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차 산업혁명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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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 사회 '경제적 단절'을 극복하는 법
수도는 부유했지만 주위를 둘러싼 12개 구역은 굶어죽을 정도로 가난했다. 국가 지도자는 수도인 캐피톨 시민들을 즐겁게 하기 위해 매년 경기를 개최했다. 각 구역에서 10대 소년, 소녀 1명씩 뽑아 한 명이 남을 때까지 시합을 벌였다. 패자는 죽음에 처했고, 승자는 명성과 영광을 얻었다. 우승자의 고향에는 상금과 선물도 지급되었다. 소설 《헝거게임》의 이야기다. 과거의 교훈《헝거게임》의 이야기는 사회에 대한 불안과 불만을 강력하게 진압하는 사례다. 현실에서 사용할 수 없는 방법이다. 하지만 소설 속 불안과 불만, 지역별 불평등은 현실에서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디지털 기술과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이 소득과 의료, 퇴직지원과 관련된 기존 방식을 위협하고 있다. 동시에 필요한 만큼 일하지 못하고 있다. 오늘날 노동공급이 일자리 수를 웃도는 현상은 특정 국가에 한정된 이야기가 아니다. 많은 사람이 희망을 잃고, 이는 사회적 불안과 불만으로 이어지고 있다.대규모 변화는 과거에도 있었다. 동일한 문제가 있었다는 의미다. 농업경제에서 산업경제로 전환할 때 사회가 느꼈던 충격은 오늘날보다 심했을 것이다. 역사학자 그레고리 클라크에 따르면 1770~1810년 산업화의 충격으로 영국의 실질임금은 10% 하락했다. 실질임금이 회복된 것은 산업화가 시작되고 60~70년이 지난 뒤였다. 미국도 예외는 아니었다. 대량생산이라는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이 등장하자 노동자 재교육, 아동노동에 대한 규제 등 새로운 해결책들이 필요했다. 오랜 시간이 필요했지만, 새로운 정책과 비즈니스는 서로 조화를 이루며 자리 잡았다. 산업 시대로 전환하는 노동자를 위한 사회보장제도와 실업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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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공지능 발전해도 규칙밖의 판단은 결국 인간의 몫
2016년 ‘버트 믿어주기’ 실험이 진행됐다. 어떤 로봇이 믿을만한지 알아보기 위해 세 종류의 로봇 버트를 준비해놓고 사람들에게 보여준 것이다. 미션은 오물렛을 만들기 위해 인간에게 달걀과 기름, 소금을 건네주는 것이었다. 버트A는 결점이 없지만 말은 못했다. 버트B는 자주 달걀을 떨어뜨리고, 말을 하지 못했다. 버트C는 제일 서툴렀지만 얼굴에 표정도 있고 실수하면 사과할 줄 알았다. 실험이 끝난 뒤 참가자 21명이 주방보조로 선택한 로봇은 버트C였다. 인공지능 기술과 신뢰 형태 변화실험의 규모는 작았지만 인상적이었다. 버트C는 작업이 서툴러 다른 로봇에 비해 작업시간이 50%나 더 걸렸다. 하지만 사람들은 유능하고 믿음직한 로봇보다 실수를 하더라도 인간과 비슷한 로봇을 신뢰했다. 인지심리학자인 프랭크 크루거 교수는 기계의 미숙함은 신뢰저하로 이어지지만, 기계가 사과와 같은 기초적인 사회예절을 보이면 신뢰가 금세 회복된다고 설명한다. 기계에 대한 신뢰형태가 달라지고 있음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그간 기계에 대한 신뢰는 오로지 기능적 확실성에서 도출되었다. 즉, 예측가능성이 곧 기계의 신뢰성이었다. 기계에 대한 신뢰는 딱 주어진 만큼의 작업을 할 것이라는 믿음에서 나온다. 클라우드에 저장된 문서는 언제 어디서나 열어볼 수 있을 거라고 믿고, ATM에서는 요청한 돈이 정확히 인출될 것이라 믿는다. 