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4) 4차 산업혁명과 새로운 금융
금융회사의 핵심 역할은 중개와 신용 창조, 결제다. 우리는 이를 예금, 대출, 환전이라고 표현한다. 금융 중개는 돈을 필요로 하는 사람에게 여유자금을 연결해주는 역할이다. 고도성장기에 은행의 금융 중개는 아무런 문제가 없었다. 주된 고객이 대기업과 기간산업이었고, 주식 등의 직접금융도 발달하지 않았던 터라 자금이 필요한 주체에게 은행은 매우 중요했다. 이때 담보는 대출액을 결정하는 핵심이었다. 하지만 최근 들어 기존 은행의 주요 고객이었던 대기업과 기간산업 모두 눈에 띄는 자금 수요가 없다. 저성장 시기에 접어들어 투자가 활발하지 않을 뿐 아니라 주식시장의 발달로 필요한 자금을 반드시 은행에 기댈 필요도 없어졌기 때문이다. 반면 중소기업과 자영업, 그리고 개인의 현금 수요는 그 어느 때보다 높아지고 있다. 문제는 은행이 여전히 담보주의 관점에서 대출 여부 및 규모를 판단하는 탓에 여유자금이 돈을 필요로 하는 주체에게 흘러 들어가지 못하고 있다.소비자 중심의 새로운 금융아마존과 알리바바와 같은 기업은 이 부분을 공략했다. 유사금융을 제공하는 이들 기업은 담보를 보지 않고 본질적인 신용을 본다. 대출이 필요한 기업들의 거래 정보를 파악하고 있는 이들 기업은 본질적인 신용정보를 신용평가에 활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아마존은 ‘풀필먼트 바이 아마존(주문처리 서비스)’을 통해 자사를 이용하는 판매 사업자가 누구에게 무엇을 얼마나 파는지 꿰뚫고 있다. 이를 통해 해당 기업의 현재 능력과 미래 잠재력을 평가해 ‘아마존 렌딩’ 서비스를 통해 아마존 플랫폼을 이용하는 판매사업자에 대출한다. 여전히 높은 은행의 문턱을 대신해 등장한 새로운 금융이 공감받는 이유다.
물론 기존 금융회사의 신용과 신뢰는 여전히 존재한다. 아직 심리적으로 거액의 돈을 점포 하나 없는 디지털 기업에 맡기기는 어렵다. 편리함이 서비스 이용을 결정하는 이유의 전부는 아니기 때문이다. ‘보안’도 기존 금융회사의 장점이다. 편리함은 개인정보의 활용을 전제로 하기에 유출의 위험이 언제나 존재하지만, 기존 금융회사는 상대적으로 보안에 철저하다.
최근 한국에서도 ‘네이버 통장’ ‘카카오 포인트’ 등과 같이 새로운 형태의 금융 서비스가 등장하고 있다. 이들 서비스가 공감받는 요인에는 ‘소비자 중심의 서비스’가 존재하고, 소비자 중심이 단지 편리함만을 의미하진 않는다는 점을 기존 금융권은 기억해야 할 것이다.☞ 포인트
무인화·자동화·공유화 동시 진행
기존 금융회사 역할 재정립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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