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이코노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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웹은 군중이 만들어내는 다양하고 방대한 도서관
1993년의 인터넷 환경은 온라인에 접속하는 것 자체가 어려웠다. 오늘날과 같이 지속적으로 접속 가능한 광대역 통신은 한참 뒤에 등장했다. 당시의 어려운 인터넷 환경 속에서도 온라인 토론집답인 ‘유즈넷(Usenet)’은 매우 활발하게 운영되고 있었다. 저술가인 로버트 라이트는 1993년 9월 《뉴리퍼블릭》에 유즈넷을 소개하면서, 네트워크는 상호작용에 존재하는 모든 제약을 바꿔놓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멀리 떨어져 있는 사람과도 소통할 수 있고, 웹상에서는 인종문제도 없이 자유롭게 뒤섞일 수 있다는 것이다. 군중과 웹 콘텐츠로버트 라이트는 유즈넷 사례를 통해 온라인이 전 세계에 존재하는 사람들에게서 나오는 온갖 지식을 하나로 모으는 전례없는 수단이 될 수 있음을 간파했다. 인터넷 이전 시대에 조직과 제도, 절차가 지식을 집적하는 중요한 힘이었다면 인터넷 시대에는 ‘군중’이 이 역할을 수행하게 될 것이라는 점이다. 앤드루 맥아피와 에릭 브린욜프슨은 《머신, 플랫폼, 크라우드》를 통해 군중이란 ‘네트워크와 그에 따르는 기술을 통해 가능해진 새로운 참여자들과 행위’라고 정의한다. 이런 정의 아래서 웹은 군중이 만들어내는 도서관이다. 웹은 기존의 도서관보다 많은 정보를 보유할 뿐만 아니라 끊임없이 확장되며, 제약 없는 접근과 공유가 가능한 공간이 된다.문제는 웹은 다양한 특성을 지닌 무수한 사람들이 참여하는 탓에 무질서하다는 점이다. 분산되고 통제되지 않아서 표현의 자유와 혁신이 가능해지지만, 무질서한 상태가 만성화된 잡동사니 덩어리가 될 가능성도 높다. 웹 초창기에 전통적인 분류법을 적용하려는 시도가 많았던 이유다.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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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 시대 평판은 플랫폼 비즈니스의 핵심요소
2015년 아마존은 1114개의 입점 기업을 고소했다. 별 다섯 개짜리 가짜 리뷰를 인터넷 홍보 업체를 활용해 올렸기 때문이다. 다음해 가짜 리뷰를 구매하는 기업은 더 많아졌다. 아마존은 이들 역시 고소했다. 평판은 수요자와 공급자 모두를 머물게 하는 아마존 플랫폼 사업의 핵심 요소이기 때문이다. 평판이 중요한 분야는 전자상거래뿐만이 아니다. 채용 과정에서 지원자가 SNS에 올린 글이나 영상정보, 친구나 친척이 남긴 부적절한 언급, 전 직장 동료나 고객을 비판한 언급 등 디지털 측면의 인적사항이 탈락 여부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이 된다. 평판의 특성평판은 사람들이 나에 대해 갖는 의견의 총합이다. 행동과 성격이 평판을 형성한다. 다양한 주체와 함께 살아가는 사회에서 평판은 일종의 가격이고 화폐다. 다른 사람이 누군가에게 시간을 쓰고, 거래할 때, 그리고 보상을 제공할 때 판단 기준이 된다는 의미다. 평판을 쌓는데는 시간이 필요하지만 한순간에 무너질 수도 있다. 한편 평판은 한 사람의 성격과 언행의 가치가 담긴 사회적 정보다. 평판이 정보라는 점은 혼자 정직한 것만으로 긍정적 명성을 얻을 수 없음을 의미한다. 혼자 정직한 것은 충분하지 않다. 다른 사람의 눈에도 정직한 사람으로 보여야 한다. 좋은 평판이 성공으로 이어지는 이유이다. 순위와 평판평판이 사회적 존재로서 나의 가치를 결정하다 보니 평판을 객관화하려는 노력들이 많은 분야에서 존재한다. 유권자가 정치인에 대해 갖는 평판이나, 소비자가 기업에 갖는 평판을 측정하려는 노력이 대표적이다. 존 F. 케네디의 선거전략을 담당했던 루 해리스는 ‘평판지수’를 통해 기업의 평판을 체계화했다. 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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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품 개선하는 피드백 효과, 시장 집중화도 초래
