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망'이 기대하기 어렵다는 뜻이니 '기대난망'은 불필요한 중복이다. '기대난' 하든지, '난망' 하든지 둘 중 하나만 써도 충분하다. 이를 순우리말로 '바라기 어려움'이라고 하면 자연스레 겹말 시비에서 벗어날 수 있다.

기대난망이든 기대난이든 난망이든 이들이 사전에 나타나는 것은 그리 오래되지 않았다. 최초의 국어대사전인 《조선말큰사전》(한글학회, 1957년)에는 보이지 않는다. 어근인 ‘기대’만 있을뿐 아직 기대난이나 난망이란 말이 생성되기 전이라고 짐작할 만하다. ‘-난(難)’은 취업난, 공급난 등에서 보듯이 ‘어려움’의 뜻을 더하는 접미사다. 그러니 ‘기대난’은 파생어라 굳이 사전에 없어도 조어법상 만들어 쓸 수 있을 것이다.
《표준국어대사전》(1999년)에는 ‘기대난’이 표제어로 등장한다. ‘난망’은 그보다 이르게 1991년 발간된 《금성판 국어대사전》에서 올림말로 다뤘다. 이때 ‘난망’의 용례로 ‘기대 난망’을 제시했다. ‘기대 난망’이 하나의 단어가 아니라 구의 구조로 된 말이란 게 드러난다.
하지만 언론에서는 기대난망을 오래전부터 한 단어처럼 써왔다. 지난 신문을 보면 이미 1930년대부터 이 말이 등장한다. 1930년 2월 26일 동아일보는 런던에서 열린 열강들의 회의 소식을 ‘군축회의 전도 암담, 회의 성과 기대난망’이란 제목으로 전했다. 과학적 글쓰기에선 겹말 사용 바람직하지 않아문장은 간결해야 짜임새가 좋아진다. 군더더기가 없어야 속도감 있고 힘 있게 읽힌다. ‘기대난망’은 잉여적 표현이기는 해도 눈에 거슬리지 않고 눈치 채기도 쉽지 않다. 이에 비해 ‘기간동안’은 같은 구(句) 형태의 겹말 표현인데도 오래전부터 겹말 논란에 휩싸여온 대표적 말이다.
‘기간(其間)’이 곧 ‘동안’이다. 하나는 한자어이고 다른 하나는 토박이말이라는 차이가 있을 뿐이다. ‘기간+동안’이 겹말 구조라는 게 금세 눈에 띈다. 지금도 이 표현을 보면 반사적으로 그 부당함(?)을 지적하며 쓰지 말아야 한다고 주장하는 이들이 꽤 있다. 일부 국어학자와 우리말 운동가 사이에서는 이 표현을 아주 싫어한다. 하지만 일반 언중은 비교적 거부감 없이 폭넓게 쓰고 있다.
겹말 사용에 대한 평가는 글의 목적에 따라, 독자층이 누구냐에 따라 달리 하는 게 좋다. 가령 수필 등 시적 표현이 비교적 넓게 허용되는 글에서는 겹말 표현이 크게 문제되지 않을 수 있다. 이에 비해 신문이나 보고서 등 객관적이고 과학적인 글쓰기가 필요한 데서 겹말은 엄격하게 다뤄진다. 제한된 공간에 많은 정보를 전달해야 하기 때문에 간결하고 긴밀한 표현이 더 우선적 가치를 지닌다.

홍성호 한국경제신문 기사심사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