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스도교적 사랑의 철학 : 연옥편
연옥은 자신의 죄를 회개하면서 천국으로의 구원을 기다리는 곳 연옥은 이승과 구분이 뚜렷하지 않은 '속죄의 세계'라고 할 수 있다.
칠흑같이 어둡기만 하던 지옥과 달리 연옥은 밤낮이 존재하고,여기서 벌을 받는 인간들의 죄 역시 교회에서 규정한 구제받지 못할 죄를 저지른 자는 아니다.
천국에 들어가기 위해 막연히 기다리는 곳으로 이해하면 좋겠다.
언제까지고 구원받기를 기다려야 하기 때문에 전체적으로 처연한 분위기를 느낄 수 있지만 희망 역시 존재하기 때문에 활기도 느낄 수 있다.
지난주 「신곡」 '지옥편'에 이어 '연옥편'의 의미를 새겨보자.
⊙원문읽기
"내가 저쪽에 있을 때,
마르티아는 무척이나 내 눈에 들었으니,
그녀가 원하는 것을 모두 해줄 정도였지.
지금 그녀는 사악한 강 저편에 있으니,
내가 거기서 나올 때 만들어진 법칙
때문에 지금은 나를 감동시키지 못하지.
그대가 말하듯 하늘의 여인이 그대를
움직이고 이끈다면,애원할 필요 없소.
그녀 이름으로 청하는 것으로 충분하오.
그러니 이제 가서 저자에게 순수한
갈대를 둘러 주고,그의 얼굴을 씻어
모든 더러움을 없애 주도록 하시오.
조금이라도 안개에 가린 눈으로는
천국의 천사들 중 첫째 천사 앞에
절대로 나아갈 수 없기 때문이오."
▶해설=원문은 연옥편 제1곡이다.
단테와 베르길리우스가 연옥을 여행하기 위해 카토의 허락을 구하자 카토가 대답하는 구절의 일부분이다.
카토는 케사르에 대항하다 자결한 사람인데 연옥의 문지기로 등장하고 있다.
원래 자살하는 사람은 지옥에 있는 것이 당연하지만,단테가 자살자인 카토를 연옥에 배치한 것은 그를 '자유의 수호자'로 평가했기 때문이라고 한다.
카토는 지옥의 제1원인 '림보'에 있다가 예수 그리스도에 의해 구원을 받았다.
예수 이전에는 천국과 연옥이 존재하지 않았으며,모든 죽은 자들은 지옥에 있어야 했다.
그리고 예수 강림 이후에 '구원을 받은 자'와 '그렇지 못한 자'를 엄격히 구분하였고,구원받지 못한 자들은 지옥에 남게 되었다.
여기에 등장하는 마르티아는 카토의 아내로 지옥에 있으며,단테가 지옥을 여행할 때 만난 적이 있다.
카토의 허락을 구하기 위해 단테는 천국을 여행할 때,마르티아를 구원할 수 있도록 베아트리체에게 부탁하겠다고 말하지만,구원받은 자와 그렇지 못한 자 사이에 존재하는 법칙으로 인해 별 소용이 없다는 것을 암시하는 부분이다.
⊙원문읽기
나의 눈은 새로운 것들을 탐욕스럽게
바라보는 데 만족해 있었지만,그분을
향하여 천천히 몸을 돌리지는 않았다.
독자여,하느님께서 어떻게 빚을 갚도록
원하시는지 들어 보고,그렇다고 해서
좋은 의도를 벗어 버리지 않기 바라오.
형벌의 양상에 신경 쓰지 말고 이후를
생각하고, 최악의 경우일지라도 위대한
심판 너머까지 가지 않음을 생각하시라.
▶해설=연옥은 자신의 죄를 회개하면서 천국으로의 구원을 기다리는 곳이다.
여기서 단테는 자신의 죄에 비해 형벌이 가혹하게 여겨지더라도 참회를 멀리하지 말라고 말하고 있다.
왜냐하면 그 형벌의 끝에서 영생을 보상받게 되고,최악의 경우에도 최후의 심판 이후까지 형벌이 지속되지는 않기 때문이다.
지옥에서는 자신의 삶에 본보기를 보여주는 많은 사람들을 만나지만,연옥에서는 본보기를 찾을 만한 사람이라기보다는 인생의 순례자로서 동일시할 수 있는 사람들을 만난다.
때문에 단테는 지옥에서처럼 객관자의 자세를 취하지 않고 적극적으로 동참하며 충고를 마다하지 않는다.
이는 회개를 위해서 고통스럽지만 반드시 거쳐야 하는 순례를 통해 가장 이상적인 그리스도교적인 도덕을 완성할 수 있다고 여기는 것이라고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원문읽기
우리가 그곳으로 몸을 돌리는 동안
"마음이 가난한 사람은 행복하다!"
