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태공이 전하는 천하를 낚는 법
세계 역사상 가장 유명한 낚시꾼을 꼽아보자.
동양 고전에 등장하는 어떤 인물에게 영예의 1위가 돌아갈 것이다.
요즘 인터넷의 바다에서도 높은 인기를 구가하고 있는 이 분의 이름은 공자,맹자도 아니요,노자나 장자도 아니고 그렇다고 석가모니는 더더욱 아니다.
그 이름마저도 친숙하기 그지없는 이 유명인은 3000년 동안 낚싯대를 손에서 놓지 않고 지내는 전설의 낚시꾼 강태공이다.
노련한 낚시꾼이었던 강태공은 기원전 12세기 그의 나이 70이 훨씬 넘었을 때 주나라무왕을 위수 북쪽에서 가볍게 낚아 올리고 중국 문화의 기틀을 잡는다.
본래 강태공의 성은 강(姜)이고 이름은 상(尙)인데,문왕의 아버지 태공(太公)이 오랫동안 기다리며 바라던(望) 사람이라는 의미에서 태공망(太公望) 또는 강태공(姜太公)이라는 유명한 별칭이 생겨났다.
사마천의 사기(史記)에 기록된 바에 따르면,문왕이,"나의 돌아가신 아버지 태공께서 '성인이 주나라로 올 것이다. 주나라는 그의 덕택으로 일어나리라'는 말을 들은 적이 있었는데,그대야말로 그 사람이다. 나의 아버지 태공이 당신을 기다린 지 오래 되었다."라고 강태공에게 말했다고 한다.
은나라를 멸하고 주나라 문화가 중국의 표본으로 자리 잡게 한 강태공의 가르침을 담은 병서로는 <육도삼략>이 전해지는데 <육도삼략>은 '육도(六韜)'와 '삼략(三略)'으로 내용이 구분된다.
육도(六韜)는 주나라 문왕과 무왕이 태공망 여상(呂尙)에게 나라를 다스리고 군대를 통솔하는 방법을 질문하면 태공망이 그 물음에 대답하는 대화체 형식으로 구성되어 있는 반면,삼략(三略)은 '군참'이라는 미상의 병서를 부분적으로 인용하는 방식으로 글이 전개된다.
육도(六韜)에서 도(韜)는 활이나 칼을 넣어두는 활집 또는 칼집을 뜻하는 글자이며,'거둔다','감추다','곶간','창고'라는 뜻도 있다.
그래서 육도(六韜)는 천하를 다스리고 군대를 움직이는 여섯 가지 비책이 담겨 있는 지혜의 보고라는 의미로서,문도(文韜) 무도(武韜) 용도(龍韜) 호도(虎韜) 표도(豹韜) 견도(犬韜)의 6권 60편으로 구성되어 있다.
이 가운데 문도,무도,용도는 주로 나라의 운영과 전쟁의 전반적 전략을 다루고,호도,표도,견도는 구체적인 전술과 전투 방법에 대해서 논한다.
삼략(三略)은 그 이름이 말해주듯이 상략,중략,하략의 3부로 이루어져 있는 간략한 병서라는 의미인데,무경칠서(武經七書) 가운데에서 가장 간결한 병서이다.
상략에서는 통치자의 덕목과 권도를 말하고,중략과 하략에서는 역사적인 사례를 제시하며 통솔 요령,군대 운영이 논해져 있다.
태공망 여상은 병학(兵學)의 원조로 받들어져,조선시대 무과에 응시한 사람들은 <육도삼략>을 외우고 그 뜻을 강론해야 했고 당나라에서는 문묘(文廟)에는 공자를 모시고 무묘(武廟)에는 강태공을 모셨다.
그런데 강태공이 실제 그의 저술을 남겼는지는 별론으로 하고,<육도삼략>만 놓고 따져본다면 이는 강태공 여상에 의해 저술되었다기 보다는 그의 명성을 빌린 후세의 가탁(假託)이라고 봄이 정확하다.