상업 항공기의 사고율은 매우 낮다. 사망사고의 경우 2020년 100만 편당 0.27명에 불과하다. 이는 강력한 컴퓨터와 숙련된 파일럿의 시너지 덕분이다. 이들은 정교한 피드백 시스템하에서 서로를 보완한다. 비행기에 달린 수십 개의 센서로부터 얻은 데이터를 처리해 안정적인 궤도를 유지하고, 파일럿은 컴퓨터의 판단이 옳은지 모니터링하며 비행기의 위치와 궤적을 끊임없이 관찰한다. 비행기의 안전을 위협할 경우 컴퓨터는 파일럿의 명령을 무시할 수 있고, 파일럿 역시 필요하다면 자동항법장치를 끌 수 있다. 알고리즘의 피드백 루프컴퓨터와 파일럿은 서로를 보완하지만 항상 완전한 것은 아니다. 2009년 6월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 국제공항에서 프랑스 파리로 출발한 에어프랑스 447편 사고가 대표적인 사례이다. 비행속도 센서인 피토관(pitot tube)이 얼어 오류가 발생하자 컴퓨터는 운항을 부분적으로 파일럿에게 넘겼다. 수동운항 이후 기체는 이미 최대 고도에 가까워진 상태였지만 부조종사는 센서 오류 탓으로 기체가 점점 땅을 향해 가고 있다고 판단해 기수를 더욱 상승시켰다. 기체는 결국 최대 고도에 도달해 상승력을 잃고 땅으로 추락하기 시작했다. 컴퓨터가 경고를 보내자 조종사들은 기수를 더욱 올렸다. 기수를 올리자 경고음이 꺼졌다. 하지만 이는 극단적인 고도 데이터가 입력되자 컴퓨터가 스스로 데이터를 분석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판단해 운항을 조종사에게 넘겼기 때문이었다. 치명적인 피드백 루프 상황이 발생한 것이다. 기계는 데이터가 신뢰할 만하다고 판단한 범위 내에서 경고를 했고, 인간은 경고에 반응했다. 결국 비행기는 대서양에 추락해 탑승자 216명 전원이 사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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혁신환경 개선을 위한 경제규칙의 재설계
혁신적인 변화가 눈에 띄게 증가했다. 정보통신기술(ICT), 분산형 기술, 나노 기술, 생명공학, 맞춤형 의료 등이다. 이 가운데 몇몇 분야에서는 강력한 업들이 탄생했고, ICT는 거대한 부의 탄생을 위한 필수요건이 되었다. 하지만 경제의 관점에서 이러한 기술들이 사회 전체에 어떤 기여를 했는지는 아직 명확하지 않다. 성장의 기회를 늘리고, 후생을 증가시켰는지 혹은 더 많은 사람에게 확산되었는지 불명확하다. 한 가지 분명한 점은 혁신은 그 환경에 따라 사회적으로 이롭게 사용될 수도, 해롭게 사용될 수도 있다는 점이다. 혁신환경에 대한 검토혁신은 그 자체로는 선도 악도 아니다. 어떤 환경에서 혁신이 작동하는지에 따라 사회를 발전시킬 수도, 내재된 문제를 더 심화시키는 수단이 될 수도 있다. 오늘날 혁신환경 개선을 위해 해결해야 할 우선순위로 꼽는 문제는 불평등이다. 국가마다 차이는 존재하지만, 불평등이 세계적인 현상임에는 이견이 없다. 최상위 1%의 소득은 급증하는 반면 나머지 모든 사람의 임금은 정체되는 현상이 대표적이다. 소득과 부의 불평등은 기회의 평등마저 악화시켜 더 나은 삶을 추구할 기회를 박탈한다는 설명은 오늘날 전혀 새롭지 않다.불평등 심화의 원인으로 기술 변화를 지목하기도 하고, 세계화를 거론하기도 한다. 한편에서는 정부가 자유로운 기업 경쟁 시스템에 규제를 가한 탓이라고 판단하는 학자가 있는가 하면, 위험을 감수하고 고용을 창출해 기회를 잡은 주체가 많아진 결과일 뿐이라고 주장한다. 하지만 모두 오늘날 혁신환경 문제를 개선하기엔 역부족이라는 설명이다. 불평등이라는 현상에만 초점을 맞추고 있기 때문이다. 문제의 본질에 접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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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얼굴의 알고리즘…감사 통한 투명성 확보 필요
