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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신동열의 고사성어 읽기

    조령모개 (朝令暮改)

    ▶ 한자풀이朝: 아침 조令: 하여금 령(영)暮: 저물 모改: 고칠 개‘큰 나라를 다스리는 것은 작은 생선을 굽는 것과 같다(治大國若烹小鮮).’ 도가의 정수를 담은 <도덕경>에 나오는 문구다. 작은 생선은 별로 먹을 게 없다. 더구나 굽는다고 이리저리 뒤집으면 뼈만 남는다. 백년대계(百年大計)라는 교육도 마찬가지다. 100년은 고사하고 10년도 안 돼 이리저리 뒤집으니 그 토대가 허약하다. 뭐가 자주 바뀐다는 건 질서가 여전히 어지럽다는 얘기다.전한(前漢) 문제(文帝) 때의 어사대부 조착은 재정에 밝았다. 백성을 아끼는 마음 또한 지극했다. 당시 흉노족이 수시로 변방을 침략해 곡식을 약탈해 갔다. 허리가 휘는 건 백성이었다. 약탈로 굶주리고, 부역으로 쉴 날이 없었다. 보다 못한 조착이 문제에게 상소문을 올렸다. 논귀속소(論貴粟疏), 곡식을 귀하게 여겨야 한다는 상소였다.“부역이 가혹해 다섯 식구 농가에서는 두 사람이 부역에 나갑니다. 홍수나 가뭄을 당한 자에게조차 세금을 징수하고 부역을 시킵니다. 더구나 세금과 부역의 시기가 일정하지 않습니다. 아침에 영을 내렸다가 저녁에 고치는(朝令暮改) 일이 많아 백성들은 더 힘이 듭니다….”<사기> 평준서에 나오는 그의 상소문은 백성을 아끼는 마음으로 그득하다. 그는 특히 조령모개(朝令暮改), 아침에 영을 내리고 저녁에 고치는 식으로 법령을 자주 바꿔서는 안 된다고 호소했다. 예나 지금이나 권력자는 자주 법령을 바꿔 위세를 과시하고 이권을 챙기려 한다. 그런 조착은 당연히 조정 대부들에게 눈엣가시였다. 결국 그는 관료들의 시기를 사 죽임을 당했다. 어찌보면 간신보다 충신이 더 많이 사약을 받은 게

  • 홍성호 기자의 열려라 우리말

    '뿐' '데' 등을 띄어쓸 때와 붙여쓸 때

    띄어쓰기는 한글 맞춤법 57개 항 가운데 10개 항을 차지할 만큼 비중 있는 부분이다. 세부적으로 들어가면 책 한 권 분량이 될 정도로 복잡하고 방대하다. 규정을 둘러싼 논란도 많다. 1988년 한글맞춤법 개정 때 최종 심의에 참여했던 원로 언론인 고 서정수 선생은 생전에 “당시 띄어쓰기를 규정하는 작업이 유난히 힘들었다”고 회고한 적이 있다.의미에 따라 쓰임새 달라지는 것 구별해야띄어쓰기를 어렵게 하는 요인 가운데 하나는 ‘형태는 같은데 문법적 기능은 다른 말’이 많다는 점이다. 대표적인 게 ‘뿐’ ‘지’ ‘만’ ‘데’ ‘대로’ 등이 있다. 이들이 문장 안에서 때로는 의존명사로, 때로는 조사로, 또는 어미나 접미사로 쓰인다. 띄어쓰기를 공략하려면 무엇보다 이들을 구별하는 ‘눈’을 갖춰야 한다.그렇다고 무조건 외우려고 하면 안 된다. 그것 자체로 헷갈리는 일이다. 모국어 화자라면 자연스럽게 체득하는 ‘감각’으로 익혀야 한다. 다만 그것을 끌어내기 위해 ‘개념’ 정리는 해둬야 한다. 글쓰기에서 자주 나오는, 대표적인 용례를 통해 그 개념이 무엇인지 알아보자.우선 ‘뿐’은 조사와 의존명사로 쓰인다. “믿을 건 너뿐이야” 할 때는 조사로 쓰인 것이다. 의미상 ‘오로지’의 뜻을 담고 있다고 보면 된다. 조사는 자립성이 없으므로 늘 윗말에 붙여 쓴다. 이에 비해 ‘~할/~을’ 등의 수식을 받는 형태일 때는 의존명사다. 띄어쓰기는 단어별로 하는 것이므로 이때는 반드시 띄어 쓴다. ‘소문으로 들었을 뿐이다’ 같은 게 그 예다. 문장 구성이 명백히 다르기 때문에 구별하기 쉽

