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근미 작가의 BOOK STO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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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근미 작가의 BOOK STORY
골치 아픈 일꾼들과 대저택 복구에 도전하다
한눈에 반할 만한 깔끔하고 튼튼한 집을 가진 남자. 그는 시청률이 매우 낮은 방송국에서 다큐멘터리 PD로 일하고 있다. 월급은 꼬박꼬박 들어오고 시간은 남아도는 타네 씨는 옛 아내가 그립지만 평화롭고 느긋한 삶에 만족한다. 그런 그에게 삼촌이 대저택을 유산으로 남겼다는 연락이 온다. 공증인이 “자, 타네 씨, 저택을 상속받으시겠습니까?”라고 묻자 어릴 때 몇 번 가본 웅장한 삼촌의 저택을 떠올리며 덥석 받기로 한다.장폴 뒤부아는 프랑스 국민 작가로 불리며 소설을 20권 이상 집필했다. 반세기에 걸친 프랑스 현대사를 한 개인의 삶을 통해 유장하게 그려낸 <프랑스적인 삶>으로 2004년 세계적 작가로 발돋움했다.<타네씨, 농담하지 마세요>는 그가 16번째 낸 소설로 출간 즉시 온·오프라인 서적 베스트셀러에 올랐다. 이 소설을 ‘프랑스식 유머의 결정판’이라고 부르는데, 각자 웃음 코드가 다른 만큼 대체 어디서 웃어야 할지 모르겠다는 반응도 있다. 내 경우는 저택 공사를 하면서 만나는 일꾼들과 좌충우돌하는 상황에서 타네 씨가 토해내는 다양한 표현에서 여러 차례 웃음이 나왔다.실력 없거나 돈만 밝히거나타네 씨가 삼촌의 저택을 찾아가 마주한, 15년간 비어 있던 덩치 큰 집은 한마디로 폐허에 가까웠다. 타네 씨는 저택을 수리하기 위해 집을 팔고 6개월 무급휴가를 낸다. 곧바로 일을 맡기기 위해 건축업자와 일꾼들을 만났지만 하나같이 ‘니카라과의 국내총생산과 맞먹는 공사비’를 불러댔다. 그래서 선택한 것이 인력시장을 통한 불법노동자 고용이었다.타네 씨가 불안해한 대로 지붕을 수리하러 온 피에르와 페드로는 그야말로 ‘대환장 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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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근미 작가의 BOOK STORY
사연 가득한 인물들, 함께 고민하며 풀어가다
한 TV 채널에서 방영하는 <고딩엄빠>라는 프로그램을 볼 때마다 여러 생각을 하게 된다. 고등학생이 부모가 된다는 사실이 놀랍고, 미성년자가 아이를 양육할 수 있을지 걱정이 앞서기 때문이다. 함께 힘을 합쳐 아이를 잘 키우는 커플도 있지만, 홀로 아이를 떠안아 힘들게 사는 애처로운 모습도 보인다.<틈새 보이스>의 주인공 김무, 17세 고등학생이다. 엄마 김난희가 17세 때 김무를 가졌고 사귀던 대학생 오빠는 무책임하게 사라졌다. <틈새 보이스>는 <고딩엄빠>가 방송하기 훨씬 전인 2016년에 발표한 작품이지만 마치 <고딩엄빠>의 후속 편을 보는 듯하다.<마당을 나온 암탉>과 <나쁜 어린이 표>로 두 번이나 밀리언셀러를 기록한 황선미 작가의 작품이다. 대개의 청소년 소설은 가벼운 문장으로 스토리를 편하게 이어가는 편인데, <틈새 보이스>는 문학성 짙은 문장으로 섬세하고 진중하게 풀어나간다. 의미를 새겨가며 읽으면 우울하고 머리 아픈 현실이 풀려나가는 과정에서 여러 생각을 하게 된다.생활설계사로 일하는 김난희는 아이를 혼자 키우기 힘들어 두 번이나 다른 데 맡긴다. 김무는 자신이 두 번 버려졌다고 생각하고, 그로 인해 방황을 많이 한다. 공부는 뒷전이지만 그림은 잘 그리고, 학교는 빠져도 미술 학원은 꼭 가는 김무가 자주 들르는 곳이 제일분식이다. 큰 건물 사이에 끼어 있어 ‘틈새’라고 부르는 그곳에서 만난 아이들과 종종 김밥과 라면을 먹지만 김무는 그들을 친구라고 생각하지 않는다.출생의 비밀에 반항기 가득김무가 틈새에 자주 가는 것은 건너편 가정의학과의원의 의사가 아빠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기 때문이다. 자신의 존재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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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실에 존재하지 않는 8요일이 주는 희망
