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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日·EU 등 선진국들 인터넷은행 적극 육성
지난해 출범한 케이뱅크와 카카오뱅크 등 한국의 인터넷전문은행들은 은산분리 규제에 꽉 막혀 추가 성장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반면 미국 일본 유럽연합(EU) 등 금융 선진국은 2000년대 초반부터 인터넷은행을 허가해 적극 육성하고 있다. 규제 완화를 통해 산업 자본의 은행업 진출 기회는 열어놓되 대주주에 대해선 특혜성 대출을 차단하는 감독체계를 갖춘 게 선진국들의 공통된 특징이다.제조업체들이 인터넷은행 운영세계 최초 인터넷전문은행인 시큐리티퍼스트네트워크뱅크(SFNB)는 1995년 10월 미국에서 설립됐다. 미국에선 비(非)은행 금융회사는 물론이고 산업 자본에도 인터넷전문은행 설립을 허용하고 있다. 1956년 제정된 미 은행지주회사법(BHCA)에 따르면 산업 자본(비금융 주력자)의 인터넷전문은행 지분보유 한도는 25%다. 우리나라의 4%와는 큰 차이가 있다.하나금융경영연구소가 최근 발간한 ‘해외 인터넷은행 현황과 시사점’에 따르면 시중은행 산하 자회사 형태로 시장에 진출했던 미국 인터넷전문은행들은 2000년대 초반 대부분 실패한 뒤 모회사 사업부로 흡수됐다. 지금은 대부분 제조업체와 비금융사가 인터넷은행을 이끌고 있다. 제너럴일렉트릭(GE)과 제너럴모터스(GM) 등 대표 제조업체들도 인터넷전문은행을 운영하고 있다. 대신 미국은 연방예금보험공사(FDIC) 규정 215조에 의거, 대주주를 포함한 일체의 내부자에게 특혜성 대출을 하지 못하도록 하고 있다. 이를 어길 경우 ‘내부자 남용(insider abuse)’으로 간주해 엄벌에 처하고 있다.EU에선 산업 자본의 은행 소유를 금지하는 법안이 아예 존재하지 않는다. 다만 일반 기업이 은행 지분을 일정 비율 이상 취득할 때마다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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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은행 대기업 지분 제한에 묶여 원천적 한계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달 7일 “인터넷전문은행이 국민의 큰 호응과 함께 금융권 전체에 전에 없던 긴장과 경쟁을 불러일으켰지만 (금융시장에) 정착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규제가 발목을 잡았다”고 말했다.카카오뱅크와 케이뱅크 등 인터넷전문은행들이 등장하면서 기존 은행들이 모바일뱅킹 대출을 활성화하는 등 온라인 시장이 확대됐다는 게 대체적인 평가였다. 인터넷전문은행들이 기존 금융시장에서 소비자를 잡기 위한 치열한 경쟁에 나서면서다. 하지만 은산분리 규제 때문에 인터넷전문은행의 성장이 한계에 부닥쳤다는 게 문 대통령의 인식이다.혁신 막은 규제 ‘붉은 깃발법’문 대통령은 같은 날 서울시청에서 열린 ‘인터넷전문은행 규제혁신’ 현장방문 행사에서 인터넷전문은행에 대한 규제 완화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문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19세기 영국의 ‘붉은 깃발법’을 예로 들었다. 영국 의회는 19세기 후반 증기자동차에 운전수, 증기엔진의 물을 끓이는 기관원, 그리고 기수 등 세 명이 탑승하도록 조례를 만들었다. 기수는 자동차 앞에서 걸어가며 붉은 깃발을 흔들어 자동차가 접근한다는 것을 알리는 동시에 자동차 속도를 제한하는 역할을 했다.영국이 이 같은 규제를 도입한 것은 자동차산업에 일자리를 뺏길 것을 두려워한 마부들 때문이었다. 하지만 영국이 이런 ‘붉은 깃발법’으로 규제를 유지하는 동안 독일, 미국, 프랑스 등은 내연기관 자동차를 발명했다. 영국이 자동차산업의 경쟁력을 주변국에 뺏기게 된 계기가 됐다.문 대통령이 붉은 깃발법을 예로 든 것도 은산분리 규제가 인터넷전문은행의 성장을 저해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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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은행 은산(銀産)분리 규제가 뭐길래…
