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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의점 30년… 유통 혁신의 아이콘으로 진화
우리나라에 편의점이 등장한 지 올해로 30주년을 맞았다. 1988년 코리아세븐 법인이 설립된 해를 기준으로 한 것이다. 편의점 1호는 1989년 서울 방이동에서 개점한 세븐일레븐 올림픽점이었다. 지금은 거의 찾아보기 힘들게 된 동네 구멍가게들이 즐비하던 시절에 편의점은 깨끗한 인테리어에다 젊고 친절한 직원, 하루 24시간 운영으로 ‘신기한 고급 슈퍼’로 등장 자체가 화제였다.30년이 된 지금, 편의점은 우리 생활에서 아주 흔하고 편리하게 생필품을 구입하는 ‘국민 유통채널’로 자리 잡았다. 1989년 7개에 불과했던 매장은 올해 3월 4만 개를 넘어섰다. 지방 소도시에서도 집에서 몇 m만 걸어 나가면 편의점이 눈에 띌 정도로 대중화됐다.주목할 것은 편의점의 진화다. 초창기 간편한 삼각김밥과 도시락으로 한 끼 식사를 해결해주던 차원을 넘어 이제는 택배, 금융, 세탁 서비스까지 제공하는 생활 플랫폼으로 영역을 확대하고 있다. 유통 혁신과 물류 혁신을 이끄는 아이콘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국내 편의점 밀집도는 인구 1300명당 1개로 ‘편의점 대국’으로 불리는 일본(2200명당 1개)을 넘어섰다. BGF리테일이 운영하는 CU(점포 수 1만2735개), GS리테일의 GS25(1만2635개), 코리아세븐이 운영하는 세븐일레븐(9371개)에 이어 신세계 이마트24(2949개)가 가세하고 농협도 새로 진출하는 등 여전히 확장일로다. 출혈 경쟁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오지만 그만큼 편의점의 성장 잠재력, 혁신 가능성이 크다는 얘기다.편의점이 ‘혁신의 아이콘’으로 부상했지만 여전히 규제가 많아 그 잠재력을 다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최근에는 근로시간 단축에 따른 여파가 상당하다. 유통 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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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 4만개 '국민 유통 플랫폼'… 편의점은 지금도 변신 중이죠
복합기를 만들던 동화산업은 1988년 5월 편의점 사업에 진출하기 위해 코리아세븐을 설립했다. 1년의 준비기간을 거쳐 1989년 5월6일, 한국 최초의 편의점 ‘세븐일레븐 올림픽점’이 서울 방이동에 문을 열었다. 지금 편의점은 집 근처에서 손쉽게 생필품을 구입하고 한 끼 식사를 해결할 수 있는 곳이다. 당시엔 이런 이미지와는 거리가 멀었다. 구멍가게만 있던 시절, 깔끔한 인테리어에 젊고 친절한 직원들이 물건을 파는 편의점을 놓고 사람들은 ‘고급 슈퍼’로 불렀다. “연예인이나 정치인들이 커피를 마시며 조찬 모임을 했던 곳”(손윤선 전 세븐일레븐 1호점 점장)이기도 했다. 편의점은 1990년대 들어 젊은 층이 데이트를 즐기는 핫플레이스로 떠올랐다. 특히 1997년 말 외환위기를 겪은 뒤에는 ‘저렴한 한 끼 식사’를 제공하면서 국민 유통채널로 성장했다.올림픽과 외환위기가 키운 편의점편의점은 1988년 서울올림픽을 계기로 글로벌화 바람이 불면서 처음 등장했다. 세븐일레븐 올림픽점이 출발이었다. 1990년 훼미리마트(현 CU)와 LG25(현 GS25), 미니스톱 바이더웨이(2010년 세븐일레븐에 합병)가 잇따라 시장에 뛰어들었다. 1호 편의점이 생긴 지 4년 만인 1993년 1000호점을 돌파했다. 편의점 선진국인 일본보다 2년 빨랐다. 유통 1위 기업 롯데쇼핑이 1994년 코리아세븐을 인수하면서 편의점은 본격적인 성장기에 들어섰다.편의점은 ‘밝은 매장’ ‘24시간 영업’ ‘라면이나 김밥을 안에서 먹을 수 있는 장소’ 등의 강점을 앞세워 젊은 층을 사로잡았다. 정가를 고집한 탓에 초기엔 ‘가격이 비싸다’는 부정적인 인식도 있었다. 하지만 규모의 경제와 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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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의점 천국' 일본은 노래방·헬스장·택배 등 끊임없이 도전
