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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8) 자크 모노 '우연과 필연'

    ◆ 자크 모노(Jacques L. Monod, 1910-1976) 1965년 앙드레 르보프, 프랑수아 자코브와 함께 유전자가 효소의 생합성을 지배함으로써 세포대사를 조절한다는 사실을 밝힌 공로로 노벨 생리학·의학상을 받았다.그들은 1961년 세포 내에는 디옥시리보핵산(DNA)의 염기서열과 상보관계(相補關係)에 있는 물질인 전령 RNA(m-RNA)가 존재한다고 주장했다.이 전령 RNA가 단백질의 합성장소인 리보솜에 염기서열로 암호화된 정보를 전달하며, 여기서 전령 RNA의 염기서열은 생화학적 촉매인 단백질 효소의 아미노산 서열로 변환된다.오페론이라 부르는 유전자복합체의 개념에서 자코브와 모노는 전령 RNA의 합성에 영향을 주어 다른 유전자들의 기능을 통제하는 유전자의 존재를 가정했다.이 연구가 세균에 일반적으로 적용될 수 있다는 사실이 증명되어 이들은 1965년 노벨상을 받았다. 생명의 기원과 진화는 필연인가 우연인가 … 근대과학에서 가장 중요한 탐구대상은 원인과 결과 사이의 필연성을 찾는 일이었다.모든 현상에는 원인이 있으며,동일한 원인은 동일한 결과를 이끈다는 믿음에서 비롯됐다.그리고 이러한 필연성의 근저에는 신-인간-자연이라는 관계가 가정돼 있다.인간은 천태만상의 다양한 자연현상을 연구하고,다양한 현상에 숨겨져 있는 질서와 법칙을 발견할 수 있다.과학적 탐구는 자연현상을 연구해 신이 인간에게 주는 메시지를 깨닫는 과정이라고 가정했다.20세기 들어서면서 현대 과학은 더욱 눈부시게 발전했다.거시세계에서는 약 150억년 전에 있었던 빅뱅(Big Bang)이라는 우주 탄생의 비밀을 상당 부분 풀었고,미시세계에서는 세포와 분자,원자,소립자의 세계까지 어느 정도 설명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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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7) 위르겐 하버마스 '인간이라는 자연의 미래'

    인간 생명에 유전자 조작이 이뤄지면… ◆위르겐 하버마스(Habermas,Jurgen) 1929년 독일 출생. 현존하는 최고의 철학자이자 사회이론가의 하나.이성의 해체가 아닌 완성을 통해 근대 문명의 폐해를 극복하고자 했다.이 점에서 상대주의적 포스트모더니즘적 조류의 반대편에 서 있는 대표적 사상가이다.주요 저서로 『공론장의 구조변동』,『의사소통 행위이론』,『사실성과 타당성』 등이 있다.미래에 다음과 같은 일은 결코 벌어지지 않을까.2050년 겨울,고3 학생 A는 예상치 못한 엄청난 혼란을 겪게 된다.그는 높은 지능과 강한 집중력으로 고교시절 내내 성적 전교 1등을 놓치지 않았다.수능성적도 이에 걸맞게 나왔고,그는 원하는 대학 원하는 과를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다.그의 꿈은 사람들에게 깊은 감동과 깨달음을 전할 수 있는 영화를 만드는 것이다.하지만 그의 부모님들은 A가 법대에 진학한 후 판·검사가 되어주기를 원한다.출세와 성공에 대한 세속적 욕망 때문만은 아니다.그들은 이렇게 말한다."네 적성이 판·검사에 맞아. 영화감독은 거기에 맞는 소질을 가져야지 할 수 있는 것이지, 공부를 잘 한다고 해서 아무나 할 수 있는 게 아니거든." 하지만 A는 숱한 영화를 보고 느꼈던 감동을 가슴에서 지워내지 못한다.더욱이 스스로 생각하고 스스로 선택하는 삶의 중요성을 강조해온 것은 다름 아닌 그의 부모님이었다.A는 영화 관련학과 진학에 대한 소신을 꺾지 않는다.하지만 역시 주장을 꺾지 않는 부모님들의 애정을 이해하지 못하는 것은 아니다.한편으로는 감사하는 마음을 느낀다.그러나 이것은 충격적인 사실을 알기 전까지였다.그것은 판·검사에 맞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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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6) 라인홀트 니버 '그리스도인의 윤리'

