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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근미 작가의 BOOK STORY

    '죽을 각오'로 희망을 향해 돌진한 女전사

    서진규의 〈나는 희망의 증거가 되고 싶다〉가 출간 23년 만인 2022년 11월 〈다시, 나는 희망의 증거가 되고 싶다〉로 돌아왔다. 서문을 추가해 다시 낸 이 책이 밀리언셀러 〈세이노의 가르침〉 첫 장 첫 글에 소개되면서 더욱 독자의 관심을 끌고 있다.삶을 에세이 형식으로 기록한 책이 20년 넘게 큰 반향을 일으키는 비결은 뭘까. 책 제목대로 저자가 많은 사람의 가슴에 ‘희망의 증거’가 되어 살아 움직이기 때문이리라. ‘흙수저’보다 더 낮은 ‘진흙바닥 수저’라고 자신을 규정한 서진규 저자의 삶은 어떻게 수많은 이의 희망으로 떠올랐을까.1948년 가난한 집안에서 태어난 그는 제천에서 작은 술집을 운영하는 엄마를 돕느라 새벽 5시에 기상해 밤까지 집안일을 해야 했다. 공부를 제대로 하기 위해 부모를 졸라 서울로 유학, 풍문여고에 진학한다. 영어 잡지를 돌리고 가정교사까지 하면서 어렵게 공부했지만, 돈이 없어 대학 대신 가발 공장에 취직한다. 가발을 제대로 못 만들어 퇴짜만 맞다가 골프장 캐디로 일해야 하는 힘든 상황에서도 그는 영어학원을 다녔다. 그러다 사랑하던 사람과 이별한 후 죽고 싶을 정도로 괴로워하던 차에 “미국에서 가정부를 구한다”는 말에 미국행을 결심한다.2년 만에 나온 비자를 손에 쥐고 1971년 미국으로 떠난 그는 타고난 성품대로 성실히 일하다 첫눈에 반한 남자와 결혼한다. 하지만 무능력한 데다 네 살 난 딸이 있던 남자는 폭력적이었다. 그런 남자를 피해 도피처로 선택한 것은 군 입대였다. 가정경제를 책임지는 유능한 아내를 돕지는 못할망정 열등감을 느껴 자주 분노하고 손찌검한 그 남자와는 결국 이혼했다.최우수 미군이

  • 이근미 작가의 BOOK STORY

    살며 사랑한 인생, 마침표 없는 문장으로 그려

    노르웨이의 작가이자 극작가인 욘 포세는 2023년 64세의 나이로 노벨문학상을 수상했다. 2007년 영국 일간신문 ‘데일리 텔레그래프’가 선정한 ‘100명의 살아 있는 천재들’ 리스트 83위에 오른 욘 포세는 소설뿐 아니라 시, 아동서, 에세이, 희곡 등 다양한 장르의 작품을 쓰고 있다. 그의 연극은 전 세계에서 수천 번 이상 공연되었으며, 그의 작품은 50개 이상의 언어로 번역되었다.욘 포세의 대표작 <아침 그리고 저녁>은 130페이지여서 읽기에 부담이 없다. 다만 담긴 이야기는 진중하고 의미 있어 여운이 길게 남는다. 마침표 없는 문장이 이어지다가 군데군데 잠시 휴식하라며 쉼표를 흩뿌린 독특한 소설이다.소설은 짧은 1부 탄생의 아침과 긴 2부 죽음의 저녁으로 구성된다. 1부는 올라이의 아들이 태어나는 광경을 담았다. 올라이는 자신의 아버지 이름을 따서 아이를 ‘요한네스’라고 부르기로 결정한다.2부는 요한네스가 “잠에서 깨어나 뻣뻣하고 찌뿌듯한 몸으로 오래 거실 옆방의 커튼으로 가려놓은 침대”에 누워 생각하는 장면에서 시작한다. 요한네스는 오늘 무얼 할까 생각하다 그리 나쁠 것 없는 형편인데 불평하지 말자고 자신을 다독이며 침대에서 일어난다. 그때 몸이 몹시 가벼워 완전 풋내기 시절로 돌아간 것 같은 느낌을 받는다. 몸을 굽힐 때 통증도 전혀 없어 이상한 생각이 든다. 간단히 요기하고 창고와 다락을 둘러본 후 배를 살펴보기 위해 밖으로 나온다.늙는다는 건 고약한 일이야해변에서 평생 서로의 머리를 다듬어주며 친분을 쌓은 페테르를 만난다. 어찌 된 셈인지 페테르의 길게 자란 머리가 하얗게 센 상태다. 7명의 자녀를 키울 때 수선비를 거

