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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재관의 인문 논술 강의노트
복잡한 사회문제, 논리적 분석·해결책 제시 해야
대학 논술의 본질은 문장을 잘 쓰는 기술이 아니라, 복잡한 사회문제를 어떻게 구조적으로 사고하고 논리적으로 풀어내느냐에 있습니다. 특히 고려대학교 인문 논술은 이 점을 가장 명확하게 드러내는 시험입니다. 매년 주제는 달라도 문제의 구조는 변하지 않습니다. 하나의 사회현상을 놓고 다양한 관점이 담긴 5개 제시문을 보여준 뒤 이를 바탕으로 현실적 해결책을 설계하도록 요구합니다. 그리고 같은 제시문을 다시 이용해 철학적 쟁점에 대한 찬성과 반대의 논증을 완성하도록 요구합니다. 단순히 정보를 정리하거나 의견을 내는 수준을 넘어 ‘어떻게 사고를 조직하고 확장하는가’를 평가하는 것입니다.문제 구조를 약식으로 풀어내면 다음과 같습니다. (실제 문제는 각 제시문이 500~800자 분량을 가지고 있습니다. 또한 문학작품과 비유, 사례 등이 포함되어 있습니다.)[문제 1] 다음의 제시문 ①~⑤를 읽고, <자료>(자료는 생략)에 제시된 도시 교통혼잡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방안을 제시하시오. (3개의 제시문을 선택하시오.)① 교통체증은 시민들의 배려심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운전자의 양보와 인내가 도시 질서를 바로세울 수 있다.② 도시 교통의 핵심 문제는 출퇴근 집중이다. 근무시간을 분산하면 혼잡을 줄일 수 있다.③ 대중교통의 효율성을 높이려면 AI 신호제어 시스템을 도입해야 한다.④ 도로망 확충보다 차량 공유 서비스 확대가 지속 가능한 방법이다.⑤ 교통체증은 문명의 불가피한 현상이며, 사람들은 어차피 적응하게 된다.[문제 2] 위 제시문을 바탕으로, “정부가 교통을 규제하기보다 시장의 자율에 맡겨야 한다”는 주장에 대해 찬반 입장에서 논하시오. (3개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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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성호 기자의 열려라 우리말
'주차용량 200본' vs '주차용량 200대'
2023년 12월 부산 가덕도 신공항의 운명이 초미의 관심사로 떠올랐다. ‘2030 부산 엑스포’ 유치가 실패로 끝나자 신공항 건설사업에도 차질을 빚을 수 있다는 우려가 커졌기 때문이다. “정부는 가덕도 신공항에 3500m 규모의 활주로 1본을 조성해 기존 3200m, 2700m 활주로 2본을 갖추고 있는 김해공항과 연계한다는 계획이었다.” 생활 속 낯설고 어려운 단위어 ‘본’우리말 중에 어디서 들어본 듯한데 “이게 맞나” 싶은 표현이 있다. 활주로 개수를 말할 때 쓰는 ‘본’도 그중 하나다. 우리말에서 이 ‘본’의 쓰임새는 의외로 다양하다. 그러면서도 특정 표현에선 용법이 통일되지 못하고 여러 말로 쓰인다. 단일한 쓰임새로 굳어지지 않았다는 점에서 일종의 ‘방황하는 말’이라고 할 만하다.한자어 ‘본’은 本(밑 본)에서 온 말이다. 이 글자는 본래 木(나무 목) 자의 아랫부분에 점을 찍어 ‘나무의 뿌리’를 가리키기 위해 만들어졌다. 여기에서 사물을 구성하는 토대라는 의미에서 ‘근본’ ‘밑바탕’이란 뜻이 나왔고 다시 고향, 관향(시조가 난 곳. “본이 어디냐?”라고 할 때 쓰는 말이다)을 가리키는 말이 됐다. 나무에서 비롯된 글자라 자연스럽게 ‘초목을 세는 단위’로도 쓰인다.‘본’은 명사, 의존명사, 관형사, 접두사, 접미사 등으로 쓰여 우리말을 풍성하게 해준다. 본보기, 본전 등을 뜻하는 말 ‘본’은 명사다. 소나무 10본, 채송화 30본 같은 데서는 단위를 나타내는 의존명사로 쓰였다. 본 협회니 본 사건이니 할 때는 관형사다. 본계약, 본고장 등에서는 접두사이며, 인쇄본이나 교정본 따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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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동열의 고사성어 읽기
餘桃之罪 (여도지죄)
