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차 산업혁명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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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비자가 기술보다 시장을 더 파괴해요
《혁신기업의 딜레마》(1997)가 발간된 이후 ‘파괴적 혁신’은 많은 기업의 핵심 키워드였다. 이들은 시장의 파괴자가 되기 위해서 혹은 파괴당하지 않기 위해서 ‘신기술’이 필요하다고 믿었다. 하지만 오늘날 기술혁신과 시장파괴는 생각만큼 밀접하지 않다. 여객운송시장을 파괴하며 등장한 우버는 미국 3대 자동차회사의 시가총액을 합한 것보다 높은 가치를 지닌 기업으로 성장했지만, 이들이 사용한 기술은 전혀 새로운 것이 아니다. 에어비앤비 역시 마찬가지다. 남는 공간을 다른 누군가에게 중개해주는 사업으로 호텔산업의 위기를 불러왔지만, 여기에 어떤 대단한 기술이 숨어 있지 않다. 오늘날 이런 현상은 업종, 지역, 시장을 가리지 않고 전방위적으로 나타나고 있다.소비자의 욕구변화에 의한 시장파괴《디커플링(Decoupling)》의 저자인 하버드 경영대학원의 탈레스 테이셰이라 교수는 오늘날 시장을 파괴하는 요인은 기술이 아니라 소비자라고 주장한다. 소비자의 세분화되는 욕구가 시장을 파괴한다는 것이다. 과거 소비자들은 물건의 평가와 선택, 구매를 모두 한 장소에서 해결했다. 매장에서 옷을 입어보고 마음에 들면 그 자리에서 구입하는 것이 편했다. 하지만 아마존으로 대표되는 전자상거래의 등장 이후 많은 소비자는 구경은 매장에서, 구입은 더 저렴한 온라인으로 구분했다. 오프라인 매장에서 제품을 살펴보고 실제 구입은 온라인사이트에서 이뤄지는 ‘쇼루밍’ 현상이 발생한 것이다. 테이셰이라 교수는 이처럼 소비사슬을 끊어내는 과정을 ‘디커플링(decoupling)’이라고 정의한다. 디커플링으로 많은 변화가 발생했다. 오프라인 매장의 매출은 급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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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이터가 쌓이면 제품 대신 서비스를 팔아요
‘설거지한 만큼만 내세요!’ 독일의 업소용 식기세척기 업체 빈터할터(Winterhalter)의 홍보 문구다. 사물인터넷(IoT)을 통해 기업이 자신의 제품에 대한 고객의 사용정보를 수집할 수 있게 되면서 자사 제품을 이전과 다른 측면에서 판매할 수 있게 됐다. 유형의 제품이 아니라 ‘서비스’ 측면에서 전략을 수립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이를 ‘서비타이제이션(servitization)’이라고 한다.사물인터넷으로 시작되는 서비타이제이션서비타이제이션이란 모든 제품의 서비스화를 의미한다. 제품에 사물인터넷이 부착돼 고객이 제품을 어떤 빈도로, 얼마나 사용하는지에 대한 데이터 수집이 이뤄지면서 유형의 제품에서 무형의 서비스 창출이 가능해졌다. 식기세척기 업체 빈터할터가 제품 판매에 그치지 않고, ‘설거지’라는 서비스를 판매할 수 있는 이유이다. 식기세척기에 부착된 사물인터넷이라는 ‘눈’과 ‘귀’가 고객의 사용 패턴에 대한 데이터를 실시간으로 전송해준다. 고객은 온라인으로 얼마나 설거지를 할지 결정하고, 해당 빈도만큼만 결제해 식기세척기를 사용할 수 있다. 이런 서비스를 통해 제조사는 제품을 판매한 이후에도 고객과 지속적인 접점을 형성하며, 고객이 경쟁사 제품에 눈을 돌릴 가능성을 차단할 수 있다. 이는 기업의 안정적인 수입으로 이어지고, 고객 역시 초기에 목돈을 들여 식기세척기를 마련할 필요가 없다. 제품을 사용할 때만 비용을 내므로 보다 적은 비용으로 서비스를 경험할 수 있는 것이다.데이터, 서비타이제이션의 핵심제품이 아니라 서비스를 판매한다는 의미는 기업이 고객의 경험에 직·간접적으로 개입한다는 것이다. 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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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유와 협업은 초연결시대의 가치를 극대화해요
