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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의 예산안 심의·삭감은 국회의 권한이자 의무죠
국회는 ‘법을 만드는 곳’으로 국민들에게 인식돼 있다. 하지만 국회가 하는 일이 법을 만드는 게 전부는 아니다. 입법부(국회)와 행정부(정부), 사법부(법원) 등 국가를 떠받치는 세 권력의 축이 서로를 견제하는 ‘3권 분립’ 원리에 따라 정부가 하는 많은 일을 감시한다. 이 가운데 국가 세금을 이듬해 어디에 쓰겠다고 밝힌 가계부, 즉 ‘정부 예산안’이 적절하게 편성됐는지 따지는 일은 국회의 가장 중요한 업무 중 하나다. 매년 정기국회 기간인 11월에 관련 심사를 진행한다.국회는 삭감 권한, 정부는 증액 요구 거절 권한국회는 정부 예산안을 삭감할 수 있는 권한을 갖고 있다. 정부는 국회의 증액 요구를 거절할 수 있다. 이 때문에 정치권에선 국회의 예산 심사를 ‘창과 방패의 대결’이라고 부른다. 정부와 여야가 치열한 토론을 통해 예산안 가운데 어느 부분을 깎고, 어디를 늘릴지 정한다. 예산안 원안이 협의 과정에서 수정되는 배경이다.올해의 경우 자유한국당 바른미래당 등 야당은 문재인 정부의 주요 정책사업인 일자리 확대와 남북한 경제협력 관련 예산 등을 삭감하는 대신 철도·도로 등 사회간접자본(SOC)에 예산을 더 써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과 정부는 관련 예산의 ‘원안 사수’를 강조하고 있다.국회가 매년 예산안을 꼼꼼하게 들여다보고 합리적으로 조정해온 건 아니다. 심사자료가 워낙 방대해서다. 국회는 1개월 안에 심의를 종결해야 하는 ‘시간 싸움’을 벌인다. 정부로서도 예산안 집행을 서둘러야 하기 때문에 심사 시간을 많이 내주기 어렵다. 국회법에 규정된 예산심사 절차에 따르면 정부 예산안은 늦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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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란 제재 이어 사우디 사태…요동치는 중동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5일부터 이란에 대한 경제 제재를 본격화한다. 이란산 원유를 수입하는 제3국 정부, 기업, 은행, 개인을 모두 제재하는 세컨더리 보이콧(secondary boycott)을 시행한다. 애초 이란 제재에 반대하던 유럽, 중국 석유기업들도 이란산 원유를 수입하지 않기로 하는 등 제재에 동참하는 곳이 늘고 있다.이란 제재가 국제 유가 상승을 유발할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이란은 하루 380만 배럴의 원유를 생산하고 있다. 석유수출국기구(OPEC) 회원국 가운데 세 번째로 많다. 국제 유가 상승은 물가 상승을 초래해 신흥국 경제에 큰 타격을 입힐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원유 소비량의 80%를 수입에 의존하는 인도 경제가 대표적이다. 지난 8월 최고점을 기록했던 인도 주가는 두 달 만에 16% 추락했다. 인도 통화인 루피화 가치도 속절없이 떨어지고 있다.이란과 앙숙인 사우디아라비아도 사면초가에 놓였다. 자국 왕실을 비판한 언론인 자말 카슈끄지를 터키 주재 사우디 총영사관에서 살해한 사건의 여파가 일파만파 커지면서다. 미국을 비롯한 세계가 사우디에 경제 제재를 가할 것이라고 엄포를 놓고 있다. 지난달 사우디 정부가 연 ‘미래투자이니셔티브(FII)’에도 대다수 국가와 글로벌 기업이 불참했다. 중동에서 대립하는 양대 진영의 맹주 역할을 하는 이들 두 나라가 위기에 놓이면서 중동 정세가 급변하고 있다.사우디아라비아와 이란이 직면한 위기들이 어떤 과정을 거쳐 현재까지 오게 됐는지, 국제 경제에 어떤 파장을 일으키고 있는지 4, 5면에서 자세히 알아보자.김형규 한국경제신문 국제부 기자 khk@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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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동지역 긴장 높아지며 국제 유가 불안정성도 커져
