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성호 기자의 열려라! 우리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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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성호 기자의 열려라 우리말
'마음'이 '맘'이면 '적잖은' 은 어디서 왔을까요?
전통적으로 준말의 대표적인 사례는 '사이'가 '새'로, '마음'이 '맘'으로, '싸움'이 '쌈'으로 되는 것이다. 어떤 말의 머리글자만 따서 축약해 쓰는 경우도 있다. '한국은행→한은'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 같은 게 그렇다.요즘 ‘워라밸’ 열풍이 거세다. 한마디로 ‘뜨는 말’이다. 해마다 연말이면 다음 해의 소비 흐름을 예측해온 김난도 서울대 소비자학과 교수가 얼마 전 이 말을 제시했다. 워라밸은 ‘work-life-balance’의 첫소리를 한글로 옮긴 말이다. ‘일과 삶의 균형’을 뜻한다. 보통 영어의 준말은 머리글자를 따서 WLB 식으로 적는데, 이 말은 특이하게 만들어졌다. 영어 발음의 첫소리를 한글로 옮겨 단어화함으로써 빠르게 언중(言衆) 사이에 스며들었다.다양한 준말 적는 방식 중요해져준말(또는 약어)은 둘 이상의 음절로 된 말을 줄여서 간단하게 한 말이다. 원말은 ‘본딧말’이라고 한다. 준말은 예전부터도 많이 쓰였지만 인터넷이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가 발전하면서 막강한 위력을 더해가고 있다.전통적으로 준말의 대표적인 사례는 ‘사이’가 ‘새’로, ‘마음’이 ‘맘’으로, ‘싸움’이 ‘쌈’으로 되는 것이다. 어떤 말의 머리글자만 따서 축약해 쓰는 경우도 있다. ‘한국은행→한은’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 같은 게 그렇다. 약어가 발달한 영어에서는 훨씬 더 다양한 방식으로 준말을 만들어 쓴다. 우리 사회에서는 우리말뿐만 아니라 영문 약어도 흔하게 쓰여 이에 대한 규칙이 점점 더 중요해지고 있다. 규범언어에서는 이를 벗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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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식지'는 '사는 곳'으로 쓰면 더 좋아요
'서식'은 좀 어려운 한자어다. 서(棲)는 '깃들이다, 살다'라는 뜻이다. 나무에 새가 앉을 때 붙잡는 가지란 뜻을 담은 한자다. 여기서 보금자리, 터전이란 뜻으로 쓰이게 됐다. '깃들이다'의 사전 풀이 역시 '조류가 보금자리를 만들어 그 속에 들어 살다'이다.겨울이 시작된다는 입동(立冬·11월7일)을 지나면서 날씨가 완연하게 쌀쌀해졌다. 전국 곳곳에는 아직 억새와 갈대숲이 계절의 끝자락을 붙들며 늦가을 정취를 더한다. ‘화왕산 억새 서식지의 은빛 물결….’ ‘황금 물결 출렁이는 순천만 갈대 서식지….’ 이런 데 나오는 ‘서식지’란 말을 어떻게 봐야 할까? 10여년 전 ‘말짱글짱’이란 문패로 서식지의 용법을 소개한 적이 있다. 당시엔 틀린 표현으로 보았으나 지금은 달라졌다. 이들도 당당히 바른 어법이 됐기 때문이다.‘서식’은 본래 동물에 쓰던 말당시 글의 일부를 살펴보자. <“강원도 정선의 한 깊은 산속, 멸종 위기 식물인 한계령풀이 자라고 있습니다. 다른 지역에서 발견된 군락지와 면적은 비슷하지만 서식지 환경은 다릅니다.” 멸종 위기 식물을 강원도 산 속에서 발견했다는 소식을 전한 방송사 뉴스 대목이다. 여기서 ‘서식’은 틀린 말이다. 서식(棲息)은 ‘동물이 깃들여 삶’을 뜻하는 말이기 때문이다.>전통적으로 ‘서식’은 그렇게 써왔다. 1999년 나온 표준국어대사전도 마찬가지였다. 그 용례로 ‘서식 환경/서식 조사/희귀 동물의 서식을 확인하다’를 들었다. 2010년까지만 해도 국립국어원은 ‘서식’을 동물이 깃들여 삶, ‘서식지’를 동물이 깃들여 사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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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전용어, 우리말 놔두고 꼭 영어로 써야 할까요?
