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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윤명철의 한국 한국인 이야기

    (5) 플라톤 (상)

    잘 알려진 대로 플라톤은 소크라테스의 제자다. 그는 20세에 소크라테스를 만나 그의 철학에 매료되었다. 플라톤은 무엇보다도 자신이 소크라테스 시대에 태어난 것을 신에게 감사한다는 말을 했다고 한다. 평민 출신인 소크라테스와 달리 플라톤은 아테네 유력한 귀족 가문 출신이었다. 플라톤도 처음에는 당시 아테네의 여느 귀족 출신 젊은이들과 마찬가지로 정치가가 되고 싶어 했다.아테네 귀족가문 출신그러나 플라톤을 평생 철학의 길로 인도한 사건이 발생하였다. 그것은 바로 스승 소크라테스에 대한 재판과 사형이었다. 이로 인하여 플라톤은 아테네의 현실 정치에 참여하겠다는 생각을 거둔다. 가장 지혜롭고 정의로운 사람인 소크라테스를 터무니없는 죄목으로 죽인 아테네의 민주 정치에 대하여 실망하였기 때문이다.현실 정치에서 떠난 플라톤은 철학과 교육에 관심을 두고 최초의 대학이라 할 수 있는 아카데미아를 세웠다. 이곳에서 그는 철학과 저술 및 가르치는 일에 몰두하게 된다. 그의 스승 소크라테스의 철학을 계승하고 이를 널리 알리기 위해서다. 플라톤이 저술한 《대화편》에서 소크라테스가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것도 이런 이유 때문으로 볼 수 있다. 대화편이라는 표현에 나타나 있듯이 그것은 등장 인물들 간 대화 형식으로 구성되었다.소크라테스를 기록하다그의 스승 소크라테스는 단 한 줄의 글도 남기지 않았다. 소크라테스에게 있어 철학함이란 대화하는 것이었기 때문이다. 소크라테스의 철학 정신에 결정적인 영향을 받은 플라톤도 철두철미하게 스승의 철학적 방법인 산파술을 그대로 반영하고 있다. 비록 그의 대화편은 글이긴 하지만 소크라테스와 함께 토론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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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 소크라테스 (하)

    소크라테스는 재판 과정에서 아테네 법관들로부터 회유를 받는다. 만약 철학을 포기하면 석방해주겠다고 것이다. 소크라테스는 “음미되지 않는 삶은 가치가 없다”는 말로 답을 대신한다. 여기서 우리는 삶을 음미하는 것이 철학의 본질적 활동과 관련이 있다는 시사를 얻을 수 있다. 음미라는 것은 우리말에 ‘캐묻는 것’과 같은 의미다. 예컨대 내가 믿고 있는 신념이 옳은가, 또는 알고 있는 지식이 진리인가 등을 끊임없이 검증해보는 것이다. 이와 대조적인 삶의 방식으로는 ‘습관적으로’ 사는 삶의 방식이 있다.재판정에 선 소크라테스우리의 일상적인 삶은 대개 습관적인 것들로 이뤄져 있다. 특별한 일이 없으면 우리는 어제 산 대로 오늘을 살고, 오늘 산 대로 내일을 살 것이다. 비단 행동뿐 아니라 생각에도 습관이 스며든다. ‘묻지도 따지지도 말고’ 그냥 살던 대로 생각하면 골치 아플 일이 없다. 이것이 매일 반복되다 보니 우리는 습관에 지배당하고 있다는 사실 자체를 잊을 정도다. 그러면 왜 삶을 음미해야만 하는 것일까?음미되지 않는 습관적인 삶은 맹목적일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아닌 게 아니라 편한 데 익숙해지면 세상과 사물의 본질을 파헤치는 수고로움을 점차 꺼리게 되는 게 우리 인간이다. 따라서 우리가 살던 대로 살아가지 않으려면 우리가 당연시하던 것들에 대해 새롭게 의미를 물어봐야 한다.예컨대 ‘지붕위의 바이올린’이라는 뮤지컬을 보면 이를 잘 드러내주는 장면이 나온다. 딸의 혼사를 얘기하던 남편 테비에가 아내 골데에게 물어본다. “당신 나 사랑해?”라고. 이 질문에 아내는 “아니 별안간 웬 뚱딴지같은 소리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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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 소크라테스 (상)

