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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홍성호 기자의 열려라 우리말

    '따 논 당상'이 아니라 '따 놓은 당상'이에요

    “남의 잔치에 감 놔라 배 놔라 한다”라는 말을 흔히 쓴다. 남의 일에 공연히 간섭하고 나서는 것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우리 속담이다. 개인뿐만 아니라 국가 차원에서도 이런 경향을 얼마든지 찾아볼 수 있다. “우승은 따 논 당상”이라고도 한다. 일이 확실하여 조금도 틀림이 없음을 나타낼 때 하는 말이다. 두 속담에 쓰인 ‘놔라/논’은 모두 기본형 ‘놓다’에서 온 말이다.‘놓다’는 규칙활용…‘논’으로 줄지 않아그런데 ‘놔라/논’ 형태를 보기에 따라 좀 낯설게 느끼는 이들이 있을 것이다. ‘놓아라/놓은’이라 해야 하지 않을까 하는 의문이다. 결론부터 말하면 ‘놓아라’는 ‘놔라’로 줄여 쓸 수 있지만, ‘놓은’은 ‘논’으로 줄지 않는다. 틀린 표기라는 뜻이다.우선 ‘놔라’부터 살펴보자. ‘놓다’는 규칙동사다. 활용을 해보면 쉽게 알 수 있다. ‘놓고/놓지/놓아/놓은/놓았다’ 식으로 어간인 ‘놓-’ 부분은 변하지 않는다. 그런데 현실적으로 ‘놓아’나 ‘놓아라/놓았다’ 같은 것을 ‘놔/놔라/놨다’로도 쓴다. 받침 ㅎ이 탈락하면서 말 자체도 줄어들었다. 이는 비슷한 형태인 ‘좋다’가 ‘좋아→좌’가 되지 않는 것을 보면 특이한 사례다. 그래서 한글 맞춤법에서도 이를 예외적인 현상으로 다뤄 그 용법을 인정했다. 맞춤법 35항에서 ‘놓다’가 어미 ‘-아’와 결합할 때 ‘놓아→놔, 놓아라→놔라, 놓았다→놨다’로 줄어들 수 있다고 따로 정했다. 두 가지를 다 쓸 수 있다는 뜻이다.그러나 ‘놓은’을 &lsquo

  • 홍성호 기자의 열려라 우리말

    '집이 참 넓으네'?…'넓네'가 옳아요

    계절은 성큼 다가와 어느새 남녘에는 개나리가 한창이라고 한다. 그 개나리꽃을 보면서 우리는 “개나리가 노라냐?” 할까, “~노랗냐?”라고 할까? 또는 “개나리가 노라니?” 하고 물을 수도 있고, “~노랗니?”라고 할 수도 있다. 어떤 이는 이를 “~노라네” 또는 “~노랗네”라고 할지도 모른다. 어미 ‘-냐/-니/-네’를 통해 우리말 종결어미의 문법성을 알아보자. 이들은 앞말에 붙는 조건이 똑같다는 게 포인트다.‘-냐/-니/-네’는 세쌍둥이…같은 듯 달라우선 ‘노랗다’는 ㅎ불규칙 용언이라는 점을 떠올려야 한다. 그중에서도 형용사이므로 의문 종결어미로 ‘-느냐’가 아니라 ‘-으냐’가 붙는다(지난 호 참조). 이때 ㅎ불규칙은 모음어미가 올 때 받침이 탈락하므로 ‘노랗+으냐→노라냐’가 된다. 그런데 국립국어원은 2015년 9월 어미 ‘-냐’의 용법을 모든 용언의 어간에 붙을 수 있게 바꿨다. 현실적으로 많이 쓰는 말을 어법으로 수용한 것이다. 따라서 지금은 ‘노라냐/노랗냐’를 둘 다 쓸 수 있다.‘노라니?/노랗니?’는 어떨까? 이 역시 활용할 때 형용사이므로 의문 종결어미 ‘-으니’가 붙는다. 불규칙 활용을 하므로 ㅎ이 탈락해 ‘노랗+으니→노라니’가 된다. 그런데 이를 다른 각도에서 접근하면 또 다른 결과가 나온다. 어미 ‘-니’는 모든 용언의 어간에 직접 붙을 수 있다는 것을 지난 호에서 살폈다. 즉 ‘노랗+니’도 가능하다. 이는 ‘-냐’를 좀 더 친근하고 부드럽게 이르는 표현이다. 따라서 ‘노라니?/노랗니?’ 역시 다 된다.이제 ‘노

