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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2) 에릭 홉스봄 「혁명의 시대」

    프랑스혁명과 산업혁명은 분리돼 있지 않다에릭 홉스봄(1917~ )은 이집트 알렉산드리아에서 오스트리아계 어미니와 유태계 아버지 사이에서 태어났다. 런던의 성 메리르본 고전문법학교를 다녔고 케임브리지의 킹스칼리지에 들어가 역사학을 전공했다. 홉스봄은 오늘날 활동하고 있는 최고의 마르크스주의 역사가로 손꼽히고 있다. 동시대 역사가로서 로드니 힐튼과 크리스토퍼 힐,그리고 에드워드 톰슨이 영국사 연구에 치중한 반면,홉스봄의 저작들은 영국, 유럽에서 라틴아메리카에 이르기까지 광범한 영역에 걸쳐 있으며,그 시기도 17세기부터 20세기 현대사까지 통괄하고 있다. 특히 '아래로부터 위로의 역사'적 시각에서 전체사로서의 역사 구도를 일관되게 견지해 당대의 정치와 경제,사회와 문화,예술 및 문화비평을 포괄하는 박식한 역사가의 면모를 유감없이 드러내고 있다. 역사 3부작 혁명의 시대(1962),자본의 시대(1975),제국의 시대(1987)는 그의 대표작으로,프랑스 대혁명과 산업혁명으로 인류사회가 어떻게 변화·발전해왔는가를,근대세계가 어떻게 형성되었는가를 방대한 자료를 통해 완전히 새롭게 해석해내고 있다.◆원문읽기유럽의 교역 및 자본주의적 기업에 의한 급속하고도 광범위한 팽창은 이미 이러한 문명과 세력들의 사회질서를 잠식하고 있었다. 이는 아프리카의 경우 전례 없이 활발하게 이루어졌던 끔찍한 노예무역을 통해서,인도양 주변에서는 경쟁적인 식민화 세력의 침투를 통해서,중동·극동에서는 교역과 군사적 충돌을 통해서 진행되었다. 이미 유럽에 의한 직접 정복은 16세기 에스파니아 및 포르투갈인들과 17세기 북아메리카 백인 정착민들의 선구적 식민지 개척에 의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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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1) 이중환 '택리지(擇里志)'

    끝없는 방랑이 만들어낸 조선의 풍속도이중환의 '택리지'(擇里志:살만한 터를 선택하기 위한 책)를 읽다보면 떠오르는 두 사람이 있다. 한 사람은 섬진강의 시인 김용택이고 다른 한 사람은 보들레르이다. 이중환 김용택 보들레르 이 세 사람의 공통점은 우리의 답답하고 팍팍한 삶을 자신의 방식대로 인상 깊게 풀어간 사람들이라는 점이다. 팍팍한 삶 앞에서 섬진강 시인 김용택은 '저무는 강변으로 가 이 세상을 실어오고 실어가는 강물에 자신의 마음 한 끝을 적셔 풀어 보내며' 삶을 위로했다. 그리고 하늘에서 '내리는 광막한 비마저 자신을 꽁꽁 가두는 감옥의 쇠격자'로 생각했던 보들레르는 '음울'이라는 시에 정신적 우울을 담아 자신을 잠시 동안 해방시켰다. 이중환은 명문가의 자제로 태어났다. 젊은 나이에 과거에 오르고 문학과 재략(才略)으로 세상을 놀라게 했지만 불행히 먼 지역으로 귀양 가게 되고 택리지를 저술하기까지는 한(恨) 많은 삶을 살았다.거처할 집도 없이 떠돌아 다니는 신세가 되어 매일매일 어떻게 지낼 수 있었을까? 산과 물, 토지, 명승지, 경치 좋은 곳, 피난처 등등 30여년간 방랑길에서 온갖 것과 만나 꽉 닫힌 마음을 트며 살아갈 수 있는 힘을 얻지 않았을까? 그가 속했던 삶의 벽장 안에서 숨죽이며 소리 없이 사라져가는 슬픔을 흘려보내고 끝없는 방랑이 만들어낸 이야기 택리지를 읽어보자.1. 사민총론(四民總論)◆ 원문 읽기옛날에는 사대부가 따로 없고 모두 민(民)이었다. 그런데 민은 네 가지로 분류된다. 사(士)로서 어질고 덕(德)이 있으면 임금이 벼슬을 주었고, 벼슬을 못한 자는 농·공·상이 되었다. 옛날 순임금은 처음 역산(歷山)에서 밭 갈고, 하빈(河濱)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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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0) 마키아벨리 '군주론'