  • 이근미 작가의 BOOK STORY

    유대인과 독일 귀족…두 소년의 슬픈 우정

    나치 독일이 유대인을 600만 명 이상 학살한 사건은 인류 역사상 최악의 비극으로 꼽힌다. 노벨문학상 수상 작가 임레 케르테스의 <운명>을 비롯해 홀로코스트를 다룬 소설이 지금까지 많이 발표되었다. 1930년대 초 독일 서남부 지방이 배경인 <동급생>은 유대인 혐오가 시작된 시점을 그린 후 30년이 지난 시점을 짧게 전하며 엄청난 감동을 안겨주는 소설이다.<동급생>의 작가 프레드 울만은 1901년 독일 중산층 유대계 가정에서 태어나 대학에서 법학을 전공했으며, 히틀러가 집권한 후 1933년 독일을 떠나야 했다. 프랑스로 망명한 그는 그림으로 생계를 이어갔고, 1935년 파리에서 첫 개인전을 열었다. 이후 영국으로 가서 런던에 정착해 생활하다가 1985년에 세상을 떠났다.<동급생>은 “단어 하나하나, 문장 하나하나가 묘사하려는 상황에 딱딱 들어맞도록 정교하게 서술”한 것으로 유명한데 관찰력이 예민한 화가의 눈이 “간결하고 정확한 묘사”를 가능하게 했다는 평이 뒤따른다. 전 세계 20개 이상 언어로 번역된 <동급생>은 현대 고전으로 꼽히며, 매년 유럽에서 10만 권 이상 판매되고 있다. 우아함을 풍기는 귀족 소년소설은 “그는 1932년 2월 내 삶으로 들어와서 다시는 떠나지 않았다”로 시작한다. 카를 알렉산더 김나지움에 다니는 16세 소년 한스 슈바르츠는 친구를 한 명도 사귀지 않았지만 ‘그라프 폰 호엔펠스, 콘라딘’이 전학해 오자 마음이 달라진다. 백작임을 나타내는 ‘폰’이라는 글자에 걸맞게 ‘우아함’을 풍기는 그 아이의 모든 것이 호기심을 불러일으켰기 때문이다.유대인 의사의 아들이자 랍비의 손자인 한스는 콘라딘

  • 이근미 작가의 BOOK STORY

    대통령 13명을 치우침 없이 사실에 근거해 기록

    건국 75년이 된 대한민국은 13명의 대통령이 통치하는 동안 세계에서 손꼽힐 만한 선진국 대열에 올라섰다. K-팝이 세계 청년문화를 이끌고, 삼성 휴대폰이 세계 1·2위를 다투고 있다. 현대자동차는 세계 3위에 올라섰고, 누리호 발사의 성공으로 우리나라는 우주 강국 대열에 들어섰다.각종 수치가 선진국임을 증명하지만, 대통령들의 잘못된 면만 부각하면서 “대한민국은 태어나지 말았어야 할 나라”라는 말도 떠도는 실정이다. 제대로 알지 못해, 왜곡된 사실로 인해, 대한민국에 대한 자부심을 갖지 못하는 사람도 있다.대학교수, 교사, 공인회계사, 변호사로 구성된 17명의 〈대한민국 사회 교과서〉 저자들은 “되돌아보며 욕만 해대는 음울한 역사관”에서 벗어나 “밝고 찬란한 미래를 자신만만하게 개척하려는 늠름한 역사관”을 전하고자 이 책을 썼다고 밝혔다.570페이지에 이르는 이 책은 총 5부와 부록으로 구성된다. 1부 들어가기, 2부 개념 바로 세우기, 3부 ‘대한민국 이전의 사회’에 이어지는 4부 ‘대한민국이 걸어온 길’이 가장 관심을 끈다. 과거 대통령들의 공과를 가감 없이 기록했기 때문이다.각 대통령의 경제 공적‘경제 공적’ 위주로 본다면 대한민국을 건국하고 농지개혁을 성공적으로 이룬 이승만 대통령은 한미상호방위조약을 체결하고 미국으로부터 총 27억 달러의 경제 원조를 받아 폐허 같은 나라를 일으키기 위해 애썼다. 1959년에 원자력원을 창설하고 원자로 공사 기공식을 거행한 지 3년 만에 원자로의 정상 가동이 시작됐다. 6년제 의무교육과 문맹퇴치운동, 국비 유학생 제도 도입 등 교육혁명도 이뤄졌다.박정희 군사정권은 집

