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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내년 예산이 '슈퍼 예산'이 된 이유
정부는 내년 예산안을 올해보다 9.7% 늘어난 470조5000억원으로 짰다. 올해 증가율(7.1%)과 내년 경상성장률(실질성장률+물가상승률) 전망치(4.4%)를 훌쩍 웃돈다. 경제가 성장하는 속도 대비 두 배 이상으로 나랏돈(재정)을 푸는 셈이다. 2009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씀씀이를 가장 크게 늘린 ‘슈퍼 예산’이라는 평가다. 예산 편성은 고용과 복지 분야에 집중됐다. 일자리 예산은 사상 최대인 23조5000억원으로 짜여졌다. 복지 예산은 올해보다 17조6000억원 늘어난 162조2000억원으로 편성됐다.역대 최대 규모 예산을 놓고 국회의 ‘예산 전쟁’은 그 어느 때보다 치열해질 전망이다. 11월 한 달간 국회는 기획재정부가 편성해 제출한 예산안을 조목조목 검토하고 심사한다. 부족한 부분은 증액하고, 불필요한 부분은 삭감한다. 심의한 예산안이 다음달 2일까지 본회의에서 최종 의결되면 정부는 그대로 내년 나라 살림을 꾸리게 된다.이번 예산안 심사에서는 사상 최대 규모로 편성된 일자리 예산과 판문점선언 이행을 위한 남북협력기금 예산이 주요 쟁점이다. 야당은 정부가 올해 고용 창출에 거액을 쏟아부었지만 성과가 없는데도 예산을 늘렸다는 비판을 제기하며 철저히 심사를 벼르고 있다. 올해보다 14% 증액돼 1조1000억원이 편성된 남북협력기금도 여야 간 이견이 큰 안건 중 하나다. 유엔의 대북 제재 등으로 남북 간 경제협력 전망이 불확실한 상황에서 예산 규모를 키우는 건 낭비라는 게 야권의 논리다. 정부와 여당은 양극화 등 경제와 사회의 구조적인 문제를 개혁하기 위해 대규모 재정 지출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정부가 어떤 근거로 슈퍼 예산안을 제출했는지, 우려되는 점은 무엇인지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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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 예산 470조원…2009년 금융위기 이후 최대폭 증가
정부는 470조5000억원 규모로 내년 예산안을 짰다. 작년보다 7.1% 늘어나 ‘팽창 예산’이라는 말을 들었던 올해보다 41조7000억원(9.7%) 증가한 ‘초팽창 예산’이다. 민간에 돈을 적극 공급해 경기 회복을 이끌겠다는 정책 의지가 반영됐다는 평가다. 정부가 예산 지출을 늘리면 돈이 민간으로 흘러가 경기를 부양하는 효과가 있다. 예산으로 정부와 공공기관 등이 단기 아르바이트 자리를 만들어 임금을 지급하는 게 대표적인 예다. 하지만 ‘돈 보따리’를 푸는 게 지속 가능할지, 재정을 확대한 만큼 효과를 거둘지 등과 관련해서는 우려가 적지 않다. 세금이 예상보다 더 많이 걷히는 ‘세수 호황’ 덕에 당장은 문제가 없지만 기업실적 악화 등으로 경제에 경고등이 켜진 상황에서 장기적으로는 국가 재정에 악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높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경기 회복 위해 초팽창 예산 필요하다지만…정부가 초팽창 예산을 편성한 이유는 경제 상황이 그만큼 엄중하다는 판단에서다. 올해 상반기 국내 상위 30대 기업 중 반도체 호황의 수혜를 입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빼면 매출은 0.7% 증가에 그쳤다. 영업이익은 16%, 투자는 20% 이상 감소했다.경기지표도 점점 불안해지고 있다. 건설투자, 설비투자 등은 외환위기 이후 최저치, 신규 취업자 수는 금융위기 이후 최저치를 갈아치웠다. 한국은행은 내년 성장률을 2.7%로 내다보고 있다. 한국의 잠재성장률(2.7~2.8%)을 밑도는 수치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이보다 낮은 2.6%, LG경제연구원은 2.5%로 전망하고 있다. 유럽 재정위기가 정점에 달했던 2012년의 2.3% 후 가장 낮다.분배지표도 좋지 않다. 올해 2분기 ‘소득 5분위 배율&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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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의 예산안 심의·삭감은 국회의 권한이자 의무죠
