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차 산업혁명 이야기
-
디지털 이코노미
온디맨드 비즈니스와 혁신의 역설
백성들이 어리둥절하고 있을 때 한 꼬마가 소리쳤다. “임금님이 벌거벗었다!” 안데르센의 동화 《벌거벗은 임금님》 이야기다. 옷을 좋아하는 임금님에게 두 명의 재봉사는 총명한 사람만이 볼 수 있는 화려한 옷감으로 특별한 옷을 만들어주겠다고 제안한다. 그들은 텅 빈 베틀만 연신 움직여댔지만, 신하들은 자신들이 자격 없는 사람으로 여겨질지 몰라 아주 훌륭한 옷이 만들어지고 있다고 보고했다. 임금 역시 옷이 보이지 않았지만, 신하들과 같은 마음으로 보이지 않는 옷을 입고 신하들의 찬사를 받은 후 기념 행진을 시작했다. 네트워크 효과와 독점 추구오늘날 플랫폼 비즈니스를 바라보는 관점은 마치 재봉사의 말을 믿은 임금 및 신하와 유사하다. 어떤 측면을 비판하려다가도 시대에 뒤떨어진 사람이라는 인상을 받을까 주저하게 된다. 이는 플랫폼 비즈니스는 혁신적이라는 이미지에 기반한다. 하지만 실상은 꼭 이와 같지 않다. 플랫폼 비즈니스는 노동자와 소비자를 연결하면서 가치를 창출한다. 과거에는 신뢰할 만한 제3자의 중개가 있더라도 거래 상대방인 서비스 공급자(노동자)와 소비자가 서로에 대한 정보를 알 수 없었던 탓에 거래가 이뤄지지 않았다. 하지만 오늘날 평점이나 리뷰, 별점으로 이뤄지는 서비스 평가는 거래 여부를 판단할 수 있는 정보를 제공해준다. 이로 인해 소비자는 안심하고 서비스를 받을 수 있고, 서비스 공급자는 소득을 얻을 수 있다.하지만 비즈니스 이면에서 평가시스템은 노동자를 통제하고, 소비자와 노동자를 다른 플랫폼으로 옮겨가지 못하게 하는 수단이 된다. 노동자는 다른 플랫폼에서 평판을 다시 쌓으려면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
-
디지털 이코노미
플랫폼 노동의 빛과 그림자
플랫폼 노동은 디지털 경제 시대의 소리 없는 동력원이다. 전체 노동자의 아주 일부가 주문형 플랫폼 기업을 위해 일하지만, 코로나19 팬데믹(대유행)으로 전통적인 일자리 대부분이 문을 닫은 오늘날 플랫폼 노동을 통해 일상생활을 힘겹게 이어가고 있다. 이는 한편으로 플랫폼 노동에 의존하는 경제가 얼마나 위험한지 알 수 있는 계기이기도 하다. 국가를 막론하고 플랫폼 노동자들의 감염 사례가 빈번히 발생하는 점이 대표적이다. 이들 업무의 성격상 대부분이 재택근무가 불가능하고, 자가격리의 여유가 없어 감염에 취약하기 때문이다. 위기에 취약한 플랫폼 노동자일반적인 임금근로자는 아프면 언제든지 병가를 낼 수 있다. 계약에 의해 병가 중에도 급여를 받을 수 있고, 아프다는 이유만으로 해고 대상이 되지 않는다. 정부는 기업이 노동자를 보호할 수 있도록 재원을 마련해 재정적인 지원을 한다. 하지만 일한 만큼 벌고, 재무적 회복탄력도가 낮은 플랫폼 노동자는 아프다고 편하게 쉴 수 없다. 영국 왕립인력개발원 조사에 따르면 플랫폼 근로자 중 절반 가까이는 예상하지 못한 상황으로 현재의 소득을 유지하지 못할 경우 생활비를 밀리지 않고 살 수 있는 기간이 한 달 이하거나 최대 두 달이다.재택근무도 불가능하다. 플랫폼을 통해 운송 서비스를 제공하고, 물건을 나르고, 음식을 배달하는 일은 집에서 할 수 없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팬데믹으로 학교가 문을 닫고 홈스쿨링이 장기화되면 이들 플랫폼 노동을 주업으로 삼는 가정은 심각한 소득 감소를 경험한다. 케임브리지 경제학자들이 시행한 최근 조사에 따르면 연간 2만달러 미만을 버는 노동자들은 4만달러 이상 소득의 노동