`사우디아라비아의 반체제 언론인 자말 카슈끄지 피살 사건을 놓고 진실 규명을 요구하는 국제사회의 목소리가 높다. 미국이 중동의 맹주 격인 사우디를 제재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으로 치닫고 있다. 다만 미국 등 주요 국가 간 대응엔 미묘한 온도차가 느껴진다. 사우디가 서방의 주요 무기 수출국인 데다 국제 유가에 막강한 영향력을 미치는 석유수출국기구(OPEC)의 최대 산유국이란 점에서다. 또 미국으로선 테러와의 전쟁, 이스라엘·팔레스타인 문제, 이란 고립화 등 굵직한 이슈에서 사우디 협조가 필요하다. 미국의 이란산 원유 금수(禁輸) 조치를 앞두고 국제 유가가 상승 압력을 받고 있다는 점도 사우디를 강하게 제재할 수 없게 하고 있다.무기·석유 ‘큰손’ 사우디…고민 빠진 미국사우디 왕실에 대한 비판적인 글을 미국 워싱턴포스트에 써온 유력 언론인 카슈끄지는 지난달 2일 터키 이스탄불 주재 사우디 영사관에서 피살됐다. 카슈끄지는 약혼녀인 터키 여성과 결혼하기 위해 터키의 사우디 영사관에 서류를 제출하러 갔다 실종됐다. 이후 그가 사우디 왕실의 지시로 영사관에서 정보요원들에 의해 살해됐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미국에선 반인권 행태를 보인 사우디와의 관계를 재설정하고 사건 배후로 지목된 사우디 왕세자 무함마드 빈살만을 갈아치워야 한다는 주장까지 나왔다.하지만 미국이 사우디를 압박하는 게 현실적으로 쉬운 일은 아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취임 후 첫 해외 방문지로 사우디를 택했을 정도로, 사우디는 미국 중동 전략의 핵심 국가다.사우디는 세계 최대 무기 수입국이기도 하다. 미국산 무기 비중은 50%를 웃돈다. 트럼프 대통령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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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국도 제재하는 '세컨더리 보이콧'…북한에도 적용 중
미국이 5일부터 시작하는 이란 제재에 각국이 동참 의사를 밝히고 나선 것은 ‘세컨더리 보이콧(secondary boycott)’ 조항 때문이다. 보이콧은 사전적으로 ‘항의’를 뜻한다. 구매 거부라는 뜻으로 많이 쓰인다. 세컨더리 보이콧은 제재 당사국과 피당사국 사이의 1차 제재가 아니라 다른 국가에까지 영향을 미치는 2차 제재를 의미한다. 이란과 거래하는 제3국의 정부·은행·기업 등도 이란과 마찬가지로 거래하지 못하게 하겠다는 것이다. 가령 한국이 이를 무시하고 이란산 원유를 수입하면 이란과 동급의 제재를 받게 돼 미국 정부나 기업과 거래가 전면 금지될 수 있다.1973년 처음 적용된 세컨더리 보이콧미국은 2010년에도 이란에 세컨더리 보이콧 규정을 적용했다. 이란의 마무드 아마디네자드 정권이 핵을 개발하고 있다는 증거를 포착한 결과다. 미국은 이란과 거래하는 해외 금융회사들이 미국에서 활동하지 못하게 하는 이란 제재법을 발효했다.세계 각국이 이런 세컨더리 보이콧에 따를 수밖에 없는 이유는 미국 달러가 기축통화이기 때문이다. 국제 거래의 대부분이 달러로 이뤄진다. 달러 수급이 제한되면 원유를 비롯해 철강, 구리 등 산업에 필요한 원자재 등을 수입 또는 수출할 수 없다. 국가 산업이 흔들리고 경제가 휘청일 수밖에 없다. 경제 규모가 작고 무역 의존도가 높은 신흥국은 더 큰 타격을 입을 가능성이 높다.이란 경제는 당시 세컨더리 보이콧으로 인해 파탄 지경에 이르렀다. 2년 동안 실업률이 20%, 인플레이션이 40%로 치솟았다. 2013년 경제성장률은 -6%까지 급락했다. 원유 수출량이 절반 가까이 줄었는데 이로 인한 손실만 1600억달러로 추산됐다. 해외에 동결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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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를 성장시키고 임금을 올리는 방법은 생산성 향상과 기술 발전, 그 두 가지뿐이죠"