  • 홍성호 기자의 열려라 우리말

    '돕느냐?' '돕냐?'는 맞고 '도우냐?'는 틀려요

    ‘쉬이 잠들지 못하는 현대인을 위해… 세 가지 자연성분 향수로 숙면 도운다.’ 얼핏 지나치기 쉬운 이 문장에는 잘못 쓴 곳이 하나 있다. ‘도운다’가 그것이다. ‘돕다’는 ㅂ불규칙 동사다. 이 말은 활용 시 ‘돕고, 돕는, 도와, 도우면’ 식으로 어간이 불규칙하게 변한다. 이들은 말을 해보면 분명히 드러나니 쓰는 데 염려가 없다. 하지만 ‘도운다/돕는다’를 비롯해 ‘도우네/돕네’ ‘도우냐/돕느냐/돕냐’ ‘도우니/돕니’쯤 가면 헷갈려하는 것 같다. 모두 종결어미란 공통점이 있다.동사/형용사 따라 ‘-느냐/-으냐’ 구별우선 확실한 것부터 짚어 보자. ‘돕다’가 동사인 것은 누구나 안다. 우리말에 어떤 사건이나 사실을 서술하는 데 쓰는 종결어미는 뭐가 있을까? ‘-는다/-ㄴ다/-다’ 정도가 떠오를 것이다. 이들이 붙는 환경이 각각 다르다. ‘먹는다, 웃는다’를 생각하면 동사 뒤에는 ‘-는다’가 온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잠을 잔다, 아이가 논다’처럼 동사 중에서도 받침이 없거나 ㄹ받침일 때는 ‘-ㄴ다’가 붙는다. 또 ‘물이 맑다, 하늘이 파랗다’처럼 형용사에는 ‘-다’가 붙는다는 점도 확인된다.이를 굳이 외우지 않아도 된다. 그냥 말로 해보면 안다. 그렇다면 일단 ‘도운다/돕는다’는 답이 나온다. ‘돕다’는 동사이므로 당연히 ‘돕는다’이다(‘도운다’ ×). 물음을 나타낼 때도 ‘돕느냐’가 된다(‘도우냐’ ×). 이 역시 동사에는 ‘-느냐’를, 형용사에는 ‘-으냐’를 붙인다. 이런 방식으로 ‘먹느냐?

  • 홍성호 기자의 열려라 우리말

    병이 '나았다'를 '났다'로 쓰는 건 틀리죠 ~

    글쓰기에서 맞춤법 오류는 사소한 듯하면서도 신경 쓰이는 부분이다. 몇 해 전에는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 ‘틀리기 쉬운 맞춤법 10위’란 제목의 글이 올라와 화제가 됐었다. 1위가 ‘어이없다’를 ‘어의없다’로 알고 쓴다는 것이었다. 2위에는 ‘병이 나았다’를 ‘병이 낳았다’로 잘못 쓰는 게 꼽혔다. ‘낳았다’를 통해 용언의 규칙 활용과 불규칙 활용에 대해 좀 더 알아보자.‘나다/낫다/낳다’ 구별해 써야우리말에서 [나?따]로 발음될 수 있는 말은 세 가지 경우가 있다. ‘나다[나다]’와 ‘낫다[낟따]’ ‘낳다[나타]’에 서술어미 ‘-았다’가 붙었을 때다. 이들이 활용하는 꼴이 다 다르다. 그만큼 어미 활용은 가짓수도 많고 복잡하기도 하다.우선 ‘나다’는 규칙동사다. ‘병이 나다’라고 하면 병이 생겼다는 뜻이다. 여기에 ‘-았다’가 붙으면 ‘병이 났다’이다. ‘나+았다→났다’로 줄어든다. 맞춤법 제34항 준말 규정 가운데 하나다. 이때 두 모음이 반드시 하나로 줄어들므로 이를 줄기 전 형태인 ‘나았다’라고 쓰면 안 된다. ‘사과를 따+았다’가 줄어 ‘~땄다’라고 하듯이 늘 줄어든 형태로 적어야 한다.‘병이 나았다’라고 하면 다른 말이 된다. 이때의 ‘나았다’는 ㅅ불규칙 용언인 ‘낫다’에서 온 말이다. ‘낫+았다’가 결합해 ‘나았다’로 바뀌었다. ‘낫다’는 병이나 상처 따위가 고쳐졌다는 뜻이다. 이 말은 ‘낫고, 낫게, 낫지, 나아, 나으면, 나으니…’ 식으로 어간이 불규칙하게 변한다. 이런 경우는 원