폴란드 작가 마렉 플라스코의 <8요일>이 2003년 국내에 처음 소개되었을 때 제목은 <제8요일>이었다. ‘8요일’이든 ‘제8요일’이든 포털에서 검색하면 영화 <제8요일> 관련 내용이 일제히 뜬다. 소설 <8요일>과 영화 <제8요일>은 제목만 같을 뿐 전혀 다른 스토리다.마렉 플라스코는 1950년대의 암울한 폴란드를 배경으로 인간 본질의 문제를 심도 있게 파헤친 <8요일>을 26세라는 젊은 나이에 발표했다.‘현실에 존재하지 않는 갈망의 요일’이라는 점이 각인되면서 <8요일>은 출간 즉시 세계적인 명성을 얻었다. 게오르규의 <25시>와 쌍벽을 이루는 획기적인 제목에 의미심장한 내용이 뒷받침되면서 여전히 많은 독자가 찾고 있다. 특히 청년들에게 깊은 울림을 안겨준다. 전쟁과 이념 다툼으로 혼란에 휩싸인 나라가 여전히 많은 데다 불확실한 미래로 인한 방황의 시기여서 그럴 것이다. 사방이 꽉 막힌 삶 속에서 열망하는 벽마치 한 번쯤 만난 듯한 인물 아그네시카는 대학교에서 철학을 전공하고 있다. 가난한 형편에 자기 방이 없어 여대생임에도 부모와 함께 지낸다. 더 이상 치료가 불가능해 집에서 죽음을 기다리는 그녀의 어머니는 침대에 누워 히스테리를 사방으로 발사한다. 무기력한 아버지가 급기야 “언제까지 이러고만 있을 거야. 어디로 꺼져버리든지, 뒈져 버리든지 하라니까! 이대로 가다간 내가 미쳐버리겠어! 내가 결판을 내든지 해야지!”라고 소리 지를 정도로 숨 막히는 집안이다.아그네시카의 오빠 구제고지의 침대는 부엌 한쪽에 놓여 있다. 또 하나의 침대는 좁고 너저분한 부엌에서 더부살이를 하는 자와즈키라는 남자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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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나'를 찾아 떠나는 이별 여행
2019년 노벨문학상 수상자인 오스트리아 작가 피터 한트케는 게르하르트 하웁트만 상, 실러 상, 게오르크 뷔히너 상, 프란츠 카프카 상을 휩쓴 저명 작가다.1972년에 발표한 <긴 이별을 위한 짧은 편지>는 1부 짧은 편지, 2부 긴 이별로 구성된 200페이지 분량의 장편소설이다. 작가가 “한 인간의 발전 가능성과 그 희망을 서술하려 했다”고 토로한 이 작품은 ‘우리 시대를 대표할 만한 뛰어난 성장소설’로 평가받는다.자전적 요소가 강한 이 소설을 발표할 당시 피터 한트케의 나이가 30세였는데, 소설 주인공도 30세다. 소설 속 남녀 주인공 직업이 작가와 배우이고, 한트케의 첫 아내도 배우였다.소설 속 주인공 나는 아내 유디트에게서 “나는 지금 뉴욕에 있어요. 더 이상 나를 찾지 말아요. 만나봐야 그다지 좋은 일이 있을 성싶지 않으니까”라는 짧고 간명한 편지를 받는다. 두 사람은 “지난 반년 동안 깊은 증오심으로 무미건조한 생활”을 해왔다. 함께 살면서도 몹시 고통스러운 나날을 보낸 둘은 서로에 대해 두려움을 갖고 있다.그럼에도 주인공은 미국 전역을 여행하면서 유디트에 대한 첫인상을 떠올리려 애쓴다. “나를 들뜨게 하면서 새털처럼 가볍게 만들어주던 그 달콤했던 애정”은 잊어버렸고, “늘 찡그린 얼굴로 서로를 뜯어볼 수밖에 없었다”는 사실을 새삼 곱씹는다. 이러한 정황으로 보아 헤어지자는 아내에 대한 미련이 아닌 이별을 통해 다시 일어서는 과정에 주안점을 두었음을 알 수 있다.범죄소설 vs. 로드무비나는 호텔에서 체크아웃할 때마다 다음에 묵을 호텔을 프런트에 알린다. 이로 인해 유디트는 남편의 행선지를 알게 되고 수시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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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용과 용서가 소년범을 수렁에서 건진다
