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0) 인공지능에 대한 신뢰
각각 철학과 교수이자 컴퓨터공학과 교수인 수전 앤더슨과 마이클 앤더슨 부부는 윤리적인 로봇 ‘나오’를 개발했다. 나오는 키 60㎝에 무게가 4.5kg로 막 걸음마를 떼기 시작한 아이 느낌의 로봇이다. 귀여운 로봇 나오는 약 복용시간이 되면 노인에게 약을 가져간다. 환자가 거절할 경우 로봇 나오는 인간과 유사하게 상황을 따져본다. 약을 먹어서 얻는 혜택과 그렇지 않을 경우 발생하는 피해를 비교해 환자의 의견을 존중할지 결정한다. 약이 진통제라면 환자 말을 존중하지만, 생명에 지장을 주는 약이라면 의사에게 바로 알리는 식이다. 앤더슨 부부는 이를 위해 도덕을 수학적으로 계산했다. 최대 이익은 2를 더하고, 최소 피해는 1을 빼고, 최대 피해는 2를 빼는 식이다. 로봇 나오는 윤리적 자율성은 없지만, 인간은 나오의 의사결정 과정을 예측하고 이해할 수 있기 때문에 나오의 행동을 신뢰할 수 있다. 신뢰의 주체는 결국 인간로봇 나오는 꽤 믿을만하지만, 예외상황이 없는 경우에만 그렇다. 사전규칙이 아주 좁은 경계 안에서만 정해졌기 때문이다. 예견되지 않은 무수한 상황에 대한 알고리즘을 작성해야 하는 난제가 인공지능 윤리 앞에 놓여 있다. 이처럼 해결이 쉽지 않지만, 알고리즘을 신뢰성 있게 행동하도록 만드는 책임은 언제나 인간에게 있어야 한다. 신뢰의 주체는 과거에도, 오늘날에도, 앞으로도 인간의 몫이어야 하기 때문이다. 기술은 우리가 더 좋은 선택을 할 수 있도록 도와줄 뿐이다. 누구를 신뢰할지 여부를 인간이 기계와 알고리즘에만 의지해 결정할 정도로 자동화된 세상을 살아가는 것은 부끄러운 일이다. 따라서 신중해야 한다. 터치 한 번으로 영향력을 미칠 수 있는 디지털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 각자가, 신뢰할 대상을 신중하게 판단할 때 더 나은 세상을 만드는 데 소박한 책임을 질 수 있음을 잊지 않아야 할 것이다. ☞ 포인트
알고리즘 적용으로 신뢰성 급증
그럼에도 더 좋은 선택 도와줄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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