  • 홍성호 기자의 열려라 우리말

    하늘이 '파랍니다'는 '파랗습니다'로 써야죠

    근래에는 미세먼지로 맑은 하늘을 보는 게 쉽지 않다. 간혹 파랗게 갠 하늘을 보면 반가울 정도다. “미세먼지가 걷힌 하늘이 파랗습니다/파랍니다.” 이 문장에 쓰인 ‘파랗다’의 어미 활용을 어렵게 느끼는 이들이 있다. 맞춤법 제18항에 나오는 ㅎ불규칙 용언 얘기다. 현행 한글 맞춤법이 시행된 지 30년이 넘었지만 사람들은 여전히 이 용법을 헷갈려한다. 거기에는 까닭이 있다.맞춤법을 외우려고 하면 더 어려워져한글 맞춤법은 우리말을 한글로 적을 때 적용하는 규칙이다. 일제 강점기 때인 1933년 조선어학회(현 한글학회)에서 제정한 ‘한글 맞춤법 통일안’을 근간으로 하고 있다. 여러 차례 개정을 거쳐 마지막으로 1988년 문교부(현 교육부)에서 확정 고시해 쓰고 있는 게 현행 맞춤법이다.그 한글 맞춤법 일부 조항에 변화가 생겼다. <맞춤법 제18항 ‘그렇다’의 활용 예 중 ‘그럽니다’ 삭제.> 1994년 12월 26일 국어심의회 결정에 따른 것이었다(국어심의회는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의 자문에 응해 국어에 관한 중요 사항을 심의하는 법정기구다). 이때 ‘까맙니다, 동그랍니다, 퍼럽니다, 하얍니다’ 등 ㅎ불규칙 용언의 ‘-ㅂ니다’ 활용 예가 모두 삭제됐다. 한글 맞춤법에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우선 ‘-습니다’와 ‘-ㅂ니다’를 구별해 보자. 이들은 우리말 존대법 가운데 상대높임법에 쓰이는 서술 어미다. 어떤 것을 쓸지는 이들이 결합하는 앞말에 따라 달라진다. ‘-ㅂ니다’는 ①‘ㄹ’ 받침 용언의 어간 뒤 ②받침 없는 용언의 어간 뒤 ③‘-이다’를 높일 때 ④어미 ‘-으시’ 뒤에 붙는다. ‘-습니다&r

  • 홍성호 기자의 열려라 우리말

    롱패딩은 '길다란' 게 아니라 '기다란' 거죠

    “요즘은 무릎 아래까지 오는 길다란 롱패딩이 유행이야.” “겸손이라는 것은 얇다랗고 긴 평균대에서 균형을 잡는 것과도 같다.” “대전의 한 전통시장, 넓다란 통로가 인파로 발 디딜 틈이 없습니다.” 인터넷에서 눈에 띄는 대로 모은, 정서법에 어긋난 문장들이다. 어디가 틀렸을까? ‘길다란’은 ‘기다란’을 잘못 쓴 것이다. ‘얇다랗고’ ‘넓다란’도 ‘얄따랗고’ ‘널따란’으로 써야 한다.‘소리적기+형태적기’가 표기 양대원칙글쓰기에서 이런 오류는 흔히 벌어진다. 사소한 것 같지만 때론 심각한 결과를 초래한다. 채용 심사에서 탈락하기도 하고(2017년 잡코리아 조사), 이성의 호감도를 떨어뜨리기도 한다(2017년 알바몬 조사). 그렇다고 수많은 단어 표기를 외울 수도 없는 노릇이다. 방법은 ‘원칙을 알고 응용’하는 것이다.한글 맞춤법의 기본 원칙은 총칙 제1항에 담겨 있다. ‘표준어를 소리대로 적되, 어법에 맞도록 함을 원칙으로 한다’고 했다. 이 의미를 이해하는 게 중요하다. 이 조항은 한글 맞춤법의 두 가지 대원칙, 즉 소리대로 적는 방식과 형태를 유지해 적는 방식을 밝히고 있다. 한글은 세계적으로 우수한 소리글자(표음문자)다. 웬만한 말소리를 그대로 글자로 나타낼 수 있다. 그렇다고 맞춤법도 표음주의로 돼 있을 것으로 오해해선 안 된다. 한글 맞춤법은 표음주의에 형태주의를 절충해 만들어졌다. 형태주의란 글자 형태를 바꾸지 않고 고정시키는 것을 말한다. 가령 ‘꽃’과 ‘잎’이 어울리면 소리는 [꼰닙]으로 나지만 형태는 ‘꽃잎’을 유지한다.1954년 겪은 ‘한글파