국민 안전을 책임진 소방서에서 구호를 '119의 약속 Safe Korea'라고 정한 것에도 비판이 쏟아졌다. 외국말을 구호로 쓰는 정부 부처의 '무개념'은 둘째 치고 이 정도는 누구나 안다고 생각한 것이었을까? 시민들은 오히려 '안전을 위협하는 안전용어'라고 지적했다.굿닥 2960표, BRT 2720표, Kiss & Ride 2570표…. 우리 국민이 반드시 바꿔 써야 할 말로 꼽은 ‘안전용어’들이다. 우리말 운동 시민단체인 한글문화연대(대표 이건범)는 지난 10월7~9일 사흘간 서울 세종로 광화문 광장에서 시민투표를 벌였다. 우리가 쓰는 안전용어 가운데 16개를 제시한 뒤 마음에 들지 않는 것을 골라 투표하게 했다. 공공언어에서 어려운 말을 버리고 외국어 남용을 줄이자는 활동에 앞장서 온 한글문화연대가 벌이는 ‘안전용어 다듬기’ 작업의 일환이었다.안전 위협하는 안전용어들투표 결과 시민들이 생각하는 것은 서로 비슷했다. 새로 나오는 것, 또는 기존에 쓰던 말 가운데서도 어렵고 국적불명인 용어를 압도적으로 많이 선택했다. 자동제세동기(심장충격기), EMERGENCY(비상전화), 단차(높낮이), Safe Korea(안전한 대한민국), 싱크홀(땅꺼짐), 스크린도어(안전문) 등이 뒤를 이었다.바꾸고 싶은 말 1위에 오른 ‘굿닥’은 연고, 생리대, 휴지, 반창고 등 간단한 비상약을 무료로 갖추고 있는 곳을 뜻한다. 같은 이름의 ‘병원·약국 검색 앱’을 개발한 한 업체에서 서울교통공사와 함께 지하철 등 다중이 이용하는 장소에 설치했다. 그 덕에 최근 이름이 널리 알려지긴 했지만 동시에 대중의 호된 비판을 받는 대상이 됐다. ‘비상약 보관함’ 정도로 쓰면 누구나 알 수 있지 않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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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성호 기자의 열려라 우리말
'총각'을 닮아서 '총각무'라고 하죠
김장은 순우리말 같지만 한자어 '침장(沈藏)'에서 온 말이다. 오랜 세월이 흐르면서 자연스럽게 지금의 김장으로 변했다. 김장의 핵심인 '김치'도 '침채(沈菜)'라는 한자말에서 시작됐다는 것이 규범언어의 관점이다.서리가 내린다는 상강(霜降·10월23일)이 지나면서 날씨가 부쩍 쌀쌀해졌다. 이제 곧 입동(立冬)이다. 올해는 11월7일이다. 입동은 겨울에 들어선다, 겨울이 시작된다는 의미다. 정확히는 겨울이 본격적으로 오기 전, 겨울 초입에 그 기운이 일어선다는 뜻을 담고 있다. 그래서 ‘설 립(立)’ 자를 쓴다. 한자 의식이 약해진 요즘 이를 자칫 ‘들 입(入)’ 자를 쓴 ‘入冬’인 줄 알기 쉬우니 조심해야 한다. 24절기에 들어 있는 입춘(立春), 입하(立夏), 입추(立秋)가 모두 같은 이치로 만들어진 말이다.‘알타리무’는 표준어 경쟁서 탈락‘입동이 지나면 김장도 해야 한다’란 속담이 있듯이, 이 무렵이면 집집마다 김장 담그기에 분주하다. 가을걷이를 끝내고 긴긴 겨울을 나기 위해 먹거리를 준비하는 일이다.김장은 순우리말 같지만 한자어 ‘침장(沈藏)’에서 온 말이다. 세월이 흐르면서 자연스럽게 김장으로 변했다. 김장의 핵심인 ‘김치’도 ‘침채(沈菜)’라는 한자말에서 시작됐다는 것이 규범언어의 관점이다. 침채는 소금에 절인 채소라는 뜻이다. 중세국어에서 ‘팀채’ 정도로 발음하던 것이 ‘딤채→짐채→짐치’를 거쳐 지금의 김치로 굳어졌다.(‘표준국어대사전’, 국립국어원)1995년 만도기계(현 대유위니아)에서 소비자에게 처음으로 김치냉장고란 것을 선보이면서 이름 붙인 ‘딤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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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성호 기자의 열려라 우리말
