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 교양 기타

    (82) 사회과학의 名著를 찾아서 ⑧ 장하준 '국가의 역할'

    "신자유주의가 항상 좋은 것은 아니다" 국가가 수행하여야 하는 바람직한 역할에 관한 논의는 여러 제 학문의 열띤 논쟁 대상이다.특히 경제학에서는 국가의 시장 개입이 무엇보다도 중요한 화두이다.고전주의 자유방임 시대에는 야경 국가가 이상적이었고,케인스 경제학은 국가와 시장이 함께 조화롭게 작용해야 한다고 주장하며 국가의 적극적인 활동을 촉구하였다.이렇듯 국가의 역할을 놓고 대립적인 견해가 분분한 가운데 현재 가장 많은 지지를 받고 있는 입장은 신고전주의이다.신고전주의는 시장과 국가를 적대적 관계로 파악한다.즉 신자유주의에서는 시장을 최대한 있는 그대로 내버려두고 국가의 개입을 자제하라고 요구한다.케인스 경제학을 누르고 1970년대 재차 주류 경제 담론으로 부상한 신자유주의는 국가의 시장 개입을 악(惡)으로 판단한다.국가는 민간 기업에 비해 시장 정보가 부족하며 또한 관료들의 부정부패가 시장의 건전성을 망친다는 것이 그 주된 이유다.현재 우리나라도 신고전주의의 인기가 높아 '작은 정부론'이 대세이며,그에 따라 예산 감축과 공기업 민영화,탈규제 정책들이 추진되고 있다.그런데 이에 팽팽히 맞서면서 신자유주의 논리를 하나 하나 논파하며 국가의 시장 개입이 필요하다는 주장 또한 만만치는 않다.오늘 소개하려는 명저,'국가의 역할'은 신자유주의에 대한 반격의 선봉에 서 있다.2003년 발간된 이 책의 원제는 약간 길다.제목이 '세계화,경제 발전,그리고 국가의 역할 : Globalization,Economic Development,and the Role of the State'로서 우리나라에는 이종태,황해선의 공동 번역으로 2006년 소개되었다.저자 장하준은 서울대 경제학과를 졸업하고 케임브

  • 교양 기타

    (81) 사회과학의 名著를 찾아서 ⑦ 콜린 플린트 '지정학이란 무엇인가'

    지정학은 우리를 둘러싼 세계를 인식하는 창이다 신유고연방으로부터의 독립을 요구하는 알바니아계 코소보 주민이 세르비아 정부군에게 무차별 학살당하는 일이 코소보에서 일어나는가 하면,카슈미르 지역에는 영유권 싸움이 끊이지 않고 있다.이러한 문제들은 신문의 국제면을 들추어보면 흔히 접할 수 있는 '지정학적' 국제 문제들이나 우리에게 좀처럼 쉽게 와 닿지는 않는다.그러나 가까운 곳부터 찬찬히 훑어본다면 그저 까마득히 멀고 먼 나라의 이야기로만 여겼던 이러한 국제 문제들은 바로 우리 눈앞의 현실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다른 문제에 너무 관심을 집중한 나머지 세계적으로 유일한 분단국으로 남아 있는 한반도의 현실을 간과하고 있는 것이다.미국과 중국,일본,러시아,북한,남한이 개입된 한반도의 분단체계는 그 문제의 본질을 쉽게 설명할 수 없다.단순한 분석틀만으로도 일상의 문제를 설명할 수 있는 것과는 달리 한반도의 분단체계는 특정한 사고의 틀이 요구된다.이러한 분석의 틀을 마련하는 일은 쉽지 않은 것이지만 콜린 플린트의 저서 「지정학이란 무엇인가」는 이를 위한 디딤돌을 마련해준다.저자 콜린 플린트는 일리노이 대학 지리학과 부교수로,오늘날의 다양한 국제사건을 하나의 큰 그림으로 이해할 수 있도록 본서를 통해 '지정학이라는 틀'을 제공하고 있다.그는 지정학이라는 학문에 대한 이해를 돕기 위해 현실에서 실제 일어나고 있는 국제 사건과 그 전개 과정을 이론적 시각과 접합한다.또한 지정학이라는 것은 지정학 행위자와 그 구조 사이의 상호작용이라고 설명하며,현대지리학은 '정치'와 '공간'의 밀접한 연계라고 말한다.「지정학이란 무

  • 교양 기타

    (80) 사회과학의 명저를 찾아서 ⑥ 프랜시스 후쿠야마 '트러스트'