하지만 인공지능에 대한 사람들의 기대는 이와 다르다. 인공지능 기술 이전의 기계는 정해진 일만을 안정적으로 ‘처리’해줄 것이라 믿었지만, 오늘날에는 기계가 무엇을, 언제할지 ‘결정’ 해줄거라 믿는다. 목적지에 도착하기 위해 좌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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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 시대, 넘치는 정보에도 신뢰가 어려운 이유
신뢰가 클수록 좋을까. 영국 상원의원이면서 철학자이자 케임브리지대 교수인 오노라 오닐이 TED 강연 ‘신뢰에 대한 오해들’에서 제기한 의문이다. 그는 사회 전체가 신뢰를 잃었고, 신뢰를 회복해야 한다는 단순화된 믿음에 이의를 제기했다. 신뢰를 회복한다는 것은 어리석은 목표이며, 그보다 신뢰성 있는 대상을 더 많이 신뢰하고, 신뢰성 없는 대상을 신뢰하지 않는 목표를 두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신뢰와 신뢰성분명 신뢰와 신뢰성은 다르다. 단순히 ‘믿음이 큰 사회’를 만들기 위해 보편적인 신뢰를 부추기는 방법은 오히려 위험할 수 있다. 사람들은 탐욕에 사로잡히면 무턱대고 믿으려 하기 때문이다. 역사상 최대 규모의 폰지 사기로 유명한 버니 메이도프 사례가 대표적이다. 그는 신규 투자자의 돈으로 기존 투자자에게 이자나 배당금을 지급하는 방식의 다단계 금융사기인 ‘폰지 사기’로 수십 년에 걸쳐 650억달러(약 66조원)의 돈을 횡령했다. 메이도프에게 돈을 맡긴 사람은 수많은 유명인사였다. 스티븐 스필버그, 뉴욕메츠 구단주인 프레드 윌폰, 제너럴모터스(GM)의 금융 자회사인 GMAC의 에즈라 머킨 회장 등이다. 메이도프는 장기간에 걸쳐 차근차근 명성을 쌓았다. 너그럽고 자선활동을 많이 하고, 유명인들처럼 롱아일랜드와 팜비치의 컨트리클럽과 유대인 사교계에서 활동했다. 그는 누구보다 믿을 만해 보이지만, 신뢰의 피해는 매우 컸다. 신뢰가 아닌 신뢰성이 중요한 이유다. 신뢰성의 근거많은 신규 투자자는 메이도프의 고객 명단에 부자와 유명인 그리고 그의 친구와 가족 명단이 있는 것을 보고 그를 신뢰했다. 이는 그가 믿을 만한 사람이라는 강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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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년 고정관념 깨뜨린 머스크의 '로켓 재활용'
테슬라는 유일한 전기자동차 회사는 아니지만 인지도가 가장 높다. 기존의 많은 완성차 제조기업이 테슬라의 성공으로 전기차를 만들기 시작했다. 아이폰은 세계에서 유일한 스마트폰은 아니지만 단순한 전화기를 넘어 PC의 역할이 가능함을 깨닫게 해준 제품이다. 스페이스X 역시 세계에 하나밖에 없는 로켓 제조회사는 아니지만 화물을 가장 저렴하게 우주로 보낼 수 있는 기업이다. 이들의 공통점은 기본원리로 돌아가 본질의 구현을 재설계했다는 점에 있다. 기본원리의 중요성폰 브라운은 독일의 로켓 공학자다. 3단으로 이뤄진 디자인, 추진체와 연료, 귀환캡슐과 선박을 이용한 회수 시스템 등 오늘날 로켓 하면 떠오르는 이미지는 모두 그에 의해 만들어졌다. 제2차 세계대전 당시 런던에서 2754명을 죽인 V-2 로켓도 그의 작품이다. 전쟁 막바지에 그는 연합군에 투항했다. 투항 후 16년이 지난 뒤 존 F 케네디 미국 대통령은 10년 안에 달에 사람을 보내겠다고 발표했다. 브라운이 구상한 ‘새턴 5호’는 닐 암스트롱을 무사히 달에 착륙시켰고, 1950년대와 60년대 미국의 우주산업은 그 어떤 국가도 따라잡기 어려울 만큼 앞서 있었다. 문제는 오늘날이다. 미국의 역량은 당시와 비교해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화물을 우주로 올려보내는 비용이 절반가량 감소했지만, 여전히 V-2 로켓 기술을 모방한 것에 지나지 않았다.