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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홍성호 기자의 열려라 우리말

    '저희 나라'?… 같은 국민끼리는 '우리나라'죠

    같은 국민끼리 '저희 나라'는 성립하지 않는다. '우리나라'라고 해야 한다. 대통령이 국민을 상대로 '저희 나라'라고 할 수 있을까? 심리적으론 그러고 싶겠지만 이치상 맞지 않는다.우리가 ‘저희’를 얼마나 알고 있을까? ‘우리’를 낮춰 이르는 말이란 것쯤은 누구나 안다. 그런 관점에서 ‘저희 나라’의 문법성 논란이 꾸준히 있어 왔다. 핵심은 국가 간에 이 표현을 쓰는 게 적절하냐에 모아져 있다. 지난해 말에는 대통령 부인과 외교부 장관의 ‘저희 나라’ ‘저희가~’ 발언이 알려져 인터넷상에서 논쟁이 일기도 했다.외국인에겐 써도 어법상 문제없어전통적으로 국가 간에는 ‘우리나라’를 써야 한다는 주장이 주류를 이뤄왔다. 국립국어원의 <표준화법해설(1992)>에서 “나라를 표현할 때는 언제나 ‘우리나라’로 해야 한다”고 설명한 것도 그중 하나다. 언중 사이엔 그 이유로 ‘나라마다 존엄성을 지킬 필요가 있기 때문’(리의도, ‘올바른 우리말 사용법’)이라는 시각이 꽤 설득력 있게 알려져 있다.‘저희’ 용법을 이해하려면 그 근원인 ‘우리’에서 출발하는 게 좋다. ‘우리’는 세 가지로 쓰인다. 하나는 ①단수로 쓴 우리다. “우리 집은 대전에 있어.” “우리 아내는 명품을 너무 좋아해.” 이때의 ‘우리’는 친밀한 관계임을 나타내는 말이다. 실제로는 ‘나의’의 뜻인데 이게 집단화해 ‘우리’로 나타나는 것이다. 이 어법은 수사학의 ‘일반화’ 기법과 비슷한데, 우리말에선 일상적으로 자연스럽게 쓰인다. 둘째는 진짜 복수형으로 쓴 &

  • 홍성호 기자의 열려라 우리말

    '사죄의 뜻을 전했다'와 '사죄했다'의 차이

    '사의를 표하다'는 곧 '고맙다고 하다'이다. '사죄의 뜻을 전했다'라고 하지 말고 바로 '사죄했다'라고 쓰면 된다. 그것이 우리말다운, 자연스러운 표현이다.정치·외교적으로 쓰이는 ‘유감(遺憾)’은 말에서도 ‘악화가 양화를 구축(驅逐)’할 수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다. 의미적 모호성이 특징인 이 말이 일상적 상황에까지 퍼져 다양한 기존 어휘 사용을 방해한다는 점에서 그렇다. 현실언어에서 유감이 쓰이는 영역은 꽤 넓다. ‘아쉽다, 안타깝다, 안쓰럽다, 서운하다, 섭섭하다, 언짢다, 불만스럽다’ 등 섬세하게 구별해 써야 할 말들을 대신한다. 심지어 ‘미안하다, 사과하다, 사죄하다, 죄송하다, 송구하다’ 등 용서를 구하는 말을 써야 할 때도 ‘유감’이 자리를 차지한다.유감·입장은 얼버무릴 때 쓰기 편한 말우리는 이미 ‘입장(立場)’에서 비슷한 경험을 겪었다. 일본에서도 잘 쓰지 않는 이 말이 들어와 대체한 우리말이 꽤 많다. ‘처지, 견해, 의견, 태도, 형편, 생각, 주장, 방침, 상황…’ 등 문맥에 따라 달리 쓸 말 10여 가지를 ‘입장’이 대신한다. ‘당혹스러워하고 있다’라고 해야 할 때 ‘당혹스럽다는 입장이다’ 식으로 써서 우리말을 망가뜨리기도 한다.입장처럼 유감도 모호하게 쓰인다는 공통점이 있다. 그 모호함은 어휘적·통사적 양쪽으로 실현된다. 우선 어휘적 측면에서 ‘유감’은 지난호에서부터 살폈듯이 일반적 상황에서 사과의 의미로 써서는 안 될 말이다. 오히려 그 반대로 마음에 차지 않고 서운한 감정이 남았다는 뜻을 담고 있다.다른 하나는 통사적 차원