    사회자본(Social capital)의 핵심요소는 신뢰(Trust)다 다음 두 장면의 공통점을 찾아보자.선한 사마리아인이 길을 가다 강도의 습격을 받아 쓰러져 있는 사람을 발견한다.얼굴도 모르고 이름도 모르는 사이인 데다 한 술 더 떠 평소에 사마리아인을 무시해온 괘씸한 족속 중 하나다.하지만 선한 사마리아인은 자신이 굳이 도와주어야 할 의무도 없는 그 타인을 구조한다.성경의 유명한 대목이다.시간을 훌쩍 건너 뛰어 이제는 20세기 할리우드에 당도한다.대부(godfather)가 의뢰인과 엄숙하게 대화를 나눈다."당신 부탁을 들어주겠소.훗날 내가 당신 도움을 필요로 할 수도 있고 그렇지 않을 수도 있소.만약 내가 도움을 필요로 할 때에는 오늘을 기억하시오."이 두 장면의 공통점을 사회과학의 시선에서 추출하자면 '사회적 자본' 내지 '신뢰'로 정리할 수 있다.사회적 자본(social capital)은 한 사회가 가지고 있는 사회 그 자체의 경쟁력이다.사회적 자본에 관해서는 여러 측면에서 분석할 수 있겠지만, 특히 사회 구성원의 신뢰(trust)가 핵심 요소다.앞서의 선한 사마리아인과 대부는 자신들의 '믿음직스러운' 행위를 통해 사회의 신뢰성을 제고하고 사회적 자본을 증대시켰다.상호 호혜적인 사회 형성에 기여한 것이다.선한 사마리아인의 도움을 받은 사람은 이제 남을 도움으로써 자신이 어려운 경우에 처하거나 긴급한 상황에 처할 때 자신도 도움을 받을 수 있다는 것을 깨달았을 것이며, 대부의 신뢰관계는 대부가 이 세상을 헤쳐나가는 데 필요한 버팀목을 만들었다.쉬운 비유를 들자면 서로 비 오는 날에 대비해 우산을 챙긴 셈이다.이러한 사회의 신뢰관계에 대해 집중적으로 파헤친 흥미로운 책이 있다.'트러스

  • 교양 기타

    (79) 사회과학의 명저를 찾아서 ⑤ 울리히 벡 '위험사회'

    우리는 농약·원자력·스모그 등 각종 위험에 '동등하게' 둘러싸여 있다 시야가 흐릿해질 만큼 정신없이 돌아가는 현대사회를 명확하게 설명하기란 참으로 힘든 일이다.하지만 역설적이게도 복잡다단한 사회를 이해하고 정의내리려는 욕망 또한 그만큼 크다.이는 모호하고 불명확한 현대사회를 바라보는 뚜렷한 척도를 마련하지 않고서는 어지러운 이 세상을 제정신으로 살아나가기가 힘겹다는 의미이기도 할 것이다.현대사회를 하나의 공식으로 요약하면 이렇게 표현할 수 있다.즉 빈곤은 위계적이지만 스모그는 민주적이다.근대화 위험의 확장에 따라,즉 자연 건강 영양 등의 위험의 확장에 따라 사회적 차이와 한계는 상대화된다.대단히 상이한 결과들이 이로부터 계속해서 도출된다.하지만 객관적으로 위험은 그 범위 내부에서 그리고 그로부터 영향을 받는 사람들 사이에서 평등화 효과를 보여 준다.위험이 새로운 정치력을 갖게 되는 것은 정확히 그 같은 효과 안에서이다.이런 점에서 위험사회는 정확히 계급사회가 아니다.위험사회의 위험지위는 계급지위로 이해될 수 없다.또는 그 갈등은 계급갈등으로 이해될 수 없다.우리가 근대화 위험의 특정한 양식,특정한 분배 유형을 검토해 보면 이 점은 훨씬 더 명확해진다.위험은 지구화 경향을 내포하고 있다.산업 생산에는 생산지와는 무관하게 위해의 보편화가 수반된다.즉 먹이사슬은 실제로 지상의 모든 사람을 다른 모든 사람에게 연결시킨다.먹이사슬은 국경선 아래로 숨어든다.대기 중의 산성 성분은 조각물이나 예술 작품만을 조금씩 갉아먹는 것이 아니라,오래 전에 근대적인 세관의 장벽도 해체했다.캐나다에서조차 호수들이 산성화

  • 교양 기타

    (78) 사회과학의 명저를 찾아서 ④ 구스타브 르 봉 '군중심리'