글렌 허버드 미국 컬럼비아대 경영대학원장은 미 경기 호황의 직접적인 배경을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정책에서 찾았다. 기업인들에게 계속 성장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불어넣었고 법인세 감세를 통해 투자를 북돋았다고 강조했다.뉴욕 맨해튼의 컬럼비아대 경영대학원장실에서 만난 허버드 교수는 그러면서 “경제가 성장하는 방법은 생산성 향상과 기술 발전 두 가지뿐”이라고 단언했다. 소득주도성장론을 묻자 “성장은 그런 식으로 이뤄지진 않는다”고 잘라말했다. 한국 정부의 기업지배구조 개편 압박에 대해서도 “기업은 실적으로 평가받는 것”이라고 강조했다.▷한국에선 다양한 불평등 문제가 사회 이슈로 떠올랐습니다.“모든 선진국이 마찬가지입니다. 그래서 성장이 더 많은 사람에게 도움이 될 수 있도록 해야합니다. 수업 때면 학생들에게 ‘너희들은 기술 변화로 이익을 얻는 승자에 속한다. 항상 소외 계층과 함께 성장 부작용을 생각해야 한다’고 강조합니다. 소외 계층의 지지가 없으면 시장경제 체제가 유지되기는 어렵습니다.”▷한국 정부는 소득주도성장 정책을 펴고 있습니다. 어떻게 보시는지요.“성장은 그런 식으로는 이루어지지 않습니다. 임금 증가는 결국 생산성 향상과 기술 발전 여부에 달려있습니다. 소비를 늘리기 위해 임금을 올린다는 생각으로는 지속가능한 성장이 불가능합니다. 포드자동차를 세운 헨리 포드의 유명한 ‘일당 5달러(Ford’s Five Dollar Day)’ 얘기를 들어봤는지 모르겠네요. 1913년 포드는 임금을 엄청나게 올렸습니다. 당시 일당 5달러는 자동차산업 평균 일당 2.7달러의 거의 두 배 수준이었습니다. 당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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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우리나라는 위기 상황…해법은 혁신성장에 있다"
대한민국 경제는 어디로 가고 있나. 수십 년간 국가 경제정책을 집행하거나 기업을 이끌어온 ‘경제 원로’들은 한국경제신문과의 연쇄 인터뷰에서 “요즘 한국 상황은 위기”라고 입을 모았다. 일부는 이미 장기 침체기로 접어들었다고 판단했다. 이를 타개할 대책은 정부의 3대 정책 기조인 소득주도성장, 공정경제, 혁신성장 중 혁신성장에 있다고 했다. 적극적인 규제 혁파로 국가 혁신성장을 이끌어내야 한다는 고언이다.“모든 경기 지표 악화되고 있다”윤증현 전 기획재정부 장관은 “한국은 경기순환적 측면에서나 구조적 측면에서 위기임이 분명하다”며 “생산과 투자, 소비심리, 기업 체감경기 등 모든 지표가 악화일로”라고 우려했다. 저성장이 이어지면서 분배가 나빠지고 있다고도 했다. ‘일자리 정부’를 표방한 현 정부에서 저소득층 실업률이 치솟고 있는 건 아이러니다.윤 전 장관은 “성장이 모든 문제 해결의 기본”이라며 “어떻게 하면 다시 성장잠재력을 회복할 수 있을 것인가에 모든 정책의 포커스를 맞춰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아베 신조 일본 총리는 외국인 관광객이 줄자 직접 관광진흥위원회를 꾸리고 위원장을 맡아 관광산업을 부흥시켰다”며 “반면 우리는 국립공원에 호텔이나 식당을 지으려면 층수 제한까지 두는 등 규제가 첩첩산중”이라고 지적했다.“시장 영역 정부 개입 땐 생태계 붕괴”진념 전 경제부총리는 “중국의 BAT(바이두, 알리바바, 텐센트) 기업이 창업한 지 20년도 안돼 미국의 FAANG(페이스북, 아마존, 애플, 넷플릭스, 구글)에 도전장을 내밀 정도로 비약적인 발전을 했다&r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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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경제에 대한 국내외 석학들의 조언
