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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술발전과 사회적 자본의 감소
2016년 자살, 알코올, 약물 남용 관련 사유로 사망한 미국인은 19만7000명이다. 1994년 에이즈 유행이 정점에 달했을 때의 사망자 수보다 네 배 이상 많은 수치다. 2016년은 경기가 꾸준히 확장되는 시기라는 점에서 보다 놀랍다. 미국 경제는 글로벌 금융위기의 충격이 끝난 2009년 6월 이후 2019년 1월까지 100개월 동안 연속해서 일자리가 늘었고, 22% 이상의 성장을 기록했다. 미국의 자살률이 2016년에 버금가던 시기는 글로벌 금융위기 때와 그 직후의 사회적 안전망이 부재했던 잠깐의 시기뿐이었다. 사회적 자본의 중요성미국의 사망자 추이를 설명할 수 있는 요인 중 하나는 사회적 자본의 부재다. 사회적 자본은 물적자본 혹은 화폐만큼이나 중요한 부의 한 형태다. 사회학자 로버트 퍼트넘은 사회적 자본을 개인 사이의 연결로서 사회관계망과 이로부터 생성되는 호혜성과 신뢰의 규범이라고 정의한다. 이러한 사회적 자본은 다양한 측면에서 감소하고 있다. 1970년대 초 미국의 노동 연령 가운데 60% 이상이 사람을 대부분 신뢰할 수 있다고 답변했지만, 2012년에는 20%에 불과했다. 정부 신뢰는 이보다 심각하다. 퓨리서치 센터의 조사에 의하면 1958~2015년 연방정부에 대한 신뢰도는 73%에서 19%로 급감했다. 퍼트넘은 이러한 현상을 《나 혼자 볼링》이라는 책을 통해 담아냈다.자살과 약물 남용의 공통점은 ‘단절’이다. 사회학의 아버지로 불리는 프랑스의 사회학자 에밀 뒤르켐은 1897년 발간한 그의 책 《자살》을 통해 자살은 정신질환이 아니라 주로 사회적 현상이라고 분석했다. 가족, 배우자, 직장에서 긴밀한 유대를 잃어버릴 때 발생한다는 것이다. 2018년 세계보건기구 역시 자살의 위험과 외로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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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룡기업'의 탄생, 그리고 그를 보는 다양한 시각들
1987년 로버트 보크의 대법관 임명이 미국 상원 인준에 실패했다. 당시 대통령인 로널드 레이건이 지명한 인물이었지만, 그의 지난 행적은 대통령보다 강한 영향을 미쳤다. 그는 지나치게 엄격한 카르텔 판결에 반대하는 학자였다. 대기업은 효율이 높아 저렴한 재화와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고, 소비자는 이를 통해 이득을 얻을 수 있어 소비자 복지가 향상될 수 있다는 근거로 소비자가 이득을 누릴 수 있다면 인수합병을 저지하지 않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를 시작으로 많은 인수합병이 이뤄졌고, 미 법무부와 연방거래위원회는 대형 합병에 대해 이전보다 관대한 태도를 취하기 시작했다. 거대기업의 등장자본주의 초기에는 기업이 대형화되기보다는 잘게 쪼개지는 일이 잦았다. 20세기 초 미국에서 가장 영향력이 높은 기업으로 불렸던 록펠러의 스탠더드오일 컴퍼니는 독점판결을 받은 뒤 1911년 34개의 작은 회사로 분리되었고, 벨컴퍼니로 불리던 AT&T 역시 1982년 7개의 작은 회사로 쪼개졌다. 이들은 AT&T, 버라이즌 커뮤니케이션스로 오늘날 명맥을 잇고 있다.1999년 마이크로소프트의 독점 소송은 기업의 대형화에 영향을 미치는 중요한 사건이었다. PC시장, 운영체제 부문의 독점, 운영체제와 검색엔진의 결합에 관한 소송에서 1심 법원은 사실상 독점이라고 판결하면서 운영체제와 소프트웨어 프로그램 부문을 분리할 것을 명령했다. 마이크로소프트는 이에 대한 항소에서 워드, 엑셀 외에도 다양한 프로그램이 윈도에서 실행될 수 있도록 프로그램을 수정하겠다고 약속하면서 독점 판결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이때부터 엄격했던 반독점 판결은 조금씩 완화되기 시작했다. 이후 정보기술(I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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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술과 자본의 결합으로 덜 소비하면서 더 얻는 시대