    "국가는 도덕으로 통치하는 것 아니다" … 근대정치론의 시작근대 정치학의 토대가 되고 있는 군주론은 권력을 얻기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권모술수주의로 인식되어 오랫동안 비난을 받아 왔다. 그러나 마이카벨리가 이 책을 서술할 당시 이탈리아의 역사적 배경을 살펴보면 그의 작품이 정치적 혼란을 극복하려는 시대적 요구에 따라 쓰여졌음을 알 수 있다. 그가 살던 시대는 중국의 춘추전국시대처럼 군소 국가들의 대립, 외세 침략 등으로 혼란스러운 시대였다. 마키아벨리는 현실의 정치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방법은 무엇인가를 논하면서 기존의 종교적,도덕적 관점을 철저히 배제했다. 그는 정치적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과 도덕적 이상의 추구는 차원이 다른 것으로 보았다. 덕을 베푸는 것이 도덕적 결과를 가져오는 게 아니라 정치 권력의 효율적 사용이 국가통치에서는 보다 좋은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당시까지 통용되던 이상적 군주에 대한 철학을 통째로 뒤집어 놓은 셈이다.◆원문읽기-진정한 자비로움이란..체사레 보르자는 잔인하다는 평판을 얻었지만 그의 가혹한 조치들로 인해 로마냐의 질서가 회복되었으며,로마냐를 통일시켜 평화롭고 충직한 지역으로 만들었다. 군주가 백성들의 단합과 충성을 유지할 수 있다면 잔인하다는 평판을 불러일으키지는 않을까 걱정해서는 안 된다. 혼란을 제멋대로 방치해 살인과 약탈이 넘쳐나도록 만드는 사람들에 비해 단지 몇 명만 처벌함으로써 더욱 더 자비로울 수 있기 때문이다. 무질서를 방치해 두는 사람들은 흔히 사회 전체에 해를 끼치게 되지만 군주의 명령에 따른 강제집행은 오직 특정한 개인에게만 해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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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9) 한나 아렌트 '폭력의 세기(On Violence)'

    전쟁과 혁명의 공통분모는 폭력일찍이 시몬느 베이유는 폭력이 난무하는 상황(예컨대 전쟁)에서 "폭력은 폭력의 피해자를 사물로 뒤바꿔 버린다"고 말했다. 언론을 통해 반복적으로 노출되는 피해 상황과 사상자 수는 사태의 규모,그 이상의 것을 짐작하지 못하게 한다. 사망자 카운트가 하나씩 증가할 때마다 존재했을 떨림과 두려움, 고통, 소식을 전하는 손가락의 잔인함은 '타국에서 발생한 재앙을 구경하는 현대적인 경험'(수잔 손택,<타인의 고통>) 속에서 쉽게 지워진다.한나 아렌트(Hannah Arendt, 1906~1975년)는 20세기를 전쟁과 혁명의 세기,그 공통분모인 폭력의 세기로 규정한다. 인간들은 이성의 힘으로 폭력 수단을 발전시켜 왔지만, 이미 일상이 되어버린 각종 폭력에 감각이 무뎌지고, 오히려 자신들이 만든 파괴 수단에 의해 절멸할 위험에 직면해 있다. 결코 유쾌하지 않은 상황을 풀어내는 20세기의 저작이 21세기의 오늘을 훌륭하게 설명해낼 때, 저자의 통찰에 감탄하지 않을 수 없다. 또 진보하는 세상에 대한 의심과 어제와 같은 오늘을 살아가는 데 대한 한숨도 나온다.한나 아렌트는 전쟁, 혁명, 테러가 밀도 있게 일어났던 세기를 살아냈다. 그의 고통, 고민, 저술, 사상은 철저히 그 존재를 기반으로 한다. 1906년에 태어나 1975년에 생을 마감한 아렌트는 유태인이었으며, 망명자였고, 심지어 여성이었다. 그가 <우리 망명자들 We Refugees>에서 '나라마다 쫓겨난 망명자들은 자신의 인민들의 전위를 상징한다'고 했듯이, 그는 한계 속에 놓여 있던 사람들의 삶에 주목하고 그러한 삶을 조장한 여러 가지 요인들을 탐구했다.자신의 의지와 관계없이 물려받은 조건들로 인해 고통 받던 아렌트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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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7) 앨빈 토플러 '부의 미래' (하)