▶한자풀이餘: 남을 여 桃: 복숭아 도 之: 갈 지 罪: 허물 죄'먹다 남은 복숭아를 준 죄'란 뜻으로애정과 증오의 변화가 심함을 비유- <한비자>여도지죄전국시대 위(衛)나라에 왕의 총애를 받는 미자하(彌子瑕)라는 미동(美童)이 있었다. 어느 날 어머니가 병이 났다는 전갈을 받은 미자하는 허락 없이 임금의 수레를 타고 집으로 달려갔다. 당시 허락 없이 임금의 수레를 타는 사람은 월형(刖刑, 발뒤꿈치를 자르는 형벌)이라는 중벌을 받게 되어 있었다.그런데 미자하의 이야기를 들은 왕은 오히려 효심을 칭찬하고 용서했다. “실로 효자로다. 어미를 위해 월형도 두려워하지 않다니….” 또 한번은 미자하가 왕과 과수원을 거닐다가 복숭아를 따서 한 입 먹어보니 아주 달고 맛이 있었다. 그래서 왕에게 바치자 왕이 기뻐하며 말했다. “제가 먹을 것도 잊고 과인에게 먹이다니….”세월이 흐르면서 미자하의 자태는 점점 빛을 잃었고, 왕의 총애도 엷어졌다. 그러던 어느 날, 미자하가 처벌받게 되자 왕은 지난 일을 상기하며 이렇게 말했다. “이놈은 언젠가 몰래 과인의 수레를 탔고, 게다가 ‘먹다 남은 복숭아(餘桃)’를 과인에게 먹인 일도 있다.”<한비자> 세난 편에 나오는 이야기다. 여기에서 유래한 여도지죄(餘桃之罪)는 ‘먹다 남은 복숭아를 준 죄’라는 뜻으로, 애정과 증오의 변화가 심함을 비유하는 말이다. 한번 애정을 잃으면 이전에 칭찬을 받던 일도 오히려 화가 되어 벌을 받게 됨을 이른다. 같은 행동이라도 사랑을 받을 때와 미움을 받을 때는 각기 다르게 받아들여지는 것을 뜻하는 말이다. 애증지변(愛憎之變)으로도 쓴다.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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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습 길잡이 기타
'장미 그림'으로 시각화…통계로 세상 구한 나이팅게일
데이터 시각화를 할 때 나타날 수 있는 통계 그래프는 막대그래프, 꺾은선그래프, 원그래프, 띠그래프 등의 기본적인 통계 그래프 이외에도 자료에 대한 이해와 창의적 사고를 바탕으로 다양하게 응용해서 나타낼 수 있습니다. 이번에는 역사적으로 의미가 있는 창의적인 그래프를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설득력을 높이기 위해 창의적인 방법으로 그래프를 사용하여 그린 통계 그래프로 백의의 천사로 알려진 플로렌스 나이팅게일(Florence Nightingale, 1820~1910)의 장미 그림이 유명합니다. 나이팅게일은 1854년 4월부터 1855년 3월까지 크림전쟁(1853년 10월~1856년 3월, 크림반도에서 벌어진 전쟁)에 간호사로 참전했습니다. 그런데 그녀가 근무한 야전병원의 상태는 매우 열악했습니다. 좁은 장소에서 많은 환자가 뒤섞여 방치되었고, 불결했으며, 약품 또한 턱없이 부족했습니다. 그녀는 수많은 부상병과 사망자를 보며 병원에 들어올 당시 부상 원인과 죽었을 때 사망 원인이 다르다는 사실을 발견했습니다. 나이팅게일은 우선 환자들의 부상 정도와 상태를 매일 기록했고, 사망자에 대해서도 원인과 내역을 기록하며 분석했습니다.매일 기록된 데이터를 참고해 사망 원인을 분석해보니 대부분이 병원균 감염이었습니다. 나이팅게일은 전염병을 예방하려면 환경 개선이 우선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환경을 개선하려면 이를 결정하고 실행하는 행정관을 설득해야 했습니다. 나이팅게일은 관료적인 그들을 설득하기 위해 자료를 살폈습니다. 환자와 사망자에 대해 기록한 기존 문서는 단순한 표 형태로 사망자와 부상자의 수치만 보여주었습니다. 나이팅게일은 사망 원인에 대한 강렬한 인상을 심어주기 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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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입 전략
의대 38%·약대 58%·수의대 50%…여학생 비중↑, 첨단·대기업계약 16% 그쳐…물리학 기피 등 원인
