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성호 기자의 열려라! 우리말] 내년 다음 해는 내후년이 아니라 '후년'이에요
내후년은 3년 뒤를 가리키는 말이다. 올해를 기준으로 하면 2021년이다. 내년 다음 해를 가리키는 말은 '후년'이다. '내년후년내후년'으로 나간다.

[홍성호 기자의 열려라! 우리말] 내년 다음 해는 내후년이 아니라 '후년'이에요
“최저임금을 내후년까지 계속 급격하게 인상하면 일자리 14만 개가 줄 수 있다.” 지난 4일 국책연구기관인 한국개발연구원(KDI)에서 보고서를 하나 내놨다. 급격한 최저임금 인상과 그것이 고용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한 자료였다. 그동안의 정부 주장과 배치되는 내용이라 파장이 컸다. 언론에서도 이를 대문짝만하게 보도했다. 우리의 관심은 언론에 인용된 ‘내후년’에 있다.

2년 뒤는 후년, 3년 뒤가 내후년

KDI 자료를 보도한 언론의 문맥은 이렇다. ‘최저임금이 2020년 1만원이 되도록 내년과 내후년에도 15%씩 인상된다면 고용감소 영향이 내년 9만6000명, 2020년 14만4000명으로 확대되고….’ 2019년 내년에 이어 2020년을 내후년으로 쓴 것임이 드러난다. 하지만 내후년은 3년 뒤를 가리키는 말이다. 올해를 기준으로 하면 2021년이다. 내년 다음 해를 가리키는 말은 ‘후년’이다. ‘내년→후년→내후년’으로 나간다. 사람들이 후년의 존재를 잊고 내년 다음을 내후년으로 착각하고 쓰는 경우가 흔하니 조심해야 한다.

대부분의 신문이 이 함정을 벗어나지 못했다. 특히 말글의 정확한 사용에 취약한 인터넷 언론일수록 오류가 심했다. 의미를 정확히 알지 못하고, 대충 두루뭉술하게 쓰는 말들 가운데 하나다. 이런 오류는 이해 관계가 걸려 있거나 사실 관계를 다투는 경우일수록 치명적이 된다.

지난 6일 한 방송사 뉴스에선 다음과 같은 소식을 전했다. “세계은행이 내후년까지 세계 경제가 점진적으로 둔화할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향후 선진국 성장이 느려지고, 주요 원자재 수출국의 회복세도 약해지면서 내년엔 3%, 내후년엔 2.9%로 점점 떨어질 거라고 내다봤습니다.” 여기 나오는 ‘내후년’도 당연히 ‘후년’을 잘못 말한 것이다.

2년 전은 그러께, 3년 전은 그끄러께

“고용노동부는 내년부터 실업급여 보험료율을 기존 1.3%에서 1.6%(회사, 근로자 각각 0.8%)로 올릴 계획이다. 고용복지기금이 내후년 고갈돼 2025년께는 2조6395억원의 적자를 나타낼 것으로 예측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보도 역시 단어를 잘못 써서 사실 관계가 틀린, 심각한 오류다. 고용복지기금의 고갈 예상연도는 2020년이다. 올해를 기준으로 2년 뒤라면 ‘후년’이다. 보도대로라면 내후년, 즉 2021년에 바닥나는 것이기 때문에 사실과 다르게 1년이란 여유 기간이 생기는 셈이다.

우리말에서 앞으로 오는 해를 나타내는 말에는 내후년까지 있다. 고유어로는 후년까지만 표시할 수 있다. ‘이듬해’(또는 ‘다음 해’=내년), ‘다다음 해’(=후년)다. ‘다다다음’이란 말은 없다. 이 중 이듬해는 단어라 붙여 쓰는 것이고, ‘다음 해’는 아직 단어가 되지 않았기 때문에 띄어 써야 한다. 요즘은 잘 쓰지 않지만 명년(明年)도 내년과 같은 말이다. 사전에서는 명년을 내년 또는 ‘다음 해’로 순화했다. 한자어 역시 조어법상 앞으로 4년 뒤, 즉 2022년을 ‘내내후년’으로 표시할 수 있겠지만 정식으로 있는 단어는 아니다. 사전에 오른 말이 아니라는 뜻이다.

지나간 해를 나타내는 말도 알아둘 만하다. 고유어로나 한자어로나 3년 전까지 나타낼 수 있다. ‘지난해(작년)→지지난해(‘그러께’라고 해도 같은 말이다, 재작년)→그끄러께(재재작년)’로 내려간다. 각각 1년 전, 2년 전, 3년 전을 나타낸다. 이 중 ‘그러께’와 ‘그끄러께’를 알아둬야 한다. 다른 말들에 비해 유난히 헷갈려하고 의미를 정확히 모른 채 쓰기 십상이므로 조심해야 한다.

홍성호 한국경제신문 기사심사부장 hymt4@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