어떤 말보다 달콤한 노래가 들려왔다.
아,그 입구는 지옥의 입구들과 얼마나
다른지! 저 아래는 무서운 통곡인데,
이곳에서는 노래와 함께 들어가노라.
우리는 이미 성스러운 계단들 위로
올라갔는데,앞의 평지에 있었을
때보다 내가 한결 가벼워진 듯했다.
그래서 나는 "스승님,말해 주십시오.
어떤 무거운 것이 제게서 없어졌기에
걷는 데 피곤함을 느끼지 않습니까?"
그분이 대답했다.
"아직 네 이마에
약하게 남아 있는 P자들이,방금
하나 지워졌듯이 완전히 지워질 때,
너의 발들은 좋은 의지에 사로잡혀
피곤함을 느끼지 못할 뿐만 아니라
위로 올라감이 즐거워지게 되리라."
▶해설=단테 이마의 P자는 가톨릭에서 말하는 인간의 일곱 가지 죄를 의미하는데,연옥편 제 9곡에서 연옥의 입구를 지키는 문지기 천사가 새겨준 것이다.
일곱 가지 죄는 교만,질투,분노,나태,탐욕,탐식,방탕이며 연옥은 바로 이 죄들에 대한 형벌을 받는 일곱 둘레로 구성되어 있다(브래드 피트 주연,데이빗 핀처 감독의 영화 '세븐'(1995년작)은 단테의 '신곡'을 토대로 한 연쇄살인을 배경으로 성서의 일곱 가지 죄를 현대적으로 해석했다).
여기서 단테 이마의 P자 중 한 개가 지워진 것은 일곱 개의 죄 중 한 가지를 구원받았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해석할 수 있다.
또한,지옥과 연옥을 여행하면서 살아 있는 존재이기 때문에 시간과 공간의 피로를 온전히 감당할 수밖에 없었던 단테가 구원에 한걸음 더 가까워졌음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대목이기도 하다.
영혼의 순례자들 틈바구니에서 단테 역시 자신의 죄를 뉘우치고 참회하고 있는 과정이라고 할 수 있다.
⊙원문읽기
그러자 그녀는 나에게 "그 너머 더 이상
바랄 것이 없는 선을 사랑하도록
그대를 이끌었던 나의 소망 속에서,
어떤 웅덩이를 가로지르고,어떤 사슬을
만났기에,앞으로 나아가려는 희망을
그대는 그렇게 벗어던져 버렸어요?
다른 것들의 이마에 어떤 이익이나
어떤 편안함이 분명하게 나타났기에
그대는 그것들 앞으로 달려 나갔어요?"
(중략)
그녀는 "만약 그대가 고백하는 것을
침묵하거나 부정하더라도,그대의 죄는
감춰지지 않고 심판관께서는 모두 알아요!
하지만 죄의 책망이 자신의 입에서
터져 나올 때면,우리의 법정에서는
바퀴가 칼날을 거슬러 거꾸로 돌지요.
어쨌든 지금이라도 그대의 잘못을
부끄러워하고,또다시 세이렌들의
소리를 듣더라도 그대가 더욱 강해지도록,
눈물의 씨앗을 던지고,잘 들어 보시오."
▶해설=단테는 "베아트리체에 관해서 아직까지 어떤 여자에 대해서도 쓰인 적이 없는 작품"을 쓸 수 있을 때까지 더 이상 그녀에 대해 아무 것도 쓰지 않겠다고 맹세할 정도로 베아트리체를 완벽한 여성으로 그려내고자 노력했다.
그리고 그 약속이 「신곡」을 통해 지켜졌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여기서는 베아트리체의 책망으로 단테가 부끄러움의 눈물을 흘리는 장면이다.
9살 때 처음 베아트리체를 보고 사랑에 빠졌다고 한다.
"그때부터 사랑이 내 영혼을 압도했네"라고 썼을 정도라니 베아트리체가 단테의 삶에 미친 영향은 쉽게 상상할 수 없을 지경이다.
연옥에서 베아트리체를 다시 만났을 때 그녀를 처음 봤을 때처럼 압도당하며,그녀 앞에서 자신의 죄에 대한 부끄러움을 온전히 고백하게 된다.
또한 베아트리체는 연옥의 마지막 부분에 등장하여 마지막 여행지인 천국의 안내자로서,단테를 '깨끗한 몸'으로 천국에 오를 수 있도록 준비시키는 역할을 한다.
이처럼 베아트리체는 신곡 전체에서 가장 성스러운 존재로 그려진다.
다음 주에는 '천국편'을 여행해 보자.