대한민국의 소년법에서는 만 19세 미만 범죄자를 ‘소년범’이라 부른다. 소년이 범죄를 저지른 경우 처벌보다 교정을 위해 애쓰지만 죄가 중하면 소년교도소에 수용되고 전과기록이 남는다. 소년원은 소년법상의 보호처분을 받은 범죄소년과 촉법소년(10~14세)을 교정·교육하는 곳으로 전과는 남지 않는다.우리 사회에 ‘소년들에게는 아무리 기회를 많이 주어도 괜찮다’는 생각을 가진 판사와 아이들을 사랑으로 돌봐 다시 일어서게 만들려는 어른이 많다. 덕분에 소년원 대신 청소년회복센터에서 새롭게 일어서는 아이들이 늘어나고 있다.그런가 하면 <다시 아빠 해주세요!>는 “술과 담배에 찌든 아이들이 있지만 그들에게 술과 담배를 파는 어른들이 있고, 남녀혼숙하는 아이들이 있지만 그들에게 방을 내어주는 숙박업자가 있고, 조건만남·성매매를 하는 아이들이 있지만 그들을 상대로 성매수를 하는 어른들이 있다”라고 나쁜 어른을 고발한다.범죄 연령 낮아지고 잔인한 범죄 늘어난다<다시 아빠 해주세요!>의 저자 임윤택 목사는 부산·경남 지역의 10개 청소년회복센터를 지원하다가 사법형 그룹홈 둥지청소년회복센터(둥지센터)를 직접 운영하고 있다. 2014년부터 6개월 처분을 받은 여자아이들과 함께 생활해왔는데, 지금까지 200여 명이 둥지센터를 거쳐 갔다. 임윤택 목사는 부산가정법원 소년보호재판 국선보조인으로 활동하면서 아이들이 범죄에 빠질 수밖에 없는 안타까운 현실을 수없이 목도했다.둥지센터에 오는 아이들의 범죄는 ‘절도, 폭행, 학교폭력, 무면허운전, 공문서부정행사’ 등 다양하다. 최근 ‘인터넷 사기, 조건만남, 성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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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근미 작가의 BOOK STORY
죽음 앞둔 요리비평가, 최고의 맛이 기억나지 않는다
소설 <맛>의 주인공은 ‘세계에서 가장 위대한 요리 비평가’다. 그런 만큼 각종 진귀한 음식부터 시골 밥상의 수수한 음식까지 수많은 요리를 섭렵했다. 갖가지 재료와 그 재료에 풍미를 더하기 위한 향신료와 조미료, 다채로운 요리 방법, 각기 다른 분위기를 지닌 식당이 쉴 새 없이 등장한다.이쯤에서 소설의 분위기를 파악했다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소설의 주인공, 최고 요리 비평가의 수명이 단 48시간 남은 상황이 추가되어야 한다. 주인공은 심장병으로 인해 이틀 후면 죽는다는 선고를 받았다.마음의 열쇠를 쥐고 있는 맛유명하고, 맛있는 음식을 넘치게 먹었고, 칼 같은 비평을 여지없이 말해 수많은 사람을 울고 웃게 만든 68세의 남자가 48시간 안에 하고 싶은 일은 무엇일까. 그는 ‘죽기 전에 마음속에 떠도는 하나의 맛’을 기억해내고 싶어 한다. 어린 시절이나 사춘기 시절의 맛, 궁극적인 진리와 마음의 열쇠를 쥐고 있는 맛, 그 맛이 무엇인지 찾고 싶은데 떠오르지 않아 가슴 조리는 것에서 소설은 시작한다.2000년에 출간된 <맛>은 프랑스 여성작가 뮈리엘 바르베리가 쓴 첫 소설이다. 이 책은 최우수 요리문학상과 바쿠스상을 수상하고 전 세계 10개국 이상에서 출간되었다. 두 번째 소설 <고슴도치의 우아함>이 113주 연속 베스트셀러를 기록하고 32개국에 번역, 출간되면서 뮈리엘 바르베리는 세계적 관심을 받는 작가 대열에 올랐다. 출간하는 책마다 큰 사랑을 받아 가디언 선정 ‘세계에서 가장 많이 읽힌 작가 5인’에 포함되었다.<맛>은 29개의 짤막한 글로 구성된다. 모든 글은 1인칭인데, 대부분 비평가의 회상이지만 아내나 고양이·의사 등이 1인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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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근미 작가의 BOOK STORY