앨런 튜링은 게이였다. ‘튜링 테스트’를 개발해 오늘날 컴퓨터 공학의 아버지로 불리는 튜링은 자신의 성 정체성과 인간의 본질 사이에서 괴로워하다 결국 스스로를 버리고 말았다. 튜링은 그의 논문에서 인간에 대한 독특한 시각을 보여준다. 컴퓨터가 인간처럼 보이기 위해서는 전형적인 인간 같지 않은 모습을 보일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어쩌면 그는 이를 통해 진정한 인간됨이란 당시에 만연했던 인간에 대한 좁은 이해를 초월하는 것이라고 주장하고 싶었는지도 모른다. 동성애가 인간 속성의 하나로 인정되는 오늘날 고든 브라운 당시 영국 총리는 동성애를 탄압했던 정부를 대신해 튜링에게 공식적으로 사과했다.변화하는 인간의 본성기술로 인한 환경의 변화는 인간을 대하는 방식을 변화시키고 있다. 사회학 및 경영학 교수들이 참여한 저서 《초연결》의 저자들은 MIT 미디어랩 과학자들의 면접조사 사례를 바탕으로 이를 설명한다. 결과 중 가장 흥미로운 점은 인공지능 스피커를 사용하는 아이들의 경우 자기들이 원하는 대답을 해주는 인격이 등장할 때까지 말을 건다는 것이다. 다양한 인격을 가진 인간은 사회의 구성원으로 인정받기 어려웠지만, 아이들은 인공지능(AI) 기술을 통해 다양한 인격과 어울리는 법을 학습하고 있다는 것이다. MIT 연구원들은 이를 두고 AI 기술이 익숙한 우리 아이들은 지금까지와는 전혀 다른 기준으로 전혀 새로운 유형의 인간과 선입견 없이 소통하고 있다고 설명한다.기술의 변화가 인간의 새로운 모습을 보여주는 사례는 현실에서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유튜브, 페이스북 등으로 대표되는 1인 미디어 환경이 대표적이다. 이들 매체는 인간의 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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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기술 시대에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 더 중요해져요
4차 산업혁명 시대, 많은 기업이 파괴되고 있다. 전자제품 화장품 등의 유통 영역에서, 방송·자동차·운송 영역에서 신생 기업의 등장으로 기존 기업들이 무너지고 있다. 심지어 규제로 인한 독점 영역인 금융 영역도 이런 추세를 피하지 못하고 있다. 흥미로운 점은 이들의 파괴가 신기술로 무장한 신생 기업의 특징 때문이 아니라는 것이다. 이들이 사용한 무기는 그 누구도 확보하지 못한 신기술 자체가 아니라 기술로 구현이 가능해진 비즈니스 모델의 변화에 있었다.기술 발달로 변해가는 소비자기술은 경쟁우위를 창출하는 중요한 요소임에 틀림없다. 문제는 그 효과가 무한하지 않다는 점이다. 처음 100만 화소의 디지털 카메라가 등장했을 때 50만 화소의 카메라는 더 이상 힘을 쓰지 못했다. 200만 화소가 등장하자 100만 화소 카메라가 같은 처지에 놓였다. 사람들은 더 선명한 카메라를 사용하기 위해 1, 2년에 한 번씩은 카메라를 교체했다. 기술 자체가 경쟁우위를 창출하던 시기다.이후 1000만 화소, 1200만 화소까지 기술이 발달하자 사람들은 예전만큼 자주 카메라를 바꾸지 않았다. 일반인 눈에 1000만 화소인지, 1200만 화소인지 여부는 더 이상 중요한 요소가 아니었기 때문이다. 화소 기술이 충분해지자 소비자들은 단순하게 찍고, 쉽게 사진을 공유할 수 있는 편리함에서 집중하기 시작했다. 오늘날 카메라 제조 시장을 이끄는 주체가 스마트폰 제조사인 삼성전자와 애플인 이유다.비즈니스 모델 변경을 통한 경쟁력 확보오늘날 새롭게 등장하는 기업들은 이런 소비자 변화에 기민하게 반응했다. 반면 기존 기업은 성공을 가져다준 과거의 전략을 하루아침에 버리기 어려웠다. 미국 최대 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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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이터는 4차 산업혁명의 새로운 생산요소