인공지능(AI)의 본질은 알고리즘이다. 많은 경우 인공지능은 이를 구현하는 하드웨어 혹은 기계적 측면과 동의어로 사용된다. 로봇공학, 머신러닝, 지능기계, 사이보그, 봇, 로봇 등이 대표적이다. 하지만 인공지능은 수많은 코드로 구성된 알고리즘이다. 코드를 구성하고, 엮어 알고리즘을 만드는 일은 인간 개발자의 몫이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개발자의 목표와 이념이 알고리즘에 반영되기 마련이다. 알고리즘이 결코 객관적일 수 없는 이유이다. 나쁜 알고리즘의 조건수학자 캐시 오닐은 나쁜 알고리즘의 조건으로 ‘불투명성’과 ‘불공정성’ 그리고 ‘확장성’을 이야기한다. 불투명성이란 어떤 알고리즘에 자신이 포함되는 것을 당사자가 알고 있다고 하더라도 모형이 비공개인 경우를 의미한다. 선착순으로 입장하는 콘서트장에 일찍 도착했는데도, 안내원이 맨 앞자리부터 열 번째 줄까지는 앉을 수 없다고 한다면 불합리하다고 느낄 수 있지만, 휠체어를 탄 장애인들을 위한 자리라는 설명을 들으면 납득하게 된다. 투명성의 중요성을 알 수 있는 동시에 영업비밀을 이유로 알고리즘이 보호해야 할 지식재산권임을 주장하는 플랫폼 기업들의 행태를 되돌아보게 하는 대목이다.불공정성은 파괴적인 피드백 루프를 의미한다. 파괴적 피드백 루프란 서로 물리고 물리는 관계를 통해 상황이 악화되는 경우를 의미한다. 가난한 사람들은 신용 상태가 나쁘고, 범죄 발생률이 높은 동네에 살 가능성이 높다는 가정을 알고리즘이 반영할 경우 이들은 대출심사에서 거부되거나 높은 금리를 적용받을 확률이 높아지고, 작은 범죄에도 체포될 확률뿐만 아니라 더 긴 형량을 받게 될 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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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간과 공공의 집합적 노력 결과로서의 혁신
아이폰을 대표하는 시리 기술은 미국 국방부의 방위 고등연구계획국(DARPA), 위성위치확인시스템(GPS) 기술은 미 해군, 터치스크린 기술은 미국중앙정보국(CIA)의 지원으로 개발됐다. 제약 분야에서 가장 혁신적인 약의 3분의 2는 미국국립보건원(NIH)의 초기 연구자금 지원이 있었기에 탄생할 수 있었다. 이뿐만 아니라 월드 와이드 웹(www)의 기반이 된 HTML 코드는 유럽입자물리 연구소(CERN)에서 개발됐고, 구글이 사용하는 검색 엔진 알고리즘은 미국과학재단(NSF) 자금으로 개발됐다. 집합적 과정으로서의 혁신혁신은 누적적이고, 불확실하며, 집합적이다. 1987년 MIT 경제학자 로버트 솔로가 경제 성장의 80%를 기술 혁신이 설명할 수 있음을 증명해 노벨경제학상을 받은 이후 많은 경제학자가 혁신을 추동하는 기술 발전이 어디에서 오는지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많은 벤처 신화들은 유명 대학을 중퇴한 기업가가 차고에서 이런저런 시도를 하다가 혹은 천재적인 발명가가 유레카적인 순간을 맞이해 혁신이 마법처럼 생겨난 것처럼 포장한다. 하지만 혁신을 연구한 수많은 학자가 내린 결론은 혁신은 장기적인 노력과 투자의 결과라는 점이다. 1950년대와 1960년대 미국 정부의 반도체 연구 투자나 정부 구매를 통한 지원이 없었다면 컴퓨터 산업이라는 혁신은 태동하기 어려웠을 것이다. 또한 혁신은 불확실하다. 아이디어가 실현되고 상업화되기까지 많은 시간이 필요하다. 이 과정에서 다양한 리스크가 발생한다. 문제는 ‘고위험 고수익(high risk, high return)’을 추구한다고 알려진 기업가들이 사실은 대부분 리스크 감수에 소극적이라는 점에 있다. 특히 자본이 많이 필요하면서 리스크까지 높은 경우 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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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혁신의 상징어 '특허'의 두 얼굴