  • 홍성호 기자의 열려라 우리말

    ㄴ받침 뒤에선 '률' 아닌 '율'로 써야 해요

    해마다 국회 국정감사에서는 ‘잘못 쓰는 우리말 사례’가 단골 소재로 거론된다. 그만큼 우리말에 대한 인식이 커졌다는 뜻이다. 하지만 뒤집어 보면 우리 주위에서 국어 사용 오류가 여전히 많다는 의미로도 해석할 수 있다. 지난해 10월 윤상직 국회의원(자유한국당)은 과학기술정보통신부 국감에서 ‘생존율’을 ‘생존률’로 잘못 쓰는 등 맞춤법을 틀리게 낸 보도자료 사례를 지적했다.모음 또는 ㄴ받침 뒤에서만 ‘-율’로 적어황주홍 민주평화당 국회의원은 한국농어촌공사 등을 대상으로 한 국감에서 숫자 표기 방식의 오류를 질타했다. ‘20천 톤, 50백만 원.’ 정부 및 공공기관 공문서에 쓰인 이런 식의 표기는 국어기본법을 준수하지 않은 것이다. 2만 톤, 5000만 원이라고 하면 누구나 금세 알아본다.생존율에 붙은 ‘-율(率)’은 비율의 뜻을 더하는 접미사다. 본래 음은 ‘률’이다. 이 말은 ‘경쟁률/입학률/취업률’ 같은 데서는 ‘-률’로, ‘감소율/할인율/환율’ 같은 데서는 ‘율’로 적는다. 한국인이 자주 틀리는 맞춤법 가운데 대표적인 것이다. 하지만 ‘-률/-율’의 구별은 확실하고도 단순한 규칙이 있다. 우선 원래 음이 ‘-률’이므로 단어를 소리 나는 대로 적으면 된다. 다만 <모음이나 ㄴ받침 뒤에서는 ‘-율’로 적는다>는 규정만 기억해 두면 된다. 한글맞춤법 11항에 나오는, 우리말 두음법칙 가운데 하나다. 두음법칙이란 ‘한자어에서 첫머리에 ㄴ, ㄹ이 오는 것을 피한다’는 규정이다. 발음이 자연스럽지 않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녀자(女子)’는 ‘여자’로, ‘

  • 홍성호 기자의 열려라 우리말

    '아닌'과 '아니라'의 차이

    이동통신 3사가 지난 1일 세계 최초로 5세대(5G) 상용 전파를 송출하며 ‘5G 시대’ 개막을 알렸다. 한 회사는 곧바로 5G 첫 가입자를 선정해 발표하기도 했다. 언론에서도 앞다퉈 관련 보도를 쏟아냈다. 그중 주목할 만한 문구가 하나 있었다. ‘5G 1호 가입자는 사람 아닌 로봇.’‘아니라’ 써야 할 곳에 ‘아닌’ 남발해기사에서도 십중팔구 이런 식의 문구가 이어졌다. 사람 아닌 로봇? 이게 가능한 표현인가? 무엇을 뜻하는지는 알겠는데…. 하지만 아무래도 어색하다. 이런 식의 표현은 다양한 상황에서 흔히 접할 수 있다. 얼마 전 치킨 가격이 화제가 됐을 때다. “치킨 가격이 다시 들썩인다. 페리카나 등은 최근 가맹본부가 아닌 가맹점주 주도로 메뉴 가격을 1000~2000원씩 올렸다.” ‘가맹본부가 아닌 가맹점’은 또 무슨 말일까? 가맹본부인 가맹점이 따로 있나? 그렇다면 말이 되겠지만 그런 것은 아니다.그런데도 사람들은 별 탈 없이 이런 말을 흔히 쓴다. 언제부터인지 이런 표현이 급속히 늘어 우리말글을 시달리게 하고 있다. △자율주행차는 이제 미래가 아닌 현실 속의 이야기다. △그는 안보전문가가 아닌 통상전문가다. △내일 행사에는 대통령이 아닌 국무총리가 참석할 예정이라고 한다.말로 할 때는 “미래가 아니라 현실이야”라고 한다. 이를 “미래가 아닌 현실이야”라고 하는 게 요즘 글쓰기 실태다. 나머지도 모두 ‘A가 아니라 B’로 써야 할 문구다. ‘아닌’과 ‘아니라’를 구별하기 위해 특별히 문법적 지식이 필요한 것은 아니다. 모국어 화자라면 직관적으로 알 수 있다. 집합 관계를 따지는, 약간의 수학적 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