    소크라테스는 소피스트와 같은 시대에 활동한 철학자이다. 소크라테스가 아고라 광장에서 아테네 청년들을 가르치며 대화한 점에서는 소피스트와 크게 다를 바가 없었다. 그러나 소피스트가 젊은이들에게 논쟁에서 승리하고 세속적으로 출세하는 방법을 가르친 반면, 소크라테스는 무엇을 가르치기보다 대화의 상대방이 스스로 깨닫도록 했다.소피스트들이 유행하던 시절게다가 소피스트가 비싼 수업료를 받은 반면, 그는 아무것도 받지 않았다. 그 자신은 아무것도 아는 것이 없기 때문에 다른 사람을 가르칠 수 없고 따라서 돈도 받을 수 없다는 것이었다. 소크라테스가 이런 삶을 산 것은 그의 진리 탐구 방식과 무관하지 않다.소크라테스의 진리 탐구의 출발은 상대방에게 질문을 던지는 것에서 시작되었다. “인간이 만물의 척도”라는 상대주의 입장을 취한 프로타고라스의 주장에 대해 소크라테스는 의문을 제기했다. “돼지나 개가 아니고 왜 하필 인간이 만물의 척도인가? 인간이 만물의 척도라면 우둔한 자들과 현자인 당신의 차이는 무엇인가? 설령 그 말이 옳다고 하더라도 그것은 인간인 당신의 척도 아닌가?” 사실 아무리 인간이 만물의 척도라고 주장하더라도 정작 그 인간이 누구인지를 모른다면 그 말은 아무 의미가 없을 것이다. 또한 아무리 논쟁에서 승리하고 출세하는 것이 중요하다 해도 객관적인 진리가 무엇인지 모른다면 무엇을 위해 살아갈지 알 수 없을 것이다. 우리의 지식은 행동으로 이뤄지기 때문이다.질문으로 진리 찾아가는 ‘산파술’그리하여 소크라테스는 “너 자신을 알라”라고 외쳤던 것이다. 자신의 무지를 깨닫는 것이 진리를 알고 자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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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프로타고라스

    TV 토론에서 어떤 토론자를 보면 말은 맞는 것 같은데, 소위 ‘말발’이 좋지 않아 자신의 주장을 제대로 내세우지 못하고 오히려 말발 센 상대에게 밀리는 안타까운 광경을 목격할 때가 있다. 여기서 민주주의에서 말의 능력과 관련하여 두 가지 주목할 점이 있다. 하나는 민주주의 사회에서 말이 옳다고 설득력이 있는 것은 아니라는 점이고, 다음으로 말은 자신에게 유리한 결과를 끌어내는 데 매우 유용한 수단이라는 것이다. 이 점은 2500여 년 전 직접 민주주의를 실시했던 아테네에서도 동일했다.기원전 5세기 아테네와 민주주의기원전 5세기경 그리스 도시국가 아테네는 위대한 통치자로 알려진 페리클레스에 의해 귀족 정치가 민주정치로 바뀌었다. 민주정으로의 변화는 시민들에게 적극적인 정치 참여를 불러일으켰다. 시민들은 여자와 노예를 제외한 아테네의 성년 남자로 제한되었다. 법을 만들거나 국가의 중요한 정책을 결정할 때 시민들이 모여 의견을 나누고 투표로 결정했다. 이러한 사회 환경의 변화로 인하여 아테네에서 명문 귀족 출신은 별 의미가 없게 되고 오히려 말을 잘하는 능력이 출세의 주요 수단이 되었다. 민주적 방식에서는 더 많은 지지자를 이끌어내는 것이 바로 힘이 되기 때문이다.아테네에서 출세를 꿈꾸는 젊은이들은 상대방을 설득하거나 제압할 수 있는 웅변술과 수사학이라는 스펙을 갖추어야 했다. 이러한 스펙은 비단 정치 권력을 얻는 데만 유용한 것은 아니었다. 만약 누군가에게 소송을 당하게 되면 당사자가 배심원들 앞에서 자신을 직접 변호해야 했다. 법정에서 배심원 설득 여부에 따라 똑같은 행위가 불법도 되고 합법도 되기 때문에 사람들은 자신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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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탈레스 “만물의 근원은 물”