일론 머스크의 생각은 달랐다. 그는 기본에 집중하기 시작했다. 그는 인류가 최소 다섯 번의 멸종 사건을 겪었으며, 최근에도 공룡 대멸종이 재현될 만한 크기의 소행성이 지구를 가까운 거리에서 비껴간 사례를 언급하며 인류를 화성에 보내야 한다고 주장한다. 동시에 인류가 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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좁아 보이는 시장도 혁신을 거치면 광활해진다
‘사업가’와 ‘기업가’는 다르다. 종종 동의어로 사용되지만, 사업가는 모방을, 기업가는 변화를 추구한다. 모방은 많은 경쟁자의 시행착오를 바탕으로 다듬어진 공식을 활용해 이른 시간 내에 경쟁자만큼의 수입을 올릴 수 있다. 하지만 모방만으로는 아무런 변화가 일어나지 않는다. 성장을 위해서는 변화가 필수적이다. 경제나 산업은 물론이거니와 종(種)으로서, 사회로서의 인류 역시 변화 없이는 조금도 앞으로 나아가지 못한다. 기업가와 사업가경제학자 슘페터는 기업가를 혁신가이자 ‘길들지 않은 정신’이라고 표현했다. 위험을 감수하고 혁신을 통해 산업을 바꾸고, 문명의 가장자리로 쫓겨나 지금껏 누구도 해본 적 없는 일을 시도하는 사람이라는 뜻이다. 모든 여행자가 탐험가가 아니듯이 사업가와 기업가는 분명 다르다. 세인트루이스 연방준비제도 사외이사이자 핀테크 기업 스퀘어의 공동창업자인 짐 매켈비는 그의 저서 《언카피어블》을 통해 기업가와 사업가를 각각 성벽 밖과 성벽 안에 머무르는 사람으로 정의한다. 성벽 안에 머무르는 사람들은 성공도, 존경도 받지만 노래만 부를 뿐 곡을 쓰지 않는 가수와 같다고 설명한다.성벽 안에서 모방을 취하는 전략은 매우 이성적이고 안정적이다. 경쟁이 치열한 산업에도 통하며, 복잡하지 않고 단순명료하다. 환상적이라는 평가를 받지 못하면 경쟁에서 바로 도태되는 뉴욕의 레스토랑 사업도 마찬가지다. 뉴욕 대부분의 레스토랑은 같은 공급업체와 거래하기 때문에 서로가 서로를 닮아간다. 동일한 인재풀에서 인력을 채용하는 탓에 경쟁 레스토랑의 셰프를 최고의 대우로 모셔오고, 주방이 망가지면 동일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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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 전환은 경쟁우위 확보·불확실성 대응 도구
‘격리’를 의미하는 영단어 ‘quarantine’은 40일을 뜻하는 이탈리아어 ‘quaranta’에서 유래했다. 전염병에 40일의 격리가 필요하다는 생각에 의학적인 근거는 없다. 다만 종교적인 측면에서 40은 예수가 광야에서 금식한 기간이자, 타락한 인간을 심판하기 위한 대홍수가 이어진 기간으로 ‘정화’의 의미를 내포한다. 바로 전환의 과정인 것이다. 정화 이후의 변화된 세계는 이전과 달랐다. 유럽 대륙을 휩쓴 흑사병이 지나간 이후의 세계는 복종의 시대에서 계몽주의 시대로 전환되었다. 오늘날 코로나19도 다양한 측면에서 전환의 역할을 할 수 있다. 오랫동안 대처하지 못했던 위험들은 극적으로 악화되고, 서서히 나타나던 변화들은 가속화될 것이다. 플랫폼 경제의 가속화다양한 부문에서 변화와 불확실성에 대응하려는 노력이 나타나는 가운데 단연 두드러지는 변화는 플랫폼 비즈니스의 확산이다. 디지털 전환 이전 시대의 가치창출은 원자재의 구매와 가공을 통해 생산한 완제품을 소비자에게 판매하는 선형적 모델이었고, 이 과정에서 경쟁력의 핵심은 각 단계에 투입되는 비용을 최소화하는 것이었다. 반면 플랫폼은 둘 이상의 상호보완적인 주체 간에 재화와 서비스의 교환을 통해 새로운 가치를 창출한다. 과거의 선형적 모델에서는 비용효율화가 최고의 미션이었던 만큼 공급망을 세분화하고 일원화해 개별 부품 비용을 낮춰왔다. 하지만 코로나19의 충격으로 공급사슬은 단절되고 생산이 중단되는 결과로 이어졌다. 반면 플랫폼에 참여하는 기업 간에는 위계적 질서나 선형적 관계가 강하지 않고, 비용최소화보다는 플랫폼을 중심으로 한 다양한 조합으로 새로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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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 다윗'에 당하던 골리앗이 변하기 시작했다