김은희 S·논술 선임연구원 lovemin@nonsul.com
연옥은 자신의 죄를 회개하면서 천국으로의 구원을 기다리는 곳 연옥은 이승과 구분이 뚜렷하지 않은 '속죄의 세계'라고 할 수 있다.
칠흑같이 어둡기만 하던 지옥과 달리 연옥은 밤낮이 존재하고,여기서 벌을 받는 인간들의 죄 역시 교회에서 규정한 구제받지 못할 죄를 저지른 자는 아니다.
천국에 들어가기 위해 막연히 기다리는 곳으로 이해하면 좋겠다.
언제까지고 구원받기를 기다려야 하기 때문에 전체적으로 처연한 분위기를 느낄 수 있지만 희망 역시 존재하기 때문에 활기도 느낄 수 있다.
지난주 「신곡」 '지옥편'에 이어 '연옥편'의 의미를 새겨보자.
⊙원문읽기
"내가 저쪽에 있을 때,
마르티아는 무척이나 내 눈에 들었으니,
그녀가 원하는 것을 모두 해줄 정도였지.
지금 그녀는 사악한 강 저편에 있으니,
내가 거기서 나올 때 만들어진 법칙
때문에 지금은 나를 감동시키지 못하지.
그대가 말하듯 하늘의 여인이 그대를
움직이고 이끈다면,애원할 필요 없소.
그녀 이름으로 청하는 것으로 충분하오.
그러니 이제 가서 저자에게 순수한
갈대를 둘러 주고,그의 얼굴을 씻어
모든 더러움을 없애 주도록 하시오.
조금이라도 안개에 가린 눈으로는
천국의 천사들 중 첫째 천사 앞에
절대로 나아갈 수 없기 때문이오."
▶해설=원문은 연옥편 제1곡이다.
단테와 베르길리우스가 연옥을 여행하기 위해 카토의 허락을 구하자 카토가 대답하는 구절의 일부분이다.
카토는 케사르에 대항하다 자결한 사람인데 연옥의 문지기로 등장하고 있다.
원래 자살하는 사람은 지옥에 있는 것이 당연하지만,단테가 자살자인 카토를 연옥에 배치한 것은 그를 '자유의 수호자'로 평가했기 때문이라고 한다.
카토는 지옥의 제1원인 '림보'에 있다가 예수 그리스도에 의해 구원을 받았다.
예수 이전에는 천국과 연옥이 존재하지 않았으며,모든 죽은 자들은 지옥에 있어야 했다.
그리고 예수 강림 이후에 '구원을 받은 자'와 '그렇지 못한 자'를 엄격히 구분하였고,구원받지 못한 자들은 지옥에 남게 되었다.
여기에 등장하는 마르티아는 카토의 아내로 지옥에 있으며,단테가 지옥을 여행할 때 만난 적이 있다.
카토의 허락을 구하기 위해 단테는 천국을 여행할 때,마르티아를 구원할 수 있도록 베아트리체에게 부탁하겠다고 말하지만,구원받은 자와 그렇지 못한 자 사이에 존재하는 법칙으로 인해 별 소용이 없다는 것을 암시하는 부분이다.
⊙원문읽기
나의 눈은 새로운 것들을 탐욕스럽게
바라보는 데 만족해 있었지만,그분을
향하여 천천히 몸을 돌리지는 않았다.
독자여,하느님께서 어떻게 빚을 갚도록
원하시는지 들어 보고,그렇다고 해서
좋은 의도를 벗어 버리지 않기 바라오.
형벌의 양상에 신경 쓰지 말고 이후를
생각하고, 최악의 경우일지라도 위대한
심판 너머까지 가지 않음을 생각하시라.
▶해설=연옥은 자신의 죄를 회개하면서 천국으로의 구원을 기다리는 곳이다.
여기서 단테는 자신의 죄에 비해 형벌이 가혹하게 여겨지더라도 참회를 멀리하지 말라고 말하고 있다.
왜냐하면 그 형벌의 끝에서 영생을 보상받게 되고,최악의 경우에도 최후의 심판 이후까지 형벌이 지속되지는 않기 때문이다.
지옥에서는 자신의 삶에 본보기를 보여주는 많은 사람들을 만나지만,연옥에서는 본보기를 찾을 만한 사람이라기보다는 인생의 순례자로서 동일시할 수 있는 사람들을 만난다.
때문에 단테는 지옥에서처럼 객관자의 자세를 취하지 않고 적극적으로 동참하며 충고를 마다하지 않는다.
이는 회개를 위해서 고통스럽지만 반드시 거쳐야 하는 순례를 통해 가장 이상적인 그리스도교적인 도덕을 완성할 수 있다고 여기는 것이라고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원문읽기
우리가 그곳으로 몸을 돌리는 동안
"마음이 가난한 사람은 행복하다!"