책 안에 후대의 철학과 사회적 조건이 반영되어 있고,주나라 초기에는 나타날 수 없는 전투 형태,전략전술,무기와 장비 등에 대한 묘사가 가득하기 때문이다.
강태공을 흠모해서 그 이름을 빌린 인재가 저술한 위서(僞書)인 것이다.
그러나 위서(僞書)라고 해서 가치가 없다고는 할 수 없다.
<육도삼략>은 <손자병법>과 함께 병가의 교과서로서 오랜 세월을 많은 사람들에게 가르침을 주는 전범(典範)의 역할을 하였기 때문이다.
여하튼 성명 미상의 어떤 인재가 낚시꾼 강태공의 이름으로 우리를 다시 한번 낚은 셈인데,도대체 어떤 내용의 책이기에 진서도 아닌 위서가 정부 공인 고전의 반열에 들어가 있는지 한번 살펴보자.
⊙ 원문 읽기
낚시에는 세 가지 권도(權道)가 있습니다.
먹이로 물고기를 낚는 것은 녹봉을 주어 인재를 취하는 것과 같습니다.
후한 녹봉으로 뛰어난 인재를 얻어 지혜와 능력을 다 발휘하게 하며,많은 상을 내려 병사들이 목숨을 바치게 하며,높은 벼슬자리를 맡겨 신하들에게 충성을 다하게 합니다.
이는 좋은 먹이를 주면 크고 살찐 고기가 잡히는 것과 같은 이치입니다.
낚시질은 목표한 물건을 낚기 위한 하나의 방편이지만 실로 심원한 이치가 숨어 있습니다.
따라서 낚시라는 작은 일로 세상의 커다란 이치까지도 관찰할 수 있는 것입니다. (중략)
낚싯줄이 가늘고 먹이가 밝으면 잔고기가 이를 먹고,낚싯줄이 약간 굵고 먹이가 향기로우면 중치의 고기가 이를 먹으며,낚싯줄이 굵고 먹이가 풍성하면 큰 고기가 이를 먹습니다.
대저 고기는 먹이를 먹음으로써 낚싯줄에 걸리고,인재는 봉록을 받고 군주에게 충성합니다.
그러므로 미끼를 드리우면 물고기를 낚을 수 있고,봉록을 내걸면 훌륭한 인재를 얻어서 능력을 모두 발휘하게 만들 수 있습니다. (중략)
겉이 아무리 번지르르하다 한들 군주가 백성의 마음을 얻지 못하면 반드시 모였다가도 흩어지게 마련입니다.
백성들과 시름을 함께 나누고 즐거움을 더불어 기꺼워하며,백성들이 좋아하는 것을 같이 좋아하고 싫어하는 것을 함께 꺼리는 행동이 정의로움이니,이 정의가 있는 곳으로 천하의 사람들이 달려갑니다.
본래 사람이란 모두 죽기를 싫어하고 살기를 좋아하며,덕을 좋아하고 이익을 좇게 마련입니다.
그러므로 백성들에게 진정한 삶과 진정한 이익을 돌려주는 데 힘쓰는 것이 도리입니다.
바로 이 도리가 있는 곳으로 천하가 돌아갑니다.
▶ 해석
주나라 문왕과 태공의 만남으로 육도(六韜)의 첫 권 문도(文韜)가 시작한다.
노련한 낚시꾼답게 강태공은 낚시로 말문을 튼다.
천하를 가지고 싶으면 큰 인물을 옆으로 끌어올 수 있어야 하고 이는 후한 보상과 예우가 있어야 한다며 문왕에게 천하를 낚는 법을 가르친다.
어쩌면 자신과 문왕 사이의 고용계약을 말하고 있었는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강태공의 낚싯대 끝에는 천하가 대롱대롱 매달려 있다.
천하를 가지고 싶으면 강태공의 낚싯대에 걸려야 한다.