일본은 ‘편의점 종주국’을 자처하는 나라다. 지난해 말 기준 일본 전역에는 5만8000여 개의 편의점이 있다. 산간·도서 지역까지 편의점 체인이 들어섰을 정도로 흔하다. 이곳에서 한끼 식사를 해결하는 것은 물론 의류 구매나 각종 공과금을 납부할 수 있다. 일본 편의점은 1985년 7419개에서 2016년 5만5640개로 20여 년 만에 8배 가까이 늘어났다. 세븐일레븐과 훼미리마트로 대표되는 브랜드 역시 13개로 다양하다. 일본 편의점은 더 많은 손님을 잡기 위해 무한변신을 거듭하고 있다. 저출산·고령화에 발맞춘 맞춤형 서비스가 대표적이다. 노래방·헬스장을 도입하는 곳도 생겼다.노인고객 잡기에 나선 편의점노인 인구가 급증하면서 일본 편의점 고객층의 평균 연령도 높아졌다. 세븐일레븐에 따르면 1994년 편의점을 이용한 50대 이상 고객은 전체의 11%였다. 2011년에는 31%로 3배 가까이 늘었다. 반면 20대 미만의 젊은 층 비율은 1994년 59%에서 2011년 33%로 낮아졌다.고령화되는 손님을 잡기 위해 일본 편의점은 다양한 서비스를 내놓고 있다. 1위 기업 세븐일레븐은 2000년 9월부터 도시락 배달 서비스 ‘세븐 밀(meal)’을 선보였다. 거동이 불편하거나 시간적 제약으로 직접 방문하기 어려운 사람들이 대상이다. 전국 1만4000여 개 매장에서 실시 중이다. 70만 명에 이르는 전체 회원 중 60세 이상이 60%다. 배달 상품은 주먹밥이나 샌드위치, 매일 메뉴가 바뀌는 도시락 등 1000여 개다.또 다른 편의점 업체 로손은 2014년 일본 사이타마현 가와구치시에 ‘개호(介護) 전문’ 1호 편의점을 열었다. ‘개호’는 곁에서 돌봐준다는 뜻이다. 개호전문 편의점에서는 노인에게 필요한 물건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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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회용품 사용, 이대로는 안된다
1994년부터 우리나라는 카페 등 영업점 내에서 플라스틱 컵을 사용하는 것이 불법이었다. 이를 위반할 경우 처음에는 20만~30만원 정도의 과태료, 계속해서 적발될 시 수백만원으로 증가하는 게 원래 법률이지만 단속 인원 부족 문제로 거의 없는 법이나 마찬가지인 상태이다. 게다가 일회용 플라스틱 컵 배출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대형 프랜차이즈들은 이미 정부와 일회용품 배출 감소 협약을 맺은 상태라 합법적으로 일회용 컵을 사용하고 있다. 협약 내용처럼 일회용품 사용량을 줄여나간다면 괜찮겠지만, 안타깝게도 거의 지켜지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머그컵 사용을 권장하는 벽보를 붙여놓는 등 최소한의 조치는 이루어지고 있지만, 이를 적극 활용하는 업소는 거의 없다시피 하다. 업소 입장에서는 플라스틱 컵을 주고 그대로 버리는 편이 인건비 면에서나 편리 면에서나 더 낫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업소가 이런 상태라면 최종 목적이었던 환경 보호는 요원해지고 말 것이다.우리나라의 일회용품 배출 상황은 상당히 심각한 상태이다. 우리나라는 플라스틱 사용량이 세계 최고 수준이다. 국내 합성수지 수요는 연간 637만t에 이른다. 매일 쏟아져 나오는 폐플라스틱양도 2003년 3956t에 비해 40%나 증가하였다. 그동안은 배출된 폐플라스틱을 수출해 처리하기라도 했지만, 이제 상황은 더 심각하다. 중국에서 폐자원 수입을 금지함에 따라 우리나라에서 수출하던 폐플라스틱양은 지난해에 비해 92%나 감소했다고 한다. 지금 당장 가능한 대처로는 관련 법률에 관한 단속을 강화하는 것과 환경부담금 제도를 확대하는 것 등이 있겠지만, 이에 대한 반발은 당연히 클 것이다. 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국민 대부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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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월부터 시행되는 주 52시간 근로제가 뭐길래…
