인다는 거야?” “아니, 이쪽으로 와서 좀 보시게. 저 하늘 끝에 도시가 보이지 않는가?” “거기에 무슨 도시가 있겠나. 자네에게 헛것이 보이는 거지.”이런 다툼이 생긴 것은 봄과 여름이 되면 태양의 방향에 따라 큰 도시와 높은 건물의 모습이 저 멀리 하늘가에 아련히 비치기 때문이었다. 이렇게 비친 풍경을 등주 사람들은 바다위에 세워진 도시라는 뜻으로 ‘해시(海市)’라고 불렀으며, 허공에 세워진 집이라고 해서 공중누각이라고도 했다. 공중누각은 대기 속에서 빛의 굴절 현상에 의하여 공중이나 땅 위에 무엇이 있는 것처럼 보이는 현상으로 요즘말로 ‘신기루(蜃氣樓)다. 신(蜃)은 무명조개를 가리키며, 용의 일종인 이무기를 이르기도 한다. 옛 사람들은 바다의 신기루를 보고, 이것이 바다 속에 사는 무명조개나 이무기가 토해내는 기운이 뭉쳐 나타난다고 생각했다. 기초가 허약해 오래가지 못하는 것을 뜻하는 사상누각(沙上樓閣)도 의미가 비슷하다.공중누각이나 신기루는 근거가 빈약한 상상력이다. 빛의 굴절이 만들어낸 허상(虛像)일 뿐이다. 노력하지 않

  • 홍성호 기자의 열려라 우리말

    '사회적 거리두기'에 담긴 우리말 속살

    코로나19는 우리말에도 이미 많은 영향을 끼쳤다. 많은 외래어가 새로 유입됐고, 낯선 개념과 그에 따른 용어들도 어느새 우리 곁에서 흔히 쓰이는 말이 됐다. 그중에서 ‘사회적 거리두기’는 우리말과 관련해 평소 간과해온 또는 잊혀가던 문제 몇 가지를 되돌아보게 한다. 이 말의 핵심어인 ‘거리’를 제대로 알고 쓰는 사람이 몇이나 될까 하는 점에서 그렇다.‘공간적 간격’과 ‘차 다니는 길’ 구별해야코로나19가 어느 정도 잡혀가는 듯하던 지난 4월 17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정세균 국무총리 주재로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회의가 열렸다. “4월 말부터 5월 초 황금연휴가 예정돼 있습니다. 그동안 잘 지켜주신 사회적 거리두기의 고비가 되지 않을까 걱정됩니다.” 정 총리는 이날 ‘사회적 거리두기’를 강조하면서 ‘거리’의 발음을 [거:리]라고 장음으로 했다. 그는 요즘 수시로 입에 오르내리는 이 말을 정확하게 발음하는 몇 안 되는 이 중의 하나다. 방송 아나운서를 포함해 한국인의 대부분이 ‘거리’의 장·단음을 구별하지 못한다고 하면 지나친 생각일까.우선 ‘거리’의 정체부터 알아보자. 한 시간 거리니, 거리가 머니 가까우니 하는 말을 흔히 쓴다. 또 “그 친구와는 왠지 거리가 느껴진다”고도 한다. 이때의 ‘거리’가 ‘사회적 거리두기’의 ‘거리’와 같은 말이다. 이는 공간적·심리적으로 떨어진 간격을 말한다. 이런 걸 누가 모를까? 그런데 이게 ‘비 내리는 명동 거리’라든지, ‘거리의 풍경’이라고 할 때면 얘기가 달라진다. 이때의 ‘거리’는 다른 ‘거리’