이 내용은 '향기로운 낚싯밥 밑에는 반드시 미끼를 노리다 걸려든 큰 물고기가 있고,두터운 상을 내리는 군대에는 반드시 상을 받으려 용감하게 싸우는 장사들이 있다. 특별한 예우로 인재를 맞이하면 훌륭한 인물을 얻게 되고,두터운 상으로 공로에 보답하면 용감한 병사들이 목숨을 걸고 싸우게 된다. '라며 삼략에서도 다시 반복된다.
현실과 괴리된 형이상학적 담론으로 무장된 말을 늘어놓는 대신,현실에 뿌리를 내리고 현실에서 힘을 취하는 진정한 통치 철학을 말하는 강태공에게 문왕은 감복한다.
민심을 얻는 어진 정치를 펼친다면 사람들이 따를 것이라면서 천하를 미끼로 내어놓는 강태공의 낚싯대를 문왕은 기꺼이 덥썩 물고 강태공을 나라의 스승으로 모신다.
이제 강태공은 강가가 아닌 주나라 궁정에서 기거하며 문왕과 그를 잇는 무왕에게 나라의 운영과 전술을 가르친다.
강태공은 군주가 조심해야 할 대상인 육적(六賊)과 칠해(七害)가 있다고 경계하라면서,나라를 쇄신하고 각 부문에서 필요한 규칙을 마련하는 방법을 조언한다.
그래서 <육도삼략>은 병서의 성격을 지니기는 하나 다른 병서들에 비해 더욱 큰 범위에서 통치의 원칙과 정치 방식을 논하기 때문에 인사와 조직관리 등 현대 경영학과 행정학에서 논하는 내용이 모두 들어가 있다.
"만일 한 사람을 죽여서 전군이 모두 두려워할 경우라면 단호하게 그를 죽이며,한 사람에게 상을 주어 전군이 모두 기뻐할 경우라면 아낌없이 그에게 상을 내립니다.
처벌은 높은 지위에 있는 사람일수록 효과적이고,상은 미천한 지위에 있는 사람에게 내릴수록 효과적입니다. "라며 강태공이 무왕에게 군대의 사기 진작을 위해서는 신상필벌이 확실해야 한다고 조직관리를 가르치는 대목은 <육도삼략>의 통합적 성격을 잘 보여준다.
⊙ 원문 읽기
성군이 군대를 움직여 적을 공격하는 것은 전쟁을 즐기기 때문이 아니다.
포악한 자를 베어 버리고,어지럽히는 자를 죽이기 위해서다.
정의로운 군대로 불의한 나라를 공격하는 것은 마치 엄청난 강줄기를 터서 조그마한 횃불을 끄는 것과 같고,바닥을 알 길 없는 깊은 골짜기로 떨어지려는 자를 뒤에서 떠미는 것과 같아서 틀림없이 승리한다.
그런데도 때로는 담담하고 느긋하게 움직이며 서둘러 진격하지 않는 것은 사람이나 물자가 다칠까 봐 염려했기 때문이다.
전쟁이란 불길한 흉기다.
자연의 도리는 살려주기를 좋아하고 다치게 하는 것을 싫어한다.
그러므로 성인은 어쩔 수 없는 경우에만 마지못해 전쟁을 일으킨다.
이는 자연의 도리를 따른 것이다.
이는 마치 물고기가 물 속에 있는 것과 같다.
물고기는 물 속에 있으면 살고,물을 벗어나면 죽고 만다.
그러므로 성인과 군자는 언제나 조심하고 두려워하여 자연의 도리를 벗어나지 않는다.
▶ 해석
<육도삼략> 역시 병가 대부분의 입장처럼 전쟁에 신중하다.
그러나 전쟁은 나쁜 것이 아니라 오히려 긍정적인 것이다.
전쟁을 통해 불의가 물러가고 정의가 구현되기 때문에 사회의 문제점이 해결된다.
따라서 진정한 전쟁에는 확고한 도덕적 명분이 있어야 하며,또한 그래야만이 전쟁 발발시 백성들이 자발적으로 전쟁에 참여하게 된다고 강태공은 말한다.
