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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교양 기타

    (19) 김시습 '금오신화' … '연애 고수' 사랑이야기

    조선 시대에 살았던 처녀, 총각은 제대로 연애 한 번 못 하고 집안에서 맺어 준 사람과 혼인하여 살았을 거라 믿고 있다면 '금오신화'를 읽어 보자.김시습이 쓴 '금오신화'에 나오는 남녀는 연애의 고수들이다.자기와 통하는 인연이 나타나면 서로 머뭇거리고 주저함 없이 열렬히 사랑한다.그들의 사랑을 따라가면 남녀가 사랑을 나누는 데는 어떤 장애도 있지 않음을 알게 된다.'금오신화'에는 사랑하는 여자와 남자가 서로를 자신의 사람으로 만들기 위해 전전긍긍하고 자신의 마음을 전달하지 못해 속 태우는 남녀가 없다.사랑하는 두 남녀 중 누가 일방적으로 사랑을 끌어가지도 않는다.자신의 사랑하는 마음을 멋진 시에 담아 상대에게 표현할 줄 아는 격조와 풍류가 그들에게는 있다.지금까지 전해 오고 있는 '금오신화'의 이야기 다섯 편 중 '이 서생이 담 안의 아가씨를 엿보다'를 읽어 보자. 1.연애의 시작은 이렇게 하는 거야◆원문 읽기이 서생은 일찍부터 책을 끼고 학교에 갈 때는 언제나 최 처녀의 집 앞을 지나 다녔는데, (중략) 어느 날 이 서생이 그 나무 밑에서 쉬다가 문득 담 안을 엿보았더니 (중략) 한 아름다운 여인이 수를 놓고 있다가 손을 잠시 멈추어 아래턱을 괴더니 시를 읊는다.저기 가는 저 총각은 누구 집 도련님고푸른 깃 넓은 띠가 버들 새로 비쳐오네.이몸이 화신(化身)하여 대청 안에 제비되면주렴을 사뿐 걷어 담장 위를 넘어가리.이 서생은 여인이 읊은 시를 듣고는 자기의 재주를 급히 시험하고자 안달이 났다.(중략) 학교에서 돌아올 때에 흰 종이 한 폭에다 시 3수를 써서 기와 쪽에 매달아 담 안으로 던져 보냈다.예쁜 인연 되려는지 궂은 인연되려는지부질없는 이내 하루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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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8) 임마누엘 칸트 '도덕 형이상학 원론'

    ◆임마누엘 칸트(Immanuel Kant, 1724~1804년)1724년 동프러시아의 쾨니히스베르크에서 가난한 집안의 9남매 중 여섯째로 태어났다.평생 결혼도 하지 않고 가난하게 살았지만 뒤늦게 50대에서야 모교인 쾨니히스베르크대학 교수가 되어 80세에 죽을 때까지 철학사에 남을 대저작들을 남겼다.칸트는 데카르트에서 시작한 합리론과 베이컨에서 시작된 경험론을 종합,철학적 사유의 새로운 한 시대를 열었다.그의 인식론 윤리학 미학에 걸친 종합적·체계적인 작업은 뒤에 생겨난 철학사조들에 커다란 영향을 미쳤다.대표적인 저서로 비판 3부작인 『순수이성비판』,『실천이성비판』,『판단력비판』이 있다. 데카르트 '합리론' + 베이컨 '경험론' 철학적 사유 새로운 한 시대 열어 1.칸트의 이상주의 vs 공리주의재화(財貨,goods)는 욕망의 대상이다.춥고 배고픈 사람에게 따뜻한 집과 음식보다 선(善)한 것이 있겠는가? 우리의 언어생활에서도 자선(慈善,charity)은 물질적 원조를 의미한다.또 'good'은 '유효함'으로 번역하는 때는 대상의 '실질적 결과나 영향이 있음'을 의미하기도 한다.반면에 사람들은 때로 의지의 선함을 문제 삼기도 한다.평소에 잊어버리고 살다가 연말만 되면 고아원·양로원에 라면상자를 들여놓고 기념사진을 찍어가는 사람들을 보며,뜻이 옳지 못하면 물질적 도움도 선행(善行)이라고 부르기를 꺼린다.『윤리와 사상』 교과서에서는 전자의 관점을 공리주의로,후자의 관점은 이상주의적 윤리관으로 부르는데 이 둘의 구분선을 따라가다 보면 서양 합리주의의 모든 국면을 만난다.행위의 결과보다는 동기를 중시한 칸트는 어떤 다른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수단으로서의 명령이 아니라,그 자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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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7) 레이첼 카슨 '침묵의 봄' - 인간 곁에 다가온 '자연의 재앙'