국회는 ‘법을 만드는 곳’으로 국민들에게 인식돼 있다. 하지만 국회가 하는 일이 법을 만드는 게 전부는 아니다. 입법부(국회)와 행정부(정부), 사법부(법원) 등 국가를 떠받치는 세 권력의 축이 서로를 견제하는 ‘3권 분립’ 원리에 따라 정부가 하는 많은 일을 감시한다. 이 가운데 국가 세금을 이듬해 어디에 쓰겠다고 밝힌 가계부, 즉 ‘정부 예산안’이 적절하게 편성됐는지 따지는 일은 국회의 가장 중요한 업무 중 하나다. 매년 정기국회 기간인 11월에 관련 심사를 진행한다.국회는 삭감 권한, 정부는 증액 요구 거절 권한국회는 정부 예산안을 삭감할 수 있는 권한을 갖고 있다. 정부는 국회의 증액 요구를 거절할 수 있다. 이 때문에 정치권에선 국회의 예산 심사를 ‘창과 방패의 대결’이라고 부른다. 정부와 여야가 치열한 토론을 통해 예산안 가운데 어느 부분을 깎고, 어디를 늘릴지 정한다. 예산안 원안이 협의 과정에서 수정되는 배경이다.올해의 경우 자유한국당 바른미래당 등 야당은 문재인 정부의 주요 정책사업인 일자리 확대와 남북한 경제협력 관련 예산 등을 삭감하는 대신 철도·도로 등 사회간접자본(SOC)에 예산을 더 써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과 정부는 관련 예산의 ‘원안 사수’를 강조하고 있다.국회가 매년 예산안을 꼼꼼하게 들여다보고 합리적으로 조정해온 건 아니다. 심사자료가 워낙 방대해서다. 국회는 1개월 안에 심의를 종결해야 하는 ‘시간 싸움’을 벌인다. 정부로서도 예산안 집행을 서둘러야 하기 때문에 심사 시간을 많이 내주기 어렵다. 국회법에 규정된 예산심사 절차에 따르면 정부 예산안은 늦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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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란 제재 이어 사우디 사태…요동치는 중동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5일부터 이란에 대한 경제 제재를 본격화한다. 이란산 원유를 수입하는 제3국 정부, 기업, 은행, 개인을 모두 제재하는 세컨더리 보이콧(secondary boycott)을 시행한다. 애초 이란 제재에 반대하던 유럽, 중국 석유기업들도 이란산 원유를 수입하지 않기로 하는 등 제재에 동참하는 곳이 늘고 있다.이란 제재가 국제 유가 상승을 유발할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이란은 하루 380만 배럴의 원유를 생산하고 있다. 석유수출국기구(OPEC) 회원국 가운데 세 번째로 많다. 국제 유가 상승은 물가 상승을 초래해 신흥국 경제에 큰 타격을 입힐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원유 소비량의 80%를 수입에 의존하는 인도 경제가 대표적이다. 지난 8월 최고점을 기록했던 인도 주가는 두 달 만에 16% 추락했다. 인도 통화인 루피화 가치도 속절없이 떨어지고 있다.이란과 앙숙인 사우디아라비아도 사면초가에 놓였다. 자국 왕실을 비판한 언론인 자말 카슈끄지를 터키 주재 사우디 총영사관에서 살해한 사건의 여파가 일파만파 커지면서다. 미국을 비롯한 세계가 사우디에 경제 제재를 가할 것이라고 엄포를 놓고 있다. 지난달 사우디 정부가 연 ‘미래투자이니셔티브(FII)’에도 대다수 국가와 글로벌 기업이 불참했다. 중동에서 대립하는 양대 진영의 맹주 역할을 하는 이들 두 나라가 위기에 놓이면서 중동 정세가 급변하고 있다.사우디아라비아와 이란이 직면한 위기들이 어떤 과정을 거쳐 현재까지 오게 됐는지, 국제 경제에 어떤 파장을 일으키고 있는지 4, 5면에서 자세히 알아보자.김형규 한국경제신문 국제부 기자 khk@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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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동지역 긴장 높아지며 국제 유가 불안정성도 커져
