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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근미 작가의 BOOK STORY

    차분히 보내려던 성탄절…뜻밖의 '사위맞이' 소동

    크리스마스의 계절이 돌아왔다. 기독교인이 아니어도 한 해를 정리하면서 크리스마스를 축제처럼 지내는 이가 많다. 기왕이면 화이트 크리스마스가 되길 기대하며 이브 때부터 거리가 북적이기 시작한다. 전 국민의 70% 이상이 기독교인인 미국이라면 크리스마스 때 어떤 일이 벌어질까. 미국뿐 아니라 기독교인 비율이 높은 서양의 여러 국가는 크리스마스를 성대하게 보낸다. 을 비롯한 성탄절 관련 작품도 많은데, 악랄한 주인공이 크리스마스를 계기로 회심하는 내용이 대부분이다. 반면 는 기발하고 흥미로운 전개 속에서 유쾌한 소동을 함께 즐길 수 있는 재미있는 작품이다. 변호사 출신인 존 그리샴은 할리우드 대배우와 감독 사이에서 ‘흥행 보증 수표’로 불리는 원작자 중 한 명이다. 전문적인 법 지식을 바탕으로 빠른 전개와 팽팽한 문체, 탄탄한 구성이 돋보이는 법정 스릴러 영역을 구축해왔다.크루즈 여행을 떠나려던 부부스릴러 작가인 만큼 존 그리샴의 작품은 죽거나 다치는 가운데 음모와 추적, 폭발음이 난무한다. 하지만 는 주인공이 잠시 수갑을 차긴 하지만 단 한 명도 죽거나 다치지 않는 상황에서 크리스마스 대소동이 벌어진다. 루터와 노라 부부의 집이 위치한 헴록 스트리트는 매년 크리스마스가 되면 요란한 장식을 하는 곳으로 유명하다. 주민들은 집 안팎을 트리와 화려한 전구로 장식하는 것은 물론 지붕에 플라스틱 눈사람 ‘프로스티’를 세워 환하게 불을 밝힌다. 마을 사람 모두 카드와 선물을 보내고 파티를 여느라 12월 내내 분주하다. 크리스마스 한 달 전, 루터와 노라의 외동딸 블레어가 평화봉사단의 일원으로 페루의 오지에서 1년간 봉사하기 위해 떠난다. 블레

  • 이근미 작가의 BOOK STORY

    각박한 세상 위로해줄 따뜻한 꿈 팝니다

    “책이 안 팔린다.” 출판계, 서점, 작가들이 입을 모은다. 1990년대 출간된 국내 창작 소설 가운데 100만 부를 돌파한 책은 17권이었다. 2000년대에 좀 줄었다고는 하지만 10권이나 됐다. 그러던 것이 2010년대는 (조정래), (조남주) 단 두 권으로 쪼그라들었다. 그런데 2020년대 들어서서 3년이 지났을 뿐인데, 벌써 3권의 밀리언셀러가 탄생했다. 와 함께 (손원평), (김호연)가 그 주인공이다. 의 이미예 작가는 기존의 작가들과 다른 순서로 책을 냈다는 점에서도 주목받는다. 부산대학교에서 재료공학을 공부하고 삼성전자 반도체 엔지니어로 일했다는 점도 독특한 이력이라 할 만하다. 은 2019년 크라우드 펀딩 플랫폼 ‘텀블벅’에서 “주문하신 꿈은 매진입니다”라는 제목으로 펀딩을 시작하면서 빛을 보게 되었다. 목표 금액의 1,812%를 달성해 2020년 4월 ‘달러구트 꿈 백화점’이라는 제목의 전자책이 출간됐다. 나오자마자 전자책 플랫폼 리디북스에서 4주 연속 종합 베스트셀러 1위에 올랐다. 크라우드 펀딩 통해 전자책으로 먼저 출간이후 독자들의 빗발치는 요청으로 같은 해 7월 종이책으로 출간됐고, 전자책의 열기가 곧바로 종이책으로 이어졌다. 두 번째 이야기는 1권을 출간한 지 딱 1년 만에 나왔다. 이 각광받은 이유는 단연 참신함에 있다. 우리는 엄청나게 즐겁지만 기억이 나지 않는 꿈에서부터 또렷이 기억나는 기분 나쁜 꿈까지 매일 꿈을 꾸며 잠잔다. 그 꿈을 내가 원하는 대로 꾼다면 어떨까. 그러려면 다양한 종류의 꿈을 파는 상점이 있어야 하고 그 일에 종사하는 사람들이 있어야 한다. 이러한 상상을 소설로 옮긴 것이 이다. 많은 소설이 우리가 아는 무대에서 등장인물들이 여러 사건을