덜 소비하면서 더 얻는 시대가 시작되었다. 세계의 주요 농업국 가운데 하나인 미국은 1999년에 비해 비료를 25%나 덜 쓰고, 농사에 필요한 물 역시 1984년에 비해 22% 이상 덜 쓴다. 하지만 작물의 양은 계속해서 증가한다. 건축분야도 마찬가지다. 미국 지질조사국에 의하면 목재의 소비량은 1990년 이후 3분의 1 수준으로 감소했다. 지질조사국이 조사 가능한 72가지 자원 가운데 해가 갈수록 소비량이 증가하는 자원은 규조토, 산업 석류석, 보석, 소금, 은, 바나듐 여섯 가지뿐이었다. 하지만 미국의 국내총생산(GDP)이 감소한 적은 단 한 차례도 없었다. 기술의 발전과 탈물질화덜 쓰고, 더 얻는다는 가장 강력한 증거는 온실가스 배출량이다. 온실가스는 에너지를 얻기 위해 화석연료를 태우는 과정에서 나오는 가장 해로운 부산물이다. 1800~1970년에 이르는 170여 년 동안 에너지 소비량은 미국의 경제성장과 발맞춰 증가했다. 하지만 이후 에너지 사용 증가 속도는 둔화했고, 2017년 미국의 에너지 총사용량은 2008년보다 거의 2%나 감소했다. 미국 경제는 같은 기간 15% 이상 성장했다. 《제2의 기계시대》의 저자로도 잘 알려진 앤드루 맥아피 매사추세츠공대(MIT ) 교수는 《포스트 피크, 거대한 역전의 시작》을 통해 자원 사용이 정점을 찍고 감소하는 현상을 ‘물질정점을 지났다’고 표현한다.무엇보다 그는 이러한 현상의 원인을 기술 발전에서 찾는다. 알루미늄 맥주 캔은 1959년에 등장했다. 이전의 주석 캔은 맥주에는 1994년부터, 청량음료에는 1996년부터 전혀 쓰이지 않았다. 처음에는 그 무게가 85g으로 무거웠지만, 1980년대에는 16g까지 줄어들었고, 오늘날 12.75g으로 가벼워졌다. 매니토바대 환경지리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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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 전환은 탈물질화의 새로운 동력원
신부이자 경제학자였던 맬서스는 인류의 멸망을 예언한다. 1798년에 펴낸 그의 책 《인구론》에서 인구는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지만, 식량은 산술급수적으로 증가해 결국 모두 굶어죽을 것이라고 주장한다. 한 부부가 두 명의 자녀를 낳고, 이들이 자라서 각각 자녀를 둘씩 낳는 과정이 반복된다면 인구는 지수적으로 증가하지만, 식량은 그렇지 않아 증가하는 인구를 지구가 먹여 살릴 수 없다는 것이다. 다행히 맬서스의 예언은 틀렸고, 인류는 아직 살아남아 있다. 산업화의 시작과 효율적인 자원 활용맬서스의 주장은 미래를 예측하는 데는 실패했지만, 과거를 설명하는 데는 옳았다. 경제사학자 그레고리 클라크는 맬서스의 인구론이 나오기 전 6세기 동안 영국에서는 1700년까지 인구가 증감을 반복하는 과정에서 대체로 인구가 증가할수록 빈곤해졌음을 증명했다. 땅에서 산출해낼 수 있는 식량의 양은 정해져 있었던 탓에 인구가 그 한계선까지 증가하면 궁핍이라는 잔혹한 시스템이 작동해 인구수를 다시 끌어내렸다.이는 인류가 의지할 동력원이 오로지 인간의 근육과 바람, 물과 같은 천연자원뿐이었기 때문이다. 인간은 자연을 통제할 수 없었다. 인간과 자연의 관계는 1776년 제임스 와트의 증기기관이 등장하면서 달라지기 시작했다. 증기를 활용한 기계는 토머스 뉴커먼에 의해 한참 전에 등장했다. 하지만 그의 발명품은 석탄을 너무 많이 소비하는 탓에 사용범위가 넓지 못했다. 제임스 와트의 증기기관은 달랐다. 같은 양의 석탄으로 두 배 이상의 에너지를 얻을 수 있었다. 일반적으로 제임스 와트의 증기기관이 탑재된 트랙터를 농업 생산성 향상의 원인으로 예상하지만, 당시 이러한 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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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시대에 주목받는 아날로그의 가치