거인인 골리앗은 양치기 소년 다윗의 돌멩이에 쓰러졌다. 골리앗은 청동투구를 쓰고 전신 갑옷을 둘렀으며, 키가 무려 210㎝에 달했다. 갑옷은 그 무게가 45㎏을 충분히 넘었으며, 적의 방패와 갑옷을 한 번에 뚫을 수 있는 창과 칼을 지니고 있었다. 반면 다윗은 양치기 지팡이와 매끄러운 돌 다섯 개가 전부였다. 이후의 이야기는 알려진 바와 같다. 가죽 투석주머니로 들어간 다윗의 돌멩이는 투구 사이에 노출된 골리앗의 이마로 향했고, 한 치의 오차도 없었다. 다윗은 기절한 골리앗의 칼을 빼앗아 목을 베었다. 디지털 다윗과 골리앗의 싸움모든 원자가 비트로 전환되는 디지털 시대가 시작되면서 기존 기업들의 운명은 골리앗과 다르지 않았다. 디지털 역량으로 무장한 스타트업에 용맹하게 대항했지만 형편없는 시야와 부족한 상상력 탓에 날아오는 돌멩이를 피하지 못했다. DVD 대여점이었던 블록버스터가 넷플릭스에 의해 사라지고, 애플의 등장으로 노키아가 하루아침에 사라졌다. 아마존의 등장으로 셀 수 없이 많은 소매점이 문을 닫았다. 다윗과 골리앗의 싸움이 디지털 전장에서 재현된 것이다. 하지만 디지털 전장은 3000년 전 엘리의 계곡과는 달랐다. 골리앗들이 달라지기 시작한 것이다. 기존 기업들은 디지털 다윗에 의해 전통적인 경쟁자들이 쓰러지고, 업계의 질서가 재편되는 모습을 바라보면서 그들의 전략과 전술, 도구를 비로소 이해할 수 있었다. 많은 기존 기업이 이제는 어떻게 저들과 같은 전략과 전술을 사용할 수 있을까를 고민하고, 조직 차원을 넘어 구성원 개개인 역시 급변의 시대를 대비하기 위해 새로운 시나리오를 짜기 시작했다. 골리앗의 변화미국의 자동차회사 G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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웹은 군중이 만들어내는 다양하고 방대한 도서관
1993년의 인터넷 환경은 온라인에 접속하는 것 자체가 어려웠다. 오늘날과 같이 지속적으로 접속 가능한 광대역 통신은 한참 뒤에 등장했다. 당시의 어려운 인터넷 환경 속에서도 온라인 토론집답인 ‘유즈넷(Usenet)’은 매우 활발하게 운영되고 있었다. 저술가인 로버트 라이트는 1993년 9월 《뉴리퍼블릭》에 유즈넷을 소개하면서, 네트워크는 상호작용에 존재하는 모든 제약을 바꿔놓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멀리 떨어져 있는 사람과도 소통할 수 있고, 웹상에서는 인종문제도 없이 자유롭게 뒤섞일 수 있다는 것이다. 군중과 웹 콘텐츠로버트 라이트는 유즈넷 사례를 통해 온라인이 전 세계에 존재하는 사람들에게서 나오는 온갖 지식을 하나로 모으는 전례없는 수단이 될 수 있음을 간파했다. 인터넷 이전 시대에 조직과 제도, 절차가 지식을 집적하는 중요한 힘이었다면 인터넷 시대에는 ‘군중’이 이 역할을 수행하게 될 것이라는 점이다. 앤드루 맥아피와 에릭 브린욜프슨은 《머신, 플랫폼, 크라우드》를 통해 군중이란 ‘네트워크와 그에 따르는 기술을 통해 가능해진 새로운 참여자들과 행위’라고 정의한다. 이런 정의 아래서 웹은 군중이 만들어내는 도서관이다. 웹은 기존의 도서관보다 많은 정보를 보유할 뿐만 아니라 끊임없이 확장되며, 제약 없는 접근과 공유가 가능한 공간이 된다.문제는 웹은 다양한 특성을 지닌 무수한 사람들이 참여하는 탓에 무질서하다는 점이다. 분산되고 통제되지 않아서 표현의 자유와 혁신이 가능해지지만, 무질서한 상태가 만성화된 잡동사니 덩어리가 될 가능성도 높다. 웹 초창기에 전통적인 분류법을 적용하려는 시도가 많았던 이유다. 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