그리고 <육도삼략>은 전쟁을 승리로 이끌기 위해서 도가의 유연한 사고가 중요함을 강조한다.
"부드러울 수도 딱딱할 수도 있으면서 이 둘을 적절히 섞어가며 활용하면 나라가 더욱 빛난다. 강할 수도 약할 수도 있으면서 이 둘을 적절히 돌아가며 쓴다면 나라가 더욱 발전한다.
그러나 나라에 부드러움과 나약함만 있다면 그 나라는 반드시 약해지며,딱딱함과 강함만 있다면 그 나라는 반드시 멸망한다."는 구절은 '부드러움이 딱딱함을 이기고,약한 것이 강한 것을 이긴다'는 노장의 철학이 전쟁 상황에 반영된 것이다.
<육도삼략>은 온갖 만물은 서로 더불어 변화하므로 훌륭한 장수는 끊임없이 변화하면서 적의 동태에 따라 적절히 대처하는 자여야 한다고 말한다.
그래서 <육도삼략>은 전투 장비,전투 대형,탈출작전,전략과 대치 요령,매복작전 수행과 명령체계 구축,보급로의 단절,적국의 영토점령,화공전술 등의 구체적 전략을 책 안에서 세세히 논하고 있고,숲에서의 싸움,늪지에서의 싸움,돌격전,강적과의 전투 시 열세의 극복하는 등 개별 상황에서 군사전략상의 우세를 확보하는 문제를 세밀하게 다루면서도 이에 너무 얽매이지는 말라고 충고한다.
전쟁은 어디까지나 정의와 평화를 구현하기 위한 것이고,평화 시의 모든 경제 활동이 전쟁 준비의 토대가 되므로 전쟁을 잘 하기 위해서는 평화시의 번영에 힘쓰면 된다는 병농합일(兵農合一) 의 충고도 <육도삼략>이 전쟁을 나라 운영이라는 '전체'의 한 일부로서 유연하고 탄력적으로 생각했다는 것을 다시 확인하게 해준다.
홍보람 S·논술 선임연구원nikehbr@nonsul.com
세계 역사상 가장 유명한 낚시꾼을 꼽아보자.
동양 고전에 등장하는 어떤 인물에게 영예의 1위가 돌아갈 것이다.
요즘 인터넷의 바다에서도 높은 인기를 구가하고 있는 이 분의 이름은 공자,맹자도 아니요,노자나 장자도 아니고 그렇다고 석가모니는 더더욱 아니다.
그 이름마저도 친숙하기 그지없는 이 유명인은 3000년 동안 낚싯대를 손에서 놓지 않고 지내는 전설의 낚시꾼 강태공이다.
노련한 낚시꾼이었던 강태공은 기원전 12세기 그의 나이 70이 훨씬 넘었을 때 주나라무왕을 위수 북쪽에서 가볍게 낚아 올리고 중국 문화의 기틀을 잡는다.
본래 강태공의 성은 강(姜)이고 이름은 상(尙)인데,문왕의 아버지 태공(太公)이 오랫동안 기다리며 바라던(望) 사람이라는 의미에서 태공망(太公望) 또는 강태공(姜太公)이라는 유명한 별칭이 생겨났다.
사마천의 사기(史記)에 기록된 바에 따르면,문왕이,"나의 돌아가신 아버지 태공께서 '성인이 주나라로 올 것이다. 주나라는 그의 덕택으로 일어나리라'는 말을 들은 적이 있었는데,그대야말로 그 사람이다. 나의 아버지 태공이 당신을 기다린 지 오래 되었다."라고 강태공에게 말했다고 한다.
은나라를 멸하고 주나라 문화가 중국의 표본으로 자리 잡게 한 강태공의 가르침을 담은 병서로는 <육도삼략>이 전해지는데 <육도삼략>은 '육도(六韜)'와 '삼략(三略)'으로 내용이 구분된다.
