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하기와 글쓰기
▶혁신에 앞장선 기업이 시장을 독점할 때 생기는 문제점에 대해 토론해보자
공정거래위원회가 지난 14일 삼성전자 등 스마트기기 제조업체에 자사 운영체제(OS)를 쓰라고 강요한 구글에 대해 시정명령과 함께 2074억원의 과징금 처분을 내렸다. 공정위가 불공정행위 혐의로 해외 기업에 부과한 과징금 가운데 세 번째로 큰 규모다.
공정위에 따르면 구글은 2011년부터 스마트기기 제조업체와 파편화금지계약(AFA)을 맺고 각 업체가 출시하는 모든 기기에 안드로이드OS를 변형해 개발한 ‘포크OS’를 장착하는 것을 금지했다. 업체들이 직접 포크OS를 개발하는 것도 막았다. 구글은 대신 AFA를 체결하는 업체에 플레이스토어(앱마켓) 라이선스와 안드로이드OS 사전 접근권한을 줬다.▶혁신에 앞장선 기업이 시장을 독점할 때 생기는 문제점에 대해 토론해보자
공정위는 제조업체들이 자사가 개발하는 스마트기기에 플레이스토어를 설치하기 위해 구글과 부당하게 AFA를 체결할 수밖에 없었고, 이 결과 경쟁 OS의 시장 진입이 사실상 불가능해졌다고 판단했다. 스마트기기 제조업체들은 소비자에게 다양한 서비스와 선택을 제공하기 위해 구글의 안드로이드 말고도 여러 포크OS를 쓰려 했지만, 구글이 이를 방해해 결과적으로 자유로운 OS 개발과 시장경쟁이 제한됐다는 것이다. 구글의 모바일 OS 분야 세계 시장 점유율은 2010년 38.0%에서 2019년 97.7%까지 높아졌다.
공정위는 구글에 스마트폰, 스마트TV, 스마트워치 등 모든 스마트기기에서 포크OS 사용을 제한하지 않도록 기존 AFA를 수정하라고 명령했다. 조성욱 공정거래위원장은 “시장을 선점한 플랫폼사업자가 독점적 지위를 강화하기 위해 행하는 반(反)경쟁적 행위에는 국내외 기업을 차별하지 않고 엄정하게 법을 집행하겠다”고 말했다.
최근 네이버, 카카오, 쿠팡 등 국내 대형 플랫폼 기업을 겨누던 공정위의 제재 칼날이 글로벌 기업으로까지 향하면서 전방위적인 플랫폼 규제가 본격화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구글은 이날 입장문을 내고 “이번 결정은 안드로이드와 애플 iOS 사이의 경쟁을 간과했고 안드로이드 생태계를 통한 앱 개발자와 기기 제조사, 소비자가 받은 혜택을 제대로 고려하지 않았다”며 “법원에 항소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정의진/김주완 한국경제신문 기자 justj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