  • 학습 길잡이 기타

    noble gas는 '비활성 기체'라는 뜻입니다

    Look at me, look into my eyes나를 봐요. 내 눈을 들여다봐요.Tell me do you see that I am always by your side?말해주세요. 내가 항상 당신 옆에 있다는 걸 당신이 아는지?Or has the world got you down on your knees?아니면 세상이 당신을 무릎 꿇게 했는지?Come to me내게로 와요.Look at you, look into your heart당신을 보세요. 당신의 마음을 들여다봐요.Tell me is there room for you to make a brand new start?말해주세요. 새로운 시작을 위한 당신을 위한 자리가 있는지?Or has the world gotten to you and made you dark?아니면 그 세상이 당신을 우울하게 잡아두는 곳이었나요?Come to me내게로 와요.감성을 자극하는 호소력 짙은 목소리가 매력적인 이 노래는 ‘Keri Noble’의 [Look at me]입니다. 다들 아시는 것처럼 noble은 ‘고귀한, 기품’이란 뜻입니다. 항상 ‘기품’ 있게 살고 싶지만, 그러지 못하는 것을 아쉬워하며 오늘은 noble과 관련된 영어 표현들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위에서 말씀드린 것처럼 noble은 기본적으로 ‘고귀한’이란 뜻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귀족의, 값비싼’ 같은 뜻으로 사용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예전에 수업 시간에 noble gas라는 단어가 나온 적이 있었습니다. noble이 ‘고귀한, 귀족의’라는 뜻이니 noble gas는 ‘아주 귀중한 가스’일까요? 아닙니다. noble gas는 ‘비활성(불활성, 부동/inert) 기체’라는 뜻이랍니다. 우리말에도 ‘양반은 비가와도, 뛰지 않는다’라는 표현이 있는 것처럼 옛날 귀족들은 생산적인 일들은 평민들에게 다 맡기고 본인들은 유유자적 편안하게 살았기 때문에 이런 뜻이 생겼다고 하네요.반대로 ignoble이란 단어는, ‘비열한, 비천한’이란 뜻이랍니다. 어원은 라

  • 홍성호 기자의 열려라 우리말

    '-라면'의 변신은 무죄?

    “지금껏 환자를 조기 발견하고 격리하는 방식의 방역 전략을 ‘취했다면’ 이제는 재택근무 등으로 사람 간 거리를 넓혀 코로나19의 확산 속도를 늦춰야 한다.” 코로나19가 본격적으로 확산하기 시작한 지난 2월 말. 감염병 전문가들 사이에서 ‘사회적 거리두기’ 방안이 제시됐다. 우리의 관심은 여기에 쓰인 ‘취했다면’에 있다. 이 말이 보는 이에 따라 문장 안에서 자연스럽게, 또는 어색하게 느껴질 것이기 때문이다. 이런 차이는 어디서 오는 것일까?본래 ‘가정적 조건’문에 쓰던 연결어미어미 용법 가운데 최근 들어 ‘-라면/-다면’은 전통적 쓰임새와 좀 다른 양상을 보여 주목할 만하다. 이들은 ‘어떤 사실을 가정해 조건으로 삼는 뜻을 나타내는’ 연결어미다. “내가 너라면 그런 일은 하지 않겠다.” “네가 그 꼴을 보았다면 아마 기절했을 것이다.” <표준국어대사전>에서 보이는 이들의 전형적인 용례다.그런데 앞의 ‘취했다면’ 문장과 다음 사례는 이들과 좀 다르다. ①그동안 우리 경제가 성장에 중점을 둬 왔다면 이제는 분배에 신경을 써야 할 때다. ②유럽 축구가 힘을 바탕으로 한다면 남미 축구는 기교를 중시한다. ③20세기 제조업 혁신 모델이 포드자동차의 컨베이어 시스템이라면 서비스 혁신은 맥도날드가 시발점이었다.모국어 화자들이 느끼는 이 문장의 자연스러움은 어느 정도일까? 누군가 어색하게 느낀다면 그들은 전통적 어법에 익숙해 있는 사람들이다. 반면에 별 문제를 느끼지 않는다면 이들은 현실언어에 길들어 있는 사람들이다.‘-라면/-다면’ 용법의 핵심은 ‘가정적 조건’을 나타

  • 신동열의 고사성어 읽기

    吳越同舟(오월동주)

