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습 길잡이 기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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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면에선 못 만나는 평행선, 구면 위에선 만나
지난호(제875호)에서는 유클리드기하학에 대해 다루었습니다. 그 과정에서 유클리드기하학은 불필요한 전제를 최소화해 어떤 사실을 설명하고자 할 때 반드시 그러한 전제들로만 혹은 전제들로 이미 증명된 사실만 사용하는 학문적 구조를 지니고 있다고 했습니다. 여담이지만 이러한 학문적 구조는 상당히 세련된 형태이며 과학적 접근법과 함께 논리적 추론을 이끌어내는 아주 중요하고 유용한 사고방식입니다.따라서 꼭 필요한 전제, 즉 기하학의 근원적 사실로서 다른 것들로 증명 불가능하고 논리를 전개하기 위해 당연히 옳다고 여겨지는 것을 지니고 있습니다. 이를 공준이라고 하는데, 유클리드는 총 5개의 공준을 제시합니다.이 공준을 자세히 살펴보면 점, 선, 각 등을 무엇이라고 정의하는 것이 아닙니다. 그 자체가 가지고 있는 성질을 설명하는데, 원문에 가깝게 표현하자면 다음과 같이 쓸 수 있겠습니다.1. 서로 다른 두 점이 주어졌을 때, 그 두 점을 잇는 직선을 그을 수 있다.2. 임의의 선분은 더 연장할 수 있다.3. 서로 다른 두 점 A, B에 대해, 점 A를 중심으로 하고 선분 AB를 한 반지름으로 하는 원을 그릴 수 있다.4. 모든 직각은 서로 같다.5. 임의의 직선이 두 직선과 교차할 때, 교차하는 각의 내각의 합이 두 직각(180도)보다 작을 때, 두 직선을 계속 연장하면 두 각의 합이 두 직각보다 작은 쪽에서 교차한다.위의 사실들조차 인정하지 않고서는 단순한 논리조차 펼 수 없으면서도, 이 5개만으로 충분한 수학적 전개가 가능하다는 사실이 아주 흥미로울 뿐입니다.마지막 공준은 조금 어려울 수 있습니다. 엄밀성 문제가 생길 수도 있지만 약간의 비약을 섞어 조금 이해하기 쉽게 바꿔본다면 &lsq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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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리 집회 참석인원은 어떻게 계산할까요?
2024년 12월, 여의도 국회의사당 앞과 광화문 광장에서 대규모 탄핵 찬반 집회가 열리며 어마어마하게 많은 인파가 몰려들었습니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축제를 함께 즐기거나 부당한 일에 항의하고 집단 의사를 표현하기 위해 거리에 모여 집회를 열고 행진합니다. 우리나라에서는 역사적으로 2002년 한일 월드컵이 열렸을 때 엄청난 규모의 사람들이 붉은 옷을 입고 거리를 가득 메우며 열띤 응원을 펼치면서 세계를 놀라게 했고, 2016년 가을과 겨울에는 서울 광화문을 비롯한 전국 곳곳에서 사람들이 모여 촛불 집회를 열면서 한국 정치사의 흐름을 크게 바꾸어놓았습니다.그런데 인원이 적은 경우나 콘서트장처럼 입구가 제한된 곳은 인원을 정확히 셀 수 있겠지만 거리에 모인 사람들의 수는 어떻게 셀 수 있을까요? 이를 해결할 수 있는 여러 수학적 방법이 있는데, 이 중 페르미 추정이라는 방법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페르미 추정은 세계 최초로 핵반응로를 만든 이탈리아계 미국인 물리학자인 엔리코 페르미(Enrico Fermi, 1901~1954)의 이름을 딴 것으로, 어떠한 문제에 대해 기초적 지식과 논리적 추론만으로 짧은 시간 안에 대략적인 근삿값을 추정하는 방법입니다.페르미 추정에서 가장 유명한 예는 당시 페르미가 시카고 대학 학생들에게 출제한 ‘시카고의 피아노 조율사 수’라는 황당한 문제입니다. 페르미는 피아노 조율사의 정확한 수를 원한 것이 아니었습니다. 정확한 수는 당시 시카고 지역의 전화번호부를 찾거나 관련 협회 혹은 단체에 문의하면 알 수 있었으니까요. 그러면 페르미는 왜 이러한 문제를 출제했을까요? 페르미는 학생들이 얼마나 과학적이고 합리적으로 사고할 수 있는지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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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소리 데이터화에 최적…'딥러닝 혁명' 일으켜