  • 이근미 작가의 BOOK STORY

    고통 타고 오롯이 살아나는 지극한 사랑의 기억

    어니스트 헤밍웨이 <노인과 바다>, 헤르만 헤세 <데미안>, 윌리엄 골딩 <파리대왕>, 도리스 레싱 <다섯째 아이> 등 노벨문학상 작가들의 작품을 소개할 때마다 노벨문학상은 남의 나라 일인 줄만 알았다. 10월 10일 저녁 8시, 스웨덴 한림원에서 “2024년 노벨문학상 수상자는 사우스 코리아, 한강!”이라고 발표하자 대한민국 사람들은 놀라서 환호성을 질렀다.욘 포세는 64세(2023년), 아니 에르노는 82세(2022년), 압둘라자크 구르나는 72세(2021년), 루이즈 글릭은 77세(2020년)에 노벨문학상을 수상했으니 53세의 한강 작가는 시간이 좀 더 지나서 받을 것으로 다들 예상했다.한강 작가가 노벨문학상을 받은 이후 신드롬급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수상 사흘 만에 한강 작가의 책이 70만 부 넘게 판매되었으며, 교보문고 베스트셀러 1위부터 19위까지 모두 한강 작가의 작품이 차지했다. 작가가 먼저 읽기를 권한 작품대한민국 최초 노벨문학상 작가 한강의 작품 중 <소년이 온다>가 가장 많이 판매되었다. <채식주의자> <작별하지 않는다> <흰> <서랍에 저녁을 넣어 두었다> <희랍어 시간> <디 에센셜: 한강> <여수의 사랑> <검은 사슴> <내 여자의 열매>가 뒤를 이었다. 스웨덴 한림원은 한강 작가의 작품 중에 <소년이 온다> <흰> <작별하지 않는다>를 특별히 비중 있게 다룬 것으로 알려졌다.한강 작가는 “어떤 작품을 가장 먼저 읽는 게 좋겠냐”는 질문에 “작가는 자신의 최신작을 좋아한다”며 2021년에 출간한 <작별하지 않는다>를 권했다. 1947년을 기점으로 1954년까지 벌어진 제주 4·3사건이 배경이어서 1980년 5·18

  • 이근미 작가의 BOOK STORY

    야수로 변해가는 소년들…문명은 유지될 것인가

    올해로 발간 70주년을 맞은 <파리대왕>은 현대 영문학을 대표하는 고전 중의 고전으로 꼽힌다. 노벨 문학상 수상 작가인 윌리엄 골딩의 대표작으로 <타임> 선정 현대 100대 영문 소설, <뉴스위크> 선정 100대 명저, BBC 선정 ‘세상을 바꾼 100대 소설’, 미국대학위원회 선정 SAT 추천 도서 등에 올랐다.<파리대왕>은 스티븐 킹, 이언 매큐언, 말런 제임스, <헝거 게임> 시리즈 작가 수잔 콜린스, 시인 벤 오크리 등 수많은 작가에게 영감을 주었다. 무인도에 표류한 소년들이 역경을 뚫고 구출되는 이야기를 담은 소설로 <산호섬> <15소년 표류기> 등 여러 작품이 있지만 <파리대왕>이 특히 각광받은 이유는 디스토피아 소설의 원조로 인간 본성을 제대로 녹여낸 덕분이다.1911년 영국 콘월주에서 태어난 윌리엄 골딩은 옥스퍼드 대학의 브레이스노즈 칼리지에서 자연과학과 영문학을 공부했다. 대학 재학 중 서정시 29편을 묶은 첫 책 <시집>을 출간한 그는 해군으로 제2차 세계대전에 참전했다. 전쟁이 끝난 후 교사로 일하며 쓴 첫 소설이 바로 <파리대왕>이다.무인도에 표류한 소년들요즘 세계가 전쟁 소식으로 어수선하다. 하루아침에 고향을 떠나 피란지에서 불안한 삶을 사는 이들의 소식이 연이어 들려오는 가운데 북한이 오물 풍선을 날려 보내 우리에게 여러 피해를 주고 있다. 이상기후로 인한 자연재해도 심각할 정도로 몰아닥치고 있다.비행기 추락으로 무인도에 표류한 <파리대왕>의 소년들처럼 느닷없는 상황이 언제 닥칠지 알 수 없는 세상이다. 가장 먼저 등장한 12세 금발 소년 랠프는 매우 낙관적이다. 아름다운 섬 풍경에 “멋있다!”라는 탄성