    요즘은 종교가 사람 사는 데 꼭 필요한지에 대해 부정적인 사람들도 많고, 그런 의미에서 현대는 종교의 시대가 아니다.그러나 종교의 빈자리를 메운 이성의 윤리가 부족해서인지 아니면 믿음의 힘이 세기 때문인지 모르겠지만, 여전히 미운 사람의 인형을 만들어 바늘로 찌르던 장희빈의 주술(呪術)은 원시사회로부터 지금까지 이어져온다.종교(宗敎)란 가르침이다.교사(敎師)가 학생들을 가르치고 성인(聖人)이 백성을 교화(敎化)하듯, 그것을 믿고 따르는 사람들에게 윤리문제-무엇이 올바른 삶인가-에 대한 가르침을 준다.종교가 사회의 올바름을 가르칠 때 인간은 집단 내에서 어떤 역할을 해야 하는지를 배우게 된다.어떤 종교든 남을 어떻게 대하며, 무엇이 정당한 권력이고, 부(富)를 어떻게 얼마나 획득하고 보유하고 사용해야 하는지에 대해서 이야기한다.그리하여 예수님과 부처님도 정치나 경제에 대해 한두 마디쯤 하실 수밖에 없는 것이다.그런데 문제는 사람들이 제도를 자꾸 바꾼다는 점이다.새 학년이 되면 담임교사가 늘상 하는 일처럼, 자유주의와 자본주의가 근대 사회를 형성하게 되자 중세 사회의 윤리를 담당하던 종교도 새로운 명찰을 달아야 하게 되었다.신의 명령 대신 합리적 사고와 판단력에 의지하는 이 불경한 존재들과 그 집단의 욕망을 향한 질주를 어떻게 해석하고 끌어 안을가를 답하기 위해 교회도 변신의 고통을 겪어야 했다.우여곡절(종교개혁)을 거쳐 새로운 자본주의 사회에 대한 교회의 공식적인 답변은 대략 ‘성실’과 ‘금욕’으로 요약된다.하지만 혁명으로 얻은 자유를 쉽게 포기할 사람들이 아니다.압제와 불평등을 벗어나려는 자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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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5) 박제가 '북학의(北學議)'

    "중화 사대주의 버리고 청나라 실용문을 배우자" 고전의 중요성과 가치를 다시금 돌아보게 하는 한 권의 책이 있다.박제가의 『북학의』이다.'북학(北學)'이란 북쪽의 학문 즉,청나라의 학문을 뜻하며 '의(議)'는 논의한다는 뜻이다.박제가에게 청나라는 좋은 법과 아름다운 제도 및 훌륭한 기술을 두루 갖춘 문명의 본고장이었다.연암 박지원은 『북학의』 서문에서 중국 문물을 배우려는 박제가의 세심한 관찰력과 속 깊은 헤아림을 솔개와 개미의 비유를 들며 멋진 말로 칭찬한다.여기서 박제가가 열심히 배운 북학은 우주론이나 윤리가 아니다.그것은 수레를 만드는 기술이며 반드시 수레를 사용해야 할 필요성을 뜻한다.그리고 벽돌의 효용성,기와 만드는 기술,위생적으로 장 담그는 방법,50~60섬의 곡식을 더 수확하기 위한 경작방법,남의 글을 표현하는 것 이상이 아닌 과거제도를 당장 고쳐야 할 급박함 등을 의미한다.『북학의』를 읽다보면 다음과 같은 물음이 내내 풀리지 않는다.'왜 박제가는 사대주의자라는 비판과 사람들의 미움을 받아가면서까지 조선이 나아가야할 오직 유일한 길은 중국을 본받는 길 외에 다른 길이 없다고 주장한 것일까?'선비 박제가를 향한 감탄과 존경,그리고 불편한 감정들이 교차하면서 책을 다 읽어갈 무렵 비로소 스스로 답하게 된다.자,그럼 선비 박제가를 통해 200여년 쯤 거슬러 올라가 세상을 둘러보자. 1.선비 박제가가 바라본 18세기 조선시대 실상은 이랬다.◆원문 읽기[내편-궁실편] 우리나라는 천 호나 되는 큰 고을에도 반듯하고 살 만한 집이 한 채도 없다.(중략) 창이 찢어지면 해진 버선으로 막기도 하는데,이런 것들을 보노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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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4) 괴테 '파우스트'