  • 홍성호 기자의 열려라 우리말

    '유감'은 사과가 아니라 섭섭할 때 쓰는 말이죠

    우리가 알고자 하는 유감은 '遺憾'이다. 남길 유(遺), 섭섭할 감(憾)이다. 즉 '마음에 차지 않아 섭섭하거나 불만스럽게 남아 있는 느낌'(표준국어대사전)을 말한다.‘미투 운동’이 일파만파로 번졌다. 그 와중에 우리말 ‘유감’도 다시 주목받고 있다. 가해자로 지목된 사람들이 사과한다고 말한 속에, 또는 이를 보도하는 언론 표현에 자주 등장한다. 대개 이런 투다. “상처받은 이들에게 유감의 뜻을 표한다.” 그런데 썩 자연스럽지가 않다. 사과의 진정성도 잘 느껴지지 않는다. 왜일까? 이유는 ‘유감’이란 말의 용법에 문제가 있기 때문이다.본래 쓰임새는 서운하다는 뜻‘유감’의 정체는 의외로 잘 알려져 있지 않은 것 같다. 유감을 한자로 써 보라고 하면 자칫 ‘有感’ 정도를 떠올리기 십상이다. 하지만 이는 다른 말이고, 우리가 알고자 하는 유감은 ‘遺憾’이다. 남길 유(遺), 섭섭할 감(憾)이다. 즉 ‘마음에 차지 않아 섭섭하거나 불만스럽게 남아 있는 느낌’(표준국어대사전)을 말한다. 한마디로 ‘섭섭하다’ 또는 ‘언짢다’는 뜻이다. 다른 말로 하면 감정(憾情·이 역시 感情과 구별해야 할 말이다)이 있다는 뜻이다. “너, 나한테 유감 있냐?”라고 하면 “나한테 불만 있냐?”는 뜻이다.그런데 언제부터인가 우리 사회 일각에서 이 말에 사과의 의미를 담아 쓰기 시작했다. 유감의 감(憾)은 ‘대단히 강하게 느끼는(感) 감정(心)’이란 뜻을 담았다. 기쁨보다는 한스럽고 분한 감정에 나타나는 느낌을 말한다(하영삼, ‘한자어원사전’). 표준국어대사전을 비롯해 한글학회 우리말큰사전

  • 홍성호 기자의 열려라 우리말

    손모아장갑·엄지장갑… 우리말이 풍성해져요

    평창패럴림픽에서 인기를 끈 '손모아장갑' 같은 대체어는 의미도 살아 있을뿐더러 무엇보다 점잖은 표현이라 좋다. 또 다른 대체어인 '엄지장갑'과 함께 일상어로 자리잡도록 힘을 모을 만하다.2013년 9월 SBS 새 월화드라마 ‘수상한 가정부’ 제작진은 방영을 앞두고 제작발표회를 열었다. 이 자리에서 제작진은 좀 특별한 해명을 했다. “제목에 쓰인 ‘가정부’라는 말이 이 직업군을 비하하는 것으로 여겨질지 몰랐다”며 “논란이 되는 부분은 가사도우미나 가정관리사라는 말로 순화해 촬영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드라마는 가정부라는 제목으로 인해 방영 전부터 한국여성노동자회와 전국가정관리사협회로부터 항의를 받았다.의미 살리고 표현도 점잖아‘일정한 보수를 받고 집안일을 해 주는 여자’를 가리키는 말은 사전적으로 가정부 또는 파출부다. 하지만 통계청의 한국표준직업분류에 따른 공식 명칭은 가사도우미다. 사전에 오른 정식 ‘단어’는 아니다. 여성단체에서 가정부와 파출부를 비하어로 지목하자 이를 대체한 용어로 쓰고 있는 것이다.그런 배경에는 우리말에서 ‘-부’가 험하고 힘든 일이나 직업군에 많이 쓰인다는 인식이 깔려 있다. 광부, (공사장)인부, 청소부, 접대부, 간호부 등이 그런 예들이다. 이 중 청소부는 청소원을 거쳐 (환경)미화원이 됐다. 간호부 역시 간호원으로 바뀌었다가 지금은 간호사로 불린다. 이들이 애초부터 비하어여서 바꾼 게 아니다. 사회적 인식 변화에 따라 좀 더 점잖게 부르는 말이 필요해졌기 때문이다. 사회 발전에 따른 언어의 분화·진화인 셈이다.‘장님→시각장애인’ 등

