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라의 역량을 총 결집하였기 때문에 '반드시 이겨야만' 하는 전쟁 개념을 세상에 널리 알린 <손자병법>은 적과 나의 전쟁수행 조건을 여러 측면에서 분석해서 '승리 가능성'을 진단한다.
전쟁을 시작할 것인지를, 말 것인지를 가늠할 때에도 철저한 '계산'을 앞세웠던 손자는 전쟁의 실제 전략 수립에 있어서도 역시 '계획'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손자에게 있어서 전쟁이란 전쟁터에서 발휘하는 용맹으로 쟁취하는 무훈이 아니었다.
전쟁은 전장에 나가기 이전에 준비성 여하에 따라 이미 그 결과를 예측할 수 있는 국가사업이었고,전쟁에서 이기기 위해서는 철두철미한 계획 아래 빈틈없는 전략이 시행되어야 했다.
그래서 승리를 위해서는 고도의 능동적인 준비 자세와 함께 치밀하고 다양한 계획이 요구되었다.
⊙ 원문읽기
전쟁을 일으키기 전에 조정에서 전략을 수립하면서 승리를 예측하는 자는 그 계획이 주도면밀하고 다양하다.
그러나 전략을 수립하면서 승리를 예측하지 못하는 자는 그 계획이 치밀하거나 충분하지 못하다.
계획이 다양하면 이기고,계획이 다양하지 못하면 이길 수 없다.
하물며 아예 계획을 세우지 않는다면,그 결과는 더 말할 나위가 없다.
이런 측면을 살펴보면 어느 편이 이기고 질 것인지 예측할 수 있다.
▶ 해석
전쟁의 청사진을 그려내는 조정에서 이미 전쟁의 승패는 결정된다.
운명의 여신은 전쟁터에서 주사위를 던지지 않는다.
주사위는 운명의 여신이 전운이 감돌던 각국의 조정을 돌아보던 때 벌써 던져졌다.
전장에 나가서 하는 일은 각국의 전쟁 설계도가 얼마나 훌륭한지 혹은 조잡한지를 두 눈으로 똑똑히 확인하는 것뿐이다.
전쟁은 우연과 혈기의 산물이 아니라,철저한 관리의 산물이다.
계획도 없이 전쟁터에 나가는 것은 판초를 데리고 길을 떠나는 돈키호테와 같은 만용에 불과하다.
손자는 객관적 정보 파악에 기반한 과학적인 병법 운용을 강조하였다.
춘추시대에 존재하던 전쟁의 '낭만과 모험'은 이제 새로운 시대의 물결에 쓸려 덧없이 사라지고,전국시대의 전쟁은 고른 죽간 사이에서 내비치는 준열하고 치밀한 계획 정신에 따라 움직이게 되었다.
전장의 함성 소리와 무기가 부딪치는 소리,말발굽 소리는 죽간의 행렬에 따라 커졌다가 작아졌다.
"전쟁을 하는 원칙이란,아군의 병력이 적군의 열 배라면 적군을 포위하고,다섯 배라면 공격하며,두 배라면 적군의 역량을 갈라놓아야 한다.
대등하면 맞서 싸울 수는 있으나,적으면 도망을 해야 하며,열세라면 피해야 한다.
따라서 상대방과 비교하여 열세이면서도 고집스럽게 버틴다면 강한 적에게 사로잡힐 뿐이다"
라는 구절은 손자가 계량과 예측에 기반한 과학적 사상을 병가에 도입하였음을 다시금 확인케 하여 준다.
이는 수천 년 뒤 나폴레옹이 '전쟁은 계수(計數)와 같다'고 한 말과도 일맥상통한다.
그러나 세상 모든 일이 그러하듯,전쟁 역시 예측을 벗어나는 경우가 종종 생긴다.
계산의 도식에 넣지 못한 변수가 출현하거나,돌발상황이나 변화가 생기는 때가 분명 존재한다.
그래서 '계산'과 '예측'을 강조한 손자이지만,또 다른 측면에서는 무한한 변화와 전환의 가능성을 열어두었다.