  • 학습 길잡이 기타

    'learn'과 관련된 표현들

    I’m not a girl, not yet a woman난 어린소녀도 아니고 성숙한 여인도 아니에요.I used to think I had the answers to everything난 내가 세상에서 모르는 게 없다고 생각했었죠.But now I know that life doesn't always go my way하지만 이젠 인생이 내 뜻대로만 되지 않는다는 걸 알죠.Feels like I’m caught in the middle중간에 갇혀버린 것만 같아요.That’s when I realize...그때가 바로 내가 깨달을 때죠.I’m not a girl, not yet a woman내가 어린 소녀도 아니고 성숙한 여인도 아니라는 걸.All I need is time내가 필요한건 시간뿐이죠.a moment that is mine나만의 시간.There is no need to protect me날 보호해줄 필요 없어요.It’s time that I learn to face up to this on my own이제는 내가 내 문제들을 스스로 해결하는 법을 배워야할 때죠.But if you look at me closely하지만 당신이 날 자세히 본다면You will see it in my eyes당신은 내 눈에서 보게 될 거예요.This girl will always find her way“이 소녀는 항상 자기 길을 찾을 거야”라고.한 소녀의 당찬 외침이 느껴지는 이 노래는 ‘브리트니 스피어스’의 [I’m not a girl, yet not a woman]입니다. 산다는 건 끊임없는 변화의 연속일지도 모릅니다. 시간이 흐르고, 나이가 들어감에 따라 모든 사람은 자연스럽게 변하게 됩니다. 하지만 한 단계 발전하기 위해서는 끊임없이 무언가를 배우고 노력해야 합니다. 그래서 오늘은 ‘배움(공부)’과 관련된 영어 표현들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우선 다들 아시는 것처럼, ‘배우다’라는 뜻을 가진 가장 기본적인 단어는 바로 learn입니다. 그래서 learn English는 ‘영어를 배우다’이고 learn how to swim은 ‘수영을 배우다’라고 해석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learn에 ‘외

  • 신동열의 고사성어 읽기

    정중지와 (井中之蛙)

    ▶ 한자풀이井: 우물 정中: 가운데 중之: 갈 지蛙: 개구리 와가을 홍수로 황하에 물이 가득했다. 황하의 신 하백(河伯)은 천하를 얻은 듯 뿌듯했다. 한데 강을 따라가다 동해에 이른 하백은 소스라치게 놀랐다. 동해의 넓고 깊음은 황하에 비할 바가 못 됐다. 하백이 북해의 신 약(若)에게 한숨 지으며 말했다. “‘백 가지 도리를 들으면 저만한 사람이 없는 줄 안다’는 속담이 바로 저를 두고 한 말인 듯합니다. 공자의 지식이 작고 백이의 절개가 가볍다는 말은 들었지만 지금까지 믿지는 않았습니다. 그런데 지금 바다의 끝없음을 보니 큰일 날 뻔했다는 생각이 듭니다. 하마터면 크게 깨달은 자들에게 오랫동안 비웃음을 당할 뻔했습니다.”약이 말했다. “우물 안 개구리(井中之蛙)에게는 바다를 얘기해도 소용없는 일입니다. 평생을 우물에 갇힌 탓이지요. 여름 벌레에게는 얼음을 말해도 소용없는 일입니다. 여름에만 매여 산 때문이지요…. 세상에는 나보다 큰 물이 없습니다. 하지만 나 스스로는 크다고 여긴 적이 없습니다. 나 또한 하늘과 땅 사이에 있는 것이니 조그마한 돌멩이나 작은 나무가 거대한 산에 있는 격이지요…. 모든 것을 만물이라 부릅니다. 사람은 그 만 중에 하나일 뿐이지요.” <장자> 추수편에 나오는 이야기다.어쩌면 우리 모두는 ‘우물 안 개구리(井中之蛙)’인지도 모른다. 자신의 주제는 잊은 채 강을 말하고, 바다를 논하는지도 모른다. 시냇물이 목소리를 키우면 강이 되고, 강이 목소리를 키우면 바다가 되는 줄 착각하며 사는지도 모른다. 우물 안 개구리는 바다를 모른다(井中之蛙 不知大海). 평생을 좁은 공간에 갇힌 탓이다. 여름철 매미