인터넷전문은행의 ‘은산분리’ 완화 법안이 지난달 국회 문턱을 넘지 못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인터넷전문은행 규제를 풀어야 한다고 공식 언급했지만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조차 문 대통령에게 힘을 실어주지 못했다.은산(銀産)분리 규제는 은행법에 근거하고 있다. 은행 자본과 산업 자본을 구분한다는 뜻으로, 산업 자본의 은행 지분 보유 한도를 4%(4%를 제외한 지분의 의결권 미행사 때는 최대 10%까지 보유 가능)로 제한하고 있다. 기업 부실이 자칫 은행으로 확산될 수 있다는 우려에서 1982년 처음 도입됐다. 대기업들이 은행을 소유할 경우 은행 돈을 사업 확장에 끌어다 쓸 가능성이 있다는 판단에서다.규제 완화론자들은 은산분리 규제가 인터넷전문은행 성장을 막고 있다고 주장한다. 인터넷전문은행을 선두로 한 4차 산업혁명의 물꼬를 막고 있다는 논리다. 은행은 예금과 대출의 차이에서 발생하는 이자(마진)를 주 수입원으로 삼고 있다. 은행으로선 대출 규모를 늘려야 성장할 수 있다는 얘기다.은행이 건전성을 유지하기 위해선 일정 수준 이상의 자기자본을 갖고 있어야 한다. 경기 악화로 고객들이 대출 원금과 이자를 갚지 못하더라도 은행이 망하지 않도록 안전장치를 마련해둔 것이다. 은산분리 때문에 자본금을 증액하기 어려워진 인터넷전문은행들이 대출을 늘리지 못해 추가로 성장할 수 없다고 주장하는 배경이다.국내 인터넷전문은행들은 증자를 꾀하고 있지만 은산분리 규제 때문에 쉽지 않은 상황이다. 일부 대출상품 판매를 잇따라 중단한 이유다. 인터넷전문은행의 은산분리 규제를 완화해 줄 경우 국내 금융시장에 미칠 영향과 부작용은 무엇인지, 또 보완책은 어떤 게 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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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득불평등 확대·고용쇼크… "소득주도성장론 안 통한다" 비판
지난 7월 취업자 수 증가폭이 작년 같은 달에 비해 60분의 1 토막 났다. 최저임금의 급격한 인상, 업종별 특성을 고려하지 않은 주 52시간 근로시간 단축 등 소득주도성장의 부작용이란 지적이 많다. 하지만 문재인 대통령과 청와대는 소득주도성장 정책을 바꾸지 않고 오히려 더 속도감 있게 추진하겠다고 밝혀 논란이 되고 있다.고용이 좋아지고 있다고?문 대통령은 지난달 25일 더불어민주당 전당대회 영상축사에서 “우리는 올바른 경제정책 기조로 가고 있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취업자 수와 고용률, 상용근로자 증가, 고용원 있는 자영업자 증가 등 전체적으로 보면 고용의 양과 질이 개선됐다”고 설명했다. 장하성 청와대 정책실장도 다음날 기자간담회를 열고 “소득주도성장의 속도를 더 높여야 한다”고 했다. 하지만 문 대통령이 언급한 지표 중 상당수는 개선된 것이 아니라 오히려 악화됐고 일부는 팩트가 잘못된 것도 있다. 취업자 수가 증가하고 있다는 게 대표적이다. 취업자 수는 글로벌 금융위기 영향권에 있던 2010년 1월 감소한 적이 있지만 그 이후에는 단 한 번도 감소하지 않고 계속 늘었다. 단지 취업자가 늘었다는 걸 ‘경제가 좋아졌다’는 근거로 들 수 없다는 얘기다.전문가들은 취업자 수가 늘었냐 줄었냐가 아니라 얼마나 늘었는지를 봐야 한다고 설명한다. 취업자 수 증가폭은 현 정부 들어 급격히 줄고 있다. 취업자 수는 지난해 월평균 31만7000명(전년 동월 대비) 증가했지만 올해 2월부터 10만 명대로 주저앉은 뒤 7월엔 5000명으로 대폭 축소됐다. 문 대통령이 언급한 취업자 수는 긍정 지표가 아니라 오히려 ‘이상 신호’로 받아들여야 한다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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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소득불평등이 10년만의 최악이라는데…