<손자병법>은 책 전반에 걸쳐 손자가 도가 사상의 영향을 받았음을 보여준다.
손자는 전쟁 역시 자연현상의 운동과 변화처럼 무한한 변화와 전환의 가능성을 가진 것으로 보았다.
그러나 그 가능성이 계획의 불필요함을 결코 의미하지는 않는다.
오히려 상황이 어떻게 바뀔지 모르기 때문에 유동적으로 변화하는 상황에서 승리를 확보하려면 더욱 더 다양하고 철저한 전략을 마련할 수밖에 없다.
그리고 그 전략은 고식적인 것이 아니라,현 상황의 모든 조건을 반영한 구체적이고 생생한 계획이어야 한다.
그래서 손자는 항상 모든 구절의 말미에 '이 또한 구체적 상황에 따라 변할 수 있다'는 말을 덧붙였다.
현실 상황은 계속 변화하기 때문에 전략 역시 계속 변화하여야 함을 강조한 것이다.
⊙ 원문 읽기
장수가 자기의 군대가 적을 공격할 만하다는 것만 알고,적이 격파될 수 없다는 것은 모른다면,승리할 확률은 반에 불과하다.
적이 격파될 수 있다는 것을 알고 또한 자기 군대의 격파력을 파악하고 있지만,지형이 공격전쟁을 할 수 없다는 것을 모르면,승리할 확률은 여전히 반에 불과하다.
그래서 전쟁에 통달한 사람은 상황 파악을 정확하게 하고 있기 때문에 군대를 출동시키면 방향을 잃지 않으며,작전을 해도 곤궁한 경우를 당하지 않는다.
따라서 적을 알고 나를 안다면 승리하는데 어려움이 없고,날씨도 알고 지형도 잘 헤아린다면 언제나 승리하니 곤궁함이 없다.
▶ 해석
전략 수립에 있어서는 충분한 정보 획득이 우선되어야 한다.
손자는 부분적 정보 파악에 의한 전쟁 수행은 위태로움을 일깨운다.
제한된 정보에 기초하여 전략을 세운다면 그 전략은 충분하다고 볼 수 없다.
전쟁에서는 종합적인 정보 파악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
"자기를 알고 적을 안다면 백 번을 싸워도 위태롭지 않고,적은 모르지만 자기를 안다면 이기기도 하고 지기도 할 것이나,적도 모르고 자기도 모른다면 싸울 때마다 위태롭다"는 <손자병법>의 유명한 구절은 손자가 정보전의 중요성을 얼마나 강조하였는지를 알 수 있게 한다.
그러나 정보는 거저 주어지는 것이 아니다.
정확한 정보를 얻기 위해서는 그에 상응하는 노력과 대가가 있어야 한다.
손자는 모든 계획의 기본 시초인 '정보'를 얻기 위해서는 간첩을 능수능란하게 부려야 한다고 '용간(用間)' 편에서 말한다.
⊙ 원문 읽기
작위와 봉록과 백금을 아깝게 여겨서 간첩을 이용해 적의 상황을 알아내지 못한다는 것은 불인(不仁)의 국치이며,백성의 장수라 할 수 없다.
군주의 보좌라고도 할 수 없으며,승리의 주재자라고 할 수 없다.
따라서 영명한 군주,현명한 장군이 한번 출동하여 적을 이기어 공을 이루는 것은 먼저 정보를 알아낸 때문인 것이다.
먼저 정보를 알아낸다고 하는 것은 귀신에게서 얻어낼 수 있는 것은 아니며,다른 일로 유추할 수도 없고,별자리를 보고 점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오로지 적의 정황을 잘 알고 있는 간첩을 통해서 알아낼 수 있는 것이다.
▶ 해석
춘추시대의 고루한 체면을 비웃었던 손자에게 있어 간첩을 부리는 것은 후안무치의 일이 아니었다.
오히려 간첩에게는 돈을 아끼지 말라고 일갈한다.
내 편의 정보는 쉽게 얻을 수 있지만,이는 어디까지나 '반쪽 자리' 정보에 불과하다.