    ▶ 한자풀이吳:나라이름 오越:나라이름 월同:한가지 동舟:배 주오나라 월나라 사람이 같은 배를 타다이해 관계로 적과도 뭉치는 경우를 비유-<손자>춘추시대 오나라 손무는 <손자>라는 병법서로 널리 알려진 인물이다. 그는 단순히 병법 이론가가 아니라 오왕 합려 때 서쪽으로는 초나라 도읍을 공략하고, 북방의 제나라와 진나라를 격파한 명장이기도 하다.<손자> 구지편(九地篇)에는 다음과 같은 내용이 있다. “병(兵)을 쓰는 방법에 아홉 가지의 지(地)가 있는데, 그 마지막이 사지(死地)다. 과감히 일어서서 싸우면 살 수 있지만 기가 꺾여 망설이면 패망하고 마는 필사(必死)의 지다. 그러므로 사지에 있을 때는 싸워야 살길이 생긴다. 나아갈 수도 물러설 수도 없는 지경이 되면 병사들은 그야말로 필사적으로 싸울 것이기 때문이다. 이때 유능한 장수의 용병술은 상산에 서식하는 솔연이란 큰 뱀의 몸놀림과 같아야 한다. 머리를 때리면 꼬리가 날아오고, 꼬리를 때리면 머리가 덤벼들며, 몸통을 치면 머리와 꼬리가 한꺼번에 덤벼든다. 이처럼 힘을 하나로 합치는 것이 중요하다.예전부터 사이가 나쁜 ‘오나라 사람과 월나라 사람이 한배를 타고(吳越同舟)’ 강을 건넌다고 치자. 강 한복판에 이르렀을 때 갑자기 강풍이 불어 배가 뒤집히려고 한다면 그들은 평소의 적개심을 접고 서로 왼손과 오른손이 되어 필사적으로 도울 것이다. 바로 이것이다. 전차를 끄는 말들을 서로 붙들어 매고 차바퀴를 땅에 묻고서 적에 대항하려고 해봤자 그것이 마지막 의지(依支)가 되지는 않는다. 그 의지는 오로지 죽을 각오로 똘똘 뭉친 병사들의 마음이다.”<손자>에서 유래한 오월동주(吳

  • 홍성호 기자의 열려라 우리말

    100년 만에 되살아난 호칭어 '~ 님'

    지난 18일 옛 전남도청 건물 앞. 5·18민주화운동 기념식이 열린 이 자리에서 ‘임을 위한 행진곡’이 울려 퍼졌다. 5·18을 상징하는 이 노래는 한때 제목의 ‘임’을 ‘님’으로 해야 하는 것 아니냐를 두고 논란이 많았다. 원래 제목이 ‘님을…’이었기 때문이다. 지금은 ‘임’으로 수렴돼 가는 모양새다. 현행 표준어법상의 표기를 따른 것이다.현행 어법상 ‘님’은 단독으로 못 써우리말에서 ‘님’과 ‘임’의 용법은 의외로 까다롭다. 우선 현행 표준어에서 ‘님’의 쓰임새는 두 가지이다. 하나는 사람의 성이나 이름 뒤에 쓰여 그 사람을 높여 이르는 말이다. 이는 의존명사이므로 앞말과 띄어 쓴다. 요즘 은행 등 접객업소에서 손님에게 “OOO 님” 하고 부르는 게 그것이다. 일부 대기업에서 수평적 사내문화를 촉진하기 위해 도입하고 있는 ‘~ 님’ 호칭도 같은 것이다.다른 하나는 접미사로서의 ‘님’이다. 이때는 높임의 뜻을 더하는 기능을 한다. ‘선생님, 사장님’ 할 때의 ‘님’을 말한다. 또는 대상을 인격화해서 높이기도 한다. ‘해님, 달님, 별님’ 하는 게 그것이다. 특히 이때 ‘해님’을 ‘햇님’으로 쓰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 ‘해님’은 파생어(단어와 접사의 결합)이기 때문에 사이시옷 규정(합성어에서 발생)과 관련이 없다. ‘님’이 의존명사이든 접미사이든 분명한 것은 현행 어법에서 ‘님’을 단독으로 쓰지 못한다는 점이다. 언제나 앞말에 의존하거나 접사로 붙어서 존재한다.단독으로 쓰이는 말은 따로 있다. ‘사모하는 사람’