    레이첼 카슨의 [침묵의 봄](1962)은 과학 지식과 은유적인 수사,평범한 사람들의 목소리로 전한 일화를 통해 자연의 재앙이 사람들 곁에 다가와 있음을 알린 환경학과 생태학의 고전이다.카슨은 원래 시인을 꿈꾸었던 문학도였다.펜실베이니아주 스프링데일이라는 목가적인 고장에서 태어난 그녀는 펜실베이니아 주립대학에서 영문학을 공부하던 중 생물학에 관심을 갖게 되어 존스홉킨스 대학에서 생물학 석사과정을 마치게 된다.카슨은 1930년대에 미국 전역을 휩쓴 경제공황과 여성과학자에 대한 과학계의 편견으로 박사과정을 중단한 뒤 대가족의 생계를 꾸리기 위해 해양과학에 관한 대중적인 글을 쓰기 시작했다.그러다가 새소리가 사라진 자신의 정원에 관한 한 여성의 편지를 받고,마침내 오랫동안 관심을 가져왔던 합성화학 살충제의 폐해를 파헤치게 되었다. 오랜 조사과정을 거쳐 4년 만에 완성된 [침묵의 봄]은 발간 즉시 높은 대중적인 호응을 얻음으로써 무차별적인 살충제 사용에 관한 반성과 화학산업계의 거센 반발을 동시에 불러일으켰다.과학적인 자료조사와 서정적인 문체로 DDT를 비롯한 화학살충제의 생태계 파괴현장을 생생하게 그려냄으로써 40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현대의 고전으로 널리 읽히고 있다.[침묵의 봄]은 자연계가 파괴된 세상을 인상 깊게 묘사한 '내일을 위한 우화'로 첫머리를 장식한다.그녀는 인류가 택한 길이 결국은 자기들이 사는 땅을 오염시키고,나무들을 시들게 하고,지저귀던 새들마저 떠나게 함으로써 마침내 '침묵의 봄'을 불러올 것임을 예언하였다.나비가 없으니 꽃도 피지 않고,새들이 없으니 봄도 오지 않는 그런 죽음의 적막만이 가득한 인류의 미래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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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6) 장자(莊子)③ … 논술시험 '단골 출제'

    장자는 황당한 이야기꾼이다.하지만 그의 이야기는 일단 재미있고,상상력을 자극하며,무엇보다도 삶에 대한 깊은 통찰이 묻어 있다.또한 다양하게 해석될 여지가 있기 때문에 장자의 이야기는 대학별 논술시험에서 제시문으로 단골 출제되고 있다.생글생글에서도 이미 다루었던 인물이기는 하지만,앞서 다루지 않았던 여러 이야기 중에서 도(道)와 관련한 재미있는 이야기들을 풀어보려고 한다.아래의 글들은 지혜나 인식론과 관련한 제시문으로 출제될 가능성이 있는 내용들이다.◆원문읽기동곽자가 장자에게 물었다."도는 어디에 있는가?""없는 곳이 없다.""구체적으로 이름을 지적하여 말해 보시오.""쇠파리에 있다.""도가 어찌 그리 지저분한데 있는가?""가라지나 피 같은 잡초에 있다.""어째서 더 하찮은 것에 있는가?""옹기 조각에 있다.""왜 점점 더 심해지는가?""똥 오줌에 있다.""…"장자가 말하였다."당신의 질문은 본질을 물은 것이 아니다.구체적인 사물을 벗어나 도를 이야기하려 해서는 안 된다.지극한 도는 이와 같고,위대한 말도 이와 같다." <장자 '지북유(知北遊)'>▶해설=사람들은 현실이 힘들면 다른 세계를 꿈꾸게 된다.괴로운 현실 속에서 특히 인생의 진실,지혜를 발견하기는 어렵다.하지만 도(道)는 우리와 유리되어 있지 않다고 장자는 이야기한다.도를 먼 곳에서 찾지 말고 우리의 일상 속에서,지극히 소박한 사물 속에서 찾으라고 이야기하는 것이다.장자는 도가 아주 특별한 사람들에게만 해당되는 것처럼 느껴지는 공자와 맹자의 이야기와는 다른 이야기를 한다.고상하고 순결한 대상으로서 도를 이야기하지 말라는 장자의 이야기에서 도는 매우 구체적이면서도,직관적인 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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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5) 에드워드 윌슨 '인간본성에 대하여(On Human Nature)'