완전한 정보 획득을 위해 상대방의 정보를 파악하려면 간첩의 존재가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모든 계획의 기반이 되는 종합적인 정보는 적국의 정보를 전해주는 간첩을 통해서만 얻어질 수 있다.
그래서 손자는 간첩에게는 백금이 아깝지 않으니 높은 작위와 큰 보상을 주어 적의 정보를 정확하게 알아내야 한다고 강조한다.
만약 간첩을 제대로 우대하지 못하여 정보 파악에 소홀하다면 이야말로 불인(不仁)의 극치라고 목소리를 높인다.
정보전의 승패가 곧 전쟁의 승패를 결정한다.
그 형식이 간첩이든,아니면 적국의 암호 해독이든 간에 상대방의 정보를 이 쪽에서 꿰뚫고 있어야 전쟁을 이길 수 있다.
제2차 세계대전에서 연합군의 노르망디 대작전이 성공을 거둘 수 있었던 것도 독일군의 암호를 해독하던 울트라(ULTRA) 계획이 성공하였기 때문이다.
손자가 무덤에서 그 소식을 들었다면 '옳거니!' 하고 무릎을 쳤을 것이다.
이처럼 정확한 정보를 집대성한 종합적인 정세 파악이 가능하다면 '이겨야만'하는 전쟁은 이제 '이길 수밖에' 없는 전쟁이 된다.
⊙ 원문 읽기
전쟁에서 승리를 거두었으나 온 세상들이 잘 했다 하면 그것도 최선의 것은 아니다.
가을철 가늘어진 터럭을 들어올렸다 해서 힘이 세다고 하지 않고,해와 달을 보았다 해서 뛰어난 시력이라 하지 않으며,우레소리를 들었다 해서 귀가 밝다고 하지 않는 법이다.
옛날에 전쟁을 잘한다고 하는 사람들은 쉽게 이길 수 있는 여건을 조성한 가운데 승리했다.
따라서 그 전쟁을 잘 하는 사람이 승리할 때에는 지모가 뛰어났다는 명성이 뒤따르지 않았고,용맹이 뛰어났다는 칭송도 없었다.
그가 전쟁에서 이기는 것은 어긋나는 경우가 없었다.
어긋남이 없었다는 것은 조처를 함이 반드시 이기도록 하였고,이미 벌써 패한 적에게 승리를 거두어 들였기 때문이다.
전쟁을 잘하는 사람은 도저히 질 수 없는 상황에 서서 상대의 빈틈을 놓치지 않는 것이다.
그런 까닭에 승리하는 군대는 먼저 승리할 만한 여건을 만들어 놓고 나서 전쟁을 하며,패배하는 군대는 먼저 전쟁을 벌여 놓고는 이기기를 구한다.
전쟁을 잘하는 이는 정치를 잘 수행하고,군의 법제를 잘 확보하고 있기 때문에 이기고 지는 것을 자신의 뜻대로 할 수 있다.
▶ 해석
완벽한 '정보'와 '계획'에 기반한다면 전쟁의 승리는 이제 도가의 '무위자연'의 경지에 이른다.
전쟁의 운용도 도가의 자연법칙처럼 당연하고 스스럼없는 일이 된다.
이길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이기는 것이기 때문에 승전은 자연스럽기 그지없다.
운명의 주사위가 이미 던져진 상황에서 우리가 하는 일은 운명의 여신이 결정한 바가 현실에서 구현되는 바를 지켜보는 것이다.
손자는 전쟁의 승패는 전장에서 다급하게 손을 뻗쳐서 잡으려 할 것이 아니라,전쟁터로 출발하기 전부터 움켜쥐고 있어야 한다고 말한다.
이러한 성격 때문에 <손자병법>은 병서를 넘어서 일반인에게 널리 애독되는 책이 되었다.
전사(戰史) 연구는 앞섰지만 철학적인 병법서가 없었던 서양과 비교하여 2000년을 앞선다는 평가를 받는다든가,나폴레옹 시대가 올 때까지 제대로 성립되지 않았던 보편적인 병법이나 군사 일반학을 손자는 이미 정립하였다는 것도 <손자병법>이 듣는 또 다른 세평이기도 하다.