  • 학습 길잡이 기타

    disease와 illness는 의미에 차이가 있죠

    I can’t remember what I planned tomorrow내일 계획한 것을 기억할 수 없어.I can’t remember when it’s time to go또 언제 가야 할지도 기억할 수 없어.When I look in the mirror거울을 보며Tracing lines with a pencil연필로 얼굴을 따라 라인을 그리면I remember what came before나는 전에 무엇을 했는지가 생각나.I wanted to think there was endless love끝없는 사랑이 있었다고 생각하고 싶었어.Until I saw the light dim in your eyes내가 너의 눈빛에서 희미한 빛을 보았을 때까지In the dead of the night I found out모두가 잠든 한밤중에 난 찾아냈어.Something there’s love that won’t survive때론 거기에 살아남지 못할 사랑이 있음을New York City뉴욕 시티Such a beautiful disease참으로 아름다운 병이야당장이라도 뉴욕으로 여행을 떠나고 싶게 하는 이 노래는 ‘Norah Jones’의 명곡 [New York City]입니다. 아름다운 뉴욕을 병(disease)에 비유한 독특한 가사가 참 인상적이지요. 그런데 혹시 ‘오렌지 병’이란 말을 들어본 적 있나요? 인터넷에 우스갯소리로 떠도는 이야기인데, ‘오랜 지병’으로 쓰려졌다는 말을 한 학생이 ‘오렌지 병’으로 잘못 알아듣고, ‘오렌지 병’이 얼마나 무서운 병인지 물어보았다는 웃지 못할 사건입니다. 좋든 싫든, 우리 삶에서 ‘병’이란 단어를 빼놓을 수는 없습니다. 그래서 오늘은 ‘병’과 관련된 영어 표현들에 대해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우선 ‘병’을 뜻하는 단어들은 위 노래에서 나온 disease부터 illness, ailment, sickness와 disorder에 이르기까지 참 많답니다. 그런데 이 중에서도 illness는 병의 상태·기간에 중점을 둔 말이고, disease는 그 원인을 나타내는 말이라고 합니다. 그래서 전

  • 신동열의 고사성어 읽기

    개과천선(改過遷善)

    ▶ 한자풀이改:고칠 개過:허물 과遷:옮길 천善:착할 선지난 허물을 고치고 선한 사람이 됨-보서(普書)중국 남북조시대 진나라에 주처라는 사람이 있었다. 그는 몸가짐이 좋지 않아 모두가 눈살을 찌푸렸지만 처음부터 망나니는 아니었다. 그는 뼈대 있는 가문 출신이었는데 열 살 무렵 아버지가 세상을 떠나자 조금씩 삐뚤어져 온갖 나쁜 짓을 다했다.다행히 주처는 자라면서 철이 들기 시작했다. 하루는 마을 사람들에게 물었다. “지금 세상이 태평한데 왜 그리 얼굴을 찡그리십니까?” 한 사람이 답했다. “우리 마을에 세 가지 해로움이 있는데 어찌 태평한 세상이라 하겠는가?” “세 가지 해로움이라뇨?” 주처가 되묻자 그가 답했다. “하나는 남산에 있는 사나운 호랑이요, 또 하나는 다리 아래 사는 교룡이요, 마지막은 바로 주처 자네일세. 이 세 가지 해로움 때문에 우리는 얼굴을 펴고 살 수 없다네.”주처는 그 말을 듣고 새사람이 되겠다는 각오를 다졌다. “두고 보십시오. 제가 그 세 가지 해로움을 반드시 없애겠습니다.” 이튿날 주처는 남산에 올라가 호랑이를 잡아 없애고, 사흘 밤낮을 교룡과 싸워 죽이고 돌아왔다. 하지만 주처를 본 마을 사람들은 별로 반갑게 여기지 않았다.‘아직도 나를 미워하는구나.’ 주처는 새사람이 되겠다는 각오를 다시 한 번 다잡고, 당시 대학자로 이름을 날리던 육기와 육운 형제를 찾아갔다. “이제 뜻을 세워 새사람이 되려 하는데 너무 늦은 듯해 두렵습니다.” 주처의 말에 형제는 이렇게 격려했다. “늦었다고 생각할 때가 가장 빠르다고 하지 않나? 자넨 아직 젊네. 굳은 의지를 가지고 개과천선(改過遷善)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