후회·미련 대신 '현재'에 머물게 하는 여행의 묘미
2023년에 2230여만 명이 해외로 나갔다. 코로나19로 제약받았던 해외여행의 욕구가 폭발한 결과일 것이다. 사진과 정보가 넘쳐나는 여행 관련 책과 판이하게 다른 <여행의 이유>는 여행 자체를 사유하게 하는 품격 있는 산문이다.대개 작품 내용으로 작가의 지난날을 짐작하게 되는데 <나는 나를 파괴할 권리가 있다> <살인자의 기억법> <오빠가 돌아왔다> 같은 유명 작품을 읽어도 김영하 작가를 짐작하기가 쉽지 않다. <여행의 이유>는 감각적인 작품으로, 마음을 깊숙이 찌르는 그의 일상과 본심을 엿볼 수 있는 책이라는 점에서도 의미가 있다.김영하 작가는 군인 아버지의 임지를 따라 초등학교 때 여섯 번이나 전학했다. 어릴 때부터 노마드의 삶에 익숙하던 그가 대학 시절부터 세계를 여행하기 시작한 건 아주 자연스러운 일이었다.그의 여행은 철저한 계획에 따라 며칠 혹은 몇 주 정도 떠났다가 돌아오는 일반적인 형태와는 다르다. 이탈리아에서 3개월, 밴쿠버에서 1년, 뉴욕에서 2년 반을 보내고 귀국해 부산에서 3년 살다가 서울로 돌아오는 식이다. 여행이 일상이고 일상이 여행인 삶을 사는 김영하 작가가 전하는 여행은 충분한 시간과 풍부한 경험에서 비롯된 통찰력을 뿜어낸다.9개의 매혹적인 이야기깊이 있으면서 남다르고, 마음을 건드리면서도 재미있는 과정 과정마다 여행을 떠나는 이유가 담겨 있다. 여행을 여러 작품과 접목해 풀어내면서 인문학적 묘미를 안긴다는 점도 이 책의 강점이다. 9개의 매혹적인 이야기가 전하는 여행의 이유는 과연 무엇일까.여행을 떠나면 예기치 않은 일들이 생기기 마련이다. 오래 체류하며 글을 쓰기 위해 중국으로 떠났다가 푸둥공항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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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근미 작가의 BOOK STORY
'사랑-이별-사랑'의 오묘한 순환 고리에 빠지다
국내에서 가장 인기 있는 해외 작가 중 한 사람인 알랭 드 보통은 30개국에서 베스트셀러를 기록한 유명 작가다. 1993년에 발표한 <왜 나는 너를 사랑하는가>는 알랭 드 보통의 첫 번째 작품이다. 1994년 <우리는 사랑일까>, 1995년 <너를 사랑한다는 건>을 연이어 발표하면서 세 작품을 ‘사랑과 인간관계 3부작’으로 부른다. 이 장편소설들은 전 세계 20여 개 언어로 번역·출간되었는데, 이 독특한 연애소설 덕에 그는 ‘1990년대식 스탕달’이라는 별명을 얻었다.세 권의 연애소설 가운데 <왜 나는 너를 사랑하는가>는 우리나라에 2002년 소개된 이후 큰 반향을 일으켜 2022년 ‘70만 부 기념 리커버’가 발행되었다. 31년 전 발표한 작품이 지금도 공감을 불러일으키는 이유는 사랑과 이별이 안기는 감정은 어느 시대나 똑같기 때문이다.당시 24세이던 보통은 20대 중반 남녀를 등장시켜 직접 경험했을 법한 사실에 자신의 철학과 방대한 독서 지식을 접목, 사랑에 빠진 사람만이 깨달을 수 있는 통찰력을 선보이며 전 세계 독자를 매료시켰다.뜨거운 사랑과 죽음 같은 고통<왜 나는 너를 사랑하는가>의 주인공 ‘나’는 일면식도 없는 ‘클로이’와 비행기에 나란히 앉아 두서없는 얘기를 나누게 된다. “짐을 챙겨서 세관을 통과했을 때 이미 클로이를 사랑하고 있었다”는 나의 고백처럼 사랑은 불시에 찾아온다. 두 사람은 곧 서로의 집을 오가며 사랑하게 되고 사소한 일로 다투기도 한다. 두 사람의 상태를 여러 고전에 반영하고 접목하면서 알랭 드 보통은 주옥같은 문장들로 사랑을 표현한다.“자신이 다른 사람의 사랑의 대상이라는 것을 인식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