홍보람 S·논술 선임연구원 nikehbr@nonsul.com
전쟁을 시작할 것인지를, 말 것인지를 가늠할 때에도 철저한 '계산'을 앞세웠던 손자는 전쟁의 실제 전략 수립에 있어서도 역시 '계획'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손자에게 있어서 전쟁이란 전쟁터에서 발휘하는 용맹으로 쟁취하는 무훈이 아니었다.
전쟁은 전장에 나가기 이전에 준비성 여하에 따라 이미 그 결과를 예측할 수 있는 국가사업이었고,전쟁에서 이기기 위해서는 철두철미한 계획 아래 빈틈없는 전략이 시행되어야 했다.
그래서 승리를 위해서는 고도의 능동적인 준비 자세와 함께 치밀하고 다양한 계획이 요구되었다.
⊙ 원문읽기
전쟁을 일으키기 전에 조정에서 전략을 수립하면서 승리를 예측하는 자는 그 계획이 주도면밀하고 다양하다.
그러나 전략을 수립하면서 승리를 예측하지 못하는 자는 그 계획이 치밀하거나 충분하지 못하다.
계획이 다양하면 이기고,계획이 다양하지 못하면 이길 수 없다.
하물며 아예 계획을 세우지 않는다면,그 결과는 더 말할 나위가 없다.
이런 측면을 살펴보면 어느 편이 이기고 질 것인지 예측할 수 있다.
▶ 해석
전쟁의 청사진을 그려내는 조정에서 이미 전쟁의 승패는 결정된다.
운명의 여신은 전쟁터에서 주사위를 던지지 않는다.
주사위는 운명의 여신이 전운이 감돌던 각국의 조정을 돌아보던 때 벌써 던져졌다.
전장에 나가서 하는 일은 각국의 전쟁 설계도가 얼마나 훌륭한지 혹은 조잡한지를 두 눈으로 똑똑히 확인하는 것뿐이다.
전쟁은 우연과 혈기의 산물이 아니라,철저한 관리의 산물이다.
계획도 없이 전쟁터에 나가는 것은 판초를 데리고 길을 떠나는 돈키호테와 같은 만용에 불과하다.
손자는 객관적 정보 파악에 기반한 과학적인 병법 운용을 강조하였다.
춘추시대에 존재하던 전쟁의 '낭만과 모험'은 이제 새로운 시대의 물결에 쓸려 덧없이 사라지고,전국시대의 전쟁은 고른 죽간 사이에서 내비치는 준열하고 치밀한 계획 정신에 따라 움직이게 되었다.
전장의 함성 소리와 무기가 부딪치는 소리,말발굽 소리는 죽간의 행렬에 따라 커졌다가 작아졌다.
"전쟁을 하는 원칙이란,아군의 병력이 적군의 열 배라면 적군을 포위하고,다섯 배라면 공격하며,두 배라면 적군의 역량을 갈라놓아야 한다.
대등하면 맞서 싸울 수는 있으나,적으면 도망을 해야 하며,열세라면 피해야 한다.
따라서 상대방과 비교하여 열세이면서도 고집스럽게 버틴다면 강한 적에게 사로잡힐 뿐이다"
라는 구절은 손자가 계량과 예측에 기반한 과학적 사상을 병가에 도입하였음을 다시금 확인케 하여 준다.
이는 수천 년 뒤 나폴레옹이 '전쟁은 계수(計數)와 같다'고 한 말과도 일맥상통한다.
그러나 세상 모든 일이 그러하듯,전쟁 역시 예측을 벗어나는 경우가 종종 생긴다.
계산의 도식에 넣지 못한 변수가 출현하거나,돌발상황이나 변화가 생기는 때가 분명 존재한다.
그래서 '계산'과 '예측'을 강조한 손자이지만,또 다른 측면에서는 무한한 변화와 전환의 가능성을 열어두었다.
<손자병법>은 책 전반에 걸쳐 손자가 도가 사상의 영향을 받았음을 보여준다.