    ◈ 에드워드 윌슨 (Edward O. Wilson)1929년 미국 출생.개미 연구의 세계적 권위자.1956년부터 하버드대학 교수로 재임.20여권의 명저를 저술한 과학 저술가로서 『인간 본성에 대하여』와 『개미』로 두 번의 퓰리처상을 수상하였다.'사회생물학의 아버지'로 불리며,생물학뿐만 아니라 인문·사회과학 전반에도 큰 영향을 미친 20세기 대표 지성으로 꼽힌다.주요 저서로 학문 간 대통합을 시도한 『통섭』을 비롯 『사회생물학ㆍ새로운 종합』,『인간 본성에 대하여』,『개미』,『생명의 다양성』,『자연주의자』 등이 있다. 여학생 A에게 다음과 같은 일이 벌어졌다고 해보자."남학생 B는 별로 호감이 가지 않는 애였어.어떤 교수님 강의가 재미있다고 소문이 나서 수강 신청을 했는데,교수님이 모친상을 당하시는 바람에 첫 시간은 발표 팀만 짜고 휴강했거든? 그런데 그 B 남학생과 한 팀이 된 거야.그리고 그 다음 날 지하철에서 우연히 그 남자애를 만났는데 왠지 더 싫더라고.근데 얘가 내 옆자리에 앉더니 대뜸 뭐래는 줄 알아?근친상간에 관심있냐는 거야 글쎄!"이런 상황에 처한다면 여학생 A의 뇌리에 어떤 생각들이 스쳐지나갈까? 남학생의 진의를 따질 새도 없이 우선 남학생을 더 불편하게 느꼈다면,그건 왜일까?근친상간 금기야말로 우리의 영혼에 가장 깊게 뿌리를 내리고 있는 윤리규범이다.그래서 우리는 흔히 근친상간에 '관심 있어 보이는' 것만으로도 그 사람에게 '짐승'의 이미지를 덧씌운다.그 금기야말로 인간과 짐승을 구분해주는 가장 중요한 윤리규범이라고 마음 깊숙이 믿고 있는 것이다.여기서 질문 하나를 던져보자.근친상간 금기 등 인간의 윤리적 측면은 생물학적 진화의 산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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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4) 대학(大學)

    1700여 글자 수밖에 안 되는 '고전 중의 고전'이 있다.무엇이냐고? 『대학』이다.기독교인에게 하느님 말씀이 있고 불자에게는 부처님 말씀이 있는 것처럼 유학자에게는 공자의 가르침이 있다.유학의 핵심적인 경전은 사서(四書)로 알려져 있는 『대학』,『논어』,『맹자』,『중용』이다.흘러간 옛날 책이라고? 천만에.중국의 현대사상가인 리쩌허우는 자신과 함께 오늘을 살아가는 중국인들의 문화심리 구조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과거의 정신유산인 문화전통 속으로 깊이 파고들어가 보아야 한다고 주장했다.리쩌허우는 중국의 고대 사상을 박물관에나 보관되어 있는 것으로 바라보는 입장에 반대하고 있다.중국인들만을 위한 것일까? 1. 천년의 기다림 만일 어떤 책이 독립적인 한 권의 책으로 세상에 나와 주목받기까지 1000년에 가까운 세월이 걸렸다면,참으로 신기한 일이다.그런 책이 바로 『대학』이다.『대학』은 본래 오경(五經: 시경,서경,주역,예기,춘추)의 하나인 『예기』 전 49편 중 제42편에 해당하는 글이었다.그렇다면 『예기』 안에서 특별히 자신을 드러내지도 않고 묵묵히 여럿 중 하나로 있었던 '대학'을 누가 흔들어 깨워 세상을 향해 걸어 나오도록 한 것일까?여기에는 당나라 한유로부터 시작하여 송나라 대학자인 주희(주자)의 정신적 스승인 정호,정이 형제에 이르기까지 많은 유학자가 관련되어 있다.특히 서양인들에게는 새로운 유학이라고 알려져 있는 성리학을 체계적으로 집대성한 주희에 이르러서,『대학』은 유가의 도(道)가 실려 있는 중요한 문헌으로 형성되었다.주희는 『대학』의 내용을 세 가지 강령(명명덕 明明德,신민 新民,지어지선 止於至善)과 그 강령에 대한 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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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3) 제러드 다이아몬드 '총ㆍ균ㆍ쇠' (하)

