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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홍성호 기자의 열려라 우리말

    '한글날'에 새겨보는 우리말의 소중함 (2)

    한글날을 이틀 앞둔 지난 7일 문화재청 국정감사에선 ‘훈민정음 해례본 상주본’의 처리를 두고 공방이 벌어졌다. 해례본은 무엇이고 상주본은 또 뭘까? 우리는 한글의 소중함을 말하지만 막상 한글이 어찌 만들어졌고 어떻게 후대에 전해졌는지는 잘 알지 못한다. 지난호에 이어 한글과 관련한 상식을 더 살펴보자.‘해례본’은 한자로, ‘언해본’은 한글로 풀어훈민정음을 얘기할 때 흔히 ‘언해본’ ‘해례본’ ‘안동본’ 같은 말을 한다. 우선 훈민정음이라 할 때 이 말은 두 가지를 가리킨다. 하나는 세종대왕이 1443년 창제하고 1446년 반포한 우리말 표기체계(지금은 ‘한글’이라 부르는 자모 체계)를 뜻한다. 다른 하나는 이를 널리 알리고자 1446년 9월 발간한 책을 말한다. 책 이름이 <訓民正音>이다. 이 책은 무려 500여 년을 잠자다 1940년 경북 안동에서 발견돼 간송 전형필이 입수해 보관(간송미술관)해 오고 있다. 이를 ‘훈민정음 해례본’이라 하고 ‘훈민정음 안동본’이라고도 부른다. 국보 제70호이자 유네스코 지정 세계기록유산이다.이 책이 세상에 나옴으로써 비로소 한글 창제 원리가 밝혀졌다. 말미에 1446년 9월 상순에 발간했다고 적혀 있어 이것을 토대로 지금의 한글날(양력으로 환산해 10월 9일)이 탄생하기도 했다. 해례본 원본을 최초로 해설한 김슬옹 세종국어문화원 원장에 따르면, 해례본은 크게 ‘정음(正音)’과 ‘정음해례(正音解例)’로 나뉜다. 흔히 ‘예의’와 ‘해례’로 구분하기도 하지만 이는 정확한 표현이 아니다.해례본은 세상에 단 하나만 전해져 왔었다. 그런데 2008년 경북 상주에

  • 학습 길잡이 기타

    '비교'와 관련된 다양한 표현

    Tale as old as time시간 속에 흘러온 아주 오래된 이야기True as it can be더할 수 없을 만큼 진실한 이야기Barely even friends, then somebody bends Unexpectedly친구라 할 수도 없던 그들 사이에, 그러다 누군가 돌연히 마음을 풀었죠.Just a little change Small, to say the least아주 작은 변화가 일어났어요.Both a little scared Neither one prepared Beauty and the Beast둘 다 조금은 겁이 났지만 누구도 준비하지 않았지만 미녀와 야수의 사랑이 시작됩니다.Ever just the same, ever a surprise언제나 같은 느낌, 언제나 다가오는 놀라움Ever as before, ever just as sure As the sun will arise예전처럼 여전하면서 언제나 태양이 떠오르는 것처럼 확실한 사랑 (중략)미녀와 야수의 아름다운 사랑 이야기를 그린 이 노래는 동명의 영화 OST로도 유명한 ‘Beauty and the Beast’입니다. 그런데 이 노래의 가사를 보면 Tale as old as time(시간 속에 흘러온 아주 오래된 이야기)와 같은 우리가 흔히 문법 시간에 얘기하는 ‘원급 비교’ 표현을 만날 수 있습니다.우리는 살아가면서 많은 것을 비교하기도 하고, 또 다른 사람에 의해 비교당하기도 합니다. 좋든 싫든, 다양한 사람이 모여 사는 세상에서는 비교는 피할 수 없는 숙명이기도 합니다. 그래서 오늘은 ‘비교’와 관련된 영어 표현을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원급/비교급/최상급 비교 표현은 너무 많아 이번 칼럼에서 다 정리할 수는 없지만, 그래도 우리 학생들이 시험에서 자주 틀리고 헷갈려하는 네 가지를 꼭 집어 말씀드리면 첫 번째는 no more than입니다. 보통 ‘겨우, 오직’이라는 뜻으로 해석되며 nothing but 또는 only의 의미라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그래서 She has no more than four dollars라는 표현은 ‘그녀는 겨

  • 신동열의 고사성어 읽기

    명경지수 (明 鏡 止 水)