  • 홍성호 기자의 열려라 우리말

    '장님'은 원래 낮춤말이 아니었죠

    1990년대 초까진 장님이 소경의 높임말이었다. 귀머거리와 벙어리에도 낮잡는다는 뜻이 없었다. 북한 사회과학출판사에서 1992년 펴낸 <조선말대사전>도 마찬가지다.“KBS 방송심의위원회의 케이윌 ‘최면’ 방송불가 판정을 적극 환영한다. 소속사는 ‘사랑의 감정을 표현하지 못한 자신을 벙어리에 비유한 것일 뿐’이라며 장애인을 비하하는 말로 사용하지 않았다고 주장하지만 대중가요를 접하는 수많은 시민과 청소년들은 ‘벙어리’란 용어를 자연스럽게 받아들여 청각장애인에 대해 무의식적으로 비하용어를 사용할 우려가 있다.”1990년대 말 사회적 인식 변화 반영2009년 11월 7일 한국농아인협회에서 발표한 성명서의 한 대목이다. 지난호에서도 언급했듯이 우리말에서 장님이나 귀머거리, 벙어리 같은 말은 일종의 ‘금기어’화하고 있다. 우리 사회에서 이들 용어를 장애인 비하어로 받아들이기 때문이다. 장애인에 대한 인권 인식이 커지면서 호칭어(또는 지칭어)에 대한 인식도 함께 바뀌었다. <표준국어대사전>(1999)과 <고려대한국어대사전>(2009) 등의 풀이가 그렇다. 두 사전은 이들 용어를 ‘~을 낮잡는(얕잡는) 말’로 풀었다. 비슷한 시기에 나온 <연세한국어사전>(1998)은 좀 다르다. ‘낮잡는 말’이란 표현이 없다.애초부터 이들이 낮잡는 말로 쓰인 게 아니라는 점은 다른 사전에서도 확인된다. 1961년 나온 <국어대사전>(민중서림)을 비롯해 <국어대사전>(금성출판사, 1991), <우리말큰사전>(한글학회, 1992) 등 1990년대 초까진 장님이 소경의 높임말이었다. 귀머거리와 벙어리에도 낮잡는다는 뜻이 없었다. 북한 사회과학출

  • 홍성호 기자의 열려라 우리말

    패럴림픽은 "함께 열리다"는 뜻이죠

    패럴림픽은 '옆의, 나란히'를 뜻하는 그리스어에서 유래된 '패러(para-)'와 올림픽이 결합한 말이다. '올림픽과 나란히 열린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2018 평창 동계올림픽 및 패럴림픽의 장외 주인공을 꼽으라면 한글과 우리말을 들을 만하다. 올림픽 휘장과 메달을 비롯해 대회장 곳곳에 한글 자음 ㅍ과 ㅊ을 형상화한 문양을 새기거나 내걸어 한글의 아름다움을 한껏 알렸다. ‘손모아장갑’도 눈에 띄었다. 무심코 써온 ‘벙어리장갑’을 순화한 대체어로 화제를 불러모았다. 패럴림픽이란 용어도 우리에게 ‘말의 진화’란 관점에서 생각할 거리를 남겼다.장애·비장애 가르지 않는 세상 염원우리나라에서는 장애인에 대한 인권인식이 서울올림픽을 계기로 크게 바뀌었다. 그 전에는 장애자로 많이 불렸다. 서울올림픽 당시만 해도 공식적인 표기는 장애자올림픽이었다. 장애자란 말 자체에 비하하는 의미가 담긴 것은 아니다. 하지만 우리 사회에서는 언제부턴가 이 말을 다소 낮춰 부르는 말로 인식하기 시작했다. 그때가 서울올림픽을 전후한 즈음이었다. 이후 1989년 장애자복지법을 전면 개정한 장애인복지법이 나오면서 ‘장애인’이 우리 사회에 공식용어로 등장했다.이번 대회에선 한걸음 더 나아가 패럴림픽이 자리 잡았다. 패럴림픽은 ‘옆의, 나란히’를 뜻하는 그리스어에서 유래된 ‘패러(para-)’와 올림픽이 결합한 말이다. ‘올림픽과 나란히 열린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네이버 두산백과). 애초 하반신 마비를 뜻하는 패러플리지아(paraplegia)와 올림픽의 합성어였으나 점차 다른 장애가 있는 선수들도 참가함에 따라 의미가 바

