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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신동열의 고사성어 읽기

    양두구육(羊頭狗肉)

    ▶ 한자풀이羊:양 양頭:머리 두狗:개 구肉:고기 육양 머리에 개고기라는 뜻으로 겉과 속이 일치하지 않음을 의미-<오등회원> <양자법언>춘추시대 제나라 영공(靈公)은 여인들이 남장하는 것을 보기 좋아했다. 그의 특이한 취미가 온 나라에 전해지자 제나라 여인들이 온통 남자 복장을 하기 시작했다. 이를 전해들은 영공은 남장을 금지시켰지만 지켜지지 않았다. 그러던 중 당대 명성 있는 사상가인 안자(晏子)를 우연히 만나 금지령이 지켜지지 않는 까닭을 물었다. 안자는 다음과 같이 대답했다.“군주께서는 궁궐 안에서는 여인들의 남장을 허하면서 궁 밖에서는 못하게 하십니다. 이는 곧 문에는 소머리를 걸어놓고 안에서는 말고기를 파는 것과 같습니다( 懸牛首於門, 而賣馬肉於 也). 어찌하여 궁 안에서는 금지하지 않으십니까? 궁중에서 못하게 하면 밖에서도 하지 않을 것입니다.”이 말을 듣고 영공은 궁중에서도 남장을 금하게 했고 한 달이 지나 제나라에 남장하는 여인이 없게 되었다. 송나라 때 지어진 <오등회원(五燈會元)> 등에 전해지는 얘기다.이후 여러 문헌과 구전에 의해 원문의 소머리는 양머리로, 말고기는 개고기로 바뀌어 쓰이고 있다. 양두구육(羊頭狗肉)은 이처럼 겉으로는 좋은 명분을 내걸고 있으나 알고 보면 실속 없이 졸렬한 것을 말한다. 양두마육(羊頭馬肉) 표리부동(表裏不同) 명불부실(名不副實)은 비슷한 의미의 사자성어이고, 명실상부(名實相符) 명불허전(名不虛傳)은 반대 뜻의 사자성어다.세상에는 속과 겉, 명분과 실제가 다른 경우가 허다하다. 자신의 사적 이익을 추구하면서도 ‘애국’이라는 슬로건을 내걸고, 집단의 이익만을 위하면서도

  • 홍성호 기자의 열려라 우리말

    '참칭'과 '짝퉁'은 비슷하면서도 다르죠

    21대 총선을 앞둔 지난 3월 25일 오후. 일부 포털 사이트 실시간 검색어에 ‘참칭’이 올라왔다. 이날 한 정당 대표가 다른 신생 정당에 “○○당을 참칭하지 말라”고 경고한 뒤였다. 네티즌들은 이 말의 뜻을 궁금해했다. 우리 사회 갈등의 한 단면을 상징적으로 보여준 이 단어는 어떻게 만들어졌을까?‘주제넘은 짓’ 꾸짖을 때 써‘참칭’은 우리말 어휘 중에서 꽤 어려운 축에 드는 단어다. 일상에서는 쓸 일이 거의 없는데, 이번 선거에서는 유독 여러 차례 입길에 올랐다. ‘참칭(僭稱)’은 ‘분수에 넘치는 칭호를 스스로 이름’이다. ‘참(僭)’이 간단치 않은 말이다. ‘주제넘을 참’, 즉 분수에 넘게 지나침을 이른다. 여기에 ‘일컬을 칭’이 붙었으니 한마디로 ‘주제넘은 짓’을 가리킨다. 누군가 분수를 모르고, 격에 맞지 않는 언행을 할 때 쓴다.이 僭은 어원적으로 다른 사람에게 자신의 본분을 뛰어넘어 직권을 남용하는 것을 말하며, 이로부터 ‘허위’란 뜻이 나왔다(허영삼, <한자어원사전>). 그래서 참칭은 넓게 봐서 ‘사칭’(詐稱: 거짓으로 속여 이름)에 포함시킬 수 있다. 또는 가짜가 진짜인 것처럼 꾸민다는 점에서 ‘행세’이기도 하고 ‘흉내’ 내는 것이기도 하다. ‘행세’란 ‘자격 없는 사람이 당사자인 것처럼 행동하는 짓’을 말한다. 주인이 아닌 사람이 ‘주인 행세’를 하는 것이고, 공무원이 아니면서 공무원인 척하니 ‘공무원 행세’를 한 것이다. ‘흉내’는 ‘남이 하는 말이나 행동을 그대로 옮기는 짓’이다. 동작이나 행동, 목소리를 모방