  • 이근미 작가의 BOOK STORY

    꿈을 쓰고, 꿈을 향해 질주하면 길이 열린다

    매년 수능 광풍이 몰아닥치고, 점수에 맞춰 대학을 선택한다. ‘개천에서 용이 나지 않는 세상’이라는 말은 마뜩잖으나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다. 하지만 사교육을 전혀 받지 않고도 자신이 원하는 학교에 너끈히 합격한 이들이 있다. 방황하느라 한참 뒤처졌다가 마음먹고 자신의 앞날을 개척한 흙수저도 얼마든지 있다. 를 쓴 김수영 작가를 보면 ‘꿈을 꾸고, 꿈을 향해 질주하면 길이 활짝 열린다’는 걸 실감하게 된다. 2010년에 발간한 이 책은 30만 부를 돌파한 베스트셀러로 2019년에 개정증보판을 냈으며 중국, 대만, 태국, 인도네시아에서도 출간되었다. 힘든 길을 명쾌하게 헤쳐나간 김수영 작가의 삶에 여전히 많은 사람이 힘을 얻고 있다. 어려운 집안 형편에다 반항기가 겹쳐 중학교 때 자퇴하고 가출했던 김수영 작가는 여수정보과학고 시절 KBS 에서 50문제를 다 맞혀 일찌감치 이름이 알려졌다.아침 7시부터 새벽 1시까지 집중고교 졸업과 동시에 인근 공단 사무직에 취업하는 게 정해진 수순이었으나 그녀는 기자의 꿈을 꾸었다. 꿈을 이루기 위해 연세대학교 진학을 결심했다. 최고 학력이란 게 전문대 진학이지만 아랑곳하지 않았다. 3학년 때 유일한 위안이던 PC 통신도 끊고 삐삐도 해지하며 결심을 단단히 했다. SNS를 차단하고 휴대폰을 해지했다는 뜻이다. 혼자 열심히 공부했지만 5월이 되어도 330점의 벽을 넘지 못했다. 굴하지 않고 아침 7시부터 새벽 1시까지 공부해 두 달 만에 수학 점수를 크게 올렸다. 2학기 때는 시끄러운 교실을 피해 화장실이나 옥상에서 집중적으로 공부해 10월 모의고사 점수를 385점까지 올렸다. 꿈꾼 대로 연세대학교 인문대학에 진학했고, 온갖 아르바이트로

  • 이근미 작가의 BOOK STORY

    삶의 의미 아는 사람이 최악의 순간에도 살아남아

    아우슈비츠는 나치 독일이 유대인을 학살하기 위해 만든 강제수용소로, 이곳에서 약 600만 명이 살해당한 것으로 추정된다. 이는 유럽 전체 유대인의 80%에 해당하는 숫자다. 의 저자 빅터 프랭클 박사는 강제수용소 네 곳을 옮겨 다녔지만 끝내 살아 돌아왔다. 1905년생인 빅터 프랭클 박사는 1940년대 초반 유대인이라는 이유로 수용소에 끌려갔다. 나치의 손가락이 오른쪽을 가리키면 살고, 왼쪽을 가리키면 바로 가스실로 직행하는 절체절명의 순간에 죽음을 모면했다. 신경학과 정신의학 두 분야를 전공한 교수이자 정신과의사였지만, 강제 노역에 동원되어 부실한 음식과 열악한 환경 속에서 죽음보다 더 힘든 고통을 당했다. 책으로 펴내기 위한 원고를 옷 속에 감추고 있다가 빼앗긴 프랭클 박사는 영하 16℃의 날씨에 얼어붙은 땅을 파고, 오물을 치우고, 잠시 고개를 들었다가 개머리판으로 얻어맞으면서도 견뎌냈다. 벼룩과 이에 시달리다 부종으로 부풀어 오른 맨발을 신발에 밀어 넣는 일이 너무도 힘들었지만, 발이 너무 부어 맨발로 눈 위를 걸으며 우는 동료 앞에서 자신의 고통을 내색할 수 없었다. 미래를 상상하며 고통을 이겨냈다 피하지방층이 사라지면서 해골에 가죽과 넝마를 씌워놓은 몰골이 되었고, 내장 기관이 자체의 단백질을 소화시키는 지경까지 이르렀다. 몸의 근육이 사라지고 저항력이 바닥나게 되면서 하나둘 죽어나가자 수감자들은 슬픔을 느끼기보다 쓸 만한 신발과 옷을 벗기는 데 열중했다. 시체 앞에서 빵을 뜯어 먹는 무감각한 인간으로 변모했을 때도 ‘수용소 생활이 언제 끝날지 알 수 없다’는 사실에 다들 몸서리쳤다. 긴장의 끈을 놓치고 포기하는 순간 찾아오는

