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5) 유클리드기하학

영국 철학자인 윌리엄 오컴의 이름에서 유래한 ‘오컴의 면도날’이라는 논리적 원칙이 있습니다. 불필요한 가정을 최대한 배제하라는 원칙입니다. 이 원칙이 진리를 보장하지는 않지만, 합리적이고 효율적인 연구 방법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유클리드기하학도 이와 같은 맥락이라고 생각되네요.
챗GP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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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학에 어느 정도 관심 있는 학생이라면 유클리드(Euclid) 혹은 에우클레이데스라는 이름을 알고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아무래도 우리나라 교육과정에서 다루는 모든 형태의 기하학이 유클리드기하학이기도 하고, 피타고라스의 정리를 증명하는 방법 중 유클리드가 제시한 방법을 교과서를 통해 배우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유클리드기하학이란 유클리드가 구축한 수학 체계로, 알려져 있던 기하학적 성질을 논리적 구조로 만들어낸 최초의 수학 체계라고 알려져 있습니다.

제 생각에 유클리드기하학의 가장 큰 매력이자 힘은 바로 ‘가정의 최소화’에 있다고 생각합니다. 구질구질한 설명과 없어도 되는 부가적 요소를 모두 없애고 단순하고 명확한 것을 추구하는 것이죠.

예를 들어봅시다. 이등변삼각형이란 무엇일까요? 세 변의 길이 중 두 변의 길이가 같은 삼각형을 말합니다. 그런데 모든 이등변삼각형은 두 밑각의 크기가 같습니다. 이는 어떻게 그리더라도 항상 성립하는 사실입니다.

이때 수학은 “두 변의 길이가 같다”와 “두 밑각의 크기가 같다”는 두 가지 사실을 두고 “원래 이등변삼각형은 그런 거야”라는 식의 접근을 최대한 하지 않으려 노력합니다. 새로운 사실이 나올 때마다 땜질하듯 덧붙이다가는 모순이 생기기 쉽고 예외인 경우가 넘쳐나 논리적이라고 보기 어렵기 때문이죠.

“두 밑각의 크기가 같다”는 사실은 “두 변의 길이가 같다”는 사실에 종속되어 있습니다. 후자에서 시작해서 전자의 사실을 논증을 통해 끌어낼 수 있다는 이야기입니다. 즉 “두 변의 길이가 같다”는 사실만 있으면 나머지는 따라오는 것이기에, 이 사실만 서로 합의하고 공유하면 됩니다. 그리고 그러한 사실들, 절대 다른 것으로 추론할 수 없는 독립적 사실, 근원적 사실이자 학문을 구성하는 원소 역할을 하는 사실을 최소화해 그것만으로 체계를 구축하는 것이 유클리드기하학의 매력이자 여러분이 배워야 할 논리력의 근간이 되는 것입니다.

정의가 어떤 용어에 대한 설명에 가깝다면, 말 그대로 증명되지 않은 명제도 존재합니다. 이를 ‘공리’ 또는 ‘공준’이라고 부릅니다. 예를 들어 “두 점을 잇는 하나의 직선이 존재한다”라는 문장을 살펴봅시다. 여기서 ‘점’과 ‘직선’이라는 단어를 정의할 수는 있지만, 이를 통해 해당 문장을 논리적으로 증명하는 것은 불가능합니다. 이와 같은 내용은 직관적으로 자명하게 받아들여질 수 있기에 공리 또는 공준으로 간주됩니다.

유클리드기하학에서는 평면기하학에 대해 23개 정의와 5개의 공준을 처음부터 정하고 시작합니다. 학교에서는 중학교 1학년부터 기하학에 대해 엄밀히 다루기 시작하지만, 증명 과정을 크게 중시하지 않는 면이 있어 다소 어색하게 느껴질 수도 있습니다.

표로 정리해보면 다음과 같습니다.
[재미있는 수학] 기하학적 성질을 논리적 구조로 만든 최초 수학체계
과학에서도 가능한 한 단순한 모델이 더 강력하다는 것을 보여주는 예시가 있습니다. 코페르니쿠스 이전에는 지구가 우주의 중심이라는 가정을 바탕으로 천체관측 자료를 해석했습니다. 그러다 보니 단순하게 지구를 중심으로 천체가 돌고 있다는 가정에 부합하지 않는 자료가 필연적으로 생겨났죠. 주전원이라는 개념을 만들고, 이심 모델과 균시차라는 개념도 새롭게 만들어 적용할 수밖에 없었죠.

이정현 푸른숲발도르프학교 교사
이정현 푸른숲발도르프학교 교사
유클리드가 정리하고 이후 2000년 넘도록 수많은 학자가 받아들여온 5개의 공준에서 혹시 더 줄일 순 없을까? 하는 시도가 생기기 시작했습니다. 지금까지도 유클리드기하학을 공부하고 있다는 사실에서 이 결과가 어떻게 될지 알고 계시겠지만, 놀랍도록 흥미로운 수학의 한 갈래가 여기에서 시작합니다.

다음에는 바로 그 갈래를 다루도록 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