  • 홍성호 기자의 열려라 우리말

    고유명사 '예술의전당'은 붙여 써도 돼요

    서울지하철 1호선에서 시청역 지하도를 걷다 보면 벽에 걸린 안내문이 눈에 들어온다. ‘조선시대 무기를 만들던 군기시유적전시실.’ 서울시청 지하에 자리 잡고 있다. 그런데 한글로 쓴 ‘군기시유적전시실’은 처음 보는 사람에겐 무슨 암호처럼 읽힌다. 한참을 들여다봐도 의미 파악이 잘 안 된다.전문용어도 단어별로 띄어 쓰는 게 원칙핵심어는 ‘군기시’다. 그러니 ‘군기시 유적 전시실’이라고 띄어 썼다면 의미 전달이 좀 더 나아졌을 것이다. 앞에서 수식하는 ‘조선시대 무기를 만들던’과 ‘군기시’가 호응해 구성 면에서도 좋다. 지금은 ‘…만들던’이 ‘…전시실’을 꾸미는 형태라 오히려 의미를 왜곡할 가능성마저 있다.‘군기시(軍器寺)’는 고려시대와 조선시대에 병기를 비롯한 군수물자 제조를 맡아 하던 관청을 말한다. 이 말이 어려운 것은 ‘시(寺)’ 자가 붙었기 때문이다. 이 글자는 보통 ‘절 사(寺)’로 쓰이는데, 관청을 뜻할 때는 ‘시’로 읽는다.寺는 止(발 지) 자 밑에 又(또 우) 자가 결합해 만들어졌다. 이것은 손으로 발을 받드는 모습을 표현한 것이다. 여기서 ‘어떤 곳으로 가서 일을 처리하다’란 뜻이 나왔다. 그래서 본래 나랏일을 하는 ‘관청’을 뜻하는 글자로 쓰였다. 나중에 중국에 불교가 전해진 뒤로는 불교 사원인 ‘절’도 가리키게 됐다(네이버 <한자사전>, 하영삼 <한자어원사전>). 지금은 오히려 ‘절 사’자로 널리 알려져 있고, ‘관청 시’의 쓰임새는 역사용어로나 남아 있다. 군기시를 비롯해 내자시(內資寺·대궐에서 쓰는

  • 학습 길잡이 기타

    'write'와 관련된 다양한 표현들

    Never wonder what I’ll feel as living shuffles by내 사랑의 미래를 의심하지 마세요.You don’t have to ask me and I need not reply물어볼 필요도 없고 내가 대답할 필요도 없어요.Every moment of my life from now until I die지금부터 내가 죽는 그 순간까지I will think or dream of you and fail to understand당신만을 생각하며 괴로워하겠지요.How a perfect love can be confounded out of hand완전한 사랑을 이룰 수 없음을 말이에요.Is it written in the stars하늘의 뜻인 걸까요?Are we paying for some crime아니면 우리는 벌을 받고 있는 걸까요?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의 안타까움을 노래한 이 곡은 뮤지컬[아이다(Aida)]의 수록 곡으로 유명한 [Written in the stars]입니다. 원래 written in the stars는 ‘별에 쓰여진’이란 뜻이지만, ‘(운명처럼) 그렇게 되다’라는 뜻을 가진 표현이랍니다.‘사랑을 쓰려거든 연필로 쓰세요’라는 옛 노랫말처럼, 말보다는 글이 울림이 오래가고, 또 ‘기억은 사라져도, 기록은 남는다’는 말처럼 무언가 중요한 것을 잊지 않기 위해서, 우리는 늘 무언가를 써가며 살아가고 있습니다. 영어 단어, 표현 역시 쓰면서 외울 때 보다 정확하고 오래 기억할 수 있답니다. 그래서 오늘은 우리 삶에서 없어서는 안 될 ‘쓰기’와 관련된 영어 표현들에 대해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우선 write가 ‘쓰다’라는 뜻이라는 건 다 아실 거라 생각합니다. 하지만 scribe이란 단어에도 ‘쓰다’라는 뜻이 있다는 것을 아셨나요? 이 단어는 다양한 ‘접두사(prefix)’와 결합하여 다양한 뜻의 단어들을 만들어낼 수 있답니다.예를 들어, inscribe는 ‘안에(in) 쓰다’라는 의미라 ‘새기다’라는 뜻이고, describe는 de

  • 신동열의 고사성어 읽기

    전전긍긍 (戰戰兢兢)