  • 학습 길잡이 기타

    'art'를 복수로 쓰면 '교양과목'이란 뜻이 되죠

    If I forget to get the door내가 마음의 문을 여는 것을 잃어버려도Remind you that you’re beautiful당신은 아름답다는 것을 기억해요.I know my detail requires more attention나도 알아요. 내 요구들이 귀찮게 느껴질 수도 있다는 걸.If I ever hurt you it’s not my intention내가 당신에게 상처를 준다 해도 그건 고의가 아닐 거예요.Cause we’re gonna make our mistakes우린 실수를 할 때도 있을 테니.Find out how much your heart can take그러니 당신의 마음이 얼마나 받아들일 수 있는지 알아야 해요.But I know that you got my back하지만 당신은 이미 날 사로잡았죠.And baby I got yours나 역시 당신을 가졌고요.Cause I’m still learning the art of love난 아직 사랑의 기술을 배워가고 있으니까요.I’m still trying to not mess up난 아직 잘 하려 애쓰고 있으니까요.So whenever I stumble let me know그러니 내가 실수할 때마다 말해줘요.You need to spell it out잘 알려줘야 해요.Cause I’m still trying to learn the art of love난 아직 사랑하는 법을 배우는 중이니까요.사랑할 때 느끼는 풋풋한 감정을 잘 담고 있는 이 노래는 ‘Guy Sebastian’의 [Art of Love]입니다. 사랑하는 사람에게 ‘내가 아직 부족하지만 노력하고 또 노력해서 당신을 사랑하는 기술을 배우고 있으니까 좋게 봐 달라’라는 내art는 다들 아시는 것처럼 ‘미술/예술’이란 뜻입니다. 그래서 contemporary art는 ‘현대 미술’이고, a work of art는 ‘예술 작품’이란 뜻이랍니다. 하지만 복수로 arts라고 하면 ‘인문과학, 교양과목’이란 뜻도 있죠.의 가사인데, 사랑도 역시 ‘기술’이 필요한 것 같습니다.그래서 오늘은 우리가 흔히 ‘미술 혹은 예술’이라고 알고 있지만 ‘기술&rs

  • 신동열의 고사성어 읽기

    식자우환(識字憂患)

    ▶ 한자풀이識: 알 식字: 글자 자憂: 근심 우患: 근심 환서서(徐庶)는 유비에게 제갈량을 소개한 인물이다. 유비가 제갈량은 얻기 전에는 유비의 군사로 있으면서 조조를 많이 괴롭혔다. 위나라 조조에 비해 세력이 크게 약했던 촉나라 유비가 ‘삼국’이라는 입지를 강화한 것은 제갈량의 공이 컸고, 그를 소개한 서서 역시 삼국의 지형을 바꾸는 데 결정적 역할을 했다.조조는 모사꾼인 정욱의 계락에 따라 서서가 효자라는 것을 알고, 그의 어머니를 이용해 서서를 어머니에게 돌아가게 하려고 했다. 하지만 학식이 깊고 명필인 데다 의리가 있는 서서의 어머니 위부인은 아들을 불러들이기는커녕 어머니 걱정은 말고 현군인 유비를 끝까지 한 임금으로 섬기라고 격려했다.조조가 꾀를 냈다. 중간에 사람을 넣어 교묘한 수법으로 위부인의 필체를 알아낸 뒤, 서서에게 어머니의 위조 편지를 전달하게 했다. 필체에 속아 서서가 집에 돌아오자 위부인은 어찌된 영문인지를 몰라 의아해했다. 아들에게 자초지종 설명을 들은 뒤 이 모든 것이 서서의 효심과 거짓편지 때문이란 것을 안 위부인은 “여자가 글씨를 안다는 것부터가 걱정을 낳게 한 근본 원인이다(女子識字憂患)”라고 한탄했다. <삼국지>에 나오는 얘기다.소동파의 시에도 “인생은 글자를 알 때부터 우환이 시작된다(人生識字憂患始)”는 구절이 있다. 식자우환(識字憂患)은 말 그대로 ‘아는 글자가 되레 근심이 된다’는 뜻으로 너무 많이 알면 쓸데없는 걱정도 그만큼 많이 하게 된다는 의미로 사용된다. 또는 어쭙잖은 지식 때문에 일을 망치는 것을 뜻하는 말로 쓰인다. 한국 속담에 ‘아는 것이 병이다’라