미국 흑인들의 문화적 공헌은 당연한 것으로 여겨졌다. 현대 미국 문화의 한 축인 음악과 춤을 규정짓는 여러 중요한 요소들이 흑인 공동체에서 유래했음에도 불구하고, 이들의 공헌은 전문적이지 않고 여가를 위한 것이라고 취급돼 제대로 된 보상을 받지 못했다. 반면 백인 기업가들은 이를 이용해 영리 활동을 활발히 수행했다. 미국뮤지션연맹이 1896년 창설돼 아티스트들의 권리를 보호했지만, 흑인들의 지식재산권이 보호받기 시작한 것은 1970년대 이후다. 오늘날 사람들이 데이터를 제공하는 행위가 흑인들의 문화적 공헌과 닮아 있다. 누군가는 이를 이용해 수익을 창출하지만, 데이터 제공에 대한 보상은 이뤄지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데이터 제공에 대한 보상인터넷의 시작은 정부, 군대, 학계의 협업을 위한 목적으로 시작되었다. 상업적이거나 경제적 이득을 얻기 위한 목적과는 거리가 멀었던 탓에 데이터를 제공하는 행위에 대해 동기나 보상을 제공하기보다는 참여의 장애를 낮추는 데 초점을 맞추었다. 기업가들과 사회운동가들은 정보는 공짜여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 결과 오랜 기간 사용자들로 하여금 온라인 서비스는 공짜라는 인식이 형성되었다. 벤처 기업 역시 사업의 수익모형을 확립하고 시작하기보다 불확실하더라도 고객들을 빠르게 확보해 네트워크 효과를 발생시킬 수 있는 사업에 집중했다. 온라인 음악 공유 프로그램의 시초라 할 수 있는 ‘냅스터’ 같은 법적 경계가 불투명한 서비스가 등장한 것도 이 시기다. 지식재산권의 확립에도 불구하고 소비자들은 대가를 지불하고 싶어 하지 않았다. 이러한 상황에서 기업들은 문을 닫지 않기 위해 대안을 찾아야만 했고, 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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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바일 쇼핑 시대…오프라인 유통업은 위기감 커요
오프라인 리테일(소매 유통업)의 위기는 전 세계적인 현상이다. 2017년 미국에서는 연 매출 5000만달러 이상인 리테일러 중 26개 브랜드가 파산했다. 중소기업까지 포함하면 2017년 한 해에만 총 662개 브랜드가 파산했다. 영국 역시 패션과 풋웨어 매장을 중심으로 2017년 한 해 5855개 매장이 문을 닫았다. 영국에서는 하루 평균 11개 매장이 문을 열고 16개 매장이 문을 닫았다. 독일과 프랑스도 마찬가지다. 독일 카르슈타트 백화점은 매장 축소를 결정했고, 프랑스 완구업계의 2위 기업인 라그랑레크레는 2018년 파산했다.모바일 쇼핑의 증가모바일 쇼핑의 증가세는 오프라인 리테일러들이 겪는 어려움과 대비된다. 모바일 쇼핑의 증가세는 온라인 쇼핑보다 가파르다. ‘유로모니터 인터내셔널’에 따르면 미국의 경우 2016년 전체 온라인 커머스 매출 가운데 스마트폰이나 태블릿을 통한 매출은 34.5%였으나, 이 비중은 2019년 50%를 넘어섰으며 계속 증가해 2023년에는 약 60%에 달할 것으로 예측된다. 국가별로 살펴보면 2017년 3분기 기준으로 모바일 디바이스로 상품을 구입한 비율이 가장 높은 나라는 58%를 기록한 한국이었다. 모바일 쇼핑의 연간 매출이 2014년 10조원을 넘어선 13조1000억원을 기록했다.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2018년 12월, 온라인 쇼핑 거래액에서 모바일 쇼핑이 차지하는 비율은 62.7%, 매출은 6조7307억원이다.스마트폰과 모바일 페이는 이런 모바일 쇼핑의 증가를 견인하는 대표적인 요인이다. 전 세계 가구 중 68% 이상이 한 대의 스마트폰을 보유한다는 통계는 소비자들이 언제 어디서나 상품 정보를 검색할 수 있음을 의미한다. 한편 모바일 쇼핑은 모바일 웹이 아니라 모바일 앱(응용프로그램)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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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마트'는 IT 지식이 바탕이 된 관찰·분석에서 나와