손자는 전쟁 역시 자연현상의 운동과 변화처럼 무한한 변화와 전환의 가능성을 가진 것으로 보았다.
그러나 그 가능성이 계획의 불필요함을 결코 의미하지는 않는다.
오히려 상황이 어떻게 바뀔지 모르기 때문에 유동적으로 변화하는 상황에서 승리를 확보하려면 더욱 더 다양하고 철저한 전략을 마련할 수밖에 없다.
그리고 그 전략은 고식적인 것이 아니라,현 상황의 모든 조건을 반영한 구체적이고 생생한 계획이어야 한다.
그래서 손자는 항상 모든 구절의 말미에 '이 또한 구체적 상황에 따라 변할 수 있다'는 말을 덧붙였다.
현실 상황은 계속 변화하기 때문에 전략 역시 계속 변화하여야 함을 강조한 것이다.
⊙ 원문 읽기
장수가 자기의 군대가 적을 공격할 만하다는 것만 알고,적이 격파될 수 없다는 것은 모른다면,승리할 확률은 반에 불과하다.
적이 격파될 수 있다는 것을 알고 또한 자기 군대의 격파력을 파악하고 있지만,지형이 공격전쟁을 할 수 없다는 것을 모르면,승리할 확률은 여전히 반에 불과하다.
그래서 전쟁에 통달한 사람은 상황 파악을 정확하게 하고 있기 때문에 군대를 출동시키면 방향을 잃지 않으며,작전을 해도 곤궁한 경우를 당하지 않는다.
따라서 적을 알고 나를 안다면 승리하는데 어려움이 없고,날씨도 알고 지형도 잘 헤아린다면 언제나 승리하니 곤궁함이 없다.
▶ 해석
전략 수립에 있어서는 충분한 정보 획득이 우선되어야 한다.
손자는 부분적 정보 파악에 의한 전쟁 수행은 위태로움을 일깨운다.
제한된 정보에 기초하여 전략을 세운다면 그 전략은 충분하다고 볼 수 없다.
전쟁에서는 종합적인 정보 파악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
"자기를 알고 적을 안다면 백 번을 싸워도 위태롭지 않고,적은 모르지만 자기를 안다면 이기기도 하고 지기도 할 것이나,적도 모르고 자기도 모른다면 싸울 때마다 위태롭다"는 <손자병법>의 유명한 구절은 손자가 정보전의 중요성을 얼마나 강조하였는지를 알 수 있게 한다.
그러나 정보는 거저 주어지는 것이 아니다.
정확한 정보를 얻기 위해서는 그에 상응하는 노력과 대가가 있어야 한다.
손자는 모든 계획의 기본 시초인 '정보'를 얻기 위해서는 간첩을 능수능란하게 부려야 한다고 '용간(用間)' 편에서 말한다.
⊙ 원문 읽기
작위와 봉록과 백금을 아깝게 여겨서 간첩을 이용해 적의 상황을 알아내지 못한다는 것은 불인(不仁)의 국치이며,백성의 장수라 할 수 없다.
군주의 보좌라고도 할 수 없으며,승리의 주재자라고 할 수 없다.
따라서 영명한 군주,현명한 장군이 한번 출동하여 적을 이기어 공을 이루는 것은 먼저 정보를 알아낸 때문인 것이다.
먼저 정보를 알아낸다고 하는 것은 귀신에게서 얻어낼 수 있는 것은 아니며,다른 일로 유추할 수도 없고,별자리를 보고 점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오로지 적의 정황을 잘 알고 있는 간첩을 통해서 알아낼 수 있는 것이다.
▶ 해석
춘추시대의 고루한 체면을 비웃었던 손자에게 있어 간첩을 부리는 것은 후안무치의 일이 아니었다.
오히려 간첩에게는 돈을 아끼지 말라고 일갈한다.
내 편의 정보는 쉽게 얻을 수 있지만,이는 어디까지나 '반쪽 자리' 정보에 불과하다.
완전한 정보 획득을 위해 상대방의 정보를 파악하려면 간첩의 존재가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모든 계획의 기반이 되는 종합적인 정보는 적국의 정보를 전해주는 간첩을 통해서만 얻어질 수 있다.