`사우디아라비아의 반체제 언론인 자말 카슈끄지 피살 사건을 놓고 진실 규명을 요구하는 국제사회의 목소리가 높다. 미국이 중동의 맹주 격인 사우디를 제재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으로 치닫고 있다. 다만 미국 등 주요 국가 간 대응엔 미묘한 온도차가 느껴진다. 사우디가 서방의 주요 무기 수출국인 데다 국제 유가에 막강한 영향력을 미치는 석유수출국기구(OPEC)의 최대 산유국이란 점에서다. 또 미국으로선 테러와의 전쟁, 이스라엘·팔레스타인 문제, 이란 고립화 등 굵직한 이슈에서 사우디 협조가 필요하다. 미국의 이란산 원유 금수(禁輸) 조치를 앞두고 국제 유가가 상승 압력을 받고 있다는 점도 사우디를 강하게 제재할 수 없게 하고 있다.무기·석유 ‘큰손’ 사우디…고민 빠진 미국사우디 왕실에 대한 비판적인 글을 미국 워싱턴포스트에 써온 유력 언론인 카슈끄지는 지난달 2일 터키 이스탄불 주재 사우디 영사관에서 피살됐다. 카슈끄지는 약혼녀인 터키 여성과 결혼하기 위해 터키의 사우디 영사관에 서류를 제출하러 갔다 실종됐다. 이후 그가 사우디 왕실의 지시로 영사관에서 정보요원들에 의해 살해됐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미국에선 반인권 행태를 보인 사우디와의 관계를 재설정하고 사건 배후로 지목된 사우디 왕세자 무함마드 빈살만을 갈아치워야 한다는 주장까지 나왔다.하지만 미국이 사우디를 압박하는 게 현실적으로 쉬운 일은 아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취임 후 첫 해외 방문지로 사우디를 택했을 정도로, 사우디는 미국 중동 전략의 핵심 국가다.사우디는 세계 최대 무기 수입국이기도 하다. 미국산 무기 비중은 50%를 웃돈다. 트럼프 대통령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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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국도 제재하는 '세컨더리 보이콧'…북한에도 적용 중
미국이 5일부터 시작하는 이란 제재에 각국이 동참 의사를 밝히고 나선 것은 ‘세컨더리 보이콧(secondary boycott)’ 조항 때문이다. 보이콧은 사전적으로 ‘항의’를 뜻한다. 구매 거부라는 뜻으로 많이 쓰인다. 세컨더리 보이콧은 제재 당사국과 피당사국 사이의 1차 제재가 아니라 다른 국가에까지 영향을 미치는 2차 제재를 의미한다. 이란과 거래하는 제3국의 정부·은행·기업 등도 이란과 마찬가지로 거래하지 못하게 하겠다는 것이다. 가령 한국이 이를 무시하고 이란산 원유를 수입하면 이란과 동급의 제재를 받게 돼 미국 정부나 기업과 거래가 전면 금지될 수 있다.1973년 처음 적용된 세컨더리 보이콧미국은 2010년에도 이란에 세컨더리 보이콧 규정을 적용했다. 이란의 마무드 아마디네자드 정권이 핵을 개발하고 있다는 증거를 포착한 결과다. 미국은 이란과 거래하는 해외 금융회사들이 미국에서 활동하지 못하게 하는 이란 제재법을 발효했다.세계 각국이 이런 세컨더리 보이콧에 따를 수밖에 없는 이유는 미국 달러가 기축통화이기 때문이다. 국제 거래의 대부분이 달러로 이뤄진다. 달러 수급이 제한되면 원유를 비롯해 철강, 구리 등 산업에 필요한 원자재 등을 수입 또는 수출할 수 없다. 국가 산업이 흔들리고 경제가 휘청일 수밖에 없다. 경제 규모가 작고 무역 의존도가 높은 신흥국은 더 큰 타격을 입을 가능성이 높다.이란 경제는 당시 세컨더리 보이콧으로 인해 파탄 지경에 이르렀다. 2년 동안 실업률이 20%, 인플레이션이 40%로 치솟았다. 2013년 경제성장률은 -6%까지 급락했다. 원유 수출량이 절반 가까이 줄었는데 이로 인한 손실만 1600억달러로 추산됐다. 해외에 동결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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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를 성장시키고 임금을 올리는 방법은 생산성 향상과 기술 발전, 그 두 가지뿐이죠"