  • 홍성호 기자의 열려라 우리말

    '이후'와 '후'는 의미가 달라요

    말을 할 때 정교한 구별이 필요하다. 속담에 '아 해 다르고 어 해 다르다'는 말은 괜히 생긴 게 아니다. 우리말의 발전, 나아가 논리적·합리적 사고의 바탕이 되기 때문이다.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연임하게 됐다. 언론들은 지난 3월3일자에서 이 소식을 전했다. 한은 역사에서 총재가 연임한 경우가 드물어 이 뉴스는 더욱 화제가 됐다. 김유택 전 총재(1951년 12월18일~1956년 12월12일)와 김성환 전 총재(1970년 5월2일~1978년 5월1일)에 이어 이번이 세 번째 사례라고 한다. 이것을 짧게 “이 총재 연임은 김유택, 김성환 전 총재 이후 세 번째다”라고 말할 수 있다.‘이전/이후’는 기준 시점 포함해언론사에 따라 이를 조금 달리 표현한 곳도 있었다. “이 총재 연임은 김유택, 김성환 전 총재 이후 처음이다.” 이는 맞는 것일까? 어찌 보면 두 사람이 연임한 뒤로는 처음이니 맞는 말인 것 같기도 하다. 하지만 동일한 문장에서 ‘처음’과 ‘세 번째’는 분명히 다르다. 둘 중 하나는 틀린 표현이지만 현실언어에서 우리는 이를 구별하지 않고 두루뭉술 섞어 쓰는 경향이 있다.‘이전(以前)/이후(以後)’와 ‘전/후’는 엄연히 다른 말이다. 가령 “그는 2010년 이후 새벽 운동을 시작했다”라고 하면 2010년부터라는 뜻일까? 아니면 2011년부터를 뜻하는 것일까? 이전/이후는 ‘기준이 되는 때를 포함해’ 말하는 것이다. 그러니 당연히 2010년부터 했다는 뜻이다. 이에 비해 ‘전/후’는 기준이 되는 때를 포함하지 않는다. ‘2010년 후’라고 하면 2011년부터를 가리킨다.별것 아닌 것 같지만 이 개념에 대한 이해는 글쓰기에서 매우 중요하다. 합

  • 홍성호 기자의 열려라 우리말

    남에선 '깃발', 북에선 '기발'로 쓰죠

    우리 맞춤법은 형태주의를 기반으로 해 표음주의를 절충했다. 한글 맞춤법은 총칙 제1항에서 '표준어를 소리대로 적되, 어법에 맞도록 함을 원칙으로 한다'고 규정했다.지난호에선 ‘한라산-한나산’의 사례를 통해 우리말 적기 방식인 표음주의와 형태주의의 차이를 살펴봤다. 표음주의란 단어를 소리 나는 대로 적는다는 뜻이다. 형태주의란 소리와 상관없이 같은 단어는 언제나 같은 형태로 적는다는 것이다. 그러면 우리말을 적는 규칙인 한글 맞춤법은 표음주의일까? 형태주의일까? 한글이 소리글자(표음문자)이니 맞춤법도 표음주의일 것으로 생각하기 쉽지만 그렇지 않다.한글맞춤법은 형태·표음주의 절충우리 맞춤법은 형태주의를 기반으로 해 표음주의를 절충했다. 한글 맞춤법은 총칙 제1항에서 ‘표준어를 소리대로 적되, 어법에 맞도록 함을 원칙으로 한다’고 규정했다. 이때 ‘어법에 맞도록 함’이란 단어 기본형을 밝혀 적는다는 뜻이고, 그것을 원칙으로 한다고 했다. 그 바탕에서 표준어를 소리 나는 대로 적도록 한 게 현행 맞춤법의 원리다.표기를 자주 틀리는 말 중 하나인 ‘얽히고설키다’를 통해 구체적인 방식을 알아보자. 이 말을 ‘얽히고?히다’ ‘얼키고설키다’ 식으로 잘못 쓰기도 한다. 두 단어인 줄 알고 띄어 쓰는 경우도 흔하다. 우선 ‘얽히고’는 ‘얽다’를 어원으로 한 피동형(얽히다)임을 누구나 안다. 그래서 발음은 [얼키고]로 나지만 적을 때는 원형을 살려 ‘얽히고’로 한 것이다(형태주의). 이에 비해 뒤따르는 ‘설키다’는 어원을 찾을 수 없다. 우리말에 ‘?다’ 또는 ‘설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