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9) 디지털 전환시대의 믿음

신뢰성은 구체적으로 어디에서 오는가에 관해 옥스퍼드 경영대학원의 레이처 보스먼은 《신뢰 이동》을 통해 능력과 신뢰도, 정직이라는 요소를 꼽는다. ‘능력 있는 사람인가’ ‘믿을 만한 사람인가’ ‘정직한 사람인가’가 기준이라는 것이다. ‘능력’은 어떤 사람이 어떤 일을 얼마나 잘할 수 있는가를 의미한다. 요리사는 음식을 만드는 일에, 파일럿은 비행기를 조종하는 일에 맞는 기술과 지식, 경험을 갖추었는지 여부에서 신뢰성이 나온다. ‘신뢰도’는 상대가 약속한 일을 일관되게 해줄 것임을 의미한다. 이 사람을 의지해도 될지 혹은 끝까지 일을 마칠 수 있을지를 판단하는 근거가 된다. 마지막으로 ‘정직’은 진실성과 의도에서 나온다. 상대가 나에게 보이는 관심과 동기는 무엇인지, 상대와 나의 목적이 일치하는지, 상대가 거짓 혹은 진실을 말함으로써 얻을 수 있는 것은 무엇인지 판단하는 과정에서 신뢰성이 형성된다. 변함없는 신뢰 시스템디지털 전환을 통해 신뢰의 틈새는 많이 메워졌다. 신뢰성을 측정하기 위한 정보가 정확하고 다양해졌기 때문이다. 1993년 피터 슈타이너의 만화 ‘개’에 등장하는 두 마리의 개는 컴퓨터에 앉아 “인터넷에서는 아무도 네가 개인지 몰라”라고 이야기하지만, 20년 뒤 패러디 만화 《과학기술의 즐거움》에서는 선글라스를 쓴 요원이 등장해 “메타데이터 분석 결과 놈은 갈색 래브라도가 틀림없고, 흰색과 검은색 얼룩이 있는 비글 잡종견과 사귀는 사이로 의심됩니다”라고 두 마리 개에 대해 설명한다. 디지털화된 오늘날 현실을 보여주는 내용이다. 신뢰 역시 이전에 몰랐던 많은 정보를 통해 형성된다. 객관화와 수량화를 통해 신뢰성을 높일 수 있다는 의미다.
하지만 이는 전체 신뢰 과정의 아주 일부일 뿐이다. 디지털화로 다양한 정보 수집이 가능하지만, 베이비시터를 만났을 때 느낌이 좋지 않으면 수집된 정보와 무관하게 돌려보낼 것이다. 복잡한 문제다. 분명 온라인을 통한 신뢰 과정은 보다 스마트해지고 더욱 넓게 확산될 것이다. 많은 정보를 기준으로 선택할 수 있다는 점에서 분명 좋은 일이다. 하지만 완벽하지는 않을 것이다. 어떤 결과가 나올지 모른 채 낯선 사람을 신뢰하는 일이 여전히 반복될 것이라는 의미다. 수집된 정보의 질과 양이 달라졌지만, 해석의 주체는 여전히 인간이기 때문이다. 비대면거래가 일반화되어 신뢰가 보다 중요해지는 디지털 전환의 시대, 기술과 인간의 시너지를 통한 해결이 기대되는 이유다. ☞ 포인트

객관화·수량화 쉬워졌지만
사람의 판단은 여전히 중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