    ▶ 한자풀이明:밝을 명鏡:거울 경止:그칠 지水:물 수중국 춘추시대 노나라에 왕태(王)라는 학덕이 높은 사람이 있었다. 노나라에는 그를 따라 배우는 사람이 공자의 제자만큼이나 많았다. 공자의 제자인 상계가 불만 섞인 투로 물었다. “스승님, 많은 사람이 왕태를 따르는 까닭은 무엇이옵니까?” 공자가 답했다. “그것은 그의 마음이 고요하기 때문이다. 사람은 흘러가는 물에는 비춰 볼 수가 없고 고요한 물에 비춰 보아야 한다. 오직 고요한 것만이 고요하기를 바라는 모든 것을 고요하게 할 수 있다(人莫鑑於流水 而鑑於止水 唯止能止衆止).” <장자> 덕충부 편에 나오는 얘기로, 명경지수(明鏡止水)는 맑은 거울과 조용한 물이라는 뜻으로 티 없이 맑고 고요한 심경을 뜻한다.‘맑은 거울’을 뜻하는 명경(明鏡)은 <장자>의 다른 부분에서도 나온다. 같은 스승을 모시고 있는 정자산이라는 사람이 위세를 과시하려는 신도가를 나무라는 대목이다. “자네는 지위를 내세워 사람들을 무시하고 있네. 듣건대 거울이 맑으면 먼지가 끼지 못하고, 먼지가 끼면 거울이 맑지 못하네. 어진 사람과 오래도록 함께 있으면 허물이 없어진다고 하네(鑑明則塵垢不止 止則不明也 久與賢人處 則無過). 세상에는 잘못을 변명하는 사람은 많으나 제 잘못을 인정하면서 그로 인해 받는 죄를 마땅하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적네”라며 정자산을 꾸짖었다. 이처럼 명경지수는 본래 도가(道家)에서 주창하는 무위(無爲)의 경지를 가리켰으나 후일 그 뜻이 변하여 순진무구한 깨끗한 마음을 가리키게 되었다.사람은 수시로 자신을 들여다봐야 한다. 성찰은 고요히 내면을 들여다보는 일이다. 성숙

  • 홍성호 기자의 열려라 우리말

    '한글날'에 새겨보는 우리말의 소중함

    “제자들 중 한 명이 영국에 유학할 때 장학금을 신청했다가 탈락한 적이 있다. 내막을 알고 보니 한국에서 살던 집 주소가 문제가 됐다고 하더라. 아파트 이름에 ‘캐슬(castle)’이 들어가 있었는데, 학교에서는 이렇게 ‘넉넉한’ 집안의 학생에게까지 장학금을 줄 수 없다는 결정을 내린 것이었다.” 외솔회 회장을 지낸 최기호 전 상명대 국어교육과 교수가 한 어문 관련 세미나에서 소개한 사연이다.잘못 알려진 상식 많아우리말 실태와 국어정책의 방향에 대한 발언 중 나온 얘기다. 외래어가 남용되고 있다는 지적은 어제오늘의 얘기가 아니다. 요즘은 아예 영문자가 우리 글자(한글)를 대체하는 일도 흔하다. 일상생활 주변에서도 흔히 볼 수 있다. ‘책을 훼손하는 당신, 인격도 Out!’ 한 도서관 1층에 내걸린 현수막 구호다. 굳이 쓰지 않아도 될 데까지 이미 파고들어와 있다.오는 9일은 573돌 맞는 한글날이다. 요즘은 우리말과 한글에 대한 인식과 자부심이 커졌지만 한편으론 잘못 알려진 상식도 꽤 있는 것 같다. 흔히들 ‘한글이 곧 우리말’인 줄로 알고 있는 게 그중 하나다. 우리말은 ‘우리나라 사람의 말’이다. ‘입말’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한글은 그 말을 적기 위한 ‘우리 고유의 글자’를 말한다. 문자로 나타낸 말을 입말에 상대해 ‘글말’이라고 한다. 훈민정음 서문의 “나랏 말싸미 듕귁에 달아 문자와로 서르 사맛디 아니할쎄…”에 답이 있다. 우리말이 중국말과 다른데, 당시 글자는 한자뿐이 없어 우리말을 옮길 수가 없었다. 그래서 세종대왕이 새로 만든 글자가 훈민정음(지금의 한글)인 것이다. 간혹 순우리말에