육도(六韜)는 주나라 문왕과 무왕이 태공망 여상(呂尙)에게 나라를 다스리고 군대를 통솔하는 방법을 질문하면 태공망이 그 물음에 대답하는 대화체 형식으로 구성되어 있는 반면,삼략(三略)은 '군참'이라는 미상의 병서를 부분적으로 인용하는 방식으로 글이 전개된다.
육도(六韜)에서 도(韜)는 활이나 칼을 넣어두는 활집 또는 칼집을 뜻하는 글자이며,'거둔다','감추다','곶간','창고'라는 뜻도 있다.
그래서 육도(六韜)는 천하를 다스리고 군대를 움직이는 여섯 가지 비책이 담겨 있는 지혜의 보고라는 의미로서,문도(文韜) 무도(武韜) 용도(龍韜) 호도(虎韜) 표도(豹韜) 견도(犬韜)의 6권 60편으로 구성되어 있다.
이 가운데 문도,무도,용도는 주로 나라의 운영과 전쟁의 전반적 전략을 다루고,호도,표도,견도는 구체적인 전술과 전투 방법에 대해서 논한다.
삼략(三略)은 그 이름이 말해주듯이 상략,중략,하략의 3부로 이루어져 있는 간략한 병서라는 의미인데,무경칠서(武經七書) 가운데에서 가장 간결한 병서이다.
상략에서는 통치자의 덕목과 권도를 말하고,중략과 하략에서는 역사적인 사례를 제시하며 통솔 요령,군대 운영이 논해져 있다.
태공망 여상은 병학(兵學)의 원조로 받들어져,조선시대 무과에 응시한 사람들은 <육도삼략>을 외우고 그 뜻을 강론해야 했고 당나라에서는 문묘(文廟)에는 공자를 모시고 무묘(武廟)에는 강태공을 모셨다.
그런데 강태공이 실제 그의 저술을 남겼는지는 별론으로 하고,<육도삼략>만 놓고 따져본다면 이는 강태공 여상에 의해 저술되었다기 보다는 그의 명성을 빌린 후세의 가탁(假託)이라고 봄이 정확하다.
책 안에 후대의 철학과 사회적 조건이 반영되어 있고,주나라 초기에는 나타날 수 없는 전투 형태,전략전술,무기와 장비 등에 대한 묘사가 가득하기 때문이다.
강태공을 흠모해서 그 이름을 빌린 인재가 저술한 위서(僞書)인 것이다.
그러나 위서(僞書)라고 해서 가치가 없다고는 할 수 없다.
<육도삼략>은 <손자병법>과 함께 병가의 교과서로서 오랜 세월을 많은 사람들에게 가르침을 주는 전범(典範)의 역할을 하였기 때문이다.
여하튼 성명 미상의 어떤 인재가 낚시꾼 강태공의 이름으로 우리를 다시 한번 낚은 셈인데,도대체 어떤 내용의 책이기에 진서도 아닌 위서가 정부 공인 고전의 반열에 들어가 있는지 한번 살펴보자.
⊙ 원문 읽기
낚시에는 세 가지 권도(權道)가 있습니다.
먹이로 물고기를 낚는 것은 녹봉을 주어 인재를 취하는 것과 같습니다.
후한 녹봉으로 뛰어난 인재를 얻어 지혜와 능력을 다 발휘하게 하며,많은 상을 내려 병사들이 목숨을 바치게 하며,높은 벼슬자리를 맡겨 신하들에게 충성을 다하게 합니다.
이는 좋은 먹이를 주면 크고 살찐 고기가 잡히는 것과 같은 이치입니다.
낚시질은 목표한 물건을 낚기 위한 하나의 방편이지만 실로 심원한 이치가 숨어 있습니다.
따라서 낚시라는 작은 일로 세상의 커다란 이치까지도 관찰할 수 있는 것입니다. (중략)
낚싯줄이 가늘고 먹이가 밝으면 잔고기가 이를 먹고,낚싯줄이 약간 굵고 먹이가 향기로우면 중치의 고기가 이를 먹으며,낚싯줄이 굵고 먹이가 풍성하면 큰 고기가 이를 먹습니다.