기업가정신의 이미지는 언제나 혁신적이다. 기업가정신은 사회적 부의 증진과 새로운 제품과 서비스 그리고 새로운 과정의 발견을 함축하는 ‘혁신’과 동의어처럼 쓰인다. 하지만 기업가정신이 언제나 생산적인 것만은 아니다. 기업가적 활동이란 기업가 자신의 이익을 앞세우는 활동이다. 이들의 혁신은 지대추구 방법을 혁신할 수도 있고, 경쟁자가 특정 지식을 사용하지 못하도록 막는 법적 수단을 찾아내는 혁신을 할 수도 있다. 경제학자 윌리엄 보몰은 이를 ‘비생산적인 기업가정신’이라고 표현했다. 혁신경제와 특허비생산적인 기업가정신은 특허제도를 활용해 발현될 수 있다. 특허는 새롭고 창조적이며 무엇보다 산업적인 응용에 적합한 발명을 위한 보호장치다. 아이디어가 도용당하지 않도록 특허권자를 보호하는 것이다. 조금 더 자세히 살펴보면, 특허시스템은 두 가지 요소의 균형 위에서 작동한다. 첫 번째는 일정 기간의 독점적 사용이다. 새로운 무언가를 발명한 혁신가가 이를 일정 기간 독점적으로 사용할 수 있도록 허용함으로써 혁신에 대한 인센티브를 제공한다. 대신 혁신가는 발명에 대한 상세한 정보를 공개해야 한다. 특허시스템의 두 번째 요소로 ‘정보 개시 의무’라고 한다. 세부적인 정보가 공개되어 경제 전체에 빠르게 퍼질 수 있어야 특허만료 이후에 그 이득을 사회 전체가 공유할 수 있다.영국 유니버시티칼리지 런던의 마리아나마추카토 교수는 《가치의 모든 것》을 통해 특허는 권리라기보다 정책적인 거래 혹은 협상에 가깝다고 설명한다. 혁신가는 일정 기간의 독점권의 대가로 발명의 세부사항을 공개해야 하고, 정책결정자는 혁신가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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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전환시대, 중요도가 높아지는 서비스 무역
2012년 7월, 싸이의 여섯 번째 앨범이 나오기 전까지 세계 시장에서 그를 알아보는 사람은 거의 없었다. 하지만 2012년이 마무리되기 전 그의 노래 ‘강남스타일’ 뮤직비디오가 유튜브 사상 처음으로 조회수 10억 회를 돌파하면서 그는 미국 뉴욕 타임스퀘어에서 열리는 새해 카운트다운 무대에 나와 100만 명 넘는 군중 앞에서 라이브 공연을 펼쳤다. 이후 방탄소년단(BTS) 등장이 이어지면서 ‘K팝’은 세계 문화에 빠르고 넓게 스며들기 시작했다. 디지털 시대로 가속화되는 서비스 무역2004년 애플은 급성장하는 휴대폰 시장 진출을 결정한 뒤 전화기와 컴퓨터, 카메라 그리고 아이팟 기능을 모두 갖추면서도 터치스크린으로 작동되며 와이파이도 연결되는, 이 모든 기능을 작고 가벼운 본체에 담아내고자 했다. 평균적인 소비자 눈높이에 가격을 맞춰야 한다는 점은 당연한 사항이었다. 이런 방대한 작업을 미국 캘리포니아는 물론이고 한정된 지역에서 한다는 것은 불가능했다. 2013년 보도사진가 데이비드 바레다는 ‘포린폴리시’ 편집장 데이비드 워타임과 함께 아이폰 생산에 관여한 세계 공급업체를 도식화한 결과 수십 개 국가에 있는 748개 기업을 찾아냈다.콘텐츠 분야는 생산에 참여하는 국가가 이보다 다양하다. 넷플릭스 같은 세계적인 스트리밍 서비스가 출현한 이후부터는 글로벌 시장이 어떤 TV 프로그램과 영화를 제작할지 좌지우지한다. 자국 시장의 소비자가 아니라 세계 시청자와 관객을 염두에 두고 작품을 만드는 제작사가 많아지는 이유다. 2015년 공개된 ‘왕좌의 게임 5’는 세계 170개국에서 동시 방영됐다. 디지털화에 따른 스트리밍 서비스의 활성화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