  • 이근미 작가의 BOOK STORY

    과학을 사실적으로 그리려면 먼저 공부하라

    소설이나 영화 속에는 다양한 분야의 지식이 등장한다. 작가들은 전문 지식을 습득하기 위해 직접 체험도 하고 전문가를 만나기도 한다. 그런 준비를 하고도 잘못 그리거나 어설프게 표현해 지적받는 경우도 있다. 아마도 작가들은 과학을 가장 어려운 분야로 꼽지 않을까. 모두가 작가이자 독자인 시대, 〈장르작가를 위한 과학가이드〉를 참고하면 제대로 쓰고 제대로 읽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네이처>를 비롯한 유명 과학 저널에 공동 저자로 70편의 논문을 발표한 댄 코볼트는 유전학 연구자이자 SF 작가다. 댄 코볼트는 서문에서 “유전학은 대부분의 사람이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복잡하고, 우리가 모르는 부분이 너무나도 많다”며 “다른 작가들을 도와줘야겠다는 의무감에서 이 책을 썼다”고 밝혔다.40명의 과학자가 쓴 59가지 이야기이 책은 40여 명의 과학·의학·기술 전문가들이 참여해 총 59가지 주제의 ‘기본 개념을 다루고, 일반적인 오해를 제시하며, 세부 사항을 바르게 파악하기 위한 팁’을 제공한다. 초광속 여행, 냉동보존, 에너지의 미래, 기후변화, 사이보그, 홀로그램, 야생동물, 곤충, 조현병, 치매, 좀비 미생물학, 전염병 등 실로 다양한 분야를 다루고 있다.작품 속에 과연 어떤 오류가 있었길래 댄 코볼트는 도움을 주고 싶었을까. ‘적절한 실험 방법’ 편을 쓴 핵 물리학자 레베카 엔조는 세계적으로 히트한 제임스 캐머런 감독의 영화 <아바타>에서 시고니 위버가 피펫을 잘못 사용했다고 지적했다. 적절한 양의 액체를 얻은 후 피펫을 거꾸로 든 것이다. 피펫에 방사성 물질이나 산을 옮기려 했다면? 과학자들은 이 장면을 보고 몸서리치

  • 이근미 작가의 BOOK STORY

    34년 전 과거서 온 편지에 소녀의 마음이…

    ‘예스24’ 9월 셋째 주 기준 ‘청소년 종합 베스트’ TOP 10에 이꽃님 작가의 소설 4권이 포함되었다. ‘이꽃님 열풍’이라는 말이 생겨날 정도로 이 작가의 작품이 폭발적 사랑을 받고 있다. 흡인력 있는 이야기와 독특한 전개 방식, 생동감 넘치는 표현, 허를 찌르는 유머로 초등학생부터 성인까지 폭넓은 독자층을 확보한 덕분이다.동화로 등단한 이꽃님 작가는 <세계를 건너 너에게 갈게>로 제8회 문학동네청소년문학상 대상을 받은 이후 매력적인 청소년 소설을 계속 발표하고 있다. <죽이고 싶은 아이> 1·2와 <여름을 한 입 베어 물었더니>, <세계를 건너 너에게 갈게>가 베스트셀러 순위를 지키며 꾸준히 독자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나오는 작품마다 해외에 수출되고 국내에서 드라마와 영화로 제작되는 등 화제를 이어가고 있다. 가족이 걱정되는 이유<세계를 건너 너에게 갈게>는 발랄함을 담은 편지가 핑퐁처럼 오가다가 어느 순간 폭포수 같은 감동을 뿜어낸다. ‘흔한 주제’인 데다 눈치 빠른 독자라면 엄마의 사라짐과 다가옴이 어느 정도 ‘예측 가능’해 친근감마저 안겨준다. 여기에 압도적으로 휘몰아치다가 푹 젖어들게 하는 힘이 폭발력을 갖는다.저자는 작가의 말에 “대체 가족이라는 건 뭐기에 이토록 밉다가도 걱정되는 걸까요. 왜 본체만체 관심도 없다가도 괜히 마음을 울컥하게 만드는 걸까요”라는 말과 함께 “은유가 오지 않았다면 아마 아직도 전 그 답을 찾고 있었을 거예요”라고 썼다.지금 우리 사회에서 일어나는 청소년 문제의 바탕에는 가족이 있다. 사랑을 듬뿍 받으며 관계를 형성하는 방법을 익혀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