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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신철수 쌤의 국어 지문 읽기

    소설의 단골 소재는 '성장'…그건 갈등과 깨달음의 열매!

    나는 깨진 단지를 눈으로 찬찬히 확인하는 순간 입술을 파르르 떨었다. 어찌 떨지 않을 수 있었을까. 그 단지의 임자가 욕쟁이 함경도 할머니임에 틀림없음에랴! 이 베락 맞아 뒈질 놈의 아새낄 봤나, 하는 욕설이 귀에 쟁쟁해지자 등 뒤에서 올라온 뜨뜻한 열기가 목덜미와 정수리께를 휩싸며 치솟아 올라 추운 줄도 몰랐다. 눈을 비비고 또 비볐지만 이미 벌어진 현실이 눈앞에서 사라져 줄 리는 만무했다.집 안팎에서 귀청이 떨어져라 퍼부어질 지청구와 매타작을 감수하는 게 상수인 듯싶었다. 아무도 밟지 않은 첫길이라고 일부러 발끝에 힘을 주어 제겨 딛고 가느라 우리 집 앞에서 변소 앞까지 뚜렷이 파인 눈 위의 내 발자국은 요즘 말로 도주 및 증거 인멸의 가능성을 일찌감치 봉쇄하고 있는 터였다. <중략> 나는 울기 전에 최후의 시도를 하기로 맘먹었다. 우랑바리나바롱나르비못다라까따라마까뿌라냐……손오공이 부리는 조화를 기대하며 입속으로 주문을 반복해서 외었다.[중략 부분의 줄거리] 눈사람을 만들어 깨진 단지를 숨기고, 혼날 것을 두려워한 나는 가출을 한 후 여러 곳을 방황하다 해질녘에 집으로 돌아온다. 눈사람은 깨끗이 치워져 있었고, 혼낼 줄로 알았던 집 안 사람들은 나에게 무심한 채 평소와 다름없이 자신들의 일만 한다.나는 나를 둘러싼 세계가 너무도 낯설게 느껴졌다. 내가 짐작하고 또 생각하는 세계하고 실제 세계 사이에는 이렇듯 머나먼 거리가 놓여 있었던 것이다. 그 거리감은 사실이 세계는 나와는 상관없이 돌아간다는 깨달음, 그러므로 나는 결코 주변으로 둘러싸인 중심이 아니라는 아슴프레한 깨달음에 속한 것이었다. <중략>그러고는 어른처

  • 신동열의 고사성어 읽기

    殃及池魚(앙급지어)

    ▶ 한자풀이殃: 재앙 앙及: 미칠 급池: 연못 지魚: 물고기 어재앙이 연못 속 물고기에 미친다는 뜻으로관계가 없는 듯해도 좋지 않은 영향을 받음-<여씨춘추>중국 송(宋)나라 사마(司馬) 환(桓)이 귀한 구슬을 가지고 있었다. 어느 날 그가 죄를 지어 형벌을 받게 되자 도망을 치려고 했다. 왕이 사람을 보내 그를 붙잡아 구슬이 있는 곳을 물으니 사마 환이 말했다. “연못에 던져버렸습니다.” 이에 연못의 물을 다 퍼내 마르게 해서 구슬을 찾았으나 아무것도 찾지 못하고 물고기만 다 죽고 말았다. <여씨춘추>에 전해오는 이야기로, 여기서 유래한 앙급지어(殃及池魚)는 재앙이 연못의 물고기에 미친다는 뜻으로 연관이 없는 뜻하지 않은 화를 일컫는 고사성어다. 지어지앙(池魚之殃)으로도 쓴다. 뜻밖에 닥쳐온 불행을 의미하는 횡래지액(橫來之厄), 횡액(橫厄)도 뜻이 비슷하다.이 이야기는 후대에 내용이 가감되고 재구성되어 전해졌는데, 송나라 때 편집된 역대 설화집 <태평광기>에는 비슷한 얘기가 실려 있다.“성문에 불이 붙으면 그 화가 성 근처 물가의 물고기에게까지 미친다(城門失火, 殃及池魚)는 말이 있다. 옛날 전하는 말에 ‘지중어(池仲魚)라는 이름의 사람이 있었다. 그는 송나라 성문 근처에 살았는데, 성문에 갑자기 불이 나더니 불이 그의 집까지 퍼져 지중어는 불에 타 죽고 말았다’는 이야기가 있다. 또 다른 이야기로는 ‘송나라 성문에 불이 났는데 불을 끄려던 사람이 성 외곽의 물을 길어다 불을 껐다. 결국 성 외곽의 물은 바닥이 났고 그 속에 살던 물고기는 모두 죽었다’고 한다.”민간에 구전되는 이야기로 문헌에 기술된 형태도 다양하지만