글렌 허버드 미국 컬럼비아대 경영대학원장은 미 경기 호황의 직접적인 배경을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정책에서 찾았다. 기업인들에게 계속 성장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불어넣었고 법인세 감세를 통해 투자를 북돋았다고 강조했다.뉴욕 맨해튼의 컬럼비아대 경영대학원장실에서 만난 허버드 교수는 그러면서 “경제가 성장하는 방법은 생산성 향상과 기술 발전 두 가지뿐”이라고 단언했다. 소득주도성장론을 묻자 “성장은 그런 식으로 이뤄지진 않는다”고 잘라말했다. 한국 정부의 기업지배구조 개편 압박에 대해서도 “기업은 실적으로 평가받는 것”이라고 강조했다.▷한국에선 다양한 불평등 문제가 사회 이슈로 떠올랐습니다.“모든 선진국이 마찬가지입니다. 그래서 성장이 더 많은 사람에게 도움이 될 수 있도록 해야합니다. 수업 때면 학생들에게 ‘너희들은 기술 변화로 이익을 얻는 승자에 속한다. 항상 소외 계층과 함께 성장 부작용을 생각해야 한다’고 강조합니다. 소외 계층의 지지가 없으면 시장경제 체제가 유지되기는 어렵습니다.”▷한국 정부는 소득주도성장 정책을 펴고 있습니다. 어떻게 보시는지요.“성장은 그런 식으로는 이루어지지 않습니다. 임금 증가는 결국 생산성 향상과 기술 발전 여부에 달려있습니다. 소비를 늘리기 위해 임금을 올린다는 생각으로는 지속가능한 성장이 불가능합니다. 포드자동차를 세운 헨리 포드의 유명한 ‘일당 5달러(Ford’s Five Dollar Day)’ 얘기를 들어봤는지 모르겠네요. 1913년 포드는 임금을 엄청나게 올렸습니다. 당시 일당 5달러는 자동차산업 평균 일당 2.7달러의 거의 두 배 수준이었습니다. 당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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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우리나라는 위기 상황…해법은 혁신성장에 있다"
대한민국 경제는 어디로 가고 있나. 수십 년간 국가 경제정책을 집행하거나 기업을 이끌어온 ‘경제 원로’들은 한국경제신문과의 연쇄 인터뷰에서 “요즘 한국 상황은 위기”라고 입을 모았다. 일부는 이미 장기 침체기로 접어들었다고 판단했다. 이를 타개할 대책은 정부의 3대 정책 기조인 소득주도성장, 공정경제, 혁신성장 중 혁신성장에 있다고 했다. 적극적인 규제 혁파로 국가 혁신성장을 이끌어내야 한다는 고언이다.“모든 경기 지표 악화되고 있다”윤증현 전 기획재정부 장관은 “한국은 경기순환적 측면에서나 구조적 측면에서 위기임이 분명하다”며 “생산과 투자, 소비심리, 기업 체감경기 등 모든 지표가 악화일로”라고 우려했다. 저성장이 이어지면서 분배가 나빠지고 있다고도 했다. ‘일자리 정부’를 표방한 현 정부에서 저소득층 실업률이 치솟고 있는 건 아이러니다.윤 전 장관은 “성장이 모든 문제 해결의 기본”이라며 “어떻게 하면 다시 성장잠재력을 회복할 수 있을 것인가에 모든 정책의 포커스를 맞춰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아베 신조 일본 총리는 외국인 관광객이 줄자 직접 관광진흥위원회를 꾸리고 위원장을 맡아 관광산업을 부흥시켰다”며 “반면 우리는 국립공원에 호텔이나 식당을 지으려면 층수 제한까지 두는 등 규제가 첩첩산중”이라고 지적했다.“시장 영역 정부 개입 땐 생태계 붕괴”진념 전 경제부총리는 “중국의 BAT(바이두, 알리바바, 텐센트) 기업이 창업한 지 20년도 안돼 미국의 FAANG(페이스북, 아마존, 애플, 넷플릭스, 구글)에 도전장을 내밀 정도로 비약적인 발전을 했다&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