    [ 괴 테 ] 파우스트는 1480년에서 1540년 사이,콜럼버스와 코페르니쿠스,다빈치,루터와 같은 시대에 실존했던 인물이다.이 시기는 지식인들이 여전히 중세적 과거에 사로잡힌 상태였지만 새로운 시대에 대한 어렴풋한 예감을 갖던 시기이다.그래서 적지않은 정신적 혼란을 겪으며 각자 희망과 절망을 경험할 수밖에 없는 변혁기였다.역사 속의 실존 인물인 요한 파우스트는 강신술의 원조이며,점성술,수상,바람점,불점,수점 등의 대가로 기록되어 있다.또 그는 연금술사,예언자,마법사 그리고 박사학위를 지닌 의사로 알려진 인물이다. 구체적인 윤곽을 갖춘 파우스트 전설은 1587년 독일 프랑크푸르트에서 대중적인 이야기 책으로 출판되었으며,영국에서는 크리스토퍼 말로(1564~93년)가 파우스트를 극의 소재로 쓰기도 했다.괴테(1749~1832년)는 어린 시절 『파우스트』 인형극을 보고 깊은 인상을 받았지만,결정적으로는 청년 시절에 헤르더를 만나 독일 민족의 혼과 힘이 과거에 더 순수하게 구현되었다는 말에 자극을 받고 새삼 파우스트에 관심을 갖게 되었다.괴테는 1772년부터 『파우스트』의 초고를 쓰기 시작하여 세상을 떠나기 6개월 전에 제2부를 완성한다.『파우스트』의 형식은 오래 전에 사라진 '서사시'의 새로운 등장으로 규정된다.『파우스트』가 서사시가 된 것은,당시 유럽의 후진국 독일에서 격변한 서구 세계를 통시적으로 담아내기 위해서였다.즉 괴테는 거시적 구상을 실현하기 위한 방안으로 당대의 합리적 논리 대신 자유롭고 비역사적인 구성 방식을 택했다.괴테는 이 작품을 드라마로 만들어 서술자의 개입이 필요치 않게 했다.파우스트의 다양한 모험은 독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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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3) 제이 그리피스 '시계 밖의 시간'

    '풍부하고 촉촉하고 둥근' 시간 이야기 ◆제이 그리피스(Jay Griffiths) 영국 옥스퍼드대학에서 영어를 강의하고 있으며 ‘London Review of Books’, ‘Guardian’, ‘Observer’, ‘Red Pepper’지와 자신이 부편집장으로 있는 ‘Resurgence Magazine’에 글을 기고하고 있는 저력있는 여류 작가이다.공간에 대한 시민들의 권리를 주장하는 거리시위자들의 이야기를 담은 첫 소설 『Anarchipelago』를 출간했다. ◆원문읽기영국의 물리학자 M 패러데이는 1812년 B 아보트에게 보낸 편지에서 이렇게 물었다. "세상에서 가장 길면서도 가장 짧은 것,가장 빠르면서도 가장 느린 것,가장 작게 나눌 수 있으면서도 가장 길게 늘일 수 있는 것,가장 하찮은 것 같으면서도 가장 회환을 많이 남기는 것이 무엇일까요? 그것이 없으면 아무것도 할 수 없고,사소한 것은 모두 집어삼키고,위대한 것에게는 생명과 영혼을 불어넣는 것은 무엇이겠습니까?▶해설=답은 '시간'이다. 제이 그리피스는 『시계 밖의 시간』을 통해 시간을 중심으로 문화,공간,문명 등에 대한 저자의 날카로운 통찰을 보여주고 있다. 한글로 출판된 지 이제 겨우 3~4년 정도의 '시간'만이 흘렀음에도 성균관대(2006학년도 수시 2학기 자연계 학교장 추천전형),서강대(2007학년도 수시 1학기 예시 문항) 등의 논술 제시문으로 인용되었으며,내용 그 자체로 이미 고전의 가치를 담고 있는 책이다.『시계 밖의 시간』은 아주 많은 이야기를 담고 있다. 광범위한 소재와 시간을 관련지으며 해박한 지식을 펼치기 때문에 읽으면서 다소 산만하다는 생각을 할 수도 있다. 하지만 곳곳에서 느껴지는 저자의 번득이는 직관과 통찰은 그러한 아쉬움을 극복할 만한 매력을 제공한다. 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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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2) 한나 아렌트 '예루살렘의 아이히만 ; 악의 평범성에 대한 보고서'