  • 학습 길잡이 기타

    즐겁고 행복한 성탄절 보내세요~~^^

    One dollar and eighty-seven cents. That was all. Every day, when she went to the shops, she spent very little money. She bought the cheapest meat, the cheapest vegetables. And when she was tired, she still walked round and round the shops to find the cheapest food. She saved every cent possible. Della counted the money again. There was no mistake. One dollar and eighty-seven cents. That was all. And the next day was Christmas. She couldn’t do anything about it. She could only sit down and cry. So she sat there, in the poor little room, and she cried. [중략] Della stopped crying and she washed her face. she stood by the window, and looked out at a grey cat on a grey wall in the grey road. Tomorrow was Christmas day, and she had only one dollar and eighty-seven cents to buy Jim a Christmas present. She wanted very much to buy him something really fine, something to show how much she loved him.오 헨리 《크리스마스 선물》1.87달러. 그것뿐이었다. 매일 그녀가 가게에 가면 돈은 거의 쓰지 않았다. 제일 싼 고기와 야채만 사갔다. 그녀가 피곤할 때도 가장 값싼 음식을 찾을 때까지 가게를 둘러보았다. 그녀는 잔돈 하나까지 아꼈다. 델라는 돈을 다시 세었다. 정확한 액수였다. 1.87달러. 그것뿐이었다. 그리고 내일은 크리스마스였다. 그녀는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그저 앉아서 우는 일밖에. 그래서 그녀는 그 작고 초라한 곳에 앉아서 울었다. [중략] 델라는 우는 것을 멈추고 얼굴을 씻었다. 그녀는 창가 옆에 서서 회색 길에 있는 회색 벽 옆에 있는 한 회색 고양이를 쳐다보았다. 내일이 크리스마스인데 짐을 위해 크리스마스 선물을 살 돈은 고작 1.87달러였다. 그녀는 정말 괜찮은 물건을 그에게 사주고 싶었고 그 물건으로 그녀가 얼마나 그를 사랑하는지 보여주고 싶었다. Words & Phrases우리말로 ‘성탄

  • 홍성호 기자의 열려라 우리말

    떡을 물에 '담궈' 둘 수는 없어요

    2021년 대입수능시험이 코로나19 사태로 한 달 늦춰진 지난 3일 치러졌다. 수능국어에서는 매년 문법과 관련해 5문항 정도가 출제된다.올해는 우리말 조어법에 관한 문제 2개와 맞춤법, 통사론, 음운론에 관한 질문이 하나씩 나왔다. 그중 13번 문항은 한글맞춤법 가운데 용언의 활용에 관한 것으로, ‘열려라! 우리말’ 코너에서도 여러 차례 짚어본 것이었다. ‘담그다’가 기본형…‘담가’로 활용해우선 보기에 나온 예시 단어들은 맞춤법을 얘기할 때 단골로 나오는 것이다. 자칫 틀리게 적기 십상이기 때문이다. ‘보기: ⓐ떡을 물에 담궈(→담가) 둔다. ⓑ멸치를 … 체에 거러서(→걸러서) ⓒ육수에 고추장, 갈은(→간) 마늘, …. ⓓ하앴던(→하?던) 떡이 … 잘 ⓔ젓어(→저어) 익힌다.’ 이때 잘못 쓴 말을 바로잡는 과정에서 적용된 활용의 예로 옳지 않은 것을 찾는 게 문제다.활용의 문제를 풀 때는 언제나 ‘기본형’에서 시작해야 한다. ‘담궈’로 쓴 이 말의 기본형은 ‘담그다’이다. 이를 활용해 보자. 어간의 모음이 음성이므로 우선 ‘담그+어’ 형태로 결합한다. 이때 어간의 ‘으’가 탈락하면서 ‘담거’로 바뀐다. 이어서 모음조화에 따라 어미 ‘-어’가 ‘-아’로 바뀌어 ‘담가’가 된다. 그런데 이 말을 사람들이 흔히 ‘담궈, 담궜다’ 식으로 쓰기도 한다. 단어를 활용하는 과정에서 불필요하게 ‘우’를 집어넣는 것이다. 하지만 맞춤법에서는 인정하지 않는 표기이므로 ‘담가, 담갔다’라고 해야 한다.이처럼 어간의 모음 ‘으’가 뒤에 어미 ‘-아/-