  • 학습 길잡이 기타

    '말'과 관련된 표현들

    What have I got to do to make you love me내가 어떻게 해야 당신이 날 사랑할까요?What have I got to do to make you care내가 어떻게 해야 당신이 나에게 관심을 가져줄까요?What do I do when lightning strikes me번개가 치고 내가 깨어났을 때(조명이 나를 비출 때)And I wake to find that you’re not there당신이 없으면 어떻게 해야 하죠?What do I do to make you want me내가 어떻게 해야 당신이 날 원할까요?What have I got to do to be heard당신이 내 말을 듣게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죠?What do I say when it’s all over모든 게 끝나면 나는 무슨 말을 해야 하죠?And sorry seems to be the hardest word미안하단 말은 가장 어려운 말 같아요…It’s sad, so sad슬프죠, 정말 슬퍼요.It’s a sad, sad situation너무 슬픈 상황이에요.And it’s getting more and more absurd더 불합리한 상황이 되어가고 있죠.It’s sad, so sad슬퍼요, 너무 슬퍼요.Why can’t we talk it over왜 우리는 더 이상 얘기할 수 없는 건가요?Oh it seems to meThat sorry seems to be the hardest word오… 미안하단 말은 가장 어려운 것 같군요…사랑과 이별의 아픔을 가슴 저리는 가사로 표현한 이 노래는 ‘엘튼 존’의 명곡 [Sorry seems to be the hardest word]입니다. 이처럼 살아가는 데 ‘말’만큼 중요한 것도 없는 것 같습니다. 정말 말 한마디에 천 냥 빚을 갚을 수도 있고, 무심코 던진 말 한마디가 누구에게는 평생 씻을 수 없는 상처가 될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오늘은 소통을 하는 데 가장 중요한 ‘말(word)’과 관련된 영어 표현들에 대해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우선 다들 아시는 것처럼 word의 가장 기본적인 뜻은 ‘말, 단어’입니다. 그래서 have a word with란 표현은 ‘~와 잠깐 한두 마디

  • 신동열의 고사성어 읽기

    남가일몽 (南 柯 一 夢)

    ▶ 한자풀이南:남녘 남柯:자루 가一:한 일夢:꿈 몽당나라 때 강남 양주 땅에 순우분이란 사람이 있었다. 그의 집 남쪽에는 몇 아름이나 되는 큰 괴화나무가 수십 평의 그늘을 드리우고 있었는데 그는 여름철이면 친구들과 어울려 그 나무 밑에서 술을 마시곤 했다. 하루는 술에 취해 나무 아래에서 잠을 자는데 남색 관복을 입은 두 사나이가 나타나 절을 올렸다. “괴안국 국왕의 어명을 받잡고 대인을 모시러 온 사신입니다.” 순우분이 사신을 따라 괴화나무 구멍으로 들어가자 국왕이 반갑게 맞았다. 그는 괴안국의 부마가 되어 영화를 누리다 남가(南柯) 태수로 부임해 20년간 남가군을 태평하게 다스리고 다섯 아들은 모두 높은 벼슬에 오르고 딸은 왕가에 시집보냈다.하지만 20년이 되던 해 단라국 군대에 크게 패하고 아내까지 병으로 죽자 벼슬을 내놓고 돌아왔다. 한데 그의 명성 때문에 찾아오는 이가 많아 역적 음모를 꾸민다고 조정에 투서가 들어오자 왕은 그에게 근신을 명령했다. 순우분의 세력이 만만치 않은 것을 알게 된 왕은 그를 달래 고향에 다녀오라 했다. 순우분이 놀라서, “저의 집이 여긴데 어디로 간다는 말입니까?” 하고 반문하자, “그대는 본시 속세 사람으로, 여기는 그대의 집이 아닐세” 하며 웃었다. 그는 놀라며 꿈에서 깨어났다.‘남쪽 나뭇가지의 꿈’이란 뜻으로 덧없는 한때의 꿈이나 인생의 덧없음을 비유하는 남가일몽(南柯一夢)은 중국 당나라 이공좌의 소설 <南柯記(남가기)>에서 유래한 고사성어다. ‘그의 10년 노력은 결국 남가일몽이었다’ 식으로 쓰인다. ‘한바탕의 봄 날 꿈’을 뜻하는 일장춘몽(一場春夢), <장자>에