    최초의 철학자로서 탈레스의 사상을 탐색해보자. 이는 단지 과거에 존재하였던 한 철학자를 아는 데 그치지 않고 그때부터 오늘날까지 철학자는 어떤 일을 하는 사람인지를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왜냐하면 그가 최초의 철학자일진데 그가 철학하는 일과 그 이후 2700여년 동안 철학자들이 하는 일의 성격은 비록 주제는 다를지라도 본질적으로 다르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항구도시 밀레토스의 토양탈레스는 소아시아의 이오니아 해안에 위치한 항구 도시 밀레토스 출신이다. 밀레토스는 중계 무역을 하던 무역항으로서 지중해 여러 국가에서 상인들이 드나드는 가운데 이질적인 다양한 문화가 교차하며 공존하는 지역이었다. 타 문화를 접하고 교류하는 과정에서 사람들이 자연히 개방적이고 합리적 사고가 자리 잡을 수 있는 기반이 되었고, 해상 무역과 같은 경제 활동을 통해 얻은 부는 지적 호기심을 펼칠 수 있는 여유를 준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조건들은 왜 밀레토스에서 철학이라는 학문이 성립할 수 있었는지를 잘 설명해 준다.지적 호기심의 추구가 철학대부분 서양 철학사 책에서 탈레스는 최초의 철학자라고 알려져 있지만, 그에 대한 기록은 많이 남아 있지 않다. 일화에 의하면 그는 일식을 정확히 예측한 것으로 알려졌을 뿐만 아니라, 삼각형의 닮음의 비를 활용하여 이집트에서 피라미드 높이를 측정했다고도 한다. 그러나 무엇보다 철학자로서 탈레스의 진면목은 다음 일화에서 잘 드러난다. 어느 날 탈레스가 별을 탐구하기 위해서 밤하늘을 보면서 걸어가다가 우물에 빠졌다. 그러자 동행하던 하녀가 하늘에서 일어나고 있는 일을 알기 위해서 정신이 팔려 발 아래 놓여 있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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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중세 귀족들이 향신료에 열광했던 진짜 이유는?

    ☞옆에서 소개한 사례는 미국의 과학저술가 스티븐 존슨의 책 《원더랜드》(프런티어 펴냄·444쪽·1만6000원)를 발췌해 재구성한 것이다. 이 책은 인류 역사의 혁신이 획기적 아이디어나 기술이 아니라 사소해 보이는 놀이에서 비롯됐다고 소개한다. 패션, 쇼핑, 음악, 맛, 환영, 게임, 공공장소 등 여섯 주제로 나눠 즐거움을 찾는 인간의 본성이 상업화 시도와 신기술 개발, 시장 개척으로 이어진 다양한 사례를 담았다.어느 초등학교 역사책이든 향신료 무역이 세계 역사에서 중추적인 역할을 했다는 사실을 담고 있다. 세계무역, 제국주의, 콜롬버스와 바스코 다 가마의 항해와 발견, 로마의 멸망, 주식회사, 베니스와 암스테르담의 변치 않는 아름다움, 이슬람교의 세계적 확산, 여러 풍미가 뒤섞인 도리토스의 맛까지 모두 향신료에서 비롯됐다. 인간이 향신료에 맛을 들였기에 오늘날의 세계가 존재하게 된 셈이기도 하다.욕망과 환상의 사치품지금 일상에서 값싸게 누릴 수 있는 향신료는 한때 말도 못하게 비싼 사치품이었다. 인간이 ‘그까짓 맛’ 때문에 그토록 엄청난 비용을 기꺼이 지불한 이유는 무엇이었을까. 향신료 열풍이 일어난 이유는 기본적인 영양분을 섭취하기 위해서가 아니라는 게 통상적인 해석이다. 고대 로마시대나 중세에는 겨우내 음식을 저장하는 방법으로, 상하기 시작한 고기의 역겨운 맛을 덮기 위해 향신료를 썼다는 얘기다. 하지만 이 가설을 부정하는 논리도 있다. 후추나 육두구는 거금을 들여야 살 수 있었으므로 1600년대 가격 하락 전까지 유럽 상류층만 맛볼 수 있었다. 그런데 유럽 귀족에겐 신선한 고기나 생선이 동나는 적이 없었다. 그들에게 향신료는