  • 이근미 작가의 BOOK STORY

    일과 결혼, 인생의 중요한 결정에 대한 물음

    영국 작가 애니타 브루크너의 소설 은 세계 3대 문학상에 꼽히는 부커상 수상작이다. 여성 최초 케임브리지대학교 슬레이드 석좌교수를 지낸 애니타 브루크너는 ‘좀 심심해서’ 53세에 처음 소설을 썼다. 첫 소설이 호평받자 매년 소설을 냈고, 네 번째 작품 으로 문학성은 물론 대중성까지 확보했다. 1984년 9월 출간된 은 그해에만 5만 부 이상 판매되었고, 이후 BBC에서 드라마로 방영되었다. 은 아주 재미있다. “진정한 고전, 지금부터 100년 동안 모든 사람이 즐겨 읽을 작품”이라는 서평대로 흥미로우면서 의미 있다. 섬세한 심리묘사를 곁들여 논하는 사랑과 일이 매우 설득력 있게 다가오기 때문이다. 복잡하고 혼란스러운 상황이 심화된다고 해도 사람들의 본질적인 마음가짐과 삶의 질서는 앞으로도 크게 달라지지 않을 게 분명하다. 재미있지만 책장이 술술 넘어가지 않는 점이 매력이다. 사람들의 마음, 미묘한 감정을 대변하는 주변 풍경, 핵심을 찌르는 대화를 격조 있게 풀어내는 장면에서 쉬어가며 음미하게 되기 때문이다. 스토리만 이해하며 휙휙 넘기는 책들과 다른 품위와 독서의 즐거움을 선사하는 소설이다. 결혼식 대신 한적한 호텔로 온 작가의 주인공인 서른아홉 살 이디스 호프는 로맨스 소설 작가로 꽤 성공했다. 부인이 있는 데이비드에게 마음을 빼앗긴 그녀는 그에게 미련이 남아 있음에도 놓치면 안 된다는 친구의 부추김에 제프리와 결혼을 결심한다. 하지만 결혼식 날 차를 돌려 식장에 가지 않았고, 피신하다시피 호텔 뒤락으로 온다. 사람들과 부딪치고 싶지 않던 이디스는 휴가철이 지나 투숙객이 별로 없는 호텔 뒤락에서 마음을 정리하며 글을 쓰려 했지만 어쩔 수 없이

  • 이근미 작가의 BOOK STORY

    분노와 방황 속에서도 사랑을 갈망하는 여인

    저메이카 킨케이드는 1949년 5월 25일 서인도제도의 안티과섬에서 태어났다. 의 주인공 루시도 1949년 5월 25일생이다. 소설은 작가의 경험이 요소요소에 녹아들기 마련인데, 책장을 조금만 넘기면 루시가 곧 저메이카 킨케이드라는 것을 알 수 있다. 루시의 일상을 따라가다 보면 “고난은 위장된 축복”이라는 말을 실감하게 된다. 킨케이드가 힘든 시간을 보냈기에 같은 작품이 나올 수 있었을 것이다. 카리브계 여성 문학을 대표하는 작가 저메이카 킨케이드의 첫 장편소설 은 안티과섬에서 보낸 어린 시절과 엄마와의 애증 관계를 강렬하게 그린 작품이다. 은 애니가 미국으로 떠나는 날로 끝을 맺는다. 5년 후 펴낸 는 주인공이 고향을 떠나 미국에 도착하는 날로 시작한다. 주인공의 이름은 다르지만, 는 의 후속 편이라고 봐도 무방하다. 부모의 외면과 ‘악마’라는 이름루이스와 머라이어 부부의 네 자녀를 돌보며 아무런 기대도 없이 살아가는 19세의 루시. 상하수도 시설이 없는 가난한 집에서 자란 루시는 ‘서로 사랑하는 가족, 풍족한 먹을거리, 조화로운 환경’ 속에 머물게 됐지만 마음이 늘 부글부글 끓어오른다. 그녀는 부모와 함께 사는 게 지긋지긋하다는 페기와 함께 남자를 만나고 마리화나를 피워대는 것으로 분을 달랜다. 루시의 마음을 들끓게 만드는 그의 부모와 가난한 고향은 그리움과 증오라는 양가감정으로 그녀를 괴롭힌다. 아홉 살까지 외동이던 루시는 이후 5년 동안 남동생 셋이 태어나면서 부모로부터 철저히 외면당한다. 아빠는 그렇다 쳐도 엄마까지 아들만 바라보는 상황에서 루시는 가족과의 절연을 계획한다. 엄마로부터 “악마 이름을 붙인 거야. 루시는 루시퍼를 줄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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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인보다 한국을 더 사랑한 미군 장성