    농업 발달 → 인구 증가 → 질병 증가의 결과는… 2. 복잡하고 큰 사회의 힘. 총ㆍ균ㆍ쇠 ◆원문읽기유라시아인들에게는 기타 대륙 사람들에 비해 가축화할 만한 대형 야생 초식성 포유류가 훨씬 더 많았다.포유류 번식이 지리적,생태적,역사적으로 유라시아 대륙에서 유리하게 전개되었다.첫째,유라시아는 그 넓은 면적과 생태학적 다양성에 걸맞게 처음부터 후보종 수가 많았다.둘째,오스트레일리아와 남북아메리카는 홍적세 말기에 닥쳐온 엄청난 파도 속에서 대부분의 후보종을 잃고 말았지만 유라시아와 아프리카는 그렇지 않았다.포유류를 가축화하기 위해서는 우선 가축화할 만한 포유류 종이 많아야 하고,또한 그 동물들이 살기에 적합한 환경이 조성되어 있어야 하며,그 가축들을 사육할 만한 이유가 있어야 한다.즉,일정 지역에서 많은 사람들이 모여 사는 집단 정착 거주방식이 일찍부터 조성되어 있어야 하는 것이다.▶해석=위 인용문의 마지막 부분을 읽고 의미를 연결해보자."일정 지역에 많은 사람들이 모여 사는 집단 정착 거주 방식이 이미 조성되어 있어야 한다"는 대목에서 농경생활을 읽어낼 수 있으면 훌륭하다.농경이 정착생활을 낳고,다시 가축사육을 가져왔다는 게 저자의 논리다.가축은 포유류이기 때문에,작물보다 기후에 덜 민감하다.그러나 사육 가능성이 있다 하더라도 사육의 효율성은 동물마다 다르다.예컨대 어떤 동물은 먹는 양에 비해 살이 적게 찌고,어떤 동물은 특정 작물만 먹기 때문에 번식지역이 좁다.이왕이면 젖을 공급받을 수 있는 동물이 보다 효율적이다.가축 후보종의 수가 많아야 보다 사육에 적절한 동물을 선택하기 쉽다.따라서 가축 후보종의 수가 너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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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2) 제러드 다이아몬드 '총 · 균 · 쇠'

    『총·균·쇠』의 저자 제러드 다이아몬드는 『제3의 침팬지』 등 진화론적 관점에서 다룬 인류학 저서를 통해 인류의 기원과 발전,그리고 미래에 대한 차분하고 날카로운 관점을 제시해왔다.특히 『총·균·쇠』에서는 해박한 인문·사회·지리·생물학적 지식을 이용해 인류의 발전 과정에서 발생한 문명 격차의 원인과 영향을 분석하고 있다.그러나 저자가 스스로 밝히는 이런 집필 목적 외에도 행간에서 읽히는 인간과 사회에 대한 통시적 통찰의 양과 질이 만만치 않다.인간의 자유로운 창의력이 역사 발전의 힘인지,아니면 환경이 가능하게 하고 또 강요했는지에 대한 의문이 있다면 이 책을 읽어볼 필요가 있다.또 서양 문명을 일방적으로 받아들이기만 하는 자신의 민족에 대해 종족적 열등감이나 반발적으로 국수주의적 태도를 가진 사람도 이 책을 읽어봐야 한다.그런가 하면 교과서에 나오는 아놀드 토인비의 '도전과 응전의 역사'로서의 인간 발전 법칙도 핵심적인 논리로 등장한다.그런 까닭에 이 책은 비교적 최신 서적임에도 불구하고 '모든 세대의 인류에게 던지는 메시지'로서 고전의 의미에 부합하는 명저로 평가받는다. 1.의문의 시작 ◆원문 읽기얄리는 그날 나에게 했던 것처럼 이미 많은 백인들에게 질문을 퍼부었고,나 역시 수많은 뉴기니인들에게 질문한 경험이 있었다. 우리는 둘 다 뉴기니인들이 적어도 유럽인들에게 지지 않을 만큼 똑똑하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아무튼 그 순간 얄리는 아마도 그런 것을 생각하고 있었을 것이다. 그는 다시금 그 번뜩이는 눈빛으로 나를 찌를 듯이 바라보면서 이렇게 물었다."당신네 백인들은 그렇게 많은 물품들을 발전시켜 뉴기니까지 가져 왔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