전통적 남초 학과로 꼽히던 의대에서 남녀 비중에 변화가 감지된다. 의대 신입생 중 여학생 비중은 최근 5년간 꾸준하게 증가하며 올해 38.4%까지 상승했다. 약대 여학생 비중은 58.1%에 달한다. 의약학 전반에서 여학생들의 활약은 점점 더 도드라지는 모양새다. 반면 첨단 및 반도체 등 대기업 계약학과에선 여전히 남학생 비중이 압도적이다. 최상위권 대표 학과인 의약학 및 대기업 계약학과 신입생 남녀 비중을 분석해본다.전국 39개 의대 신입생 중 여학생 비중은 대학알리미 공시 정원 내 기준 올해 38.4%(1721명)까지 상승했다. 2025학년도는 전국 의대 모집 인원이 4500여 명까지 확대되면서 신입생 중 여학생 인원이 1721명까지 늘었다. 의대 신입생 중 여학생 비중은 2021학년도 34.1%(1018명), 2022학년도 35.2%(1061명), 2023학년도 36.2%(1091명), 2024학년도 37.7%(1138명), 2025학년도 38.4%로 최근 5년 동안 매해 상승 추세다.상승세는 지방권 의대에서 뚜렷하다. 서울권은 2021학년도 38.3%에서 2025학년도 38.4%로 0.1%포인트 상승에 그쳤지만, 지방권 의대는 같은 기간 33.0%에서 39.8%로 6.8%포인트 상승하며 전체 상승을 이끌었다. 여학생 비중이 40.0%를 넘긴 대학 수는 이화여대를 포함해 2021학년도 5개교에서 2025학년도 16개교까지 크게 늘어났다. 5대 의대 중 한 곳으로 꼽히는 울산대의 경우 여학생 비중이 2024학년도 60.0%, 2025학년도 50.0%로 남녀 입학 비중이 비슷한 수준으로 나타났다.의대 대학별로는 경상국립대가 27.6%에서 44.9%로 17.3%포인트가 늘면서 가장 큰 증가 폭을 보였다. 다음으로 계명대 16.9%P(28.9% → 45.8%), 강원대 16.5%P(28.6% → 45.1%), 대구가톨릭대 16.3%P(25.0% → 41.3%), 연세대(미래) 16.2%P(25.8% → 42.0%), 울산대 15.9%P(34.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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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어 이야기
규칙이나 기준을 바꾸다 'move the goalposts'
US President Donald Trump has said South Korea’s pledge to invest $350 billion in the US under a trade agreement must be paid all in cash.“We’ve never been treated properly by other countries, but now we’re doing very well,” he said.The US president’s comments come as negotiators struggle to finalize the structure of South Korea’s $350 billion investment package.In July, Washington agreed to reduce tariffs on South Korea to 15% from 25% in exchange for Seoul investing $350 billion in the US.However, their dispute has intensified after the Wall Street Journal reported that Howard Lutnick, the US commerce secretary, has urged Seoul to increase the figure above the $350 billion.Seoul officials complain that the White House is moving the goalposts before reaching a final deal.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한미 무역 협정에 따라 한국이 미국에 약속한 3500억 달러 규모의 투자는 전액 현금으로 지불해야 한다고 밝혔다.“우리는 다른 나라들로부터 결코 제대로 대우받지 못했지만, 이제는 잘하고 있다”고 말했다.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은 한미 협상단이 3500억 달러 규모의 한국 투자 패키지 구조를 마무리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는 가운데 나왔다지난 7월 미국은 한국이 미국에 3500억 달러를 투자하는 조건으로 한국산 제품에 대한 관세를 25%에서 15%로 인하하기로 합의했다.그러나 “하워드 러트닉 미국 상무장관이 한국은 3500억 달러보다 더 많은 금액을 미국에 투자해야 한다고 압박했다”고 월스트리트 저널이 보도하면서 양국의 갈등은 더욱 심화되었다.한국 정부 관계자들은 백악관이 최종 합의에 도달하기도 전에 조건을 바꾸고 있다며 불만을 토로했다. 해설 한국 제품에 대한 미국의 관세를 낮추기 위해 지난 7월 한국은 미국에 3500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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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 생글이 통신