행렬은 17세기에 이르러 수학자들에 의해 더욱 체계적으로 구조화되었습니다. 당시 수학자들은 행렬을 단순히 숫자의 배열로 인식하는 것을 넘어, 이를 연립방정식과 선형 변환을 처리하는 강력한 도구로 정립하려 했습니다. 이러한 체계화 과정은 19세기 아서 케일리와 제임스 실베스터의 연구로 완성되며 현대적인 행렬 이론의 토대를 마련했습니다.단순 계산을 빠르게 하기 위해 주판 같은 수작업 도구를 사용했고, 17세기에는 블레이즈 파스칼이 덧셈과 뺄셈을 자동으로 처리할 수 있는 계산기를 발명했습니다. 이후 고트프리트 빌헬름 라이프니츠는 곱셈과 나눗셈까지 가능한 기계를 개발하며 계산 도구를 한 단계 발전시켰습니다.19세기에는 찰스 배비지가 기계적으로 수학적 계산을 수행하고, 조건문과 반복문을 활용해 프로그래밍이 가능한 기계를 구상했습니다.1945년에 개발된 ENIAC은 데이터를 처리하기 위해 이진법을 사용했는데, 0과 1이라는 단순한 입력 체계가 전자회로 설계를 단순화하고 연산을 빠르게 처리할 수 있게 했습니다. 이후 컴퓨터는 더 작은 크기와 강력한 연산 능력을 갖추기 위해 발전했으며, 1950년대 트랜지스터의 발명과 1960년대 집적회로(IC)의 개발로 컴퓨터는 빠른 연산과 복잡한 데이터를 처리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행렬은 데이터를 직사각형 배열로 정리해 복잡한 문제를 단순화하는 데 유용했으며, 이를 기반으로 프로그래밍 언어를 좀 더 쉽게 설계할 수 있었습니다. 특히 1950~1960년대에는 포트란(Fortran) 같은 고급 프로그래밍 언어를 개발함으로써 행렬 연산을 자동화하고 복잡한 계산을 간단한 명령으로 구현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이러한 언어는 행렬 연산을 간편하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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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하학적 성질을 논리적 구조로 만든 최초 수학체계
수학에 어느 정도 관심 있는 학생이라면 유클리드(Euclid) 혹은 에우클레이데스라는 이름을 알고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아무래도 우리나라 교육과정에서 다루는 모든 형태의 기하학이 유클리드기하학이기도 하고, 피타고라스의 정리를 증명하는 방법 중 유클리드가 제시한 방법을 교과서를 통해 배우기 때문이기도 합니다.유클리드기하학이란 유클리드가 구축한 수학 체계로, 알려져 있던 기하학적 성질을 논리적 구조로 만들어낸 최초의 수학 체계라고 알려져 있습니다.제 생각에 유클리드기하학의 가장 큰 매력이자 힘은 바로 ‘가정의 최소화’에 있다고 생각합니다. 구질구질한 설명과 없어도 되는 부가적 요소를 모두 없애고 단순하고 명확한 것을 추구하는 것이죠.예를 들어봅시다. 이등변삼각형이란 무엇일까요? 세 변의 길이 중 두 변의 길이가 같은 삼각형을 말합니다. 그런데 모든 이등변삼각형은 두 밑각의 크기가 같습니다. 이는 어떻게 그리더라도 항상 성립하는 사실입니다.이때 수학은 “두 변의 길이가 같다”와 “두 밑각의 크기가 같다”는 두 가지 사실을 두고 “원래 이등변삼각형은 그런 거야”라는 식의 접근을 최대한 하지 않으려 노력합니다. 새로운 사실이 나올 때마다 땜질하듯 덧붙이다가는 모순이 생기기 쉽고 예외인 경우가 넘쳐나 논리적이라고 보기 어렵기 때문이죠.“두 밑각의 크기가 같다”는 사실은 “두 변의 길이가 같다”는 사실에 종속되어 있습니다. 후자에서 시작해서 전자의 사실을 논증을 통해 끌어낼 수 있다는 이야기입니다. 즉 “두 변의 길이가 같다”는 사실만 있으면 나머지는 따라오는 것이기에, 이 사실만 서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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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거 때 '오차 범위 내 초접전' 통계적 의미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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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세기 등장…수의 배열 통해 복잡한 계산 처리
2022년 수학 교육과정에서 주목할 이슈 중 하나는 행렬이 다시 포함되었다는 점입니다. 한동안 제외됐던 행렬이 교육과정에 재도입된 데는 분명한 이유가 있을 것입니다. 오늘은 행렬이 처음 등장하게 된 배경부터 최근 다시 중요해진 역사적 이유까지 살펴보고자 합니다.미지수의 개념이 도입되기 전, 사람들은 방정식을 풀기 위해 숫자의 나열을 활용한 방법을 사용했습니다. 이때 숫자들을 배열해 문제를 푸는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행렬의 개념이 도입되었는데, 어떻게 보면 이것이 행렬의 시작점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수의 나열을 통해 복잡한 계산을 체계적으로 처리할 수 있었고, 방정식의 해를 구하는 데 큰 도움이 되었습니다.