    나치의 유대인 학살 … "악은 평범한데서도 나온다"◆ 한나 아렌트(Hannah Arendt, 1906~1975) 독일에서 출생, 성장. 한때 하이데거의 연인으로, 또 야스퍼스의 제자로 지내며 철학을 공부했다. 유대인에 대한 박해가 심해지던 1933년 독일을 떠나 프랑스로, 1941년에는 미국으로 망명했다. 1951년에 『전체주의의 기원』을 통해 정치사상가로서 명성을 얻게 되고, 이후 『인간의 조건』, 『예루살렘의 아이히만: 악의 평범성에 대한 보고서』, 『혁명론』 등 여러 저작을 남겼다. 이중 유대인 학살의 핵심 책임자 아돌프 아이히만에 대한 재판 보고서인 『예루살렘의 아이히만』(1963)은 이른바 ‘악의 평범성’ 개념으로 인해 숱한 논쟁을 낳는다. 사후에 출간된 주요 저작으로는 『정신의 삶』이 있다.◆ 칼 아돌프 아이히만(Adolf Eichmann, 1906~1962) 나치 독일의 유대인 학살 핵심 책임자다. 그의 지휘로 유럽 전역에서 잡혀와 강제수용소에서 희생된 유대인 수는 약 600만명. 아이히만은 독일 패전 후 1960년 5월까지 아르헨티나의 부에노스아이레스 근교에서 가족과 함께 숨어 살다가 이스라엘 비밀경찰에게 체포돼 예루살렘에서 재판을 받고, 1962년 5월 31일 교수형에 처해졌다. 나치의 유대인 학살에 대해 반대하고 저항했던 독일인들도 적지 않았다.많은 지식인들이 해외로 망명했지만,어떤 사람들은 국내에서 나치의 명령을 거부하고 죽음을 택하기도 했다.전쟁이 끝날 무렵 친위대로 징집됐다가 이를 거부해 사형을 당한 청년들의 편지도 남아있다.이들은 처형당하기 전날 가족들에게 보내는 마지막 편지에 다음과 같이 썼다."우리 두 사람은 그런 끔직한 일로 우리의 양심에 부끄러운 짓을 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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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1) 존 롤스 '정의론' (하)

    '부당한 불평등'은 NO '정당한 불평등'은 YES 롤스의 '정의의 원칙'을 요약하면 '부당한 불평등은 안되지만 정당한 불평등을 수용하는 것'이라 할 수 있다. 부당한 불평등이란 소수의 권리를 무시하는 처사를 말한다. 아무리 소수에게라도 부당한 불평등이 허용된다면,그 사회는 정의롭다고 할 수 없다. 그런데 정당한 불평등이 실제 가능한 걸까? 롤스는 가능하다고 말한다. 불평등 자체가 부정의는 아니기 때문이다. 소수의 불평등자가 그 불평등을 정당하다고 여긴다면 그 사회는 정의롭다고 할 수 있는 것이다. 4.정의의 제2원칙;차등의 원칙 ◆원문읽기사회적·경제적 불평등, 예를 들면 재산과 권력의 불평등을 허용하되 그것이 모든 사람,특히 그 사회의 최소 수혜자에게 그 불평등을 보상할 만한 이득을 가져오는 경우에는 정당한 것이 된다. 소수자(강자)가 더 큰 이익을 취한다 해도 그로 인해 불운한 사람(약자)의 처지가 더 향상된다면 부정의한 것은 아니다. 부정의는 그보다 더 큰 부정의를 피하기 위해 필요한 경우에만 참을 수 있는 것이다.▶해설=상식적으로는 이 원칙이 이해되기 어렵다. 강자가 약자보다 더 큰 이득을 취함에도 불구하고 약자에게 그것이 더 이득이 된다는 게 가능한가? 강자가 더 큰 이득을 취할수록 약자가 더 작은 이득을 가질 수밖에 없는 것 아닌가? 평등주의자들은 불평등이란 강자가 약자의 것을 빼앗기 때문에 발생한다고 본다. 하지만 롤스는 불평등하지만 사회적 약자가 큰 이득을 가질 수 있는 경우를 예로 들어 평등주의를 반박한다.능력이 탁월한 사람의 대표적인 예로 배용준을 떠올려보자. 배용준은 일반인과는 비교가 안되는 액수를 매년 벌어들이고 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