대저 고기는 먹이를 먹음으로써 낚싯줄에 걸리고,인재는 봉록을 받고 군주에게 충성합니다.
그러므로 미끼를 드리우면 물고기를 낚을 수 있고,봉록을 내걸면 훌륭한 인재를 얻어서 능력을 모두 발휘하게 만들 수 있습니다. (중략)
겉이 아무리 번지르르하다 한들 군주가 백성의 마음을 얻지 못하면 반드시 모였다가도 흩어지게 마련입니다.
백성들과 시름을 함께 나누고 즐거움을 더불어 기꺼워하며,백성들이 좋아하는 것을 같이 좋아하고 싫어하는 것을 함께 꺼리는 행동이 정의로움이니,이 정의가 있는 곳으로 천하의 사람들이 달려갑니다.
본래 사람이란 모두 죽기를 싫어하고 살기를 좋아하며,덕을 좋아하고 이익을 좇게 마련입니다.
그러므로 백성들에게 진정한 삶과 진정한 이익을 돌려주는 데 힘쓰는 것이 도리입니다.
바로 이 도리가 있는 곳으로 천하가 돌아갑니다.
▶ 해석
주나라 문왕과 태공의 만남으로 육도(六韜)의 첫 권 문도(文韜)가 시작한다.
노련한 낚시꾼답게 강태공은 낚시로 말문을 튼다.
천하를 가지고 싶으면 큰 인물을 옆으로 끌어올 수 있어야 하고 이는 후한 보상과 예우가 있어야 한다며 문왕에게 천하를 낚는 법을 가르친다.
어쩌면 자신과 문왕 사이의 고용계약을 말하고 있었는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강태공의 낚싯대 끝에는 천하가 대롱대롱 매달려 있다.
천하를 가지고 싶으면 강태공의 낚싯대에 걸려야 한다.
이 내용은 '향기로운 낚싯밥 밑에는 반드시 미끼를 노리다 걸려든 큰 물고기가 있고,두터운 상을 내리는 군대에는 반드시 상을 받으려 용감하게 싸우는 장사들이 있다. 특별한 예우로 인재를 맞이하면 훌륭한 인물을 얻게 되고,두터운 상으로 공로에 보답하면 용감한 병사들이 목숨을 걸고 싸우게 된다. '라며 삼략에서도 다시 반복된다.
현실과 괴리된 형이상학적 담론으로 무장된 말을 늘어놓는 대신,현실에 뿌리를 내리고 현실에서 힘을 취하는 진정한 통치 철학을 말하는 강태공에게 문왕은 감복한다.
민심을 얻는 어진 정치를 펼친다면 사람들이 따를 것이라면서 천하를 미끼로 내어놓는 강태공의 낚싯대를 문왕은 기꺼이 덥썩 물고 강태공을 나라의 스승으로 모신다.
이제 강태공은 강가가 아닌 주나라 궁정에서 기거하며 문왕과 그를 잇는 무왕에게 나라의 운영과 전술을 가르친다.
강태공은 군주가 조심해야 할 대상인 육적(六賊)과 칠해(七害)가 있다고 경계하라면서,나라를 쇄신하고 각 부문에서 필요한 규칙을 마련하는 방법을 조언한다.
그래서 <육도삼략>은 병서의 성격을 지니기는 하나 다른 병서들에 비해 더욱 큰 범위에서 통치의 원칙과 정치 방식을 논하기 때문에 인사와 조직관리 등 현대 경영학과 행정학에서 논하는 내용이 모두 들어가 있다.
"만일 한 사람을 죽여서 전군이 모두 두려워할 경우라면 단호하게 그를 죽이며,한 사람에게 상을 주어 전군이 모두 기뻐할 경우라면 아낌없이 그에게 상을 내립니다.
처벌은 높은 지위에 있는 사람일수록 효과적이고,상은 미천한 지위에 있는 사람에게 내릴수록 효과적입니다. "라며 강태공이 무왕에게 군대의 사기 진작을 위해서는 신상필벌이 확실해야 한다고 조직관리를 가르치는 대목은 <육도삼략>의 통합적 성격을 잘 보여준다.