그래서 손자는 간첩에게는 백금이 아깝지 않으니 높은 작위와 큰 보상을 주어 적의 정보를 정확하게 알아내야 한다고 강조한다.
만약 간첩을 제대로 우대하지 못하여 정보 파악에 소홀하다면 이야말로 불인(不仁)의 극치라고 목소리를 높인다.
정보전의 승패가 곧 전쟁의 승패를 결정한다.
그 형식이 간첩이든,아니면 적국의 암호 해독이든 간에 상대방의 정보를 이 쪽에서 꿰뚫고 있어야 전쟁을 이길 수 있다.
제2차 세계대전에서 연합군의 노르망디 대작전이 성공을 거둘 수 있었던 것도 독일군의 암호를 해독하던 울트라(ULTRA) 계획이 성공하였기 때문이다.
손자가 무덤에서 그 소식을 들었다면 '옳거니!' 하고 무릎을 쳤을 것이다.
이처럼 정확한 정보를 집대성한 종합적인 정세 파악이 가능하다면 '이겨야만'하는 전쟁은 이제 '이길 수밖에' 없는 전쟁이 된다.
⊙ 원문 읽기
전쟁에서 승리를 거두었으나 온 세상들이 잘 했다 하면 그것도 최선의 것은 아니다.
가을철 가늘어진 터럭을 들어올렸다 해서 힘이 세다고 하지 않고,해와 달을 보았다 해서 뛰어난 시력이라 하지 않으며,우레소리를 들었다 해서 귀가 밝다고 하지 않는 법이다.
옛날에 전쟁을 잘한다고 하는 사람들은 쉽게 이길 수 있는 여건을 조성한 가운데 승리했다.
따라서 그 전쟁을 잘 하는 사람이 승리할 때에는 지모가 뛰어났다는 명성이 뒤따르지 않았고,용맹이 뛰어났다는 칭송도 없었다.
그가 전쟁에서 이기는 것은 어긋나는 경우가 없었다.
어긋남이 없었다는 것은 조처를 함이 반드시 이기도록 하였고,이미 벌써 패한 적에게 승리를 거두어 들였기 때문이다.
전쟁을 잘하는 사람은 도저히 질 수 없는 상황에 서서 상대의 빈틈을 놓치지 않는 것이다.
그런 까닭에 승리하는 군대는 먼저 승리할 만한 여건을 만들어 놓고 나서 전쟁을 하며,패배하는 군대는 먼저 전쟁을 벌여 놓고는 이기기를 구한다.
전쟁을 잘하는 이는 정치를 잘 수행하고,군의 법제를 잘 확보하고 있기 때문에 이기고 지는 것을 자신의 뜻대로 할 수 있다.
▶ 해석
완벽한 '정보'와 '계획'에 기반한다면 전쟁의 승리는 이제 도가의 '무위자연'의 경지에 이른다.
전쟁의 운용도 도가의 자연법칙처럼 당연하고 스스럼없는 일이 된다.
이길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이기는 것이기 때문에 승전은 자연스럽기 그지없다.
운명의 주사위가 이미 던져진 상황에서 우리가 하는 일은 운명의 여신이 결정한 바가 현실에서 구현되는 바를 지켜보는 것이다.
손자는 전쟁의 승패는 전장에서 다급하게 손을 뻗쳐서 잡으려 할 것이 아니라,전쟁터로 출발하기 전부터 움켜쥐고 있어야 한다고 말한다.
이러한 성격 때문에 <손자병법>은 병서를 넘어서 일반인에게 널리 애독되는 책이 되었다.
전사(戰史) 연구는 앞섰지만 철학적인 병법서가 없었던 서양과 비교하여 2000년을 앞선다는 평가를 받는다든가,나폴레옹 시대가 올 때까지 제대로 성립되지 않았던 보편적인 병법이나 군사 일반학을 손자는 이미 정립하였다는 것도 <손자병법>이 듣는 또 다른 세평이기도 하다.
홍보람 S·논술 선임연구원 nikehbr@nonsu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