문재인 정부 경제정책의 키워드는 ‘분배’다. 경제성장의 과실을 대기업, 부유층만 아니라 중소기업과 서민층도 골고루 나눠 갖게 하자는 것이다. 정부는 이를 위해 소득주도성장을 경제정책으로 내세웠다. 정부가 인위적으로 저소득층 소득을 늘려주면 늘어난 소득으로 소비를 하고, 물건을 많이 팔게 된 기업이 생산과 투자를 늘리면 경제가 성장해 다시 소득이 늘어난다는 논리다.그러나 첫 단추인 소득 증대부터 삐걱거리기 시작했다. 소득이 가장 낮은 하위 20%(1분위)의 2분기 가구당 월평균 소득이 지난해 2분기에 비해 7.6% 줄었다. 하위 20~40%(2분위) 역시 소득이 2.1% 감소했다. 반면 형편이 좋은 4분위와 최상위층인 5분위의 소득은 각각 4.9%, 10.3% 증가했다.원인은 무엇일까. 대다수 전문가는 급격한 최저임금 인상을 최우선 요인으로 꼽는다. 올해 최저임금을 작년보다 16.4% 올리면서 비용 부담이 커진 소상공인이 저소득층부터 해고하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지난해까지 매월 30만 명 안팎 늘던 취업자 수는 올 들어 급격히 줄기 시작했다. 취업자 증가폭은 2월부터 10만 명대로 감소한 데 이어 7월엔 5000명으로 급감했다. 글로벌 금융위기 후폭풍이 이어지던 2010년 1월 이후 최악의 수준이다.1주일 근로시간을 52시간으로 제한한 제도와 비정규직을 일괄 정규직으로 전환하게 하는 제도 역시 경영 부담을 늘리는 요인이라고 전문가들은 지적하고 있다. 이에 따라 기업의 부담을 줄여 고용을 늘리게 하는 정책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점점 커지고 있다. 소득불평등 악화 요인과 소득주도성장론의 문제점 등을 4, 5면에서 구체적으로 알아보자.김일규 한국경제신문 경제부 기자 black0419@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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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저임금 인상으로 일자리 오히려 줄어… 저소득·고소득층간 소득격차도 더 커져
경제성장의 ‘과실’을 모두에게 골고루 나눠주는 ‘분배’를 최우선으로 내세우는 문재인 정부에서 오히려 소득 불평등이 심화하고 있다. 저소득층의 소득은 갈수록 감소하는 반면 고소득층의 소득은 늘고 있는 탓이다.저소득층 소득 줄고, 고소득층은 늘어지난 23일 발표한 가계동향조사(소득부문) 결과를 보면 2분기 가구당 월평균 소득은 453만1000원으로 지난해 2분기 대비 4.2% 늘었다. 말 그대로 평균 소득이 늘었을 뿐 가구별로 뜯어보면 상황이 달라진다.통계청은 소득이 고르게 늘었는지 살펴보기 위해 소득 수준별로 소득이 얼마나 증가했는지도 따져본다. 소득이 가장 낮은 하위 20%(1분위)부터 20%포인트 단위로 끊어 소득이 가장 많은 상위 20%(5분위)까지 나눠 살펴보는 것이다.그 결과 최하위층인 소득 1분위의 2분기 가구당 월평균 소득은 132만4900원으로 지난해 2분기에 비해 오히려 7.6%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소득 2분위의 월평균 소득은 280만200원으로 역시 지난해 2분기보다 2.1% 줄었다. 중산층이 포함된 소득 3분위도 마찬가지였다. 소득 3분위의 월평균 소득은 394만2300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0.1% 줄어든 것으로 집계됐다.반면 형편이 좋은 소득 4분위의 월평균 소득은 544만4200원으로 지난해 2분기보다 4.9% 늘었다. 최상위층인 5분위의 경우 증가폭이 더 컸다. 5분위의 월평균 소득은 913만4900원으로 같은 기간 10.3%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요약하면 형편이 어려운 가구의 소득은 더 줄고, 잘사는 가구의 소득은 더 늘어나는 ‘부익부 빈익빈’ 현상이 나타난 것이다.저소득층 근로·사업소득 모두 줄어1분기에 이어 2분기까지 저소득층의 소득이 감소한 것은 회사에서 일을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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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강산 관광, 개성공단… 모두 북한 도발 때문에 중단됐죠