'기부'와 '채납'은 주체가 다르니 가려 써야죠
기부와 채납은 주체가 각각 다른 말이므로 가려서 써야 한다. 넘기는 쪽은 '기부'하는 것이고, 국가나 지자체 등 받는 쪽이 주어가 될 때 비로소 '기부채납'하는 것이다.2018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이 채 한 달도 남지 않았다. 수능이 끝나면 곧바로 대학 입시의 마무리 단계로 들어간다. 이때 제일 많이 쓰면서도 자주 틀리는 말이 ‘접수(接受)’다. 가령 이 말을 “학생들이 지원서를 접수하려 막판까지 눈치작전을 폈다”는 식으로 표현한다. 접수는 ‘받다’란 뜻인데, 이를 마치 ‘내다’란 의미로 쓰는 데서 오는 오류다.기부는 ‘넘기기’, 채납은 ‘받기’신문에서 자주 볼 수 있는 말 중에 ‘기부채납’의 쓰임새도 같은 유형의 오류다. 가령 다음 같은 문장들은 바른 쓰임새일까?가) 부산시에서 철거한 물놀이장은 2년 전 건설사를 통해 ‘기부채납 받은 것이었다’.나) 기부채납은 사업 시행자가 아파트 등을 건설할 때 도로·공원 같은 공공시설을 직접 조성해 ‘중앙정부나 지방자치단체에 기부하는 제도를 말한다’.‘기부채납(寄附採納)’은 ‘기부’와 ‘채납’이 결합된 용어로, 사전에 올라 있는 말은 아니다. 그러나 법률용어로는 아주 오래전부터 써오는 말이다. 예문의 작은따옴표 안은 무심코 넘기기 십상이지만 살펴보면 어딘지 어색한 데가 있다. ‘기부’는 흔히 쓰는 말이지만 ‘채납’은 뜻도 어렵고 일상에서 거의 쓰지 않는 단어다. ‘채납(採納)’은 선별해 받는다는 뜻이다. 국유재산법에 따르면 ‘기부채납’이란 ‘국가 외의 자가 재산의 소유권을 무상으로 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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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성호 기자의 열려라 우리말
60돌 맞은 '큰사전'의 역사를 돌아보면 …
올해 한글날은 최초의 우리말 대사전 격인 ‘조선말 큰사전’ 완간 60돌이기도 했다. 1947년 제1권을 펴낸 뒤 순차적으로 1957년 10월9일 마지막 제6권이 세상에 모습을 드러냈다.지난 9일은 571돌을 맞은 한글날이었다. 세종대왕이 1443년 훈민정음을 창제하고 1446년 음력 9월 상한에 이를 반포했는데, 그것을 기념하는 날이 지금의 한글날이다.10월은 우리말 역사에서 기억해야 할 일이 많은 달이다. 우선 올해 한글날은 최초의 우리말 대사전 격인 ‘조선말 큰사전’ 완간 60돌이기도 했다. 1947년 제1권을 펴낸 뒤 순차적으로 1957년 10월9일 마지막 제6권이 세상에 모습을 드러냈다. 큰사전의 출발이 일제 강점기이던 1929년 10월 조선어사전편찬회를 구성하면서 비롯됐으니 28년에 걸친 대장정이었다.서울역 창고에서 되찾은 사전 원고우리말 지식의 보고인 큰사전 편찬 과정은 우리 민족의 수난사와도 궤를 같이한다. 사전을 만들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먼저 통일된 맞춤법이 필요했다. 그에 따라 조선어학회에서 ‘한글마춤법 통일안’을 발표한 게 1933년 10월이다. 이어 1936년 10월 ‘사정한 조선어 표준말 모음’을 펴냈다. 일제의 감시와 간섭 속에 어렵사리 꾸려오던 편찬작업은 1942년 10월 들어서부터 노골적인 탄압을 받았다. ‘조선어학회 사건’이 터진 것이다. 학자·후원자 등 30여 명이 체포, 구금되고 사전 원고는 압수됐다. 당시 원고는 16만여 어휘를 풀이까지 마쳐 거의 완성 단계에 이르렀었다. 일제는 이 원고에서 ‘조선’ ‘임진왜란’ ‘무궁화’ 같은 우리 민족성을 드러내는 말의 설명을 놓고 꼬투리를 잡았다. 또 ‘경성’은 풀이가 긴데 &l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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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석엔 '제사'가 아니라 '차례'를 지내는거죠
