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9) 4차 산업혁명과 삶의 질
![[4차 산업혁명 이야기] 디지털 전환을 통한 질적 성장의 추구](https://img.hankyung.com/photo/202010/AA.23980703.1.jpg)
오히려 데이비드 그레이버 런던정치경제대 교수는 일자리의 소멸이 아니라 의미 없는 일자리의 증가가 문제라고 지적한다. 로봇, AI에 의한 일자리 감소가 발생하는 한편에서 본인조차 ‘쓸모없다’고 느끼는 새로운 일을 만들어내는 현상이 발생한다는 것이다. 그는 다소 도발적인 제목의 에세이 《Bullshit Jobs》를 통해 사회가 항상 새로운 일자리를 만들어 고용을 늘려야 한다는 커다란 압박을 받는 탓에 기업과 정부는 필요 없는 것들을 처분하기보다 의미 없는 일을 조금씩 만들어 간다고 설명한다. 그는 오늘날 많은 화이트칼라 일자리의 비효율성을 설명하면서, 1980년대 진행된 블루칼라 업무의 효율성 촉진으로 남은 돈을 불필요한 사무직원을 고용하는 데 쓰고 있다고 지적한다. 1960년대와 1970년대 모스크바에서 빵을 사면 계산대에 3명의 점원이 존재했던 과거를 떠올리게 하는 대목이다. 한 사람은 빵의 무게를 재고, 다른 사람은 빵을 봉투에 넣으며, 남은 한 사람은 돈을 받고 영수증을 건네줬다. 모든 사람이 월급을 받아야 한다고 주장했던 옛 소련은 이런 비효율적인 경제구조 탓에 더 이상 번성하지 못했다. 디지털 전환을 통한 삶의 질 추구바이닝족 사례와 불필요한 일자리의 증가 현상에서 공통적으로 양적 성장 중심의 사고가 초래하는 문제점을 찾아볼 수 있다. 겉으로 보이는 현상을 유지하기 위한 고민이 초래한 문제들이다. 어쩌면 4차 산업혁명 기술을 활용해 일하는 시간을 줄이는 것이 사회 구성원 모두를 위해 바람직한 결과를 낳을 수도 있다. 자유시간이 늘어날수록 바보상자인 TV만 보는 사람이 늘어날 것이라는 우려도 있지만, TV 시청 시간이 긴 국가는 터키와 일본과 같이 노동시간이 긴 국가들이다. 일로 인한 피곤이 심한 상태에서 할 수 있는 휴식은 TV 시청이 유일하기 때문이다. 노동시간이 짧을수록 봉사활동에 참여해 어린아이와 고령자를 돌보고, 창의적인 활동에 집중하는 사람이 많다.
사람을 구성하는 요소는 육체와 정신이다. 오늘날 4차 산업혁명, 디지털 전환이라는 용어가 ‘효율성’이라는 가치와 연관돼 그 정당성을 주장하지만, 이는 육체적인 만족만을 높여줄 뿐이다. 아직 효율성을 높일 여지가 여전히 남아 있지만, 동시에 삶의 질에 대한 고민도 필요한 시점이다. 디지털 전환은 단지 개별 공장, 개별 기업의 생산성 향상만을 위해 필요한 것이 아니다. 이는 사회 전체의 최적화를 찾기 위한 하나의 방식이다.
즉, 4차 산업혁명을 통해 양적 성장만이 아니라 질적 성장의 목표가 동시에 추구될 때 이전 시대의 혁신과 차별화되는 결과를 기대할 수 있을 것이다. ☞ 포인트

양적·질적 측면의 동반성장 추구
삶의 질에 관한 다양한 고민 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