  • 교양 기타

    컴퓨터 키보드의 조상은 피아노의 건반 '소리의 진화'가 디지털 혁명을 이끌었죠^^

    ☞옆에서 소개한 사례는 미국의 과학저술가 스티븐 존슨의 책 원더랜드(프런티어 펴냄·444쪽·1만6000원)를 발췌해 재구성한 것이다. 이 책은 인류 역사의 혁신이 획기적 아이디어나 기술이 아니라 사소해 보이는 놀이에서 비롯됐다고 소개한다. 패션, 쇼핑, 음악, 맛, 환영, 게임, 공공장소 등 여섯 가지 주제로 나눠 즐거움을 찾는 인간의 본성이 상업화 시도와 신기술 개발, 시장 개척으로 이어진 다양한 사례를 담았다.4만3000년 전 슬로베니아 북서쪽 변방 동굴에 살던 어린 곰 한 마리가 숨졌다. 그로부터 1000년 후 독일 남쪽 블라우강 숲속에서 매머드 한 마리가, 5000년 후에는 백조 한 마리가 숨졌다. 이들 생명체가 사후에 맞은 운명에는 공통점이 하나 있다. 남은 뼈가 인간의 손으로 정교하게 다듬어져 ‘피리’로 변신했다는 것. 지금도 연주가 가능할 만큼 잘 보존된 것도 있다.수만년 전 인간이 음악에 눈뜬 이유는음악과 관련된 기술의 역사는 생존을 위해 만든 옷이나 사냥 도구의 역사만큼이나 길다. 훗날 학자들은 뼈에 뚫린 피리 구멍 사이의 간격이 완전 4도와 완전 5도 소리를 내도록 배치됐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4도와 5도는 현대음악에서 많이 쓰는 화음의 뼈대를 이룬다. 한 옥타브 차이는 주파수가 정확히 2 대 1인 음정을 만들어 청각에 생생한 울림을 남긴다.음향이론의 기본도 몰랐을 초기 인간이 왜 악기를 만들었을까. 음악은 인간에게 쾌락을 준다. 설탕이나 아편이 뇌의 쾌락중추를 자극하는 방식은 간단하지만, 음악은 보다 은밀한 방식으로 자극한다. 인간은 이미 체험한 음악이 아니라 새로운 음악을 계속 추구하게 된다. 뼈로 만든 인류 최초의 피리 소

  • 윤명철의 한국 한국인 이야기

    통계학·보험·헤지펀드·스마트폰의 공통점은? 도박을 연구하던 괴짜 천재들 덕에 탄생했죠 !

    ☞옆에서 소개한 사례는 미국의 과학저술가 스티븐 존슨(사진)의 책 《원더랜드》(프런티어 펴냄·444쪽·1만6000원)를 발췌해 재구성한 것이다. 이 책은 인류 역사의 혁신이 획기적 아이디어나 기술이 아니라 사소해 보이는 놀이에서 비롯됐다고 소개한다. 패션, 쇼핑, 음악, 맛, 환영, 게임, 공공장소 등 여섯 주제로 나눠 즐거움을 찾는 인간의 본성이 상업화 시도와 신기술 개발, 시장 개척으로 이어진 다양한 사례를 담았다.게임은 인간이 만든 가장 오래된 문화유물이다. 이집트 파라오는 동물의 발목뼈로 만든 ‘아스트라갈리’로 주사위놀이 비슷한 게임을 했다. 우르 왕릉에서는 오늘날의 ‘백개먼’과 비슷한 게임이 발견됐다. 수천년을 거슬러 올라가는 이런 정교한 게임도구들을 보면 우연과 무작위성을 향한 인간의 관심이 매우 뿌리깊은 듯하다. 자연의 기본원리를 아직 밝혀내지 못했던 과학 이전의 세상에서, 우연의 요소가 작용하는 게임은 날마다 삶이 던지는 무작위성에 대해 인간이 예행연습하는 셈이었다.주사위게임에서 확률공식을 찾다오늘날 우리가 알고 있는 형태의 주사위는 체스게임의 진행 속도를 높이기 위해 만들어졌다. 1283년 스페인의 한 체스 플레이어는 “게임 한 판에 시간이 너무 오래 걸려 지친 플레이어들이 게임을 빨리 진행하기 위해 도입한 게 주사위”라고 기록했다. 체스는 논리와 정보에 기초한 게임이었기에 우연과 운이 작용하는 주사위를 도입한 방식은 얼마 안 가 사라졌다. 하지만 주사위는 체스 이외 분야에서 사회를 변화시키는 막대한 영향력을 발휘했다.16세기 이탈리아의 젊은 의학도 지롤라모 카르다노는 도박장에서 게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