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1) 4차 산업혁명과 조직시스템

《룬샷》의 저자이자 물리학자인 사피 바칼은 이런 현상을 ‘상전이 현상’으로 설명한다. 물이 가득 찬 욕조에 물 표면을 망치로 내려치면 물이 튀면서 망치가 액체 속으로 들어가지만, 물을 얼린 다음 동일한 망치로 내려치면 표면이 산산조각난다. 모두 동일한 물 분자이지만 어떤 맥락에서는 액체처럼 행동하고, 다른 맥락에서는 고체처럼 행동한다. 그리고 동일한 사람이 대기업에서 혹은 스타트업에서 다른 모습을 보이는 현상을 설명하기 위해 얼음 덩어리 위에 물 한 방울을 떨어뜨리면 얼어붙고, 수영장에 물 한 방을을 떨어뜨리면 다른 물 분자와 섞여버리는 현상을 예로 든다. 즉, 문제는 어느 개인의 성향이 아니라 집단이라는 것이다. 어느 개인의 행동을 분석해서 집단의 행동을 설명할 수 없고, 조직의 상태를 이해하고 나면 구성원의 행동을 이해할 수 있다는 것이다. 물이 액체상태일 경우에는 결합하고자 하는 힘보다 자유롭고자 하는 힘이 강하다. 반대로 온도가 0도 이하로 내려가면 두 힘의 크기가 역전된다. 바로 시스템이 전환되는 것이다. 조직 시스템 변화를 통한 혁신창출분명 혁신은 경직적인 시스템에서는 나타나지 않는다. 개방과 소통이 혁신을 위해 필요한 전제조건이라고 생각한 기업들은 성공한 기업들의 문화를 베껴오지만 좀처럼 달라지지 않는다. 이는 혁신의 결과물인 개방과 소통을 혁신의 원인으로 착각했기 때문이다. 조직을 바꾸고자 한다면 문화가 아니라 시스템을 변화시켜야 한다. 그리고 시스템을 변화시키기 위해서는 결합하려는 힘과 자유롭고자 하는 힘의 크기를 역전시켜 줄 수 있어야 한다. 어떤 조직이든 두 힘은 경쟁한다. 벤처 회사가 프로젝트에 성공할 경우 구성원 모두가 큰 돈을 벌 수 있기 때문에 승진에 따른 이익은 큰 관심이 없을 것이다. 반면 대기업에서는 회사가 큰 성공을 하더라도 개인에게 분배되는 금액이 작은 탓에 승진에 따른 이익을 더 추구할 것이다. 두 힘의 크기가 역전될 때 시스템이 변화한다.
혁신을 원한다면 자유롭고자 하는 힘과 얼어붙고자 하는 힘을 관리해야 한다. 외부 환경이 달라지면 물은 얼 수밖에 없지만, 소금을 뿌려 어는점을 낮출 수 있다. 이처럼 문화가 아니라 시스템의 변화를 통해 경직된 조직에 변화를 가져올 수 있다. 이 과정에서 유의해야 할 점은 유연한 조직을 만들기 위해 기존의 경직된 조직도 포용해야 한다는 점이다. 젊은 날의 스티브 잡스가 자신이 만든 회사에서 쫓겨난 이유도 회사가 커지면서 생겨난 경직적인 조직을 무시했기 때문이다. 12년이 지나 다시 자신의 회사로 돌아온 스티브 잡스는 조니 아이브로 대표되는 유연한 조직과 팀 쿡으로 대표되는 경직적 조직을 모두 포용하면서 오늘날의 우리가 아는 애플로 키울 수 있었다. 오늘날 조직 구성원 한 명 한 명은 모두 혁신의 씨앗을 품고 있다. 경직적인 것은 조직이지 개인이 아니다. 앞으로의 세상은 혁신 기업과 그렇지 않은 기업으로 구분되지 않는다. ‘혁신하라’는 일방적 요구가 아니라 혁신의 인센티브를 제공할 수 있는 시스템을 고민해야 시기이다. ☞ 포인트

인센티브 체계의 설정이
지속적으로 혁신 창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