    군중은 우매한 집단인가? 2002년을 기억할 때 가장 선명하게 떠오르는 잔상은 월드컵 경기에 환호하는 붉은색 군중들이다. 월드컵 분위기는 사회 전반을 휩쓸어 남녀노소 할 것 없이 한국인들을 모두 열광하게 하였다. 이때에는 평소라면 잘 일어날 법하지 않았던 사건들이 일어났고, 사람들은 모두 들떠있었다. 자긍심을 느낄 일도 많았고, 지탄받을 일 또한 많았다. 당시 일련의 사건들은 일상의 논리로는 잘 이해되지 않는다. 그런데 군중이 모였을 때 일어나는 현상에 대한 흥미로운 설명을 사회심리학의 고전인 '군중심리'에서 찾아볼 수 있다. 프랑스의 사상가 구스타브 르 봉(Gustave Le Bon,1841~1931)이 저술한 '군중심리'는 군중 심리학에 대한 괄목할 만한 연구저서로서 현대 사회심리학에 큰 영향을 미쳤다.'민족발전의 심리학적 법칙'과 '프랑스 혁명과 혁명의 심리' 등 다양한 저서를 남긴 구스타브는 '군중심리'에서 개인의 합리성과 대비되는 맹목적이고 충동적인 군중의 특성을 부각시켰다. 군중은 개개인의 지성과 판단력을 상실하고 조종자의 암시대로 휩쓸려 움직이기에 믿을 수 없다고 구스타브는 설파한다. '군중심리'는 제1부-군중의 마음,제2부-군중의 여론과 신념, 제3부-군중의 분류와 유형 총 3부로 이루어져 있는데 합리적이지 못한 군중의 심리와 사례, 그리고 이러한 군중을 이끄는 유인과 원동력은 무엇인지를 역사적 실증을 통해 다채롭게 보여주고 있다.⊙ 원문읽기일반적으로 군중이라 함은 개인의 집단을 말하며 국적이나 직업, 남녀의 구분, 모이게 된 동기에 구애받지 않는다. 그러나 심리적 관점에서 군중이라는 말은 다른 의미를 갖는다. 어떤 특수한 상황에서는

  • 교양 기타

    (77) 사회과학 名薯를 찾아서 ③ 마이클 클레어 '자원전쟁'

    물과 석유를 둘러싼 전쟁…인간은 어쩔 수 없는 한심한 존재? 예부터 뭇 성현들과 위인들,기타 좀 명석하셨다는 분들께서 한결같이 주장해 온 바가 있으니, 인간이라는 존재의 차원을 어떻게 해서든 한 단계 고양(컴퓨터 세대에게 이해하기 쉬운 표현으로는 업그레이드)시키자는 말씀이다. 이는 인간의 존엄성이나 고귀함과는 별개로 다들 인정할 수밖에 없는 명백한 진실이 있기 때문인데, 바로 인간이 '한심한 존재'라는 것이다. 인간의 존엄성에 감히 정면으로 반기를 드는 무모한 사람이 없는 것처럼, 반대로 아무리 부정하려 해봐도 인간이라는 생물에게서 '한심함'을 말끔히 닦아내기란 어렵다. 인간이 저지르는 한심함의 극치는 전쟁이다. 전쟁은 인간의 어리석음과 악독함이 얼마나 처참한 선까지 다다를 수 있는지 생생하게 보여준다. 지금 이 순간도 지구 곳곳에서 전쟁의 참화는 꾸준히 비극을 만들어내고 있다. 이쯤에서 질문이 하나 튀어 나온다. 인간은 앞으로도 계속해서 한심한 과오를 저지를까? 즉 과거에서 현재에 이르기까지 항상 그래왔던 것처럼 미래에도 전쟁은 계속 존재할 것인가? 아니면 이제부터는 역사의 굴레에서 벗어나 한 단계 올라선 신인류의 평화 시대를 개창할 수 있을 것인가?이에 대해 안보 전문가들은 문명이 얼마나 발달하든지간에 인간은 여전히 한심한 존재로 남을 것이라고 대답한다. 전 세계를 할퀴고 간 냉전이 종식되고 15년도 훌쩍 더 지난 지금, 그들의 최대 관심사는 '인간은 장차 무엇을 두고 전쟁을 벌일 것인가'이다. 여기에는 전쟁이 앞으로도 계속된다는 것이 당연 명제로 깔려있다. 그리고 이들이 손꼽는 가장 개연성이 큰 전쟁은 '자원