⊙ 원문 읽기
성군이 군대를 움직여 적을 공격하는 것은 전쟁을 즐기기 때문이 아니다.
포악한 자를 베어 버리고,어지럽히는 자를 죽이기 위해서다.
정의로운 군대로 불의한 나라를 공격하는 것은 마치 엄청난 강줄기를 터서 조그마한 횃불을 끄는 것과 같고,바닥을 알 길 없는 깊은 골짜기로 떨어지려는 자를 뒤에서 떠미는 것과 같아서 틀림없이 승리한다.
그런데도 때로는 담담하고 느긋하게 움직이며 서둘러 진격하지 않는 것은 사람이나 물자가 다칠까 봐 염려했기 때문이다.
전쟁이란 불길한 흉기다.
자연의 도리는 살려주기를 좋아하고 다치게 하는 것을 싫어한다.
그러므로 성인은 어쩔 수 없는 경우에만 마지못해 전쟁을 일으킨다.
이는 자연의 도리를 따른 것이다.
이는 마치 물고기가 물 속에 있는 것과 같다.
물고기는 물 속에 있으면 살고,물을 벗어나면 죽고 만다.
그러므로 성인과 군자는 언제나 조심하고 두려워하여 자연의 도리를 벗어나지 않는다.
▶ 해석
<육도삼략> 역시 병가 대부분의 입장처럼 전쟁에 신중하다.
그러나 전쟁은 나쁜 것이 아니라 오히려 긍정적인 것이다.
전쟁을 통해 불의가 물러가고 정의가 구현되기 때문에 사회의 문제점이 해결된다.
따라서 진정한 전쟁에는 확고한 도덕적 명분이 있어야 하며,또한 그래야만이 전쟁 발발시 백성들이 자발적으로 전쟁에 참여하게 된다고 강태공은 말한다.
그리고 <육도삼략>은 전쟁을 승리로 이끌기 위해서 도가의 유연한 사고가 중요함을 강조한다.
"부드러울 수도 딱딱할 수도 있으면서 이 둘을 적절히 섞어가며 활용하면 나라가 더욱 빛난다. 강할 수도 약할 수도 있으면서 이 둘을 적절히 돌아가며 쓴다면 나라가 더욱 발전한다.
그러나 나라에 부드러움과 나약함만 있다면 그 나라는 반드시 약해지며,딱딱함과 강함만 있다면 그 나라는 반드시 멸망한다."는 구절은 '부드러움이 딱딱함을 이기고,약한 것이 강한 것을 이긴다'는 노장의 철학이 전쟁 상황에 반영된 것이다.
<육도삼략>은 온갖 만물은 서로 더불어 변화하므로 훌륭한 장수는 끊임없이 변화하면서 적의 동태에 따라 적절히 대처하는 자여야 한다고 말한다.
그래서 <육도삼략>은 전투 장비,전투 대형,탈출작전,전략과 대치 요령,매복작전 수행과 명령체계 구축,보급로의 단절,적국의 영토점령,화공전술 등의 구체적 전략을 책 안에서 세세히 논하고 있고,숲에서의 싸움,늪지에서의 싸움,돌격전,강적과의 전투 시 열세의 극복하는 등 개별 상황에서 군사전략상의 우세를 확보하는 문제를 세밀하게 다루면서도 이에 너무 얽매이지는 말라고 충고한다.
전쟁은 어디까지나 정의와 평화를 구현하기 위한 것이고,평화 시의 모든 경제 활동이 전쟁 준비의 토대가 되므로 전쟁을 잘 하기 위해서는 평화시의 번영에 힘쓰면 된다는 병농합일(兵農合一) 의 충고도 <육도삼략>이 전쟁을 나라 운영이라는 '전체'의 한 일부로서 유연하고 탄력적으로 생각했다는 것을 다시 확인하게 해준다.
홍보람 S·논술 선임연구원nikehbr@nonsu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