    ▶ 한자풀이戰: 싸움 전戰: 싸움 전兢: 떨릴 긍兢: 떨릴 긍맨손으로 범을 잡을 수 없고 걸어서는 강을 건너지 못하네. 사람들은 그 하나는 알고 있지만 그외 것은 아무것도 모르고 있네. 두려워하고 조심하기를(戰戰兢兢) 마치 깊은 못에 임한 듯하고 살얼음 위를 걷는 듯하네.공자가 편찬한 <시경> 소아편 ‘소민(小旻)’의 마지막 구절이다. 임금이 간신에 둘러싸여 나라를 혼란에 빠뜨린 것을 풍자한 시다. ‘사공이 많으면 배가 산으로 간다’와 뜻이 맞물리는 ‘꾀하는 사람이 너무 많으면 꾀하는 일이 잘되지 않는다’도 소민에 나오는 시구다. 자신의 이익만을 좇는 신하가 많으니 나라가 임금의 뜻대로 다스려지지 않음을 비유한 구절이다.전전(戰戰)은 겁을 먹고 벌벌 떠는 모습이고, 긍긍(兢兢)은 지극히 조심해 몸을 움츠리는 태도다. 그러니 전전긍긍(戰戰兢兢)은 지나치게 두려워하고, 조심하는 몸가짐이다. 소민은 만용과 소심을 대비시킨다. 맨손으로 범을 잡고, 걸어서 강을 건너는 건 용기가 아니라 만용이다. 군주에게 만용을 부리면 단번에 목이 날아간다. 간신은 그걸 알기에 깊은 연못에 임하듯, 얇은 얼음 위를 걷듯 임금의 눈치만 살핀다. 나라에 약이 되는 쓴 말은 삼키고 임금의 귀에 달콤한 단 말만 뱉어댄다.“미래는 여러 이름을 가지고 있다. 약한 자에게는 불가능이고, 겁 많은 자에게는 미지(未知)이고, 용기 있는 자에게는 기회다.” 프랑스 소설가 빅토르 위고의 말이다. 빙판길에선 떨며 걷는 자가 더 자주 넘어진다. 두려움에 지면 뚜렷한 길이 흐려지고, 흐릿한 길이 아예 없어진다. 전전긍긍, 세상만사 너무 겁먹고 너무 소심하면 발을 내딛지 못한다.

  • 홍성호 기자의 열려라 우리말

    '~발생되다'는 잘못…'~일어났다', '~생겼다'가 더 좋죠

    집 근처 족발집은 맛이 좋아 늘 손님이 붐빈다. 어느날 가게 앞에 안내문이 붙었다. 그 문구가 좀 이상하다. ‘품절현상이 자주 발생됩니다.’ 이런 문장은 우리말을 과학적 논리적으로, 이치에 맞게 쓴 게 아니다. 그저 한자어에 휩쓸려, 거기에 말을 맞춰 만든 어색한 표현일 뿐이다.‘품절됐다’보다 ‘동났다’가 자연스러워우리말을 비틀어 쓰는 사례는 일상에서 흔히 볼 수 있다. 우선 어휘 사용이 자연스럽지 않다. ‘발생하다’는 자동사다. ‘무엇이 발생하다’가 기본형이다. 굳이 ‘-되다’를 쓸 필요없는데 습관적으로 ‘-되다’를 사용한다. ‘사건이 발생했다’ ‘화재가 발생했다’ ‘공사장에서 발생한 소음’ 식으로 쓰는 게 자연스러운 우리 어법이다.‘-되다’는 일부 명사 뒤에 붙어 그 말을 피동으로 만드는 접미사다. 자동사는 주어의 동작을 나타낼 뿐 객체를 필요로 하지 않아 피동형으로 쓸 이유가 없다. 서술어를 고유어로 바꿔보면 이런 점이 분명히 드러난다. ‘사건이 터졌다’ ‘화재가 일어났다’ ‘공사장에서 생긴 소음’이라 하는 게 본디의 우리말이다. ‘발생하다’란 말은 ‘터지다, 일어나다, 생기다’ 같은 토박이말을 대체한 한자어에 지나지 않음을 알 수 있다. 그러니 ‘품절현상이 자주 생깁니다’라고 하면 훨씬 자연스럽다.‘품절’도 좋은 말이 아니다. 정부에서 고시한 ‘일본어투 생활용어 순화 자료’(문화체육부, 1997년)를 보면 품절 대신 될 수 있으면 다듬은 말 ‘물건 없음’ ‘없음’을 쓰라고 했다. ‘고쳐진 행정용어 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