디지털 전환시대의 경영전략을 고민하는 세미나였다. 국내외 유명 인사들이 총출동한 세미나의 무게감을 증명하듯 많은 기업이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임원이 많이 참여하는 만큼 중후한 느낌의 만년필 기업도 그중 하나였다. 세미나의 시작은 스폰서 기업들의 홍보 영상으로 시작되었다. 무대 앞에 설치된 대형 3D 사이니지에는 화려한 디지털 기술로 표현된 만년필 광고가 등장했다. 모든 것이 0과 1로 표현되는 새로운 세상을 고민하는 자리의 시작은 전통적인 아날로그 상품인 만년필이었던 것이다. 디지털 세상에 사라지지 않는 아날로그사람들이 ‘서점’이라는 단어를 꺼내는 경우는 서점이 문을 닫을 때뿐이었다. 물론 대형 체인서점들은 계속해서 명맥을 유지하고 있지만, 그마저도 신규로 문을 여는 경우는 드물다. 우연히 들른 동네에 작은 서점을 발견하면 마치 유적지를 발견한 듯 신기한 느낌이다. LP판도 마찬가지다. 어느 순간부터 음반협회는 LP판의 판매액을 통계에 포함하지 않았다. 전체 규모에서 숫자의 반올림 오차에 불과했기 때문이다. CD에 대체되기 시작했던 LP판은 스트리밍 서비스가 인기를 끌고, 아이튠즈가 등장하면서 완전히 종적을 감췄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디지털화되면서 달라진 유사한 사례는 수없이 많다. 필름도 대표적이다. 디지털카메라의 등장으로 필름을 찾아보기 어려워지더니, 스마트폰의 등장으로 필름을 구경해보지도 못한 세대가 많아지고 있다.최근 이들이 다시 등장하고 있다. 1995년 아마존의 등장 이후 서점을 비롯한 많은 오프라인 매장은 사라져버렸다. 전자상거래 혁명이라고 일컬어질 만큼 동일한 물건을 저렴한 가격에 판매하고, 빠른 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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혁신을 위한 조직 시스템 설계의 필요성
성공 스토리는 언제나 극적이다. 눈보라 치는 파리 시내에서 택시를 잡기 위해 고군분투하다 새로운 시스템을 고안해 내고, 대학에서 동문관리 앱을 구축하던 친구들은 세계 최대의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를 만들어낸다. 이들은 자주 상하구분 없는 ‘소통’ ‘개방’ 등의 조직문화를 강조한다. 격의 없는 논의가 혁신적인 아이디어를 발굴해 낸다는 것이다. 많은 기업이 이를 받아들이고, 심지어 정부나 국회에서도 비슷한 문화를 차용하고자 노력한다. 문제는 겉모습만 바뀌었을 뿐 달라지는 점이 크지 않다는 데에 있다. 현실에서 무시받는 혁신적 아이디어많은 혁신은 소위 ‘미친 아이디어’에서 시작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주위를 아무리 둘러봐도 획기적인 아이디어가 등장했을 때 기업이, 최고경영자(CEO)가 이를 이해하며 다양한 수단과 자원을 쏟아붓는 경우는 볼 수 없다. 오히려 획기적 아이디어의 주창자들은 조직 내에서 무시받거나 심지어는 ‘특이한 사람’으로 분류되는 경우가 허다하다. 문제는 중요한 시기에 이러한 아이디어를 알아보지 못할 경우 기업이 흔들릴 수도 있다는 점이다. 한때 세계 무선전화 시장을 제패했던 노키아가 대표적이다. 2000년대 초반까지 지구상 스마트폰의 절반 이상을 팔았던 노키아는 혁신 기업의 상징이었다. 조직문화 역시 개방적이고 혁신적이었다. 해야 하는 일 외에 각자 관심 있는 일에 일부의 시간을 할애할 수 있었고, 실수에도 관대했다. 이러한 문화 덕분에 몇몇 엔지니어는 기존에 없던 새로운 물건을 만들 수 있었다. 전체가 터치스크린으로 덮여 있으며, 인터넷이 가능한 전화기였다. 연구진은 이 새로운 형태의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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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 전환시대 기술의 의미