행렬의 개념도 17세기에 등장하게 됩니다. 당시 수학자들은 방정식을 풀고 연립방정식을 해석하는 과정에서 더 효율적인 방법이 필요하다고 느꼈습니다. 특히 여러 변수와 방정식을 한꺼번에 해결하려면 단순한 수의 나열만으로는 한계가 있었기에 숫자나 값을 배열해 체계적으로 연산할 수 있는 도구가 필요했습니다. 이를 위해 숫자들을 행과 열로 정리해놓은 형태가 바로 행렬입니다. 행렬은 수의 배열을 통해 복잡한 계산을 간단하게 처리할 수 있는 방식으로, 선형 변환이나 선형 연립방정식의 해를 구하는 데 유용했습니다. 이처럼 행렬은 단순한 계산을 넘어 여러 방정식을 동시에 풀기 위한 효율적 도구로 자리 잡았고, 이후 다양한 수학적·과학적 문제를 해결하는 데 필수 개념으로 발전했습니다.행렬의 큰 장점 중 하나는 복잡한 연산을 쉽게 처리할 수 있다는 점입니다. 숫자들을 정해진 형식으로 정리해 나열하면, 여러 방정식을 한꺼번에 계산하거나 다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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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물선·타원·쌍곡선 모두 x와 y 이차식 표현 가능
안녕하세요! 오늘은 수학에서 매력적인 주제 중 하나인 이차곡선에 관해 이야기해보려 합니다. ‘이차곡선’이란 이름이 아직은 낯설게 들릴 수 있지만, 사실 중학교와 고등학교에서 접하는 곡선들이 바로 이차곡선에 해당합니다. 예를 들어, 중학교 3학년 때 배우는 포물선(이차함수)부터 시작해 고등학교 1학년 과정에서 등장하는 원, 그리고 선택과목인 기하에서 만나게 될 포물선, 타원, 쌍곡선이 모두 이차곡선입니다.수학자들이 이들을 한 그룹으로 묶어 ‘이차곡선’이라고 부르는 이유는 이 곡선들을 모두 x와 y의 이차식으로 표현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렇게 모양이 다양한 곡선이 서로 연결된 점이 있다는 사실이 꽤 흥미롭죠.오늘은 이차곡선의 정의와 각각의 특징을 살펴보면서 함수식을 몰라도 이차곡선이 왜 독특한 주제인지 알아보려고 합니다. 또한 기하학적으로 이 곡선들이 어떻게 나타나는지 함께 살펴볼 텐데, 이를 통해 수학적 개념을 보다 넓은 시각에서 바라보고, 수학이 서로 어떻게 연결되어 있는지 확인할 수 있을 것입니다.이 곡선들을 하나로 묶어 바라보기 시작한 건 상당히 오래되었습니다. 그리스 수학자 아폴로니우스가 그 주인공으로 알려져 있는데, 이 곡선들을 하나의 원뿔에서 모두 발견할 수 있기 때문에 이러한 이차곡선을 ‘원뿔곡선’이라고 부르기도 합니다.조금 인위적이기는 하지만, 두 원뿔이 서로 꼭짓점을 맞대고 대칭으로 놓인 원뿔이 있다고 상상해봅시다. 그러니까 y=x 그래프를 y축을 축으로 회전시킨 회전체라고 생각하면 편하겠네요. 이제 상상 속 이 회전체를 밑면과 평행하게 자른다면 그 단면은 무엇이 될까요? 상상을 잘 따라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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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황 변화를 직관적으로 전달하죠
수학에서 그래프를 그리는 것과 그려진 그래프를 이해하는 것은 둘 다 매우 중요합니다. 두 과정은 마치 그리는 사람과 이해하는 사람 사이에서 이루어지는 의사소통과 같다고 할 수 있습니다. 그래프는 수학적 개념이나 상황을 시각적으로 표현한 것이므로, 상황을 빠르고 정확하게 공유하는 데 아주 유용한 도구가 됩니다.예를 들어, 큰 그릇에 물을 담는 상황을 생각해보겠습니다. 일정한 속도로 물을 담다가 중간에 더 빠른 속도로 물을 붓는다면, 이 변화 과정을 그래프로 나타낼 수 있습니다.그런데 여기서 어떤 것을 중점으로 두고 표현하느냐에 따라 그래프의 모습이 달라질 수 있습니다. 일반적으로는 시간의 흐름에 따라 물이 차오르는 높이의 변화에 초점을 맞출 겁니다. 그렇게 되면 처음에는 우상향하는 직선의 모습으로 그려지다가 어느 순간 기울기가 큰 직선 모양으로 바뀌겠죠.하지만 조금 특이한 경우에는 물의 높이보다 그 순간에 쏟아지는 물의 양을 기준으로 할 수도 있습니다. 이 경우 그래프는 어떻게 될까요? 앞서 말했듯 일정한 속도로 물을 담는다는 것은 순간에 쏟아지는 물의 양이 일정하다는 의미이므로, 그래프는 처음 어느 정도까지는 위로도 아래로도 움직이지 않고 평평한 모양으로 그려질 겁니다. 그러다 어느 순간 더 빠른 속도로 물을 부을 때 순간적으로 그래프는 더 위로 올라간 뒤 역시 그 지점에서 평평한 모양이 지속될 것이라고 생각할 수 있겠죠.이를 굳이 말로 설명하지 않고 그래프로 하면 어떤 차이가 있을까요? 그래프를 그리는 사람과 보는 사람이 그래프에 대한 이해가 충분하다면 처음에 말한 대로 상황을 빠르면서도 정확하게 전달할 수 있습니다. 글로 표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