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예퇴직이 확산하면서 실업률 증가 효과가 나타나고 있다." '효과'는 보람 있는, 좋은(긍정적) 결과를 뜻하는 말이다. 바람직하지 않은(부정적) 결과에 '효과'를 쓰면 본래의 쓰임새와 충돌해 글이 어색해진다.
![[홍성호 기자의 열려라! 우리말] 실업률 증가 '효과'가 있다고 쓰면…](https://img.hankyung.com/photo/202106/AA.26506707.1.jpg)
‘권리’라는 단어는 행사하거나 보호, 유예, 포기 같은 말과 어울린다. ‘의무/책임’은 면제하거나 부과, 추궁, 회피 등과 호응한다. ‘지재권 면제’라는 표현이 어색한 까닭은 이런 ‘어휘 선택과 구성’의 질서가 무너진 데서 온다. 모국어 화자라면 직관적으로 그것을 느낄 수 있다. 글쓰기에서 이런 오류는 자주 발생한다.
‘효과’ 또는 ‘영향’은 누구나 아는 단어다. 기초적인 어휘인데도 막상 글을 쓰다 보면 잘못 사용하는 경우가 종종 나온다. 뜻은 알고 있지만 용법을 잘 모르기 때문이다. 단어의 의미자질을 모르면 용법을 틀리기 십상이다. “명예퇴직이 확산하면서 실업률 증가 효과가 나타나고 있다.” ‘효과’는 보람 있는, 좋은(긍정적) 결과를 뜻하는 말이다. 바람직하지 않은(부정적) 결과에 ‘효과’를 쓰면 본래의 쓰임새와 충돌해 글이 어색해진다. “~이 확산하면서 실업률이 높아지고 있다”라고 하면 그만이다. ‘배(倍)’는 증가 의미…줄어드는 데에 못 써“배추를 기르면서 음악을 들려주면 진딧물 발생률을 ‘4배’까지 줄일 수 있다는 실험결과가 나왔다.” ‘배(倍)’역시 평범한 단어 용법이지만 잘못 알고 쓴 사례다. ‘2배, 3배, …’ 같은 표현은 늘어나는 현상을 두고 말하는 것이다. 여기서는 줄어드는 상황을 나타내야 하므로 단어를 잘못 선택했다. “발생률을 ‘4분의 1’까지 줄일 수~” 식으로 해야 적절하다.
글쓰기에서 단어 선택의 오류는 어려운 말이라서 생기는 게 아니다. 늘 쓰는 말이지만 의미와 용법을 ‘대충’ 생각하는 데서 오는 잘못이 많다. 말을 정교하고 섬세하게 구별해 사용해야 한다. 그런 점에서 ‘대출/차입’의 쓰임새도 돌아볼 만하다. 이들은 요즘 방황하는 말이 돼 버렸다. ‘대출’과 ‘차입’은 다른 말인데, 이를 구별 없이 뒤섞어 쓰는 경향이 있다는 점에서 그렇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