  • 홍성호 기자의 열려라 우리말

    '한복장이'와 '한복쟁이' 구별하기

    ‘한복 디자이너 이영희 씨 별세.’ 이태 전 이즈음, 한복의 아름다움을 세계 무대에 알린 이영희 선생이 세상을 떠났다. 언론에선 부고를 전하면서 일제히 그를 ‘세계적 한복 디자이너’로 소개했다. 그는 디자이너이면서 동시에 한복 제작자이자 경영자이기도 했다. 이를 두루 나타내는 우리말은 ‘한복장이’이다. 타계하기 전 한국경제신문 칼럼을 쓰면서 그는 스스로를 ‘한복장이’라고 불렀다.기술자에겐 ‘-장이’ , 그 외엔 ‘-쟁이’를 써‘한복장이’는 자칫 ‘한복쟁이’로 쓰기 십상이다. 어떤 게 맞는 말일까? 답부터 말하면 두 개는 서로 다른 말이다. 한복 만드는 일을 업으로 하는 사람은 ‘한복장이’, 단순히 한복 입은 사람을 가리킨다면 ‘한복쟁이’라고 한다.이런 구별은 어디서 나온 것일까? 지난호에서 살핀 ‘아지랑이’에 그 실마리가 있다. ‘아지랑이’에는 우리말 발음과 표기법을 이해하는 중요한 원칙 하나가 담겨 있다. ‘가재미, 무지랭이, 쓰르래미, 애비, 에미, 싸래기, 냄비, 동댕이치다,’ 이들 중에서 바른 말은 ‘냄비’와 ‘동댕이치다’이고 나머지는 틀린 표기다.예시한 단어들은 모두 ‘이’모음 역행동화(전설모음화, 움라우트라고도 한다) 현상을 보이는 말이다. 이는 간단히 말하면 뒤에 있는 ‘이’모음의 영향을 받아 앞 음절 발음에 ‘이’음이 첨가돼 나오는 현상을 말한다.우리말에서 ‘이’모음 역행동화는 전국적으로 매우 일반화된 현상이다. 하지만 ‘표준어 규정’에서는 그것을 원칙적으로 인정하지 않았다(제9항). 이 동화 현

  • 학습 길잡이 기타

    season은 계절 외에 '양념'이란 뜻도 있어요

    YO I’ll tell you what I want, what I really really wantSo tell me what you want, what you really really wantI’ll tell you what I want, what I really really wantSo tell me what you want, what you really really wantI wanna, I wanna really really really wanna zigzig ha-자, 내가 진짜로 뭘 원하는지 말할 테니까.너도 네가 진짜로 뭘 원하는지 말해봐내가 진짜로 뭘 원하는지 말할 테니까.너도 네가 진짜로 뭘 원하는지 말해봐내가 진짜, 진짜, 진짜 뭘 원하냐면-If you want my future forget my pastIf you wanna get with me better make it fastNow don’t go wasting my precious timeGet your act together we could be just fine만약 내 미래를 원한다면 내 과거는 잊어버려.나랑 사귀고 싶다면 빨리 해치우는 게 좋을걸.이제 내 소중한 시간을 낭비하지 마.우리는 잘 맞을 거야.상큼한 가사가 매력적인 이 노래는, 1990년대 말 영국을 넘어 미국과 전 세계를 강타한 ‘Spice Girls’의 노래 [Wannabe]입니다. ‘양념 소녀들(?)’이란 이름처럼 정말 어깨가 들썩일 정도로 신나는 노래인데, 좋은 양념들이 맛있는 음식을 만드는 것처럼 많은 양념 같은 사건들이 우리의 삶을 좀 더 다채롭고, 맛깔나게 만든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오늘은 ‘양념’과 관련된 영어 표현들에 대해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우선 ‘양념’을 뜻하는 영어 단어는 위에서 언급한 spice부터 condiment, flavor(ing)에 이르기까지 참으로 많은 단어들이 있습니다. 그런데 우리가 ‘계절’로만 알고 있는 season(ing) 역시 ‘양념’이란 뜻이 있답니다. 그래서 hot macaroni seasoned with tomato sauce‘양념’을 뜻하는 영어 단어는 spice부터 condiment, flavor(ing)에 이르기까지 참으로 많은 단어들이 있습니다. 그런데 우리가 ‘

  • 신동열의 고사성어 읽기

    건곤일척 (乾坤一擲)