-
디지털 이코노미
디지털 전환시대에 확산되는 플랫폼 노동
개똥계의 우버가 등장했다. 앱 기반 개똥 치워주기 서비스 ‘푸퍼(Pooper)’가 그것이다. 반려견의 용변을 사진으로 찍어 보내면 푸퍼 스쿠퍼(개똥 치우는 사람)가 와서 치워준다는 것이다. 푸퍼는 스쿠퍼를 모집하는 광고에서 플랫폼 노동의 장점을 설명한다. “푸고 싶은 만큼 푸세요. 자율적으로 일하면서 푸는 만큼 버세요.” 흥미로운 사실은 푸퍼 앱이 가짜라는 점이다. 앱을 활용한 플랫폼 노동에 중독된 사회를 한 마케팅 회사가 비판하기 위해 만든 예술 프로젝트였다. 플랫폼 노동의 확산푸퍼 앱을 기획한 사람들은 직접 해도 되는 아주 사소한 일까지 플랫폼 노동을 활용하는 세태를 비판하기 위해 앱을 만들었다고 밝혔다. 문제는 가짜인 줄 모르고 스쿠퍼로 가입한 사람이 상당수였다는 점이다. 플랫폼 노동이 얼마나 광범위하게 확산되는지 살펴볼 수 있는 단면이다. 실제 통계도 이를 뒷받침한다. 플랫폼 노동이 가장 활발한 미국의 실업률은 4~5%가량으로 완전고용 상태지만, 비공식 노동을 하는 사람은 계속해서 증가하는 추세다. 2017년 기준으로 부업을 하는 노동자 비율은 28%까지 상승했다. 소득이 글로벌 금융위기 이전 수준을 회복했다고 하지만, 미국 성인 가운데 3명 중 1명은 공식적인 직업만으로는 생계유지가 어렵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런 현상의 이면에는 소득의 변동폭이 커지는 현실이 있다. 조사에 따르면 미국 성인의 32%가 매월 소득이 달라지고, 13%는 이런 급변성 때문에 생활비가 부족한 달이 있다고 응답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소득을 보충해야 하는 사람이 많아지면서 플랫폼 노동의 확산 속도는 매우 빨라지고 있다. 산업의 변화와 플랫폼 노동모든 현
-
디지털 이코노미
플랫폼 기업이 금융 서비스를 제공하는 이유
디지털 이전의 세상은 불편했다. 무언가를 위해서는 수고가 들고, 기다려야 했고, 담당자에 따라 서비스의 질이 달랐다. 유통에서도, 광고에서도, 출판업계 등 거의 모든 영역에서 느낄 수 있는 경험이었다. 이런 불편함은 대안이 없었던 탓에 당연하게 받아들여졌다. 하지만 디지털 세상이 도래하고, 테크놀로지 기업이 등장하자 많은 것이 변했다. 온라인 공간에서 디지털화된 정보들을 바탕으로 자동으로 처리되고, 오래 걸리지 않으며, 서비스의 질은 언제나 안정적으로 바뀌었다. 금융은 디지털 세상 전후로 가장 극적인 변화를 겪고 있는 대표적인 분야다. 플랫폼 기업이 제공하는 금융 서비스의 모습오늘날 새로운 금융 서비스의 비약적인 발전은 전통적인 금융기업이나 ‘핀테크(금융기술)’ ‘테크핀(기술금융)’이라 불렸던 신생 금융기업이 아닌 플랫폼 기업에 의해 선도되고 있다. 처음부터 이들 플랫폼 기업이 금융 서비스 제공을 염두에 뒀던 것은 아니다. 그저 고객의 재방문을 촉진하고, 전자상거래 매출을 증대시키기 위해 고민한 결과 결제 관련 서비스를 제공하면서 유사 금융의 씨앗이 시작됐다.아마존의 ‘원클릭’ 서비스가 대표적이다. 원클릭은 클릭 한 번으로 결제와 발송이 완료되는 서비스를 의미한다. 매번 결제정보와 배송지를 입력하는 수고를 기울이지 않고 거래할 수 있다. 무인 편의점 ‘아마존 고’ 역시 원클릭 서비스의 오프라인 버전이라 할 수 있다. 원클릭 정신은 플랫폼 기업들의 ‘페이 서비스’로 이어진다. 페이 서비스는 본사 홈페이지 이외의 전자상거래 사이트에서도 자사 계정으로 로그인하면 등록된 정보를 이용해 구입할