다음달 평양에서 열릴 제3차 남북한 정상회담을 앞두고 남북 경제협력에 대한 기대가 커지고 있다. 철도와 도로, 산림복구 등 다양한 분야에서 남북이 공동 조사작업을 진행 중이다. 개성공단 재가동과 금강산 관광 재개에 대한 전망도 나온다. 하지만 남북 경협의 역사를 돌이켜 보면 섣부르게 낙관할 수 없는 게 현실이다. 수차례 남북 경협이 북한의 도발로 결국 중단된 전례가 있기 때문이다.반관반민(半官半民) 방식으로 개시남북 경협은 우리 정부와 북한 정권 간 관치(官治)에다 현대그룹을 중심으로 한 민간 기업 교류가 결합한 전형적인 반관반민 형태로 시작했다. 논의 초기 단계부터 사회주의 경제 특유의 폐쇄성이 가장 큰 장애물로 등장했다.남북 경협의 시발은 1988년 7월 노태우 당시 대통령의 ‘7·7 선언’ 발표다. 이 선언엔 남북 동포의 상호교류 및 해외동포의 남북 자유왕래, 이산가족 생사 확인 추진, 남북교역 문호개방, 비군사 물자에 대한 우방국의 북한 무역 용인, 남북 간 대결외교 종식, 북한의 대미·일 관계 개선 협조 등의 내용이 담겼다.1992년 2월 남북 간 위탁가공 교역이 처음 시작됐다. 2년 뒤인 1994년 11월엔 1차 남북경협 활성화 조치가 발표됐다. 하지만 1996년 북한 잠수함 침투 사건으로 대북 지원과 투자가 모두 동결됐다. 1998년 고(故) 정주영 현대그룹 명예회장이 소 1001마리를 끌고 전격 방북한 뒤 분위기가 급변했다. 그해 금강산 관광이 시작됐고, 2000년 개성공단이 착공됐다. 2004년 12월 개성공단에서 첫 제품이 생산됐다. 2005년엔 남북 연간 교역규모가 10억달러를 돌파했다.北 도발 속에서 흔들리다 중단순탄할 것만 같았던 남북 경협은 북한의 잇따른 도발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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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북 제재 속 남북 경제협력 어떻게 하나
주춤하던 남북한 경제협력 논의가 다시 속도를 내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이 광복절 경축사에서 통일경제특구와 동아시아철도공동체를 언급하면서 남북 경협에 대한 기대가 높아지고 있다. 9월로 예정된 3차 남북 정상회담에서 구체적인 경제협력 방안이 논의될 가능성도 있다. 하지만 북한의 비핵화가 선행되지 않으면 실질적인 남북 경제협력은 성사되기 어려운 게 현실이다.문 대통령은 지난 15일 광복절 경축사에서 “남북 간 경제공동체를 이루는 것이 진정한 광복”라며 ‘평화가 경제’라고 강조했다. 이와 함께 “군사적 긴장이 완화되고 평화가 정착되면 경기와 강원 접경지역에 통일경제특구를 설치할 것”이라며 북한을 향해 장밋빛 전망을 제시했다. 북한을 포함한 동아시아 6개국(한국 북한 중국 일본 러시아 몽골)과 미국이 함께하는 동아시아철도공동체라는 깜짝 카드도 내밀었다. 전문가들은 지지부진한 북한의 비핵화 조치를 끌어내기 위해 ‘당근’을 꺼내들었다고 평가했다. 세계의 이목을 끈 6·12 미·북 정상회담 이후 이렇다 할 진전을 보이지 않자 문 대통령이 특단의 조치를 내린 것이란 분석이다.하지만 남북 경협이 구상대로 추진될지는 미지수다. 북한은 핵실험, 대륙간탄도미사일 발사 등으로 유엔과 미국으로부터 원자재 수출 금지, 금융 제재, 원유 수입 제한 등 온갖 경제제재를 받고 있다. 대부분의 남북 경협 또한 이런 제재가 풀려야 가능하다. 북한의 비핵화가 전제되지 않으면 남북 경협이라는 장밋빛 제안이 자칫 공허한 메아리가 될 수 있다는 얘기다. 남북 경협의 실효성과 걸림돌 등을 4, 5면에서 자세히 알아보자.박재원 한국경제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