    ▶ 한자풀이乾: 하늘 건坤: 땅 곤一: 한 일擲: 던질 척건곤(乾坤)은 ‘주역(周易)’에 나오는 건괘(乾卦)와 곤괘(坤卦)를 이르는 것으로 천하 천지를 뜻한다. 건곤일척은 곧 천하를 걸고 한번 던져 승패를 겨룬다는 말이다. 중국 당나라 제일의 문장가 한유(韓愈)는 옛날 초나라 항우와 한나라 유방이 천하를 양분하는 경계로 두고 싸움을 한 홍구를 지나다가 ‘과홍구(過鴻溝)’라는 시를 지었다. 시의 마지막에 다음과 같은 구절이 있다.‘용은 지치고 호랑이도 피곤하여 강과 들을 나누어 가지니(龍疲虎困割川原)이로 인해 억만창생의 목숨이 살아남게 되었네(億萬蒼生性命存)누가 임금에게 권하여 말머리를 돌리게 했는가(誰勸君王回馬首)참으로 한번 겨룸에 천하를 걸었구나(眞成一擲賭乾坤).’천하를 차지하기 위한 두 사람의 싸움은 수년간 계속되었다. 그러나 승부가 나지 않았고 홍구 지역을 기준으로 서쪽은 유방이, 동쪽은 항우가 갖기로 하면서 싸움은 마무리되는 듯했다. 유방이 철군하려 하자 참모인 장량과 진평이 간곡히 요청했다. “한나라는 천하의 태반을 차지하고 제후들도 따르고 있습니다. 반면 초나라 항우의 군사는 몹시 지쳐있고 군량마저 바닥이 났습니다. 이것이야말로 하늘이 초나라를 멸망시키려는 뜻이오니 당장 쳐부숴야 합니다.” 유방은 말머리를 돌려 천하를 걸고 단판 승부를 벌였고, 항우는 대패해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한나라는 이렇게 중국 천하를 다시 통일했다.여기서 유래한 건곤일척(乾坤一擲)은 승패와 흥망을 걸고 마지막으로 결행하는 단판승부, 또는 운명을 걸고 어떤 일에 나서는 대범한 용기를 가리키기도 한다.‘레미제라블’

  • 홍성호 기자의 열려라 우리말

    아지랭이'가 아니라 '아지랑이'가 맞아요

    연초부터 한국 사회를 강타한 ‘코로나 쇼크’ 속에서도 계절의 바뀜은 어김없다. 절기상으로는 어느새 곡우(穀雨·4월 19일)를 앞두고 있다. 곡우는 봄비가 내려 백곡을 기름지게 한다는 뜻에서 생긴 말이다. 본격적인 농사철을 맞아 농부들의 일손이 빨라지는 계절이다. 이 무렵을 대표하는 정겨운 우리말을 꼽으면 ‘아지랑이’가 되지 않을까 싶다. 한자말로는 ‘야마(野馬)’라고도 하는데, 이런 말로는 말맛을 살리기 어렵다.‘아지랑이/아지랭이/아즈랑이’ 혼용하던 말‘아지랑이’는 한자어가 많은 우리말에서 토박이말 세력이 한자어를 압도하고 있는, 아름답고 감칠맛 나는 순우리말이다. 이 말이 지금의 ‘아지랑이’로 자리 잡기까지에는 우여곡절이 많았다.‘허리띠 매는 시악시 마음실같이/꽃가지에 은은한 그늘이 지면/흰날의 내 가슴 아지랭이 낀다/흰날의 내 가슴 아지랭이 낀다.’ 섬세하고 영롱한 단어로 한국의 서정을 노래한 시인 김영랑이 1930년 발표한 ‘사행시’ 가운데 하나다. ‘아지랭이’가 눈에 띈다. 당시에는 똑같은 말이 ‘아지랑이/아지랭이/아즈랑이’ 등 여러 형태로 쓰였다. 이것이 ‘아지랑이’로 통일된 것은 조선어학회(현 한글학회)가 1936년 발표한 <사정한 조선어 표준말 모음>에서였다.당시 표준어를 정할 때 마지막까지 경합한 말은 ‘아즈랑이’였다. ‘아지랑이’는 어원적으로 ‘아즐하다(어즐하다: 어찔하다의 옛말)’에서 생겨난 말이라 역사적으로 ‘아즈랑이’도 많이 쓰였다(아즐+앙이→아즈랑이→아지랑이. ‘-앙이’는 친애의 뜻을 나타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