전공 선택 고민된다면 자유전공학부가 대안
2025학년도부터 여러 대학이 자유전공계열 또는 자유전공학부를 신설했습니다. 자유전공학부는 ‘무전공제’라고도 불립니다. 자유전공학부 학생들은 전공 학과를 선택하지 않은 채 입학한 후 2학년이 되기 전 겨울방학에 전공을 정합니다. 이때 학점이나 문·이과 구분 등의 조건 없이 전공을 선택할 수 있습니다.자유전공학부의 장점은 1년 동안 미래를 깊이 고민해볼 수 있다는 것입니다. 다른 학과의 동기 중 대학에 와서 공부하는 내용이 자신이 생각했던 것과 다르거나 전공에 흥미를 느끼지 못해 고민하는 사람이 있습니다. 물론 자유전공학부 학생들도 자신에게 100% 딱 맞는 전공을 택하기는 어려울 수 있습니다. 하지만 다른 사람보다 조금 더 시간을 갖고 신중하게 고민해볼 수 있다는 것은 좋은 점입니다.대학에 진학하면 보다 넓은 세상을 경험하게 됩니다. 환경이 달라지면 시야도, 시각도 달라집니다. 고등학교 때 생각한 전공과 대학 생활을 경험하고 나서 선택하는 전공은 차이가 있을 수 있습니다. 대학에서는 더 다양한 친구와과 여러 분야의 교수님을 만날 수 있고 동아리와 학생 단체 활동을 경험할 수 있습니다. 이전에는 시도하지 못하던 새로운 분야에 도전해볼 수 있는 곳이 대학입니다. 고등학교 때 사회탐구를 공부했던 학생이 대학에 와서 수학과 과학 과목을 수강하기도 합니다. 이렇게 대학에서 1년을 보낸 후 앞으로 공부해나갈 전공을 고르는 것이 보다 합리적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남들보다 시간이 더 주어지는 만큼 전공 선택에 대한 책임감도 듭니다.신설된 학부인 만큼 자유전공계열 학생들의 수강 신청 관련 공지가 잘 전달되지 않는 등 행정적으로 미흡한 부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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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 생글이 통신
영어 3등급 미만, 듣기·독해 동시에 하지 마세요
현행 수능에서 영어는 절대평가 과목으로 국어, 수학 등에 비해 중요도가 낮다고 할 수 있습니다. 그 때문에 많은 학생이 영어 공부에 상대적으로 큰 비중을 두지 않습니다. 국어, 수학이 더 중요하고 더 어려운 것은 사실입니다. 하지만 최저학력기준 충족을 위해 영어는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또한 영어의 난도가 올라가는 추세여서 너무 소홀히 해서도 안 됩니다.수능 영어는 크게 듣기와 독해로 나뉩니다. 시간 여유를 확보하기 위해 듣기 문제를 풀면서 쉬운 독해 문제를 푸는 학생이 많습니다. 하지만 3등급 미만의 성적을 받고 있다면 듣기와 독해를 함께 푸는 방식은 지양하는 것이 좋습니다. 듣기 문제는 상대적으로 정답률이 높습니다. 집중해서 들으면 쉽게 맞힐 수 있는 문제가 많습니다. 따라서 영어 점수가 그렇게 높지 않은 학생이라면 우선 듣기에 집중해 문제를 푸는 것이 점수를 높이는 방법입니다. 그렇게 하고 나면 독해 문제도 더 집중해서 풀 수 있습니다.2~3등급 학생이라면 듣기 시간 중 독해 문제를 몇 개나 푸는 것이 좋을지 고민할 것입니다. 저는 내용 일치 문제와 18~20번 문제만 풀어도 충분하다고 생각합니다. 저 역시 이와 같은 방법으로 수능에서 1등급을 받았습니다. 핵심은 듣기 중 독해 문제를 얼마나 많이 푸느냐가 아닙니다. 자기가 맞힐 수 있는 문제를 맞히는 것이 더 중요합니다. 그보다는 독해력을 높이는 데 집중하는 것이 낫습니다.영어 지문은 7개 안팎의 문장으로 구성됩니다. 복잡한 논리를 전개하기에는 짧습니다. 따라서 기본적인 문장 해석만 할 수 있어도 2등급은 확보할 수 있습니다. 문장 해석에서 핵심은 동사를 찾는 것입니다. 동사가 무엇인지 파악해서 동사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