  • 신철수 쌤의 국어 지문 읽기

    개념들의 공통점과 차이점 구별하는 훈련 쌓아야

    아렌트가 제기하는 핵심 문제는 바로 행위의 가능성이다. 아렌트는 인간의 활동으로 ‘노동’, ‘작업’, ‘행위’를 제시하고 이 세 가지 활동이 서로 긴밀하게 연결되어 인간의 실존을 가능하게 한다고 말한다. 그녀가 생각하는 노동은 생물학적 욕구를 충족시키는 동물적 활동이다. 노동은 자기 보존의 수단일 뿐이고 생존을 위해 필요한 생산과 소비의 끊임없는 순환 과정 속에 종속된 것이다. 작업은 단순한 생존을 넘어서 삶의 편의를 위해 물건과 결과물을 만드는 것으로 자연과 구분되는 인간 세계를 구축하는 활동이다. 마지막으로 행위는 다른 존재들과 상호소통하며 자신의 존재를 드러내는 것으로 다수의 사람들과 공동의 관심사에 대해 의견을 나누는 활동을 의미한다. 그녀는 행위가 노동, 작업과 달리 혼자서는 할 수 없기에 오직 행위만이 타인의 지속적인 현존을 전제 조건으로 삼는다고 밝힌다. 그리고 노동과 작업을 사적인 것으로, 행위를 공적인 것으로 구분하고 행위가 이루어지는 곳을 공적 영역으로 규정한다. <2020학년도 9월 교육청 전국연합평가> 인간의 활동… ‘노동’, ‘작업’, ‘행위’… 인간의 실존을 가능하게‘A(으)로 B, C, D를 제시하다’와 같은 어구는 A의 종류 또는 구성 요소로 B, C, D가 있다는 뜻이다. 이런 경우 A는 상위 개념, B, C, D는 하위 개념이 된다. 그럴 경우 [A]와 같이 개념 사이의 상하관계를 고려해 정리할 수 있다. 그리고 ‘A는 B를 가능하게 하다’와 같은 문장은 A가 B의 방법이거나 원인이 된다. 이를 고려하면 위 내용은 [A]를 확장하여 [B]와 같이 정리할 수 있다.‘실존(實存, 실제 실/있다

  • 학습 길잡이 기타

    거의 모든 명사는 동사로 활용이 가능하죠

    The policeman on the beat moved up the avenue impressively, The impressiveness was habitual and not for show, for spectators were few. The time was barely 10 o’ clock at night, but chilly gusts of wind with a taste of rain in them had well nigh depeopled the streets. Trying doors as he went, twirling his club with many intricate and artful movements, turning now and then to cast his watchful eye adown the pacific thoroughfare, the officer, with his stalwart form and slight swagger, made a fine picture of a guardian of the peace. The vicinity was one that kept early hours. Now and then you might see the lights of a cigar store or of an all-night lunch counter; but the majority of the doors belonged to business places that had long since been closed. When about midway of a certain block the policeman suddenly slowed his walk. In the doorway of a darkened hardware store a man leaned, with an unlighted cigar in his mouth. As the policeman walked up to him the man spoke up quickly. 오 헨리 《20년 후》순찰 중인 경관 한 명이 한길을 따라 당당하게 걸어갔다. 그의 당당한 걸음걸이는, 거리를 지나는 행인이 거의 없는 것으로 보아 겉치레라기보다는 오히려 그의 습관처럼 보였다. 이제 겨우 밤 10시밖에 안 되었지만, 비를 동반한 살을 에는 듯한 강풍 때문인지 한길에는 사람들의 모습이 거의 보이지 않았다. 딱 벌어진 체격의 그 경관은 능숙하고 익숙한 솜씨로 경찰봉을 빙빙 휘두르기도 하고, 때로는 한적한 거리를 향해 의심의 눈초리를 보내기도 하면서 집집마다 문단속이 잘 되어 있는지 확인하며 순찰을 하고 있었다. 그의 그러한 모습은 마치 평화의 수호자를 그린 멋진 한 폭의 그림 같았다. 인근에 사는 사람들은 일찍 자고 일찍 일어났다. 간혹 담배 가게나, 24시간 영업을 하는 간이식당의 불빛이 보이는 경우도 있었지만, 대부

  • 신동열의 고사성어 읽기

    西施?目(서시빈목)