  • 교양 기타

    (76) 사회과학 명저를 찾아서 ② '결정의 엣센스 Essence of Decision'

    정책학과 국제정치학의 살아있는 교과서 1971년 초판이 나온 이래 단순히 정책학뿐만 아니라 모든 분야의 전문가들과 일반인들에게 열렬한 환호를 받으며 곧바로 고전의 반열에 오른 책이 있다.영화도 시리즈가 뒤로 가면 갈수록 재미없어지는 것이 일반인지라 이런 책을 고쳐 쓰기란 참으로 부담스러웠을 것인데 초판 출간 28년 만인 1999년에 용감한 개정판이 나오게 된다. 개정판은 통상의 우려와는 상관 없이 고전의 재탄생이라는 수식을 받으며 다시금 세간의 이목을 끄는데, 이 책이 바로 <결정의 엣센스;Essence of Decision>이다. 1999년 발간된 개정판에는 초판의 저자인 그래엄 앨리슨(Graham Allison)뿐만 아니라 콘돌리자 라이스 미 국무장관의 자문인 필립 젤리코(Philip Zelikow)도 함께 저자로 참여하고, 28년 사이 확보한 더욱더 세밀하고 풍부한 자료와 정확한 사실이 곁들여져 한층 높은 완성도를 갖추었다는 평가를 받는다.사실 영어 원제를 충실히 번역하자면 '의사 결정의 요체'이다. 하지만 영어와 한국어를 반반씩 섞은 '결정의 엣센스'라는 제목이 워낙 유명해졌으니 그 제목을 그대로 사용하는 것도 무리가 없을 듯하다.<결정의 엣센스>는 부제인 '쿠바 미사일 위기의 설명'(원제 Essence of Decision;Explaining the Cuban Missile Crisis)에서 짐작할 수 있듯이, 1962년 쿠바 미사일 위기 사태를 다각도로 조명한 책이다. 핵무기가 세상에 등장한 이후 핵전쟁 위기의 가능성은 항상 존재해 왔으나, 그 긴장의 끈이 가장 팽팽하게 당겨졌던 때가 이 책의 시간적 배경인 1962년이다.쿠바 미사일 사태는 한국 사회에서는 그다지 주목하는 사건은 아니지만 제3차 세계대전의 전조가 충분히 될 수 있었던 사건이었다.

  • 교양 기타

    (75) 사회과학 명저를 찾아서 ①한스 모겐소 '국가 간의 정치'

    "국가의 모든 활동 목표는 국익의 극대화" 국제정치는 국가들의 끝없는 권력투쟁, 이타적인 상호 관계란 그야말로 헛된 희망이다 지금 한국 사회의 화두는 단연 세계화이다. 세계화라는 한국어도 이제는 촌스럽다는 느낌인지 여기저기에서 글로벌라이제이션(globalization)이라는 영어가 난무하고 있다. 그런데 우리가 그렇게 조급히 들여다보고 그토록 간절히 참여하고 싶어서 안달하는 '세계' 그 본연의 모습이 과연 어떠한 것인지에 관한 논의는 정작 세계화라는 시끌벅적한 담론에 묻혀서 진지하게 다루어지지 않고 있다.하지만 고개를 들어 시선을 조금만 널리 두면 세계의 진정한 실체를 가늠하기 위해 예전부터 꾸준한 연구가 이루어졌다는 사실을 발견할 수 있다. 세계, 즉 국제사회의 진면목이 어떠한지에 대해서는 크게 두 가지 관점이 대립하는데, 그 하나가 이상주의적 관점이고 다른 하나는 현실주의적 관점이다. 이상주의적 관점에서 세계를 바라보는 사람들은 현실주의자들이 지나치게 위악적이라고 비난하고, 현실주의자들은 이상주의 세계관을 뜬구름이나 좇는 소리라고 치부한다.오늘 소개하려는 책은 현실주의 국제정치학의 고전이라고 평가되는 한스 모겐소(Hans J. Morgenthau)의 <국가 간의 정치(Politics Among Nations)>이다. 1948년 출간된 이 책은 판쇄를 거듭하면서 높은 명성 혹은 악명을 쌓아 왔는데, 현실주의 국제정치학자들에게는 진리의 복음이 되었고, 이상주의 국제정치학자들에게는 사악한 마키아벨리의 부활을 알렸다.1904년 독일에서 태어난 모겐소(1904~1980)는 히틀러 정권의 출현으로 미국으로 망명한다. 미국에 정착해 국제정치학의 대부로 커 가면서 모겐소는 국제정치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