어떤 말보다 달콤한 노래가 들려왔다.
아,그 입구는 지옥의 입구들과 얼마나
다른지! 저 아래는 무서운 통곡인데,
이곳에서는 노래와 함께 들어가노라.
우리는 이미 성스러운 계단들 위로
올라갔는데,앞의 평지에 있었을
때보다 내가 한결 가벼워진 듯했다.
그래서 나는 "스승님,말해 주십시오.
어떤 무거운 것이 제게서 없어졌기에
걷는 데 피곤함을 느끼지 않습니까?"
그분이 대답했다.
"아직 네 이마에
약하게 남아 있는 P자들이,방금
하나 지워졌듯이 완전히 지워질 때,
너의 발들은 좋은 의지에 사로잡혀
피곤함을 느끼지 못할 뿐만 아니라
위로 올라감이 즐거워지게 되리라."
▶해설=단테 이마의 P자는 가톨릭에서 말하는 인간의 일곱 가지 죄를 의미하는데,연옥편 제 9곡에서 연옥의 입구를 지키는 문지기 천사가 새겨준 것이다.
일곱 가지 죄는 교만,질투,분노,나태,탐욕,탐식,방탕이며 연옥은 바로 이 죄들에 대한 형벌을 받는 일곱 둘레로 구성되어 있다(브래드 피트 주연,데이빗 핀처 감독의 영화 '세븐'(1995년작)은 단테의 '신곡'을 토대로 한 연쇄살인을 배경으로 성서의 일곱 가지 죄를 현대적으로 해석했다).
여기서 단테 이마의 P자 중 한 개가 지워진 것은 일곱 개의 죄 중 한 가지를 구원받았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해석할 수 있다.
또한,지옥과 연옥을 여행하면서 살아 있는 존재이기 때문에 시간과 공간의 피로를 온전히 감당할 수밖에 없었던 단테가 구원에 한걸음 더 가까워졌음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대목이기도 하다.
영혼의 순례자들 틈바구니에서 단테 역시 자신의 죄를 뉘우치고 참회하고 있는 과정이라고 할 수 있다.
⊙원문읽기
그러자 그녀는 나에게 "그 너머 더 이상
바랄 것이 없는 선을 사랑하도록
그대를 이끌었던 나의 소망 속에서,
어떤 웅덩이를 가로지르고,어떤 사슬을
만났기에,앞으로 나아가려는 희망을
그대는 그렇게 벗어던져 버렸어요?
다른 것들의 이마에 어떤 이익이나
어떤 편안함이 분명하게 나타났기에
그대는 그것들 앞으로 달려 나갔어요?"
(중략)
그녀는 "만약 그대가 고백하는 것을
침묵하거나 부정하더라도,그대의 죄는
감춰지지 않고 심판관께서는 모두 알아요!
하지만 죄의 책망이 자신의 입에서
터져 나올 때면,우리의 법정에서는
바퀴가 칼날을 거슬러 거꾸로 돌지요.
어쨌든 지금이라도 그대의 잘못을
부끄러워하고,또다시 세이렌들의
소리를 듣더라도 그대가 더욱 강해지도록,
눈물의 씨앗을 던지고,잘 들어 보시오."
▶해설=단테는 "베아트리체에 관해서 아직까지 어떤 여자에 대해서도 쓰인 적이 없는 작품"을 쓸 수 있을 때까지 더 이상 그녀에 대해 아무 것도 쓰지 않겠다고 맹세할 정도로 베아트리체를 완벽한 여성으로 그려내고자 노력했다.
그리고 그 약속이 「신곡」을 통해 지켜졌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여기서는 베아트리체의 책망으로 단테가 부끄러움의 눈물을 흘리는 장면이다.
9살 때 처음 베아트리체를 보고 사랑에 빠졌다고 한다.
"그때부터 사랑이 내 영혼을 압도했네"라고 썼을 정도라니 베아트리체가 단테의 삶에 미친 영향은 쉽게 상상할 수 없을 지경이다.
연옥에서 베아트리체를 다시 만났을 때 그녀를 처음 봤을 때처럼 압도당하며,그녀 앞에서 자신의 죄에 대한 부끄러움을 온전히 고백하게 된다.
또한 베아트리체는 연옥의 마지막 부분에 등장하여 마지막 여행지인 천국의 안내자로서,단테를 '깨끗한 몸'으로 천국에 오를 수 있도록 준비시키는 역할을 한다.
이처럼 베아트리체는 신곡 전체에서 가장 성스러운 존재로 그려진다.
다음 주에는 '천국편'을 여행해 보자.
김은희 S·논술 선임연구원 lovemin@nonsu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