    ▶ 한자풀이西: 서녘 서施: 베풀 시, 옮길 이?: 찡그릴 빈目: 눈 목미인 서시가 눈살을 찌푸린다는 뜻으로남의 흉내를 내다 비웃음을 산다는 의미-<장자(莊子)>중국 월나라의 절세미녀인 서시는 가슴앓이병이 있어 언제나 미간을 찌푸리고 다녔다. 그랬더니 그 마을의 추녀가 이것을 보고 그 어여쁨에 감탄해 자기도 가슴에 손을 대고 미간을 찡그리며 마을을 돌아다녔다. 그러자 그 마을 부자들은 대문을 굳게 잠그고 나오지 않았고, 가난한 사람들은 처자를 이끌고 마을에서 도망쳤다. 이 추녀는 미간을 찡그린 모습이 아름답다는 것만 마음에 두었을 뿐, 찡그림이 아름다운 까닭은 알지 못했다. 즉, 서시는 본래 아름다우므로 자기와는 근본적으로 다르다는 것에 생각이 미치지 못했던 것이다. <장자(莊子)> ‘천운편(天運篇)’에 나오는 고사다.여기에서 유래한 서시빈목(西施目)은 ‘서시가 눈살을 찌푸린다’는 뜻으로, 자신의 분수를 모르고 함부로 남의 흉내를 내는 것을 빗대는 말로 쓰인다. 효빈(效), 서시봉심(西施捧心)도 같은 뜻이다.장자는 시대의 변천에 따라 제도나 도덕도 변해야 한다고 강조하면서, 춘추시대 말엽의 난세에 태어난 공자가 그 옛날 주왕조의 이상정치를 그대로 노나라와 위나라에 재현하려 하는 것은 마치 추녀가 서시를 무작정 흉내 내는 것과 다르지 않다고 비꼬았다.<장자> ‘추수편’에 나오는 한단지보(邯鄲之步)도 뜻이 서로 맞닿는다. 수릉의 한 젊은이가 조나라 수도 한단에 가서 그곳의 걸음걸이를 배웠는데 한단 걸음걸이를 제대로 배우기도 전에 본래의 걸음걸이마저 잊어버려 기어서 고향으로 돌아왔다는 뜻으로, 이 또한 제 분수를

  • 홍성호 기자의 열려라 우리말

    목례보다 '눈인사'가 정겨운 느낌을 주죠

    미국 46대 대통령 선거에서 조 바이든 민주당 당선인이 승리를 선언한 지도 한 달이 지났다. 그가 국정인수를 준비하기 시작한 지난달 초. 외신을 통해 들어온 한 장의 사진이 우리말과 관련해 작은 논란을 일으켰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11일 펜실베이니아주 필라델피아의 한국전쟁 기념비 앞에 헌화한 뒤 경례하고 있다.’ 국기에 대한 경례는 목례로 할 수 없어그의 경례 동작은 오른손을 왼쪽 가슴에 댄 것이었다. 이를 두고 일부 독자들 사이에서 “이것도 경례라고 하느냐”란 의문을 제기했다. 경례는 손을 이마에 붙여 하는 게 아니냐는 뜻이었다. ‘경례(敬禮)’는 공경의 뜻을 나타내기 위해 인사하는 행동이다. 이것은 넓은 의미에서의 정의이다. 따라서 경례에는 수많은 동작과 방식이 있다. 사람이 하는 것뿐만 아니라 총이나 대포를 쏘는 예포사격도 있고 의례 비행도 있다. 사람의 동작도 고개를 숙여서 하기도 하고, 오른손을 펴서 이마 오른쪽에 대기도 하고, 왼쪽 가슴에 대기도 한다.일상에서 보는 ‘경례’에는 두 가지가 있다. 하나는 일반인이 경의를 표하는 행동으로, 보통 오른손을 펴서 왼쪽 가슴에 댄다. ‘국기에 대한 경례’ 등을 할 때의 동작이다. 또 하나는 좁은 의미의 경례인데, 오른손을 펴서 이마 오른쪽 옆에 대는 것이다. 이걸 따로 거수경례라고 한다. 군인이나 경찰 등 제복을 입은 국민은 거수경례를 하게 돼 있다(대한민국국기법 시행령). 이것 때문에 경례라고 하면 거수경례를 먼저 떠올리는 것 같다.‘국기에 대한 경례’는 국기법에 따라 규정돼 있어서 이를 지켜야 한다. 그 요건은 ‘①국기를 주목한 상태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