오는 7월부터 근로자가 300명 이상인 회사는 1주일에 52시간까지만 일할 수 있게 된다. 주당 근무시간 52시간을 넘기면 사업주가 처벌받는다. 주당 근로시간을 현재 68시간에서 52시간으로 줄이는 내용의 근로기준법, 이른바 ‘근로시간 단축법’이 시행되기 때문이다. 이런 단축 근로제는 2020년 1월부터는 50~299명 사업장, 2021년 7월부터는 5명 이상 근로자가 근무하는 모든 회사로 단계적으로 확대된다. 이제까지 주당 근로시간은 연장근로를 포함해 최대 68시간까지 가능했지만, 근로기준법 개정으로 앞으로는 52시간으로 줄어든다. 국회가 지난 2월28일 근로기준법 개정안을 통과시킴으로써 5년 동안 길게 논쟁을 벌여왔던 근로시간 단축을 성사시킨 것이다.이를 통해 정치권을 중심으로 일과 삶의 균형, 즉 ‘워라밸(work & life balance)’을 누릴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하고 있다. 한국이 세계에서 근로시간이 긴 대표적인 나라로 꼽혀왔던 불명예 리스트에서 빠져나오게 됐다는 평가도 나온다. 그런데 주 52시간 근로제 시행이 다가오면서 근로시간 단축에 대해 걱정하는 사람도 늘고 있다. 주당 근로시간을 16시간씩 줄여야 하는 기업으로선 큰 부담을 안게 됐다. 주문받은 상품의 납기를 맞추거나 제품 생산, 또는 공사기간을 맞추기 위해선 종전보다 더 많은 근로자가 필요해졌다. 그렇다고 인력을 확 늘릴 만큼 돈을 쌓아놓고 있는 회사는 별로 없다. 근로자도 마찬가지다. 일하는 시간이 줄어 좋다고 하지만 그만큼 보수도 줄어드는 것을 감수할 수밖에 없어서다.근로시간 단축에 따른 파장과 그 충격을 완화할 보완책은 무엇인지, 우리나라보다 앞서 근로시간을 줄인 해외 선진국에선 어떻게 대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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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로자 휴식권 보장되지만 급여 줄어들 수밖에 없어 부담
공부를 많이 한다고 처벌받을 수 있을까. 엉뚱한 얘기 같지만 비슷한 내용의 법이 있다. 1주일에 정해진 시간을 넘겨서 일을 하면 안된다는 내용의 법이다. 이 법의 이름은 근로기준법. 지금은 1주일에 68시간 넘게 일하면 안 된다고 규정돼 있지만 오는 7월부터는 주 52시간 이상 일하면 안된다. 모든 사람에게 해당되는 기준은 아니다. 우선은 직원이 300명 이상인 직장에 다니는 사람에게만 해당되지만 직원 수가 많은 곳부터 연차적으로 시행된다.왜 이런 법이 생겼을까. 기업들이 직원의 휴식권을 보장하지 않고 무리하게 일을 시킬까 우려해서 만들어진 법이다. 역사를 보면 법이 정하는 근무시간은 계속 짧아졌다. 근로자들이 충분한 휴식을 취할 권리를 가져야 한다는 이유에서다. 요즘 ‘워라밸(일과 삶의 균형)’이라는 말이 유행하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한데 근로시간 단축은 명암이 엇갈린다.근로자 개인 시간 늘지만 급여는 줄어근무시간이 줄어들면 어떤 일이 생길까. 한국은 장시간 근무하는 관행이 있는 나라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가운데 멕시코 다음으로 근로시간이 길다. “새벽 별을 보면서 출근하고 달을 보면서 퇴근한다” “집에서 9시뉴스를 보는 게 소원이다” 등 자조섞인 농담이 직장인 사이에선 유행이다. 대선주자가 ‘저녁이 있는 삶’이란 구호를 들고 나오자 직장인들이 환호했던 것도 같은 이유다.근무시간을 선제적으로 단축한 기업에 다니는 직원 중 상당수는 변화에 만족한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한 대기업 직원은 “저녁시간을 활용해 자기계발을 할 수 있어 좋다”고 말했다. 다른 대기업의 최고경영자(CEO)는 “근로시간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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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근로시간 저축제'·미국 '탄력적 근로시간제' 등 보완