차례(茶禮)와 제사(祭祀)는 형식은 비슷하지만 내용에서는 다르다. 차례는 명절을 맞아 돌아가신 조상을 공경하는 전통예법이다. 이에 비해 제사는 고인의 기일에 맞춰 음식을 바치는 의식으로, ‘기제사(忌祭祀)’를 가리킨다.추석이 다가오자 차례상을 준비하는 주부들의 손길도 빨라지고 있다. 올 추석은 10월4일이다. 음력으로 치면 8월 보름날이다. ‘보름’이란 (음력으로) 그달의 열닷새째 되는 날을 가리킨다. 월인천강지곡(1449)에 ‘보롬’으로 나오니 비교적 형태를 유지한 채 500년 이상을 이어온 셈이다. 명절과 관련한 말들은 조상 대대로 써온 생활어이기 때문에 누구나 알고 있을 것 같지만 의외로 헷갈리고 자주 틀리는 말이 꽤 있다.염불에선 ‘잿밥’, 제사에선 ‘젯밥’보름날 중에서도 달이 유난히 크고 둥글게 뜨는 날을 따로 ‘대보름’이라고 했다. 우리말에는 명절로서의 대보름이 두 개 있다. 일반적으로 ‘대보름날’이라고 하면 정월 대보름(음력 1월15일)을 가리킨다. 우리 조상들은 이와 구별해 추석을 ‘팔월대보름’이라 하여 설에 버금가는 명절로 지냈다.이날은 햅쌀로 송편을 빚고 햇과일 따위의 음식을 장만해 차례를 지낸다. 이 차례(茶禮)를 제사(祭祀)와 혼동하는 경우가 꽤 있다. 차례와 제사는 형식은 비슷하지만 내용에서는 다르다. 차례는 명절을 맞아 돌아가신 조상을 공경하는 전통예법이다. 이에 비해 제사는 고인의 기일에 맞춰 음식을 바치는 의식으로, 정확히는 ‘기제사(忌祭祀)’를 가리킨다. 추석에는 송편을 준비하는 데 비해 제사 때 올리는 밥은 ‘메’라고 한다는 것도 알아둘 만하다.‘잿밥&r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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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고마비'엔 유비무환 정신 담겼죠
중국인들은 가을이 되면 언제 오랑캐가 침입해 올지 모르니 미리 이를 경계해야 했다. 거기서 나온 말이 ‘추고새마비(秋高塞馬肥)’다. 가을(秋)이 깊고(高) 변방(塞)의 말(馬)이 살찌는(肥) 시절이니 흉노의 침입에 대비해야 한다는 뜻이다.지난주는 추분(9월23일)을 앞두고 막바지 늦더위가 이어졌다. 추분이 지나면 점차 밤이 길어지기 때문에 가을이 왔음을 실감할 수 있다. 맑은 날씨가 이어지고 아침저녁으로 제법 쌀쌀해져 산에는 단풍이, 들녘엔 오곡이 무르익어 갈 때다. 그래서 예로부터 ‘천고마비(天高馬肥)의 계절’이라고 했다. 글자 그대로 하늘은 높고 말이 살찐다는 뜻으로 풍요로운 가을, 활동하기 좋은 시절을 상징하는 말이다.오랑캐 침략 경계한 ‘추고마비’가 원말이 말이 지금 같은 뜻으로 쓰이기까지에는 곡절이 있다. 천고마비의 유래는 《한서(漢書)》 ‘흉노전’이다. 중국의 역사는 한마디로 ‘중원(中原)’을 차지하기 위한 전쟁사라고 할 수 있다. 중원은 황허 중하류 유역을 가리킨다. 이곳은 토지가 비옥하고 수량이 풍부해 예로부터 문명이 발달하고 풍요로운 삶을 누리던 지역이었다. 지금의 허난성을 중심으로 산둥성, 산시성(陝西省) 일대를 가리킨다. 허난성의 낙양(뤄양), 산시성의 장안(지금의 시안) 같은 천년 고도가 한가운데에 있다.하지만 중원 북방은 척박한 땅이었다. 말 타고 수렵생활을 하며 노략질을 일삼던 유목민족의 터전이었다. 그중에 흉노족은 몽골고원에서 활약한 기마민족인데, 사납고 거칠기가 그지없었다. 이들은 넓은 초원에서 봄부터 여름까지 말에게 풀을 먹이며 말을 살찌웠다. 추운 겨울이 닥치기 전 그 힘 좋고 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