    미래의 석유인 지식을 찾아 나서라◆원문 읽기미국,일본,중국,EU 등 오늘날의 주요 경제국들은 그들 누구도 원치 않는 위기를 향해 달리고 있다. 정치 지도자들은 그것에 미처 대비하지 못해 미래의 경제적인 진보를 제한하게 될 것이다. 서서히 모습을 드러내고 있는 이 위기는 비동시화 효과(de-syncronization effect)의 직접적인 결과로,심층 기반 중에서도 가장 중요한 기반인 '시간(time)'을 생각 없이 다뤄서 생겨난 문제다.오늘날 세계 각국은 선진 경제를 건설하기 위해 각기 다른 속도로 고군분투하고 있다. 그런데 대부분의 정치,경제,사회 지도자들은 간단한 사실 하나를 명확하게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 그것은 선진 경제를 건설하기 위해서는 선진 사회가 필요하다는 사실이다. 모든 경제는 그것이 속한 사회의 산물이고 사회의 주요 제도들에 의해 영향을 받는다.경제발전의 속도를 높여 가는 나라의 주요 제도들이 뒤처져 있다면,부를 창출하는 잠재력이 제한될 수밖에 없다. 이를 적합성의 법칙(law of congruence)이라 부른다.▶해설=속도의 충돌동시화란 부 창출 시스템의 다양한 구성 요소 또는 하부 조직들이 계속해서 속도,단계,주기를 서로에게 맞춤으로서 무질서한 혼란이 발생하지 않게 하는 과정을 통칭한다. 농민들이 모내기를 할 때 민요에 맞춰 모를 심거나 어부들이 그물을 끌어당길 때와 숨 고를 때를 알려 주는 노래를 부르면서 리듬을 맞추는 것이 이에 해당한다. 다양한 구성원의 협력을 통한 업무처리는 동시화를 통해 최상의 효율을 이끌어 낼 수 있는 것이다. 그런데 오늘날 주요 경제국들은 오히려 비동시효과의 영향을 받고 있다. 기업은 시속 100마일의 속도로 변화하고 있는 반면 관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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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6) 앨빈 토플러 '부의 미래' (상)

    새로운 富 창출시스템을 찾아라◆앨빈 토플러(Alvin Toffler)1928년 뉴욕에서 출생하였다. 1949년 뉴욕대학교를 졸업한 뒤 중서부 공업지대에서 용접공으로 일하면서 노동조합 관련 잡지에 글을 기고하여 문필가로서 두각을 나타내기 시작하면서 저널리스트가 되었다. 1980년 출판된 대표작 '제3의 물결(The Third Waves)'은 고도 정보화 사회에 대한 시나리오로 돌출적인 사회 현상을 신문 잡지 식으로 다루어, 그 저류(底流)가 되는 사회의 변혁 방향을 교묘하고도 날카롭게 지적하였다. 그는 미래 사회가 정보화 사회가 될 것이라고 주장하고, 제1의 물결인 농업 혁명은 수천 년에 걸쳐 진행되었지만, 제2의 물결인 산업 혁명은 300년밖에 걸리지 않았으며, 제3의 물결인 정보화 혁명은 20~30년 내에 이루어질 것이라고 주장하였다. 이 책에서 처음으로 재택근무·전자정보화 가정 등의 새로운 용어가 사용되었다.앨빈 토플러는 미래학자로서 그가 저술한 미래학 도서들(미래쇼크,제3물결,권력이동)은 세계적 베스트 셀러가 되었으며 그가 일찍이 예견한 일들이 여러 해가 지난 지금에 와서 그대로 진행되고 있다.'부의 미래'에서는 새로운 삶의 지평을 열어 줄 혁명적 부(富)에 대하여 기술하고 있다. 저자는 부의 혁명이 단순한 경제학적 의미가 아니라 사회적, 제도적, 교육적, 문화적, 정치적 혁명이라고 주장하고 있으며 농업 혁명과 산업 혁명을 지나서 지식 혁명이 시작된 현재, 인간 삶의 형태에 영향을 미치는 부가 어떻게 형성되고, 어떻게 변화하며, 삶에 어떤 변화가 올 것인지를 제시하고 있다. 정보의 시대에 걸맞게 엄청난 양의 데이터들이 인터넷과 미디어를 통해 쏟아져 나오고 가치관 정립의 속도가 변화 속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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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5) 도스토예프스키 '지하생활자의 수기'