“임금을 올리고 싶다면 생산성과 기술을 높여야 합니다. 생산성은 투자를 끌어내는 거시경제 정책을 통해서, 기술은 직업훈련과 교육을 통해 향상시킬 수 있습니다.”글렌 허바드 미국 컬럼비아대 경영대학원장은 최근 한국경제신문 뉴욕 특파원과의 인터뷰에서 “미국 경제의 호황은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기업인들에게 계속 성장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불어넣고, 법인세 감면을 통해 투자를 북돋았기 때문”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급격한 최저임금 인상과 과도한 임금 인상 요구, 기업에 대한 편견, 투자를 저해하는 각종 규제, 국내외 불확실성 확산 등으로 대한민국의 경제성장 엔진이 빠르게 식어간다는 우려가 커지는 상황에서 우리에게 주는 시사점이 큰 진단이다. 실제로 경제를 가늠하는 핵심 지표인 고용은 외환위기 이후 최악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정부가 내건 소득주도성장도 현재로선 분배 평등보다 분배 악화라는 성적표가 나온 상태다.국내 대다수 경제 원로는 우리나라 경제 상황을 ‘구조적 위기’라고 진단한다. 정부 정책의 근본적인 방향 전환, 규제의 획기적 완화, 기업가정신 고취, 기술혁신 등이 어우러져야 ‘제2의 도약’이 가능하다고 입을 모은다. 창의와 혁신이 꽃을 피우는 토양을 만들지 못하면 4차 산업혁명 시대에 뒤처질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현대 경영학 창시자로 불리는 미국의 피터 드러커는 “한국은 세계에서 기업가정신이 가장 충만했던 나라”라고 했다. 일본의 억압과 분단의 아픔을 딛고 ‘한강의 기적’을 일군 한국의 경제발전을 칭송한 말이다. 기업가정신이 다시 ‘충만한 나라’가 되려면 정부가 해야 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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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가 '드론 전쟁'…中은 세계 판매 1위, 美는 SW 뛰어나
올해 2월 열린 평창 동계올림픽 개막식과 폐회식을 기억하는가. 밤하늘에 드론의 불빛이 점점이 수놓으며 올림픽 로고를 비롯해 비둘기와 스키 타는 사람, 스노보드 타는 사람 등 다양한 모습으로 변신했다. 행사를 지켜본 사람들이 가장 기억에 남는 장면으로 꼽는다.세계인이 지켜본 미국의 드론 기술행사에 사용된 드론의 숫자는 1218. 각각의 드론에는 미국 반도체업체 인텔의 로고가 선명하게 박혀 있었다. 드론의 이름은 ‘슈팅스타’. 배구공 정도 무게인 227g에 길이 30㎝ 크기로 20분가량 하늘을 날 수 있다. 흰색과 푸른색, 녹색, 붉은색 빛을 내는 LED(발광다이오드)를 탑재했다. 드론 자체의 성능은 그리 대단하지 않았다. 우리가 공원에서 흔히 보는 드론과 비교해도 크게 차이 나지 않는다. 하지만 인텔의 위치시스템과 통신반도체, 센서를 적용하면서 사상 최대의 드론쇼를 연출했다.핵심은 조종사 한 명이 1200여 개의 드론을 제어할 수 있는 소프트웨어(SW)다. 인텔 엔지니어들이 세심하게 설계한 SW는 특정 이미지를 하늘에 수놓을 때 각 드론이 어디에 있어야 할지 결정한다. 20분이라는 배터리 가동 한계까지 감안해 개별 드론의 활동을 조종한다. 지난해 말 열린 슈퍼볼에서 미국 성조기를 표현한 드론은 평창의 강한 바람과 추위를 견디기 위해 변신했다. 프로펠러를 강풍으로부터 보호하기 위한 틀을 보강했고, 추위에도 배터리가 정상 작동하도록 배터리관리시스템(BMS)을 손봤다. 인텔의 드론팀은 한국에 오기 전 평창의 환경과 비슷한 핀란드에서 시험해보기도 했다. 인텔은 슈팅스타에 사용한 기술을 바탕으로 수백 개의 드론이 한 번에 통신 기지국의 고장 여부를 검사하고 넓은 면적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