-
디지털 이코노미
디지털 시대에 가속화되는 '현금 없는 사회'
‘현금 없는 사회’는 더 이상 낯설지 않다. 신용카드에서 시작돼 ‘도토리’로 대표되던 전자화폐, 그리고 오늘날 일반적으로 사용되는 다양한 ‘모바일 페이’까지 현금 없이 얼마든지 원하는 물건을 구입할 수 있는 시대다. 이미 시작된 음성 결제, IoT(사물인터넷) 결제, 얼굴 인식 결제까지 보편화되면 이런 현상은 더욱 강화될 것이다.캐시리스화의 의미결제에 현금이 필요하지 않게 되는 현상, 즉 ‘캐시리스(cashless)화’의 의미는 단지 편리함에만 있지 않다. 캐시리스화를 통해 무인화와 자동화가 촉진되고, 공유화와 서비스화가 가속화된다는 점이 더 중요하다. 저출산 고령화는 많은 선진국이 피할 수 없는 큰 현상이다. 인력 부족이라는 구조적인 문제 앞에서 결제의 무인화·자동화 서비스는 자연스러운 기술이라 할 수 있다. 한편 공유화는 오늘날 지속가능성의 가치와 맞닿아 있다. 오늘날 미래 가치를 논할 때 지속가능성은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키워드다. 경영전략 수립을 위한 PEST(거시환경) 분석 결과를 언급하지 않더라도 지속가능성은 모든 사람이 피부로 느끼는 가치다. 그리고 많은 부분 지속가능성은 무한정의 소유가 아니라 공유의 가치와 연결돼 있다. 많은 투자자가 휘발유와 디젤을 사용하는 자동차 회사에 관심을 두기보다 테슬라와 GM으로 대표되는 친환경 자동차에 주목하는 이유다. 물리적인 자동차를 공유하고, 서비스로서의 승차를 공유하는 이유도 이와 같다. 젊은 세대를 중심으로 공유를 통해 합리적인 소유를 추구하는 것이 개인과 사회의 지속가능한 발전을 가능하게 하는 요인이라는 생각은 사회 전반에 확대되고 있다. 이런 공유와 지속가
-
디지털 이코노미
디지털전환시대의 플랫폼 독점과 경쟁
플랫폼의 경쟁력은 가격과 비용의 차이에 있지 않다. 데이터 수집과 분석력이 경쟁력을 결정한다. 많은 플랫폼 기업들이 데이터 추출과 분석을 위한 고정자본에 투자를 강화하는 이유다. 기존 제조업과 차별화되는 플랫폼 기업의 경쟁우위 원천은 그 어느 때보다 독점을 강하게 지향하도록 만든다. 하지만 플랫폼 중심의 자본주의 사회가 펼쳐지더라도 경쟁을 피해갈 수는 없다.플랫폼 독점과 경쟁플랫폼 기업의 독점화 경향의 출발점은 네트워크 효과다. 더 많은 이용자는 더 많은 상호작용으로 이어져 플랫폼 자체의 가치가 커진다. 그리고 가치의 성장은 복수의 네트워크 효과가 결합된다는 점에서 기하급수적이다. 우버는 운전자의 증가에서 네트워크 효과를 얻지만, 승객이 늘어나도 우버 플랫폼의 가치는 상승한다. 게다가 디지털 경제 시대에는 네트워크 효과로 초기의 우위를 선점할 경우 그 지위가 지속되는 경향이 나타난다. 남들보다 먼저 플랫폼 사업을 시작했다는 것은 경쟁자가 수집하지 못한 데이터를 확보했음을 의미하고, 네트워크 효과와 결합되면 더 많은 활동이 더 많은 데이터와 더 높은 가치 창출로 이어져 플랫폼의 예측력이 높아지고 경쟁우위가 더욱 강화된다. 마지막으로 플랫폼은 상품과 서비스 생태계를 구축해 경쟁자를 물리친다. 안드로이드 전용 앱, 페이스북 전용 서비스가 그것이다. 이러한 수단으로 플랫폼 기업은 독점기업이 된다. 미국에서 페이스북과 구글이 온라인 광고수익의 75%를 점유하고, 페이스북, 구글, 알리바바가 전 세계 디지털 광고의 절반가량을 차지한다는 사실이 이러한 현상을 대변한다. 이러한 플랫폼의 등장은 기존 산업의 독점구조를 무너뜨리고 그
-
디지털 이코노미
디지털 전환시대 새로운 사업모델 '플랫폼'