    인간이 합리적이어서 존엄하다고?도스토예프스키(1821~1881) 소설의 주인공은 언제나 지하생활자다. 그의 대표작 '죄와 벌'에서 살인을 저지른 라스콜리니코프도 그렇고,이 책의 주인공도 마찬가지다. 그러나 이 작품에서 작가는 주인공의 이상한 캐릭터를 통해 하나의 위대한 사상을 말하고 있다. 인간의 존엄성은 자유에 있으며, 자유는 이성보다 비합리성에 있다는 것이다. 그의 소설 주인공이 하나같이 엉뚱하고, 변덕스럽고 기괴한 이유가 바로 그 때문이다.19세기를 지배하던 합리주의적 사상들엔 한 가지 공통점이 있는데, 그것은 인간의 자유를 부정한다는 점이다. 그들은 간과했지만 자연을 분석하던 도구인 이성은 인간을 분석하는데 사용되었고, 이성에 의해 분석되고 설명되는 인간은 '주체'가 아닌 '객체'로 전락하였다.당시의 사상가들은 이성만 있으면 '인간은 무엇이든 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이성은 사회를 바꿀 수 있으며, 인간을 바꿀 수도 있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그들은 '교육'에 주목했다. 지금까지 인간이 진보하지 못한 이유는 교육의 부재 때문이었고, 따라서 교육된 문명인은 구시대의 모습과는 전혀 달라질 수 있다고 생각했다.하지만 도스토예프스키는 합리주의와 공산주의에 반대했다. 문명이 인간을 바꿔놓을 수 있다면 인간은 외부의 무언가에 의해 움직이는 꼭두각시,피아노 건반에 지나지 않는다. 그것은 인간의 주체성과 존엄성에 대한 모욕이다. 인간이 존엄한 이유는 자유를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진정한 자유인은 이성에 의해 설명되지 않으며,예측과 통제가 불가능하다. 그리고 심지어는 자신의 이익에 반하는 짓도 할 수 있다고 믿었다.◆원문 읽기나의 생활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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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4) 제임스 트위첼 '욕망, 광고, 소비의 문화사'

    예술인가, 쓰레기인가제임스 트위첼(James B.Twitchell)'광고와 문화'에 대한 독특한 접근법으로 세계 문화비평계에서 주목을 받고 있는 저명한 문화사가이자 인문학자이다. 미국 플로리다대 영문학ㆍ광고학 교수이며, 미국 최고의 광고잡지인 '에드에이지'에 고정칼럼을 쓰고 있다. 저자는 마케팅 전문가로서 광고학자는 아니기 때문에 책을 읽다보면 일반 독자들의 시선과 쉽게 교차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책이 다루고 있는 내용에 비해 무척 쉽고 재미있게 읽을 수 있을 것이다.사실 광고만큼 다양한 모습을 가지고 우리 앞에 나타나는 것은 없다.광고는 우리의 시선이 닿는 어느 곳에서든 불쑥 나타나 우리를 유혹하고 있다. 우리는 어느 한순간도 광고로부터 자유로울 수는 없다.광고는 이미 우리 문화의 일부가 되었지만 사랑받지 못하고, 묵인되기는 하지만 환영받지는 못하는 '천덕꾸러기' 같은 존재이다.하지만 확실한 것은 '광고'라는 괴물이 '자본주의의 꽃'으로서 사람들의 의식과 가치관에 막대한 영향을 미쳐왔다는 사실이다. 이처럼 현대를 살고 있는 우리에겐 이미 광고라는 독특한 문화양식이 지배적이 되었지만 우리는 아이러니컬하게도 개별 광고에 대해서는 너무나 많이 접촉하고 있는 반면 설득 양식으로서의 광고일반에 대해서는 아는 것이 너무나 적다.또 판촉의 역사에 대해서도 아는 것이 거의 없다. 저자는 이 점에 주목한다. 산업혁명 이후 상품의 소비를 촉진하기 위해 생겨난 상업광고가 어떤 과정을 거쳐 현대 대중문화의 총아로 자리잡게 되었는지, 저자는 문화사가라는 유리한 입장에서 광고를 둘러싼 인간의 욕망, 소비의 역사를 흥미진진하게 그려내고 있다.◆원문 읽기"평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