근로시간을 줄여 일과 생활의 균형을 맞추려는 노력은 우리나라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주요 선진국의 연간 총근로시간은 한국보다 훨씬 짧다. 그런데도 유독 우리나라에서 근로시간 단축이 논란을 빚고 있는 것은 해외와 달리 경직된 규제 일변도여서다. 주요 선진국은 주 40시간 근로를 기본으로 하되 노사가 합의할 경우 연장근로를 최대한 허용하고 있다. 또 탄력적 근로시간제의 운영 기간을 늘려 개별 기업이 유연하게 대응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해외의 근로시간 단축 제도를 살펴보자.근로시간 저축계좌제 등 보완책 많아독일, 영국에선 노사가 자율적으로 근로시간을 배분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독일의 근로시간 저축계좌제가 대표적이다. 특정 기간에 연장 또는 야간근무를 많이 했다면 수당을 받는 대신 휴가를 몰아서 갈 수 있는 제도다. 특정 기간에 일을 많이 한 근로자가 그 시간만큼 나중에 휴가로 사용하거나 미리 휴가를 쓴 뒤 나중에 근무시간 외 업무로 보충할 수 있다.프랑스 핀란드 미국 일본 등에선 탄력적 근로시간제를 1년 단위로 운영할 수 있다. 탄력적 근로시간제란 일정한 기간 내에 어느 주 또는 어느 날의 근로시간을 탄력적으로 정해 운영하는 제도를 말한다. 한 달이든 1년이든 특정 기간을 정해 총 근로시간만 넘기지 않으면 된다. 기업 입장에서는 근로자가 기준 근로시간을 초과해 근무해도 연장 근로수당을 지급하지 않아도 된다. 싱가포르 역시 연장근로시간 제한(월 72시간)을 두고 있으나 주문량이 많은 시기나 경기 변동에 따라 추가적인 연장근로를 허용하고 있다.가령 아이스크림을 만드는 빙과업체나 아파트를 짓는 건설업체, 새로운 게임 출시를 앞둔 게임업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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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유 왕국' 사우디가 원전을 대폭 늘리는 이유
세계 최대 원유 수출국인 사우디아라비아가 원자력발전소를 적극 늘리겠다고 나섰다. 2030년까지 발전용량 1.4GW 원전을 2기 건설하기로 한 데 이어 2040년까지 원전 설비용량(총 발전용량)을 6배가 넘는 17.6GW까지 높인다는 야심찬 목표를 세운 것이다.사우디는 석유왕국답게 원유 채굴비용이 세계에서 가장 싼 국가다. 이런 사우디가 원전 확대에 박차를 가하는 것은 원전이 생산성과 효율성 측면에서 뛰어나기 때문이다. 국제에너지기구에 따르면 2030년께 사우디의 전력 수요는 지금의 3배 정도로 늘어날 전망이다. 외부 환경에 관계없이 안정적으로 전력을 공급할 수 있는 원전을 늘려 미래를 대비한다는 게 사우디 정부의 계획이다. 다른 중동 산유국들도 ‘원전 열풍’에 속속 동참하고 있다. 이집트는 러시아와 손잡고 원전 건설에 거액을 투자하고 있다. 요르단도 2015년부터 러시아 원전업체 로사톰과 긴밀히 협력하며 2025년 첫 원전을 짓기 위해 뛰고 있다.한국과는 대조적이다. 한국은 원전 비중을 대폭 낮추는 정책을 추진 중이다. 정부는 2030년까지 태양광 등 신재생에너지 발전량 비중을 현재의 7%에서 20%로 늘린다는 ‘재생에너지 3020 이행계획’을 작년 말 발표했다. 그러나 신재생에너지는 원전에 비해 생산비용이 훨씬 높아 시기상조라는 비판과 안전을 위해 탈(脫)원전이 불가피하다는 주장이 팽팽하게 대립했다. 원전과 신재생에너지의 장·단점을 4, 5면에서 자세하게 알아보자.성수영 한국경제신문 경제부 기자 syo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