자본주의는 위기가 발생하면 재편되는 경향이 있다. 1970년대 과잉생산으로 위기가 발생하자 제조업에서는 임금을 줄이고, 많은 업무를 외주화하는 방식으로 대응했다. 노동은 유연해졌고, 임금은 낮아졌으며 경쟁은 심화되었다. 1990년대 발생한 불황은 인터넷 기반 회사들이 자본을 끌어들이는 모델이 되었다. 닷컴열풍이 지나간 뒤에도 인터넷 회사는 여전히 엄청난 권력과 자본을 손에 쥘 수 있었다.디지털 자본주의의 등장가장 최근의 위기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다. 자본주의는 이번에도 반응했다. 반응의 결과는 제각각 달랐지만, 모두가 공유하는 한 가지 변화가 발생했다. 바로 ‘4차 산업혁명’이라고 불리는 정보와 비물질, 지식 중심의 세상이다. 긱경제, 공유경제, 앱경제 등 모두 2008년 위기 이후의 변화된 자본주의의 모습을 지칭하는 용어들이다.변화된 자본주의 세상에서 가장 중요한 원료는 ‘데이터’다. 데이터는 ‘어떤 것이 일어났다는 정보’를 의미한다. 데이터는 어딘가에 기록되어야 하기 때문에 물리적인 매체가 필요하고, 이를 수집하기 위해서는 센서가 필요하다. 게다가 데이터가 사용되기 위해서는 표준화된 형태로 정리되어야 한다. 데이터 수집과 정리, 분석에는 엄청난 인프라 구조가 뒷받침되어야 한다는 의미다. 이런 데이터는 과거에도 이용 가능했고, 기존 사업모델에서도 부분적으로 사용되었다. 다만, 데이터를 추출하고 기록해 분석하는 일련의 과정에 너무 많은 비용이 발생한 탓에 혁신의 재료가 될지 확신할 수 없었을 뿐이다. 전통적인 사업모델은 데이터 추출과 사용에 뛰어나지 않았고, 그저 생산된 상품을 시장에 판매해 수익을 얻었다. 데
-
디지털 이코노미
디지털 전환을 위한 '신호'와 '소음'의 분리
‘동학개미운동’이 한창이다. 코로나19 대감염 사태로 주가가 폭락하자 ‘개미’라고 불리는 개인투자자가 쌈짓돈을 들고 주식을 매입하기 시작했다. 1894년 반봉건·반침략을 가치로 내걸고 일어난 농민들의 사회개혁운동인 동학농민운동에 빗댄 반기관·반외인 운동인 것이다. 외국인이 쏟아낸 20조원이 넘는 매도 물량을 개인투자자가 받아냈다. 수익률도 높다. 지난 3월 19일 이후 6월 5일까지 개인투자자가 사들인 코스피 10개 종목의 수익률은 66.5%에 달한다.값비싼 대가의 근시안적 경영동학개미운동의 진정한 의미는 개미들의 대량 매입이라는 점에 있지 않다. 무엇보다 ‘장기적 관점에서 매수’라는 점에 있다. 단기적인 소음에 연연하지 말고 코로나19를 계기로 바겐세일이 시작된 가치 있는 주식을 장기간 보유한다면 노후 보장이 가능한 큰 수익을 얻을 수 있다는 것이다. 근시안적으로 판단하지 말라는 것이 동학개미운동의 핵심이다. 동학개미운동의 시사점은 디지털 전환을 목표로 하는 많은 기업에 유용하다. 기술기업을 표방하는 벤처기업은 물론 기존 영역에서 경쟁우위를 갖추던 전통적인 기업들 모두 근시안적 목표 달성을 추구하느라 장기적인 가치를 창출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단기 목표 달성에 목을 매는 기업들은 특정할 수 없을 정도로 많다. 다양한 출처의 설문조사에 따르면 최고경영자(CEO)와 최고재무책임자(CFO)의 80% 이상이 분기별 수익 목표를 맞추기 위해서라면 기꺼이 연구개발비를 줄일 용의가 있다고 대답했다. 하지만 장기적 관점을 지닌 기업의 움직임은 달랐다. 맥킨지글로벌연구소가 미국의 615개 상장회사가 14년간 기록한 성과를 살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