과학은 근대 세계를 이끌어가는 핵심 동력이다. 모더니즘 사상은 과학이 기술을 낳고, 사회 변화의 시작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역사를 되돌아보면 과학은 기술혁신과 무관했다. 과학적 발견은 르네상스 시대의 화약 무기나 궁전 건축기술 개발과 무관했고, 네덜란드 상업시대에 목재를 사용한 조선술이나 설탕 정제업을 발전시키지 못했다. 산업혁명 시기의 증기 추진식 공장 역시도 과학에 의해서 만들어졌다고 이야기하기 어렵다. 이런 현상을 과학사학자 L. J. 핸더슨은 “증기기관이 과학에 진 빚보다 과학이 증기기관에 진 빚이 더 크다”고 표현한다. 과학과 기술과학은 많은 기술 분야에서 분명 유용하지만, 기술개발을 위한 필수도, 핵심요소도 아니다. 공학, 경제학, R&D 예산과 함께 기술을 구성하는 한 부분이다. 제2차 세계대전 중 미국이 주도하고, 영국과 캐나다가 공동으로 참여했던 원자폭탄 개발 프로그램인 ‘맨해튼 프로젝트’에서도 원자과학자들이 중심인 듯 보이지만, 실제 예산의 많은 부분은 실물을 만들어내기 위한 이스트먼 코닥, 유니언카바이드, 앨리스 차머스, 듀폰 등의 기계공정과 대량생산에 투입됐다. 이처럼 과학자 외에도 엔지니어, 자본가, 정부, 노동자, 소비자 모두가 과학만큼이나 기술개발에 중요한 요인들이다. 특히 자연발생적이지 않은 물질의 속성을 살펴보는 경우 기술이 전혀 새로운 과학적 연구대상을 발견하는 경우도 흔하다. 기술과 사회·문화언제부터인가 기술은 경제성장의 바람직한 도구로만 평가돼왔다. ‘과학은 발견하고, 산업은 적용하며, 인간은 순응한다’는 1933년 시카고 세계박람회의 구호가 이를 대변한다. 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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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 전환을 통한 질적 성장의 추구
파푸아뉴기니의 바이닝족을 이해하는 데는 100년 가까운 시간이 필요했다. 관심을 갖던 연구자 대부분이 우울증에 걸려 연구가 계속될 수 없었기 때문이다. 1920년대의 유명 인류학자인 그레고리 베이트슨, 1960년대의 제러미 풀 모두 마찬가지였다. 원인은 지루함이었다. 그들의 문화는 지독하게 지루했던 탓에 바이닝족과 함께 생활하던 연구자들은 우울증에 빠져 귀국할 수밖에 없었다. 미래 사회의 최대의 적, 지루함바이닝족의 사회는 매우 따분했다. 신화나 종교, 지배계층도 없었고, 모든 사람이 평등하고 누구나 일에 열중했다. 문화라고 부를 만한 것이 없었다. 따분한 이들 문화의 형성 원인은 1990년대 들어서야 비로소 밝혀졌다. 인류학자 제인 파잔스는 아이들이 마음껏 뛰어놀 수 없고, 놀면 벌을 받는 점에 주목했다. 이들 사회에서는 가능한 한 빨리 한 사람을 일꾼으로 육성하는 것이 주된 목적이었던 탓에 문화가 존재하지 않게 된 것이다. ‘호모 루덴스’라는 용어로 놀이가 인간의 본질이라고 역설한 네덜란드 역사학자 요한 호이징가의 통찰과 같은 맥락이다. 놀이가 이야기를 만들고, 문화를 창조한다는 것이다. 일에 집중하는 사회에서는 혁신이나 창조성, 문화를 창출할 수가 없다. 쓸모없는 일자리의 증가4차 산업혁명 기술이 인간의 일자리를 대체한다는 공포는 이제 더 이상 새롭지 않다. 케인스 시대의 일자리 절반이 이미 기계와 로봇에 의해 대체됐다는 주장부터, 20년 후일지, 40년 후일지는 모르지만 로봇에 의한 일자리 소멸은 확실한 현상이라고 주장한다. 많은 경제학자가 이에 동의하면서도 역사적으로 50년 혹은 100년 단위로 기간을 잘라 보면 경제가 성장할수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