  • 홍성호 기자의 열려라 우리말

    '~의'나 '~부터' 함부로 쓰면 글이 어색해져요

    집 근처 한 가게 앞에 내걸린 안내 문구는 고개를 갸웃하게 만든다. ‘OO생협 매장의 오픈시간은 10시부터입니다.’ 우리말이긴 한데 우리말답지 않다. 어찌 보면 흔한 표현인 듯하지만, 우리말을 비틀어 써서 어색해졌다. 이런 이상한 말들을 생활 주변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다.명사구 남발하면 문장 흐름 어색해져이 말은 몇 가지 측면에서 문제점이 눈에 띈다. 우선 단어 사용이 어색하다. ‘오픈시간’이 ‘10시부터’라고 한다. 문 여는 시간이 10시면 10시지, 10시부터는 무엇일까? 우리는 무심코 이 ‘부터’라는 조사를 남용한다. “오후 2시부터 학급회의가 열린다.” “새 학기가 시작하는 날짜는 10일부터다.” “그는 지난해 말부터 OO회장에 취임했다.” 이런 데 쓰인 ‘부터’는 다 어색하다. 오후 2시에 학급회의가 열리는 것이고, 10일 학기가 시작하는 것이다. 회장에 취임한 것 역시 지난해 말이다. 여기에 ‘부터’가 붙을 이유가 없다.외래어 남발도 거슬린다. 가게를 연다고 할 때 ‘오픈’을 너무 많이 쓴다. 문을 여는 것도 오픈이고, 행사를 시작하는 것도 오픈이다. 가게를 새로 내는 것도 오픈이라고 한다. 하도 많이 쓰여 거의 우리말을 잡아먹을 정도다. 상황에 따라 ‘열다, 시작하다, 선보이다, 생기다, 차리다, 마련하다, 막을 올리다’ 등 섬세하고 다양하게 쓸 우리말 어휘가 얼마든지 있다.문장 구성상의 오류도 간과할 수 없다. ‘관형어+명사’ 구조의 함정에 빠졌다. ‘매장의 오픈시간’은 매우 어색한 구성이다. ‘오픈시간’을 주어로 잡아 그렇게 됐다. 가게가 주체이므로 ‘매장’을 주

  • 신동열의 고사성어 읽기

    난형난제 (難 兄 難 弟)

    ▶ 한자풀이難:어려울 난兄:형 형難:어려울 난弟:아우 제후한 말의 학자 진식(陳寔)은 태구의 현령으로 적은 녹봉을 받으면서도 덕망이 매우 높았다. 그의 아들 진기(陳紀)와 진심(陳諶) 또한 학식과 덕망이 높아 당대 사람들은 그들 부자를 세 군자(君子)로 불렀다. 어느날 손님이 진식의 집에 머물러, 진식이 두 아들에게 밥을 지으라 했는데 어른들의 토론에 귀를 기울이다 밥이 죽이 되고 말았다. 진식이 그 연유를 알고 물었다. “그래, 우리가 나눈 얘기를 조금이라도 외우고 있느냐?” “네, 조금은 알고 있습니다.” 진기와 진심은 요점을 잡아 들은 얘기를 조목조목 설명했다. 진식이 빙그레 웃으며 말했다. “그럼 됐다. 죽이면 어떠냐.”진기의 아들 진군(陳群)도 역시 뛰어난 수재로 재상까지 올랐다. 진군이 어렸을 때 진심의 아들 진충(陳忠)과 놀다가 서로 자기 아버지의 공적과 덕행을 논했는데 서로 자기 아버지가 낫다고 하여 결말을 짓지 못했다. 그래서 할아버지인 진식에게 여쭸다. 진식이 답했다. “형이 낫다고 하기도 어렵고 아우가 낫다고 하기도 어렵구나(難兄難弟).”난형난제는 원래 ‘형이라 하기도 어렵고, 동생이라 하기도 어렵다’는 뜻이지만 현재는 사람이나 사물이 그 우열을 가릴 수 없을 정도로 비슷함을 일컫는다. ‘최근 몇 년 새 축구에서 한국과 일본은 난형난제다’ 등으로 쓰인다.누가 맏형이고 누가 둘째 형인지 모른다는 난백난중(難伯難仲), 어느 것이 위이고 어느 것이 아래인지 분간하기 어렵다는 막상막하(莫上莫下), 서로 형세의 우열을 가리기 어려움을 일컫는 백중세(伯仲勢)나 백중지세(伯仲之勢), 역량이 우열을 가리기 힘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