    10월 24일은 1945년 유엔 창설을 기념하는 유엔의 날이다. 1975년까지만 해도 공휴일이었으나 지금은 유엔군이 한국전쟁에 참전한 일을 기념하는 정도에 그친다. 그것도 일부 관련 인사들만 참석할 뿐 대부분의 사람은 유엔의 날에 대해 잘 모르는 게 현실이다. 한국전쟁에서 전사한 분들이 잠들어 있는 유엔기념공원이 부산에 있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도 많지 않다. 2023년 4월 5일 준공 72주년을 맞은 유엔기념공원에는 호주(281명), 캐나다(381명), 프랑스(47명), 네덜란드(122명), 뉴질랜드(32명), 노르웨이(1명), 남아프리카공화국(11명), 튀르키예(462명), 영국(890명), 미국(40명), 한국(38명), 기타(15명) 국가의 전사자 총 2320명이 안장되어 있다. 한국전쟁 때 유엔군 가운데 미군 전사자가 가장 많았으나 미국은 3만6492명의 유해를 모두 본국으로 이송했다. 휴전 후 한국에 주둔해 있던 미군 중에서 한국에 안장되기를 희망한 40명만이 유엔기념공원에 잠들어 있다. 현재 유엔기념공원에 안장된 전사자는 모두 사병 출신이다. 장성 출신으로 유엔기념공원에 잠든 사람은 리차드 위트컴 한 명뿐이다. ‘알면 알수록 감동적인 사나이, 한국인보다 한국을 더 사랑한 사나이, 한국전쟁 고아의 아버지’로 불리지만 위트컴 장군을 아는 사람도 많지 않은 게 현실이다. 한국전쟁이 막바지였던 1953년 유엔군 제2 군수사령부 사령관으로 부임한 위트컴의 계급은 준장이었다. 1954년 말에 전역한 후 한국에서 살다가 1982년 7월 12일 88세의 나이로 별세했다. 유엔기념공원에 안장된 지 40년 만인 2022년 위트컴 장군에게 대한민국 국민훈장 최고 영예인 무궁화장을 추서했다.군수물자로 이재민을 돕다의 저자인 국제신문 오상준 기자는

  • 이근미 작가의 BOOK STORY

    이웃을 '따라 배우고 싶은 사람'으로 대하자

    을 읽으면 신중한 언어생활을 해야겠다는 각오를 다지게 된다. 아울러 세상에 왜 이렇게 나쁜 사람이 많은지 화가 나고, 그런 사람에게 속수무책 당하는 사람들이 답답하고, 자신의 이득만 챙기는 이기적인 사람들에게 훈계하고 싶은 마음이 들기도 한다. 하지만 대부분의 사람은 생각만 할 뿐 실천에까지 이르지는 못한다. 따라 하기 힘들지만 존경심을 불러일으키는 김예원 변호사는 ‘자기 스스로 권리 옹호가 불가능한 피해자’들을 10년 넘게 무료로 대리해왔다. 그는 의료사고로 한쪽 눈이 없이 자랐다. 부모님의 응원으로 기죽지 않고 열심히 공부해 변호사가 됐고, 피해자를 더 잘 돕기 위해 사회복지사 자격증과 성폭력전문상담원 자격증까지 취득했다. 누구보다 바쁘게 법정을 오가지만 무료 변론이다 보니 강의나 집필, 연구용역, 자문을 통해 수입을 보전한다. 정신을 차리기 힘들 정도로 분주하지만 피해를 당하고도 대응하지 못하는 사람이 있으면 곧바로 출동해 시위도 하고, 철저한 준비로 재판에 임한다. 세 아이의 엄마인 김예원 변호사는 갓난아이를 맡길 데가 없어 아이를 안은 채 법정에서 변호하기도 했다.세심한 언어 사용 필요에는 여러 유형의 사람이 등장한다. 아직 사회를 잘 모르는 청소년, 정신적으로 약한 사람, 지체장애인, 가정폭력에 시달리는 아이 등 도움을 필요로 하는 사람들이 우리 주변에 너무도 많다. 안타까운 것은 이들을 속이고 괴롭히고 등쳐먹는 악한 인간들이 훨씬 많다는 점이다. 김예원 변호사는 다양한 사례를 들어 보호해야 할 사람과 멀리해야 할 악한 사람을 구분해 보여준다. 지적장애가 있거나 사회를 잘 모르는 청소년들은 피해를 당하고도 대응을 못