오늘날 대부분의 기업은 소프트웨어 혹은 데이터 기업이다. 해당 기업이 표준산업분류상 제조업인지, 서비스업인지와 무관하다. 어떤 산업의 기업이더라도 소프트웨어와 데이터 경쟁력 없이는 본연의 영역에서 지속적으로 가치를 창출할 수 없는 까닭이다. 소프트웨어나 데이터를 자기 분야에 활용하는 기업만이 4차 산업혁명 시대의 승자로 거듭날 수 있다. 이런 측면에서 오늘날 기업의 양극화는 대기업인지 중소기업인지보다 데이터와 소프트웨어 활용 여부에 달려 있다.스마트의 개념‘4차 산업혁명’이라는 개념이 등장한 이후 ‘스마트(smart)’라는 단어는 가장 빈번히 사용하는 접두어가 됐다. 하지만 스마트의 개념은 문맥에 의해 이해될 뿐 정확히 정의내리기가 어렵다. 이는 개념 활용의 범위가 광범위한 탓에 생겨나는 현상이다. 대표적 전문경영인인 최두환 박사는 그의 책 「스마트팩토리로 경영하라」를 통해 스마트의 개념을 설명하면서 경영에 대한 피터 드러커 교수의 표현을 인용한다. ‘측정할 수 없으면 관리할 수 없고, 관리할 수 없으면 개선할 수 없다’는 문구다. 문제를 파악해야 해결할 수 있고, 파악하기 위해서는 면밀한 관찰이 필수라는 것이다.‘스마트’라는 개념은 이런 경영의 본질을 설명하는 다른 표현에 지나지 않는다. 즉, 정보기술(IT) 지식이 바탕이 된 관찰과 분석을 통해 개선하는 과정이 ‘스마트’라는 표현에 내재된 의미다. 더 구체적으로 ‘스마트한 관찰’이란 문제나 상황을 관찰해 데이터로 만드는 것을 의미한다. 이를 기술 측면에서는 ‘sensing’이라고 표현하고, IT 측면에서는 ‘사물인터넷’이 대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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혁신은 과거와의 단절이 아니라 과거를 토대로 하죠
세계 D램 시장의 80%를 차지하던 일본 반도체산업은 1990년부터 2000년에 걸쳐 점진적으로 쇠락했다. 2000년대 초반 당시 남은 반도체 회사는 엘피다메모리 한 곳뿐이었다. 이를 두고 많은 분석이 이뤄졌다. 일본 반도체업계의 기술자들은 이구동성으로 일본의 가격경쟁력을 원인으로 삼았다. 대형 컴퓨터에서 개인용 컴퓨터로 변화하는 시기에 필요한 반도체 수요 변화를 제대로 읽어내지 못한 탓에 지나치게 비싼 반도체만 만들어낸 결과 일본 반도체산업이 몰락했다는 진단이다.기술경쟁력이 바로 혁신일본의 반도체 경쟁력 저하를 묻는 설문에서 ‘가격경쟁력’을 문제 삼은 답변 외에 주목해야 할 점은 ‘예나 지금이나 일본의 기술력은 세계 최고’라는 답변이다. 기술경쟁력과 가격경쟁력이 별개라고 인식하고 있음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실제 일본의 기술자들은 기술경쟁력이 곧 혁신이라고 믿어왔다. 이는 일본 반도체산업이 D램 시장에서 경쟁우위를 점한 역사와 무관하지 않다. D램은 1971년 인텔이 발명했다. 미국 주도의 D램 시장은 히타치, 도시바, NEC, 후지쓰 등의 일본 대기업이 주력하기 시작하면서 주도권이 일본으로 넘어오기 시작했다. 핵심은 고품질이었다. 개인용 컴퓨터가 존재하지 않던 당시 대형 컴퓨터 업체들은 ‘망가지지 않는 D램’을 요구했다. 더 구체적으로 25년간 품질을 보증할 수 있는 D램을 요구했다.일본은 이런 요구를 충족하기 위해 기술 개발에 몰두했다. 기존 장치들의 성능을 극대화하려는 노력을 기울였고, 기존 장치로 만족하지 못하면 그들이 새로운 장치를 제조했다. 오늘날까지 그 경쟁력이 유지되는 일본 반도체의 미세가공 기술과 인티그레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